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미경
- 조회 수 2183
- 댓글 수 14
- 추천 수 0
나는 하루살이 - 오미경
어버이날이 평일이어서 주말에 시간을 내 시골에 갔다. 시골에는 남편이 산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어머님이 사신다. 살아계신 부모님은 남편의 어머님이자 나의 시어머님 한 분 뿐이다. 평소같으면 ‘바쁘니까 다음주에나 가지’ 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회란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은 적절한 타이밍이다. 토요일 오후 느즈막에 수안보파크 야외온천에 어머님을 모시고 갔다. 시골에 갈 때마다 나는 어머님을 모시고 함께 온천에 간다. 차로 15분정도 거리이고 내 자신이 야외온천을 즐기는 이유이다. 오후 느즈막하게 온천을 즐기고 있었다. 그 온천의 특징은 바로 옆에 산이 있다. 나무 형체를 구체적으로 볼 수 있고 풀과 꽃들이 피고 새가 지저귄다. 멀리로는 겹겹이 산이 보인다. 김이 모락모락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물밖으로 나온 머리로는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산을 보면서 서서히 저물어가는 시간을 느낄 수 있었다.
변화라는 것은 눈에 띄게 확확 변하는 게 아니었다. 응시하고 있지 않으면 관찰하지 않으면 서서히 어둠이 몰려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신기했다. 많은 시간을 살아왔지만, 서서히 변해가는 시간, 어둠이 드리워져 오는 것을 보았다. 변화는 그런 것이었다. 야외 온천에 처음 들어올 때는 환하게 모든 사물들이 보였다. 계속해서 서서히 빛의 칼라가 회색으로 변하더니 이내 검은색으로 산에 있는 구체적인 나무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커다란 형체만 보였다. 수안보 가는 길에 나무가 연녹색으로 변해있는 것을 보았다. 지난 달 4월 13일 어머님 생신이어서 이 길을 왔을 때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 4월이 유난히 추웠고 벚꽃이 피지도 않은 앙상한 나무들만이 있었다. 3주만에 다시 이 길을 찾았을때 나무들은 변해있었다. 가지가지마다 연한 연두색의 잎들이 파릇파릇하게 돋아나서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가만히 서 있는 나무도 변하지 않는 것 같지만, 밤과 낮을 달리 하면서 서서히 변화하고 키가 자라고 성장하고 있었다.
나의 삶은 어떠하던가. 나의 시간도 밤과 낮으로 하루 스물네시간을 살아간다. 이름은 같지만 나의 형체가 조금씩 변해갈 것이고, 내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변화해간다. 물리적으로 외형적인 변화는 자연적인 것이기에 그렇다 해도. 나의 내면은 어떠하던가. 내가 변하고자 한다면, 끊임없이 나를 관찰하고 나를 알아가는 데서 부터 시작한다. 과거의 나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내면의 욕망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미디어나 세상 사람들 혹은 학교에서 배운 성공의 잣대에 휘둘려 살아왔던 시간들이었다. 그러다가도 몇 번의 변화를 시도한 끝에 몇 개의 산을 넘고 강을 건너면서 지금의 나로 왔다.
‘나는 하루살이다’ 나는 하루만 살아간다.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은 모두 허상이었다. 오늘 하루를 춤추면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지 않고는 미래가 없었다. 모든 것을 내일로 미래로 미룬 오늘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었다. 내 시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고는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주인이 될 수 없었다. 그저 흐르는 대로 숨만 쉬고 밥만 먹고 일하기 위해서 일어나고 일터에서 하루를 정신없이 보낸다. 저녁에는 피곤해서 그대로 쓰러져 잠자는 반복된 하루를. 그런 하루는 살아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저 먹고 살기에 급급해 일하는 하루는 그냥 소모전이었다.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무엇이 되고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내 꿈과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 하루를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느리지만 끊임없이 서두르지 않으면서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하루만 산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했다. 오늘 할 일은 오늘 끝내자. 끝내지 않으면 마칠 때까지 한다.
떡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그날 만든 떡을 모두 파는 떡집이 있었다. 기자가 물었다. “어떻게 떡을 남기지 않고 다 팔수 있습니까?”. 떡집 주인이 대답했다. “ 어렵지 않아요. 마지막 떡이 팔릴 때까지 문을 닫지 않습니다.” 그랬다. 하루를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자. 오늘 나에게 주어진 하루는 무엇을 위해 희생하지도 말고 그 하루 자체에 마음을 다해 살자. 만나는 모든 사람이 마지막 만남이라 생각하고 그 순간에 집중을 하자. 깨어있는 삶은 그런 것이다.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 오늘의 나는 죽었다. 내일 깨어난 나는 새로운 나로서 살아간다. 그것이 바로 하루살이고 하루살이가 모여 나의 삶을 살아가며 나의 평생인 인생이 된다. 나에게 쏟아지는 햇빛은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내 세포가 기쁨으로 춤을 추는 하루를 살자.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472 |
[5월 2주차] 지금 이 순간 ![]() | 라비나비 | 2013.05.13 | 2022 |
3471 | 9-2 마침내 별이 되다 (DS) [15] | 버닝덱 | 2013.05.13 | 2080 |
3470 |
5월 2주차 칼럼 -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려는 이유 ![]() | 유형선 | 2013.05.13 | 2156 |
3469 | #2. 필살기는 진지함이다. [8] | 쭌영 | 2013.05.13 | 2051 |
3468 | 떠날수 밖에 없는 이유 - (9기 최재용) [16] | jeiwai | 2013.05.11 | 2491 |
3467 | 산 life #3_노적봉 [6] | 서연 | 2013.05.09 | 2904 |
3466 | 2-4 너는 나의 미로 | 콩두 | 2013.05.08 | 2310 |
3465 | 가까운 죽음 [12] | 한정화 | 2013.05.07 | 2419 |
3464 | 산 life #2_마이너스의 손, 마이더스의 손 [1] | 서연 | 2013.05.07 | 2613 |
3463 | 저와 함께 춤추시겠어요 [6] | 한젤리타 | 2013.05.06 | 2195 |
3462 | (No.1-1) 명리,아이러니 수용 - 9기 서은경 [13] | tampopo | 2013.05.06 | 2033 |
3461 |
[5월 1주차] 사부님과의 추억 ![]() | 라비나비 | 2013.05.06 | 2358 |
3460 |
연 날리기 (5월 1주차 칼럼, 9기 유형선) ![]() | 유형선 | 2013.05.06 | 2271 |
» | 나는 하루살이 [14] | 오미경 | 2013.05.06 | 2183 |
3458 | Climbing - 6. 오름에도 숨고르기가 필요하다 [1] | 書元 | 2013.05.05 | 1989 |
3457 | #1. 변화의 방향 [7] | 쭌영 | 2013.05.05 | 2085 |
3456 | 9-1 마흔 세살, 나의 하루를 그리다(DS) [7] | 버닝덱 | 2013.05.04 | 2167 |
3455 |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9기 최재용) [19] | jeiwai | 2013.05.04 | 2094 |
3454 |
시칠리아 미칠리아 - 소설 전체 ![]() | 레몬 | 2013.05.01 | 2213 |
3453 | 시칠리아 미칠리아 - 몬스터 (수정) [2] | 레몬 | 2013.05.01 | 22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