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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6일 22시 49분 등록

저와 함께 춤추시겠어요 

 

  

 지난주 광화문에서 회식이 있었다. 하늘에서는 조금씩 비가 내렸다. 광화문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2차로 라이브 카페에 들렀다. 그곳에는 대학교 때 즐겨 들었던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음악에 맞춰 손뼉을 치고 노래도 따라 불렀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반대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여자였다. 슬픈 눈빛이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애써 다른 곳으로 나는 시선을 돌렸다. 윤도현 밴드의 너를 보내고가 흘러나왔다.

 

구름낀 하늘은 왠지 니가 살고 있는 나라일 것 같아서

 창문들 마저도 닫지 못하고 하루 종일 서성이며 있었지"

 

문득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술 잔을 비우고 노래하는 가수를 보려 하는데, 누군가 앞에 서 있었다. 조금 전 슬픈 눈빛으로 나를 보던 여자였다. 그녀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저와 함께 춤추시겠어요

순간, 나는 귀를 의심했다. 검지 손가락을 내 가슴으로 향하며 말했다.

 저와 춤을 추자는 말씀이세요?”

 , 나와 함께 춤추시겠어요?”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와 함께 무대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두 손을 잡고 리듬에 맞춰 춤을 추었다. 하지만 낯설고 어색했다. 서로의 몸짓은 무거웠고, 마음은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광화문 가로수길이 보였다. 봄꽃들이 슬픈 춤을 추며 떨어지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자, 어디선가 브라보!, 브라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브라보, 젊은이! 종이와 잉크는 지옥으로나 보내 버려! 상품, 이익 좋아하시네. 광산, 인부, 수도원 좋아하시네. 이것 봐요, 당신이 춤을 배우고 내 말을 배우면 우리가 서로 나누지 못할 이야기가 어디 있겠소!”

 

두목! 당신에게 할 말이 아주 많소. 사람을 당신만큼 사랑해 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말이 쌓이고 쌓였지만 내 혀로는 안 돼요. 춤으로 보여 드리지. . 갑시다!”

 

마지막 곡이 이어졌다. 이상은의 언젠가는이었다. 조금씩 리듬에 몸을 맡겼다. 낯선 느낌들은 익숙한 리듬으로 사라져 버리고, 그 순간 그녀와 나는 춤으로 하나가 되었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 같은 시간의 강 위에
떠내려가는 건 한 다발의 추억
그렇게 이제 뒤돌아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나의 두목은 춤을 추는 방법을 가르쳐 준 것이 아니었다. 춤추고 싶은 마음을 열어주었다. 순간을 즐기고 표현하는 마음. 복잡한 운명의 미궁에서 헤매고 있던 나에게 자유를 선물해 주었다. 날개를 달아 준 것이다. 그 날, 나는 자유의 여신과 함께 춤을 추었다. 그리고, ‘브라보!’라고 외치는 두목의 목소리를 들었다.

 

IP *.33.18.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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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6 23:11:38 *.176.221.180

그 두목님 참 멋진 분이셨어요. 그죠..?

문득 크로아티아로 연구원 여행가서 밤바다를 배경으로 처음 춤을 추었던 때가 떠오르네요.

한젤리타님 말처럼 저희들의 두목님은 춤추고 싶은 마음을 열어주신 분이시죠...

 

한 스승아래 제자들이란 이래서 참 좋은 것 같아요.

다른 시각, 다른 공간에서 배움을 얻었지만, 결국 하나의 큰 바다를 향해 가고있으니..

 

그래서 스승님이 더욱 그립네요..

그래도 그 느낌 공유할 수 있는 한젤리타 후배님 글이 참 커다란 위로가 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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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7 08:19:41 *.33.18.163

선배님의 따뜻한 댓글이 저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저에게 손을 내밀어 준 그 분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 제가 먼저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더 크게 열어야 겠어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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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8 08:44:42 *.216.38.13

Shall we dance?

 

아직도 누군가 춤을 권하면 마음을 열지 못하는 그런 마음은 어디에서 위로받아야 할지요..

조르바가 그랬듯이, 먼저 저 자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올런지요.

자유의 여신과 함께 춤을 추고 계실 두목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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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9 06:06:41 *.33.18.163

선배님, 언제 한 번 그 곳에 같이 가요.

분명 두목님 처럼 멋진 춤을 추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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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8 10:10:41 *.39.145.44

두목보다는 같이 춤춘 사람이야기가 궁금해요.

우리 집안 사람... 술 못먹고 못노는 사람 없다 들었는데....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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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9 06:01:13 *.33.18.163

비오는 날,  노래를 듣다가 누군가가 생각난 것 같아요.

그 누군가가 저와 많이 닮았던 거죠. (저의 상상)

이상한 건 그 분 테이블에 남자분도 있었고, 여자분도 

함께 앉아 있었다는 거예요.

아마도 내가 모르는 사연이 분명 있을 거예요.

 

그 사건이 있고 난 뒤로 회사에 소문이 퍼져서

매일 즐거운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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