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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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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7일 09시 34분 등록

종묘_진달래.jpg

 

 

  "엄마, 나 어른되면 인간 될거야"

  "민호야 우린 모두 인간이야"

  "아.니.야! 난 아이야"

 

아이의 대답은 단호했습니다.

민호에게 인간은 다 큰 어른을 의미하나 봅니다.

아이와 인간이 다른 개념으로 다가오는게지요.

 

민호가 그렇듯이 아이가 어른이 되려고 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어른으로 된다는 것은 성장한다는 의미이지요. 육체적으로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슬로우와 칼로저스 같은 심리학자들은 '정신적 성장지향'이 자연적인 본성이라고 말합니다.

당연하지요. 어떠한 관계를 통해서든 배우고 성장하려는 것이 우리의 본능이니까요.

역사나 철학도 그러하지 않나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의 문제에서부터 인간과 신과의 관계를 파고들면서

인간의 사고가 성장하지 않았나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정립하면서 과학이 발달하고 문명을 이룩하지 않았습니까.

좀 거창하지요?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 그 중에 아이와의 관계를 통해 아빠인 내가 성장한다는 얘기입니다.

관계를 통한 성장은 본성이기에 나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관계를 통해 누구나 성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회피하거나 도망가는 사람도 있지요.

상대를 자세히 들여다 보고, 귀기울여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절대적인 시간을 함께해야 합니다.

슬픔과 고통과 기쁨의 시간을 통과해야 하지요.

그 관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반추하고 정화의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합니다.

 

 

제 인생의 선생님이 "어른이 된다는 게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신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독립이나 자립을 얘기했었죠. 그때 선생님께선 "아마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닐까" 라고 대답하셨지요.

 

안타깝게도 선생님께서는 얼마전 돌아가셨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은 놀라움과 슬픔, 고통 그리고 위로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가까이서 한 사람의 사라짐을 곱씹어보니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도대체 그 분은 어디에 가신거지?"

육체는 하늘과 땅으로 흩어져 다시 나의 몸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정신은 나의 추억 속에 새겨져 지워질 줄 몰랐습니다.

주변을 보니 많은 이들이 금방이라도 선생님이 나타나실 것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살아계실적 보다 더 강하게 선생님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더 곱씹어보았습니다. 도대체 잘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죽어서 사라짐'이란 도대체 뭘까?

고민 속에서도 전 가족이라는 일상 속에서 부대끼고 있었고 민호와 웃고 울고 있었습니다.

그때 전 민호가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살아서 태어남'이란 도대체 뭘까?

새로운 질문이 생긴 것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우리 부부 사이에 없던 존재가 지금은 함께 기대어 살고 있었습니다.

이 녀석이 어디서 왔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죽음과 탄생의 자리가 똑같이 신기했습니다.

바람이 어디서 불어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자세히 보고 따져도 알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죽음과 탄생에 대해 바라보다 보니(의문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 사이에 있는 삶이 팽팽하게 충만되는 기분입니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고 이제 살아야 겠다는 욕망이 생긴 것이지요.

선생님께서 어른이 된다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의미를 조금은 느끼게 됩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환상을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세상에 나 혼자만 중요하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고 돌봐아 한다'는 환상.

다음에는 나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관계에 있어서 책임을 지기 위해 투쟁해야 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나도 자라면서) 그 투쟁이 치열해지지요.

투쟁을 통해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어른이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숲 속의 진달래가 그리 말합니다.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고, 관계하고, 떨어져라. 그리 말합니다.

 

 

 

 

종묘_진달래2.jpg

<20113. 5. 종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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