-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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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전문
풍경으로 피어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구본형 사부님은 내게 그런 사람입니다.
사부님과 함께 한 시간만큼 아름다운 장면도 많습니다.
그 장면들을 마음 깊이 접어 두었습니다.
사부가 그리울 때 하나씩 펴 보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 그 장면들
가운데 하나를 펼쳐봅니다.
2008년 1월 5일 저녁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날은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이자 꿈벗인 신재동 형과 이선이 누나의 아들 윤섭이의 첫
생일날이었습니다. 초저녁, 1기 연구원을 중심으로 가까운
지인들이 형과 누나 집에 모였습니다.
사부님은 같은 날 3기 연구원
수업이 있어서 몇 시간 후 집에 도착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부님 손에 A4용지 크기의 얇고 네모란 상자가 들려 있었습니다. 사부님은 선이
누나에게 상자를 건네며 말했습니다.
“선이야, 내가 오면서 그림
하나를 구해왔다. 얼른 뜯어봐라.”
사부님은 아이처럼 즐거워 보였습니다.
선이 누나가 스승이 준 선물이기에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풀기 시작하자, 사부님은 웃으며 재촉했습니다. “막 뜯어라.”
포장지가 벗겨지는 순간, 아이를
담은 그림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선이야, 이 아이가 누구냐? 이 예쁜 애가 누구를 닮은 거 같은데, 누굴까? (윤섭이를 가리키면서) 쟤인가?” 사부님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아... 윤섭이요...” 누나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림 속 아이는 재동 형의 모자를 쓰고 활짝 웃고 있는 윤섭이였습니다. 나는 선이 누나의 표정을 보았고, 주변 사람들의 얼굴도 봤습니다. 누나의 얼굴에는 ‘감동’이라는
두 글자가 크게 쓰여 있었고, 사람들은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사부님은 이렇게 일상을 황홀한 순간으로 만드는 마법을 부리곤 했습니다.
사부님은 일상을 풍경으로 만드는 마법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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