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비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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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던데,
생각이 많아도 글이 삼천포로 빠지게 되는 것 같네요.
당초에는 '지금 이순간'이라는 제목으로 Here & Now의 중요성,
카르페 디엠 뭐 그런 쪽으로 Focusing하여 글을 풀어가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글을 써내려가다보니 사부님과의 추억으로 흘렀네요.
일단은 마감도 있고,
또 더 고민한다고 하여 더 나은 글을 쓸 자신도 없어 일단은 올립니다.
사부님과의 추억
지난 4월 13일, 토요일 오후 7시를 넘긴 시각 구본형 선생님께서 별세하셨다. 구본형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알게 된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작년 4월 초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처음 뵙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와의 인연은 그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부터 교육담당자 업무를 하면서 당시 선배의 추천으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고 그 이후 구본형 선생님을 강사로서 섭외하려고 몇 번의 검토를 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기사에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하 '꿈벗 여행')과 관련된 기사를 보고 변화경영연구소 사이트를 찾게 되고 2007년부터 꿈벗 여행에 참가하려고 몇 차례나 시도를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인연이 닿지 않아서인지 매번 여행 참가 신청을 하면 다른 일이 생기는 바람에, 아니 어쩌면 그 프로그램의 효과성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매번 우선순위에서 밀렸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한 3~4번 참가신청을 했다가 취소를 반복하던 중 드디어 작년 4월 초에 정말이지 절박한 심정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여정에 오르게 되었다.
2012년 4월 6일, 당진역에서 만난 그는 악수를 청하며 첫 만남에 스스럼 없이 나에게 말을 놓았다. “박진희? 몇 번 오려고 하다고 못 오더니 이제야 왔네”하며 반갑게 맞아 주셨다. 몇 년 전부터 한 3~4번이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참가신청을 했다가 취소하고 했던 나를 기억하고 계셨다. 오후 3시경부터 레몬을 까고 즙을 내어 인당 2리터 생수통 한병 분량의 레몬즙을 만들어 오후 6시경부터인가 1시간 간격으로 레몬즙 1컵씩을 마시며 각자 자신의 과거사를 풀어놓았다. 당시 구본형 선생님께서는 양자역학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시면서 우리는 이 크고 광활한 우주 속의 한 부분이며 우리의 인연은 어찌 보면 예견되어있었다는 듯한 알 듯도 모를 듯도 한 이야기들을 하셨다.
생을 놓고 싶을 정도의 절망, 무기력감 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심정으로 찾았던 꿈벗여행에서 사부님과의 만남은 나에게 있어 구원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꿈벗 여행 참가자 개개인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며 함께 고민하고 아파해주시던 모습, 2일 간의 단식 후 마지막 날 손수 ‘야채스프’를 끓여서 아침상을 차려주시던 모습에서 느껴지던 인간적인 따뜻함, 그리고 헤어질 때 참가자 모두를 한명 한명 일일이 따뜻하게 안아주고 격려해주시던 모습… 선생님의 모습 자체가 나에게는 힐링이었다.
지난 4월 13일 선생님이 떠나시던 날 밤, 난 꿈속에서 마지막 선생님의 모습을 뵐 수 있었다. 지금도 그 장면이 너무도 선명하고 또렷하게 기억난다. 선생님의 명강의를 듣고 8명의 테이블이 셋팅된 화려한 연회장에서 풀코스 요리로 정찬을 나누던 그 따뜻한 분위기. 그리고 헤어질 때 내 어깨를 두드리시며 “진희, 너는 강한 아이니까 잘 할 수 있을 거야”라고 격려해주시던 그 멘트를 잊을 수가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나에게 큰 선물을 주고 떠나신 고마운 스승님.
나의 미래 산업은 커리어 네이게이터이다. 나는 경력개발전문가로서 진로, 적성에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구본형 선생님의 깊은 사랑과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나도 그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누군가의 삶을 환히 밝혀주는 등대가 되는 것이리라. 푸쉬킨의 詩 구절처럼, "내가 존재함으로써 이 세상 한 사람의 아픈 마음을 달래줄 수 있다면 내 인생은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사부님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리라. 나중에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구본형 선생님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그래, 잘했다~!”라는 그의 칭찬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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