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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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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5일 15시 26분 등록

도대체 우리는 왜 변하려고 하는걸까?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데 왜 변화를 해야 하는 것인지? 변화가 꼭 좋은 것인지? 구본형의 낯선 곳에서의 아침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읽고 변화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생각은 고민으로 바뀌고 고민은 상념이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표들은 강을 이룬다. 변화라는 단어를 이리저리 뒤집어 보고 책을 다시 읽어봐도 답을 찾을 수 없어 이틀간 마음 한켠이 답답해졌다. 내 삶을 생각해 보았다. 가장 먼저 들었던 것은 책에서 말하는 변화와 실제 내 삶과의 괴리감 이였다.

방앗간 가래떡 줄기처럼 밋밋했던 내 삶도 수많은 변화의 연속이였다. 고치를 깨고 나비로 변태하는 기적같은 변화는 없지만 매 순간순간 스스로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절박함에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고, 변화하기 위해 기도와 함께 실천도 해보았다. 하지만 변화했다는 짜릿한 기분도, 다시 태어난 것 같은 새로움도 경험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분명 난 매 순간 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 이해가 되었다. 문제는 내 변화가 극적이지 못해서가 아니다. 변하려는 방향, 목적이 시시했기 때문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대부분 시시하게 산다. 아침에 일어나 직장을 나가고 저녁에 퇴근을 한다. 평범한 직장인부터 TV프로그램을 만드는 피디나 예술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은 정교한 기계처럼 분업화 되어 있어 큰 보람을 갖기 힘들다. 보람이 없어도 조금 지겨워도 하지만 우리는 일을 해야 한다. 문제는 돈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기도 힘들지만 안다고 해도 돈을 벌기 위해서는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다. 전쟁도 이념도 시대를 바꾸는 사상도 없다. 인정하기 싫지만 모든 것이 돈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 인정과 사랑까지 그 사람이 가진 것으로 판단되어 진다. 강남에 살아야지, 좋은 학벌이 있어야지, 하다못해 좋은 차라도 있어야지 한번더 기억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절실하게 원하는 변화라는 것은 지극히 속물적이다. 변화의 방향은 갈수록 소소하면서도 비루해진다.

돈에 의해 좌우되는 비루해진 시대상은 우리의 변화의 방향마저 개인적이고 유치하게 만든다. 승진이나 취직을 위해서 공부하는 사람들. 그들은 매일매일 변화를 감행한다. 힘들지만 새벽에 일어나는 것, 보고 싶은 TV를 보지 않는 것, 친구들 만나는 시간을 줄이고 공부를 할 것. 모두 자신을 뛰어넘는 변화들이다. 하지만 개인에게는 큰 변화일지 모르지만 높은 곳에서 보면 한없이 작은 변화일 뿐이다. 변화의 결과는 목표점수를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 뿐이다. 특히 변화의 목적이 세속적인 성공을 위한 것이고 자신의 본성을 거스르며 인내하는 변화들이였다면 더욱 문제다. All or nothing. 중간의 과정은 없다. 변하기 위한 노력들이 부질없다는 것을, 돌아보면 한없이 짧은 인생의 황금기를 날려버렸다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뚱뚱해서 매일 퇴짜를 맞는 소녀에게 변화란 다이어트이다. 살을 빼고 날씬해진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절실함이겠지만 변화의 방향은 지극히 시시하다. 수많은 다이어트 관련 서적과 프로그램은 그녀의 돈을 보고 몰려든다. 그녀는 맛있는 음식을 참아야 하는 고통을 참아가며 날씬해지는 자신을 상상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녀가 날씬해지는 것외에 우리 주위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내 삶에서의 변화들 역시 지극히 평범하고 이기적이였다. 사회와 인류를 위한 변화는 크게 생각해 본적이 없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서, 시험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 나 역시 딱 이 정도의 목표만을 위해서 소소한 변화들을 감행하였다. 나에게 변화란 어제와 다른 나, 더 박식해지고 더 강해지며 더 부유해지기 위한 노력들이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보다는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위해 힘을 썼다. 나를 위해 변화하려던 모습들은 너무나 개인적이며, 그리고 무엇보다 조급했던 것 같다.

책을 쓰려고 결심했던 것 역시 비슷한 동기였다. 물론 책을 읽고 쓰는 것이 좋아서이기도 했지만 책을 씀으로써 다른 세속적인 명성과 금전적인 이득을 얻고 싶었다. 내 온 일생을 짜내서 성서나 국부론 같은 위대한 책을 쓸려는 목표는 없었다. 옷도 패스트푸드, 음식도 패스트푸드가 유행인 시대에서 책도 흐름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힘든 길보다는 편한 길을 선택하고 싶었다.

구본형의 낯선 곳에서의 아침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읽고 혼란스러웠던 이유는 이것 때문이였다. 알고 있지만 애써 귀를 막아왔던 이야기들을 눈으로 보게 되는 것은 조금 고통스러웠다. 계산적이고 속세에 밝아야 한다는 강박증, 정도보다는 속도 위주로 살아온 나에게 이런 글들은 고문과도 같았다. 하지만 평소같았으면 절대 읽지 않았을 책을 열심히 읽었다. 감동까지는 아니지만 분명히 마음속에 혼란이 왔다. 내 삶을 관통했던 가치관들의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내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통찰력을 얻어서 때문은 아니였다. 단지 구본형이라는 작가 때문이였다.

그는 얼마전에 죽었다. 난 그의 제자가 되겠다고 몇달전 지독히도 읽기 어려운 자기소개서를 들이밀었다. 생명의 불씨가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내 글을 읽었을 그를 생각하면 가시로 가슴을 찌른 것처럼 아프다. 나도 읽기 힘들었는데 하물며 병상에서 조악한 내 글을 읽었을 모습을 생각하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그리고 구본형이라는 이름만 나오면 눈시울을 붉히는 많은 이들 때문에 나도 모르게 이제 그를 추억한다

정말 그게 다다. 변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가치관이 혼란스러웠던 것은 이 책을 쓴 작가때문이였다. 난 그에게 빚을 지었고 갚아야 했다. 책을 읽는 내내 문장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엄마의 잔소리 같았다. 뻔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 나 잘되라고 해주는 기분좋은 잔소리 같은 기분이였다. 엄마의 잔소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엄마는 여전히 살아계신다는 것. 그리고 그 분은 이제 나에게 어떤 이야기도 해줄 수 없다는 차이뿐이였다.

우리는 모두 변해야 한다. 정글같은 이곳에서 밥벌이 해먹고 살기 위해서는 자의든 타의든 변해야 한다. 하지만 단언컨데 방향이 중요하다. 단순히 성공하기 위한 변화는 아무 의미가 없다. 절박함 절실함에 앞서 어떻게 변할지 고민해야 한다. 잘 변해야 한다. 하고 싶은 것에 주목해 보고, 나아가 사회와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하루하루 그 분의 마지막 유언처럼 난 변화를 다시 인식하려고 한다. 칼럼을 쓰기 위해 이틀간 고민했던 결론은 결국 이거였다. 변화를 다시 생각해볼 것. 더 큰 목표를 가지고 변화의 목표를 잡을 것. 훗날 내 변화가 성공한다면 그분의 무덤 앞에서 공을 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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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5 22:05:04 *.240.33.45

우리의 첫 칼럼, 축하해야지?!

앞으로 함께 열심히 공부하며, 좋은 시간 좋은 추억 만들어보자구.

어려운 과정이지만 한주 한주 지날 때마다 시간을 꽉꽉 채워 사는 것 같아 기분 좋구만~

첫 칼럼 축하합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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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6 13:28:29 *.182.82.40

편찮은 몸으로 내 글을 읽었을 선생님을 그리는 장면이 너무 좋다그대가 얼마나 따뜻한 감정이입의 능력을 가졌는지 보여 주니까변화의 방향을 고민하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다만,이기적인 것과 탐욕은 다른 것 같아용. 켐벨도 말했듯, 내 삶을 구원하기 위해 애쓰면 저절로 이 세상을 구원하게 된다고 하는 것에 절대 공감하거든요.  핸폰에 키보드로 치고 있는데 행갈이가 안 먹네   그래도 봐주기.   쓰레기 더미로 변한 나폴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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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7 09:00:22 *.30.254.29

단지, 구본형이라는 작가 때문이었다...

 

그렇지요.

문요한 연구원은 '구본형'을

본래의 자신의 형상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치유자라고 했지요...

 

첫 컬럼을 축하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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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7 18:21:57 *.1.160.49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들여다 보려는 시선이 참 좋네요.

본 것만 보았다고 할 수 있는 용기, 느낀 것만 느꼈다고 할 수 있는 자신감.

참 귀한 중심을 가진 쭌영님의 1주일후가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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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7 22:47:01 *.58.97.136

준영아 시험공부에 회사일에 과제수행에 많이 바쁘고 힘들었지?

사부님의 책을 읽고 혼란을 느꼈다는 말에 공감이 가는구나..

회사에서 시간적으로도 몸으로도 가장 바쁜 30대초반이니...

네가 힘든 상황에서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

 

너랑 함께 모두 함께 힘내서 간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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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8 08:41:13 *.216.38.13

준영씨 첫번째 칼럼을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병상에서 읽었을 자기 소개서.. 그것만으로도 커다린 빚을 졌다고 생각하는 것..

맞습니다.

우리 모두는 행운아이자 동시에 채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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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0 21:44:59 *.65.153.171
준영! 네가 부럽다. 난 총각시절 구본형 선생님 책이나 변경연 같은 진짜배기 가르침을 접하지 못하고 그저 야근과 술로 시간을 보냈어! 미치지 못해 미쳐버릴 것 같은 젊음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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