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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7일 11시 10분 등록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구본형 지음, 와이즈베리(2012년)


1. 저자에 대하여


구본형 

 

‘변화’를 삶의 화두로 삼아 깨달음 하나는 남기고 가고, 시처럼 살고자 했던 변화경영 시인. 그는 나에게, 저자가 직접 자기 책의 왼날개와 오른날개에 오는 프로필을 쓴다는 비밀을 일러주었다. 자기 프로필 쓰는 훈련이 작년 연구원 1년차 과정에 있었다. 책마다 이력을 업데이트 했다면 이 책 앞날개의 저자 프로필은 그가 써가고 있는 이력서이며 자신의 관심사와 자랑을 간판처럼 총화해서 디스플레이하고 있으리라. 저자가 손수 자기를 소개했다고 믿으며 읽어본다. 2012년에 출간된 이 책은 그의 마지막 책 <그리스인 이야기> 바로 앞에 나온 책이다. 검색포털에 이름을 치면 알 수 있는 기본적인 사항은 ‘1954년~2013년. 충남 공주 출생. 서강대 역사학과와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 한국 IBM에서 20년 근무. 작가. 가족으로는 부인과 두 딸이 있음.’ 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저서목록이다. 이걸 가지고 어떻게 저자는 자신을 소개했을까? 선생님의 뒷 머리, 방석에 앉은 뒷태에서 감탄할 준비를 한 후 쳐다본다. 이실직고하자면 여전히 저자조사를 헐레벌떡 책 날개 것만을 타이핑하는 습관 때문이다.  


1998《익숙한 것과의 결별》생각의나무 (2007년, 을유문화사에서 재출간)

1999《낯선 곳에서의 아침》생각의나무 (2007년, 을유문화사에서 재출간)

2000《월드클래스를 향하여》생각의나무

2000《떠남과 만남》생각의나무 (2008년, 을유문화사에서 재출간)

2001《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김영사

2001《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휴머니스트

2002《사자같이 젊은 놈들》김영사 (《미치지 못해 미칠 것 같은 젊음》으로 재출간)

2003《내가 직업이다》북스넛

2004《나 구본형의 변화이야기》휴머니스트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로 재출간)

2004《일상의 황홀》을유문화사

2005《코리아니티 경영》휴머니스트 (2007년《코리아니티》로 재출간)

2006《공익을 경영하라》을유문화사

2007《사람에게서 구하라》을유문화사

2008《세월이 젊음에게》청림출판

2009《The BOSS 쿨한 동행》살림Biz

2010《구본형의 필살기》다산라이프

2011《깊은 인생》휴머니스트

2012《신화 읽는 시간》와이즈베리

2013《그리스인 이야기》생각정원


[<신화읽는 시간>의 왼 날개 저자 소개 : 구본형]

변화경영사상가. 지난 10년간 개인과 조직의 변하와 성장을 돕는 변화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인간과 조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변화에 대한 인류의 사유를 추적하고 연구하는 것이 필수적인 조건임을 깨닫고 인문사상가로서의 여정을 시작했다.  

자신의 인생을 쏟아 어떤 멋진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지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1980년부터 20년간 한국 IBM에서 근무하며 경영혁신을 총괄하는 현장 전문가로, IBM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영 품질을 진단하고 조언하는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2000년에는 직원이 단 한 사람인 1인기업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설립했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 것’이 주업무이며, 시처럼 사는 삶을 추구한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매년 1권의 책을 출간한다. 100명의 제자들과 함께 ‘자신을 바꾸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뜻을 가지고 있다. 지난 3년간 그리스신화를 즐기며, 우리 안의 영웅을 재발견하는 신화경영모델을 연구해왔다. 이 책은 그 첫 번째 결실이다.


구본형은 인문학과 경영을 접목하여 변화와 자기경영에 관한 17권의 책을 썼으며, 이는 젊은이들과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삶의 전환점을 찾는 직장인들을 위한 변화지침서인 <그대, 스스로를 경영하라>, 직장인들의 자기혁명 비전을 제시한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곳에서의 아침>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각 개인과 기업에게 절실한 변화의 과제와 방향을 제시한 베스트셀러였다. 또한 한국 기업의 혁신모델을 제시한 <코리아니티>, 창조적 프로페셔널로 자신을 키우는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한 <필살기>, 상사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상향 리더십을 다룬 <더 보스>, 동양 고전 <사기열전>에서 찾아낸 인간관계의 진수를 다룬 <사람에게서 구하라>, 한때 평범했던 사람이 특별한 삶을 살며 인류의 리더가 될 수 있었던 터닝포인트를 추적한 <깊은 인생> 등이 독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마흔세살에 다시 시작하다>는 그의 첫 번째 자서전이다. 그는 10년에 한 권씩 자서전을 써서 삶을 만들어온 풍요로운 내면의 장면들을 모두 채집해두고자 한다.


밑줄은 특별히 와닿아서 그어 두었다. 경영을 연구하는 이가 왜 신화를 공부할까? 나도 남도 물음직한데 스스로 미리 Q&A 를 써넣고 있어 친절하다. 자기 삶의 지향, 색깔과 상징이 한 문장으로 잘 갈무리되어 있다. 1인회사의 가치도 정리되어 있다. 5월은 구본형 정신 알아가기를 주제로 9기 연구원들이 수업을 한단다. 나는 인제 3권 읽었다. 그 무리에 은근슬쩍 끼어 <낯선 곳에서의 아침>, <마흔 세살에 다시 시작하다>를 먼저 읽고, <필살기>, <더 보스>를 읽으면 좋겠다. 사기열전 읽을 즈음, 좀 텀을 주어서 <사람에게서 구하라>를 읽으면 즐겁겠다. 남도여행기 <떠남과 만남>을 읽고서 남도여행을 떠나 선운사나 지리산 쌍계사 계곡, 강진 다산초당 앞에 앉아 옛글을 읽고 싶다. 다른 무리에 묻어서 북한산 노적봉에도 가볼 수 있기를.  


저자에 대한 개인적 평가

 

 

빈집2

지붕 위로 기어오르는 넝쿨을 심고 녹이 슨 호미는 닦아서 걸어두겠습니다 육십촉 알전구일랑 바꾸어 끼우고 부질없을망정 불을 기다리렵니다 흙손으로 무너진 곳 때워보겠습니다 고리 빠진 문도 고쳐보겠습니다

옹이 같았던 사랑은 날 좋은 날 대패로 밀고 문지방에 백반을 놓아 뱀 넘나들지 않게 또 깨끗한 달력 그 방 가득 걸어도 좋겠습니다.

 

-문태준, <수런거리는 뒤란> 16쪽, 창비-

 

 


12월 오프수업날 크리스마스 카드를 썼다. 총무가 골라온 카드에다가 개발새발 썼다. 넝쿨벽지가 그려진, 청담동의 선배 사무실이었다.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제일 글자를 적게 적을 수 있는 스탠딩 카드를 골랐고, 마침 가지고 있던 시집에서 저 시를 골라서 적었다. 연구원과정이 빈집을 수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 말도 적었다. 나는 늘 멀찌감치 있었다. 개인적인 전화는 지각을 많이 했지만 잘르지 말라 달라고 할 때만 해보았다. 지원서를 내러 나섰던 눈오는 날의 방문 말고는 개인적인 방문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개인적이 추억이 별로 없다. 왜 그랬을까? 포터블 개인 감옥이기 때문이리라. 한계는 그가 아니라 나에게 있었으리라. 나는 영안실에 앉아서 그런 점에 대한 깊은 회한을 느꼈다. 그걸 울었다. 그건 그와 관계맺는 방법이 아니라 내가 관계맺는 방법이리라. 여전히 빈집을 살 집으로 가꾸어 가는 작업은 진행중이다. 그는 여러 가지 빈집 리모델링 방법을 알고 있다. 그가 자기 삶을 가꾸어간 방식이 많다. 그리고 한 사람의 끝을 보면서 오히려 그의 삶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그래서 그가 옆에 생존했을 때보다 그의 책을 읽어가는 일이 더 진지해졌다.    

 

 

2. 내가 저자라면


1) 뼈대 및 목차


이 책은 회사원에서 1인기업가로 변신한 후 ‘변화경영전문가’로 10년을 살고난 뒤 스스로 타이틀을 ‘변화경영사상가’로 바꾼 후 쓴 책이다. 책의 저자소개에 그가 신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말해놓고 있다. 


지난 10년간 개인과 조직의 변하와 성장을 돕는 변화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인간과 조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변화에 대한 인류의 사유를 추적하고 연구하는 것이 필수적인 조건임을 깨닫고 인문사상가로서의 여정을 시작했다. (왼날개) 


그리고 머리말에는 그가 하필이면 인문학 책의 영역 중 신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써넣았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와 심리학자 카를 융은 인간의 내면에는 바다 속 동물처럼 수많은 정신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 정신들은, 서로 자아를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고 말한다. 이 내면의 다툼들은 ‘유치하고 기괴하고 비도덕적’이다. 신화는 가면 너머 존재하는 인간의 붉은 욕망들의 다툼을 야생의 언어로 생생하게 들려준다. 그리하여 ‘꽃처럼 피어나는 그 솔직함과 진실함 앞에 기만에 찬 우리의 삶을 돌아보며 얼굴을 붉히게’ 만든다. 만일 우리가 서로 다투는 이 원형질의 욕망들을 잘 판독하고 이해할 수만 있다면 자아에 대한 새로운 시계를 확보함으로써 건강한 자기영영의 진보가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개인의 무의식 속 원초적 욕망과 억제된 사회적 질서 사이의 깊고도 끈질긴 다툼을 새로운 차원의 인간 에너지로 만들어보려는 실험이다. 나는 이것을 신화경영이라고 불러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머릿말)


이 책은 이야기책이다. 그리스신화를 주로 다루고 있고 중간중간 다른 지역과 문화권의 신화가 나온다. 29개의 주제에 해당하는 신화가 먼저 나오고, 그걸 ‘자기경영’ 주제에 적용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간간이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감칠맛이 있다. 핵심은 29개의 인간 심리의 주제를 어디서 가져왔느냐는 거다. 모티프는 판도라상자다. 불을 훔쳐서 인간에게 갖다준 프로메테우스를 벌주기 위해 만들어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에게 하사한 여인 판도라의 상자에서 제우스가 인간사에 풀어놓은 여러 가지 것들이 나왔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고 있다. 29가지는 저자의 인간내면 탐색의 결과에서 나온 카테고리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판도라는 특정 여자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상자’라는 변용, 또는 조작적인 해석이 필요했다.


판도라는 겨우 os가 깔려 있는 에피메테우스라는 육체 덩어리 하드웨어 속에 탑재된 가지가지의 흥미로운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상징한다. (24쪽)


판도라가 없었다면 이 세상은 시간도 없고 죽음도 없는 곳, 즉 신들의 영역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당연히 인간의 삶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이 세상에 삶을 가지고 온 것은 여자였다. 그러므로 단명하여 필멸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인간들은 모두 판도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들의 선물 꾸러미인 인간 선물상자, 판도라 그 자체가 탐구되어야 한다. 판도라는 여자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삶 자체를 상징한다. (25쪽)


나는 흥미롭게 29가지 주제를 설명하는 말들을 먼저 베껴적었다. 거기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제우스가 만들어낸 인간의 한계, 악덕이 있고, 그걸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 예를 들면 시간이 생긴 후에 인간은 유한해졌지만 몰입과 황홀을 느끼는 순간이 영원과 연결된다는 식이다. 그리고 이 책은 ‘자기경영’과 끊임없이 연결되고 자기 자신을 위한 자기경영 실험이 포함되어 있다. 시간에 대해서라면 자신의 시간경영원칙에 대해 써두었다. 그런 점이 흥미롭다. 판도라의 상자를 인간의 마음상자라고 해석한 부분과, 29가지를 정리한 후 그것과 관련이 있는 그리스신화를 추려낸 부분에서 저자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소제목 문구가 매혹적이다. 


프롤로그

(1) 신화 독법에 관하여

(2) 신화 속 ‘야생의 사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1.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과 샘처럼 고이는 시간 - 크로노스

2. 애욕, 그 엉큼한 환락과 헌신하는 사랑 사이 - 아프로디테

3. 변화, 또 다른 나를 창조하는 무한 에너지 - 제우스

4. ‘아무도 아닌 자’에서 자기 이름을 찾아가는 모험 - 오디세우스

5. 자기애, 다른 사람의 눈 속에서 나를 찾아야 하는 이유 - 나르키소스

6. 배고픔, 너의 죽음으로 공양된 나 - 에리직톤

7. 분노라는 이름의 야수를 길들이는 법 - 아킬레우스

8. 혐오, 뒤집으면 엄청난 창조 에너지 - 피그말리온

9. 희망없는 일의 무수한 반복, 그 부조리를 넘어서는 힘 - 시시포스

10. 아름다움, 모든 것이 결국 너에게 굴복하나니 - 헬레네

11. 허영, 사랑하는 것을 숨기고 아껴두지 못하는 자의 비극 - 니오베

12. 거짓이 만들어내는 역설적 생산성 - 바투스 영감과 헤르메스

13. 탐욕에게 먹이른 주는 자들의 최후 - 미노스와 미다스

14. 사랑과 집착, 그 미묘한 경계 위에서 - 카밀라

15. 과도함을 덜어내는 황금률 - 메덴 아간

16. 파멸로서의 오만과 창조 에너지로서의 오만 - 마르시아스

17. 천박한 속물들에게 조소하라 - 미노스와 체세나 추기경

18. 골육상쟁의 신화가 되풀이되는 이유 - 로물루스와 레무스

19. 내가 나의 잔혹한 독재자였으니 - 팔라리스

20. 대화와 소통이 실패하는 곳을 채우는 힘, 폭력 - 아카토클레스

21. 아모르 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 오이디푸스

22. 불복종, ‘자기만의 길’을 걸어 ‘모두의 길을 터넣는 힘’ - 안티고네

23. ‘나도 모르는 나’, 그 미로 속에서 놓쳐서는 안되는 실타래 - 아리아드네

24. ‘사유 불능’, 생각없음에서 퍼져나가는 ‘일상의 악’ - 다이달로스

25. 이별, 닿는 순간 사라지는 이 미칠듯한 부재 - 오르페우스

26. 우주의 에너지를 불러들일 나만의 ‘탯줄’을 찾아서 - 앝나이오스

27. 고난, 교활함을 통찰로 발효시키는 삶의 여정 - 오디세우스

28. 복수, 필요해서 너를 사랑한 자를 믿지 마라 - 메데이아

29. 외눈과 백 개의 눈 사이, 불균형을 다스리는 통섭의 눈 - 아르고스와 폴리페모스


에필로그 :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야기로 끝나는 인간

찾아보기


2) 장점 및 보완점


첫째, 판도라의 상자를 인간마음으로 보는 시각이 신선했다.


둘째, 여러 가지의 자기경영 원칙들이 즐거웠다. 시간경영원칙, 분노경영원칙, 구라 발모제..


세째, 그리스신화 보다 그것을 가지고 적용한 것에 대한 그림들이 곁들여져 즐거움을 주었다. 자기를 창조하는 여성으로 루 살로메와 크레오파트라가 나왔다. 루 살로메가 제안했던 3자 연애의 당사자들이 찍은 사진을 올리거나 매부리코를 가진 평범한 외모를 가지고도 최고의 미녀가 될 수 있었던 크레오파트라의 조각같은 거다. 피그말리온의 갈라테이아 그림 중에서도 매력적인 그림이 선정되었다. 이 부분은 출판사의 노고일까?


넷째, 저자와 같이 갔던 시칠리아여행을 떠올리게 하는 구절이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시칠리아의 황소, 아그리젠토의 신전의 계곡, 시라쿠사 박물관의 성모영보 그림......그 여행을 전후하여 이 책들이 씌어졌나보다. 그리고 나는 1년에 한 권의 책을 쓰는 그의 저술 방식에 대해 생각해본다. 보이는 만큼, 사랑하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많은 걸 미리 공부하고 미리 사랑한 그의 여행은 나의 것과는 달랐으리라. 그리고 자신이 직접 밟아보는 여행도 공부이고, 그것에 대해 글을 쓰는 것도 공부였으리라. 읽은 것을 직접 보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방안 퉁수가 배낭을 매고 나설 수 있을까? 그러길 기대한다. 이건 책만 읽는 이들은 알 수 없는 일이리라. 그런 행운이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다섯째, 프롤로그에서 신화 독법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 신화 읽기는 난해하지 않고 재미있다는 걸 간략히 소개하고 있어 친절하다. 3년에 걸친 신화공부의 첫 번째 결실이 이 책이라고 했다. 그 다음 결실이 맺지 못하고 길이 끝난 게 아쉽다. 길은 다음 사람으로 이어지리라. 그가 책 속에서 루쉰의 책을 인용하여 말한 대로 원래 있었던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가면 길이 된 것이리라.

3) 감동적인 장절

 

284 자기를 잘 경영한다는 것은 근원적으로는 자신의 힘의 원천에 끊임없이 맞닿는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내 내면의 혈류를 타고 끊임없이 피로 흐르는 내 힘의 원천은 어디서 오는가?’ ...나에게는 변화라는 주제가 내 에너지의 젖줄이고, 내 발이 딛고 서는 땅이다. 나는 여기를 떠나지 않으리라. 이곳에서만은 나만의 깨달음 하나를 얻고 가리라.

자기중심에 굳게 서서 푸르고(green) 싱그럽게(juicy) 피어나는 삶

자기중심에 굳게 선다는 말의 의미가 바로 저것이다.

내 힘의 원천, 젖줄, 땅에 굳게 뿌리를 내려 서 있겠다는 의미

저게 새벽시간 나를 소모하는 내용이다.

일찍 못일어난다고 화내고 노력할 게 아니라 즐기면 될 일이다.

 

나는 너의 미로이니라 (니체 <디오니소스 송가>)

이게 사랑하는 이들의 말이리라.

나는 너의 미로이며, 너는 나의 미로다.

 

219 상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가장 어려운 곳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모멸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신화를 가져야 하는 이유.

 

106 철학자 니체는 사랑을 경험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사랑을 관찰하여 그것이 무엇인지를 매우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해내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평생을 철학의 감찰자로 철학하는 자들의 사유 방식을 감찰했던 인물이 바로 니체였다. 그에게 사랑이란 사랑하는 대상을 창조하는 행위였다. 진리를 사랑한다면 사랑할 만한 진리를 만들어내야 하고, 정말 친구를 사랑하려면 사랑할 만한 친구를 만들어내라는 것이다. 사랑을 원하는가? 그러면 사랑할 만한 대상을 창조하라. 이것이 그의 충고였다. 위대한 사람은 사랑할 것을 창조하는 사람이다. 사람을 찾아다니지도 사랑을 찾아다니지도 않는다. 사랑은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구걸하지 않고 스스로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기.

루 살로메의 예가 적절하다.

 

84 생명은 생명을 먹고 산다. 삶은 다른 것을 죽여 먹어야 살 수 있다. 그러므로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생명에 대한 폭력일 수 밖에 없다. 이 고뇌를 단박에 끊어버린 인물이 바로 카르티무카인 것이다.

매일 세 끼 식사를 통해 우리는 이 삶의 의식을 치른다. 육체를 가진 우리는 밥을 떠나서는 살 수 없고, 밥 속에는 그렇게 많은 눈물이 들어있다. 다른 것들의 죽음으로 공양된 우리, 우리의 삶을 위해 죽어준 것들의 희생에 책임을 져야하기에 오늘의 삶은 소중하다. 막 살 수 없다. 살아 있다는 것이 곧 삶의 기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삶이 고단하다 해서 삶에 불평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85 결국 알게 된다. 우리 삶의 목적은 세속의 성공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삶의 기쁨 으로 순간순간을 충만하게 채우는 것이며, 우리를 위해 죽어준 것들을 잊지 않고 감사하는 것이다. 식탁 위에 놓인 것들을 바라보며 키르티무카를 통하지 않고는 부처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어 기쁜 날, 식탁에 앉아 잠시 감사한다.

“너는 죽여 먹음으로써 내가 살아나는 오늘, 기쁨으로 오늘을 다시 한 번 살아보리라. 그리고 누군가의 기쁨이 되리라.”

이게 식사기도의 진정한 내용이겠구나.

이런 존재의 기반을 받아들이는 건 엄숙한 일이구나.

죽여 먹지 않기 위해서 채식을 선택하는 이가 있지. 나는 이런 식으로 하리라.

 

‘아무도 아닌 자’에서 자기 이름을 찾아가는 모험 - 오디세우스

 

판도라의 마음상자를 열고 세상으로 튀어나온 네 번째 불행은

‘자아에 대한 무지’였다. 신은 스스로 자신이 누군지 알 수 있지만

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죽고 만다.

날마다 같은 삶을 살아가지만 ‘내가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저주처럼

끔찍한 것이 있을까? 무엇이 되고, 무엇을 하다 죽으면

가장 자기다운 것인지 찾아헤매지만 결국 알지 못하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죽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정체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삶이란 결국 자신‘의 정체성, 즉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아가는

기나긴 모험인 것이다. 삶의 모험이 없는 자

아무도 아닌 자로 살 수 밖에 없다.

이 장이 참 좋다. 격한 공감

 

47 걷잡을 수 없는 욕정의 ‘엉큼한 환락’은 그것으로 끝나버리기도 하지만, 종종 그 속엣 진정한 사랑이 싹터 피어나곤 했다. 애욕이 사랑으로 승화되면서 인간은 스스로 구원하는 길을 알아내게 되었다. 시간에 갇힌 인간은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시간을 멈추게 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었다. 물리학자들은 빛의 속도로 움직일 때 시간이 멈춘다는 것을 알아냈지만, 문인들은 사랑이 절정에 이를 때 그 사랑이 시간을 멈추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멈추어라 시간아, 너 참 아름답구나’ 파우스트가 말했었다.

사랑만이 시간을 극복할 수 있다니!

 

25 판도라가 없었다면 이 세상은 시간도 없고 죽음도 없는 곳, 즉 신들의 영역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당연히 인간의 삶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이 세상에 삶을 가지고 온 것은 여자였다. 그러므로 단명하여 필멸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인간들은 모두 판도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들의 선물 꾸러미인 인간 선물상자, 판도라 그 자체가 탐구되어야 한다. 판도라는 여자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삶 자체를 상징한다.

 

3.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와 심리학자 카를 융은 인간의 내면에는 바다 속 동물처럼 수많은 정신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 정신들은, 서로 자아를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고 말한다. 이 내면의 다툼들은 ‘유치하고 기괴하고 비도덕적’이다. 신화는 가면 너머 존재하는 인간의 붉은 욕망들의 다툼을 야생의 언어로 생생하게 들려준다. 그리하여 ‘꽃처럼 피어나는 그 솔직함과 진실함 앞에 기만에 찬 우리의 삶을 돌아보며 얼굴을 붉히게’ 만든다. 만일 우리가 서로 다투는 이 원형질의 욕망들을 잘 판독하고 이해할 수만 있다면 자아에 대한 새로운 시계를 확보함으로써 건강한 자기영영의 진보가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개인의 무의식 속 원초적 욕망과 억제된 사회적 질서 사이의 깊고도 끈질긴 다툼을 새로운 차원의 인간 에너지로 만들어보려는 실험이다. 나는 이것을 신화경영이라고 불러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프롤로그보다 더 먼저 나오는 글.

이 글이 변화경영 전문가, 사상가, 시인이고자 했던 그가

하필이면 신화에 집중하게 된 이유를 알게 한다.

 

프롤로스 1 : 신화 독법에 관하여

 

10 태초에 이야기가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알 수 없는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즐거운 상상이었고, 인간이 무엇인지를 느끼기 위한 노력이었다.

 

11 그리스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추상적인 개념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의인화시켜 신이라 불렀다.

 

11 신화는 인간을 벗긴다. 아무것으로도 가려지지 않은 인간의 원시를 보여준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날것들을 신에게 뒤집어씌운 이야기다. 동시에 인간의 미덕과 통찰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신화는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이며 상징을 통해 벌거벗은 인간이 무엇인지를 들려준다.

 

12 신화를 읽을 때 우리는 그 독법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신화라는 신비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와 같다. 만일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전혀 다른 열쇠를 가지고 있다면 신화는 원시적 인간이 꾸며낸 어리석은 이야기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나의 내면에 이르는 미로인 신화를 읽을 때는 몇 가지 기초적인 독법을 이해해야 한다. 이 독법을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처럼 들고, 어두운 내면의 탐사를 시작해보자. 나는 이 방법을 위대한 신화학자이자 비교종교학자인 조셉 캠벨에게 배웠다. 최근 몇 년 동안 신화를 읽는 재미를 알게 해준 그에게 이 기회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한다.

 

첫째 신화는 은유다. ..그래서 신화는 시인 것이다.

 

둘째 신화는 자연과 우주를 반영한다. 자연과 우주가 바로 우리의 본성이다. 다만 내면에 깊이 숨겨져 있을 뿐이다. 자연은 선악을 넘어서 있다. 자연은 그 자체로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도덕적이지도 비도덕적이지도 않다. 자연은 모든 모순을 품고 있다. 그러므로 신화를 읽을 때는 선악에 갖히면 안된다.

셋째 신화는 원시적 사고가 지어낸 어리석은 미신이 아니라 갖가지 문화에 의해 왜곡되기 전 인류의 원형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의식이 억압하고 있는 무의식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 우리의 내면을 통찰하게 하는 통로다. 신화는 영적 순례이며, 산스크리트어로 길이라는 뜻을 가진 ‘마르가’라고 할 수 있다. 즉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이 바로 신화다. 꿈은 개인화된 신화이고, 신화는 인류 전체가 꾸는 공통의 꿈이다.

 

신화는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불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스스로 깨달아 부처가 되려 했느냐의 문제이며, 주일마다 교회에 나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부활한 그리스도가 자기 안에서 부활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14 모든 종교가 ‘과거를 죽이고 새롭게 태어나라’고 말하듯이, 모든 신화는 자신의 과거를 죽이고 새롭게 태어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새롭게 태어 난다’는 것이 바로 변화의 정수다. 신화는 모험을 통한 변화의 이야기다. 나의 신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나의 세계가 없는 평범한 삶에서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세계를 창조함으로써 내 안의 신의 세계를 구현해 가는 과정이다. 스스로 주도하고 고난과 맞서고, 마침내 세상에 자신의 작은 왕국 하나를 건설해 가는 이야기다. 성공과 실패가 하나의 물결처럼 서로 교환하는 것,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모별이 온 몸을 휩싸는 일에 뛰어드는 것, 모든 신화는 바로 이 무수한 모험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리하여 우리로 하여금 ‘나’를 찾아 떠나는 긴 여정을 시작하도록 부추긴다.

 

14 신은 그를 찾는 이에게는 그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고

명확히 나타나기를 원하는 반면

진심으로 피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을 감추기를 원한다.

그를 찾는 사람은 그를 알 수 있고

그를 찾지 않는 사람은 그를 알 수 없다.

‘오직 보기를 원하는 자에게는 충분한 빛이 있고

이와 반대되는 마음을 가진 자에게는 충분한 어둠이 있다.‘

(파스칼 <팡세>)

 

15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자신의 세상을 찾아가는 모험을 떠날 때, 강인한 뱃사람처럼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위험에 처해서라도 두려워하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고통을 멎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고통을 이겨낼 가슴을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기도> 중에서)

 

프롤로그 2 ; 신화 속 ‘야생의 사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16 오줌이 누고 싶어서

변소에 갔더니

해바라기가

내 자지를 볼라고 한다.

나는 안 비에 줬다. (이재흠 [내 자지] <일하는 아이들> 이오덕 엮음, 보리출판사, 104쪽)

저자의 독서범위는 얼마나 넓은가?

 

17 표준화되었고 무난해졌다. 그러나 교육이라는 거름망을 지나오는 동안 막 꽃처럼 피어나는 ‘열 살짜리 남자 아이’라는 본질을 잃고 말았다. 생명을 잃었고, 진실을 잃었고, 시를 잃었다. 해바라기가 보려고 하여 숨긴 것은 내 고추가 아니라 내 자지인 것이다.

18 신화는 고쳐지지 않는 문명의 원판이며 야생의 사유다.

 

18 신화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오래된 원시의 철학이다.

 

18 나에 체해 나를 보고 싶지 않을 때, 사람을 소화할 수 없어 구토가 일어날 때, 가까운 친구에 대한 염증으로 심장이 죄어올 때, 더 이상 사람의 육욕의 냄새를 맡고 싶지 않을 때, 인간의 내밀한 본질에 단박 다가가 그 찬란한 갈등을 보고 싶을 때 우리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신선한 야생의 사유를 필요로 한다.

 

19 기원전 8세기를 전후하여, ‘겨울에는 비참하고 여름에는 견디기 힘든 척박한 땅’에 농부의 아들이자 목동이었던 헤시오도스라는 특이한 인물이 살고 있었다. 그는 가축 떼를 몰고 헬리콘 산을 오르내리다가 무사이, 즉 학문과 예술을 관장하는 아홉 명의 여신들이 자기 몸속에 들어와 시심을 불어넣는 꿈을 꾸었다. 그 후 그는 꿈같은 상상력을 동원해 무사이가 산허리를 섬세한 발걸음으로 춤추듯 걸어 다니며, 히포크레네 샘에서 그 부드러운 살결을 씻는 모습을 한 편의 시로 그려냈다. 그는 시인이 되어 노래하고, 음악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날, 헤시오도스는 영감에 가득 차서 신들의 계보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이 가난한 시인은 호메로스 이후로 숱하게 전해 내려오는 민간 설화에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괴물이 등장하고 유혈이 낭자한 신학적 포르노에 거리낌 없이 신들이 이야기를 써넣었다.

‘제우스는’ 주어로 시작되는 문장이 많은 이 글도 (무사이의) 영감을 받아 씌어졌으리라

 

20 신에 속한 것을 인간에게 주는 것은 신성모독이다. 프로메테우스처럼 초인적 노력을 하는 개인은 필연적으로 신성모독을 범할 수 밖에 없다. ‘인간아, 너의 분수를 넘지 마라’는 명령을 어긴 것이다.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21 제우스가 보내 온 여인 판도라는 너무 아름다웠고, 에피메테우스는 너무 달아올랐기에 형의 경고를 딱 한 번만 잊어버리자고 마음 먹었다.

 

23 ‘잠깐, 마음의 상자?’ 나는 여기서 멈춘다. ‘그렇구나. 판도라의 상자 따위는 애초에 없었구나. 판도라 자신이 바로 그 상자였구나.’

 

24 ‘모든 선물을 다 받은 여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판도라는 스스로가 신의 종합선물상자였다.

 

24 판도라는 겨우 os가 깔려 있는 에피메테우스라는 육체 덩어리 하드웨어 속에 탑재된 가지가지의 흥미로운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상징한다.

 

25 판도라가 없었다면 이 세상은 시간도 없고 죽음도 없는 곳, 즉 신들의 영역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당연히 인간의 삶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이 세상에 삶을 가지고 온 것은 여자였다. 그러므로 단명하여 필멸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인간들은 모두 판도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들의 선물 꾸러미인 인간 선물상자, 판도라 그 자체가 탐구되어야 한다. 판도라는 여자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삶 자체를 상징한다.

 

25 남자가 어머니상을 버리고 천생연분의 신부를 맞이하게 됨으로써 판도라의 상자는 열리기 시작한다. 비로소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삶이라는 시련이 시작되면서 남자는 자기가 아버지와 동일하다는 사실, 즉 자기와 아버지와 동일한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의식의 증폭이며 자각이다.

여자도 그러하리라. 여자가 아버지상을 버리고 천생연분의 신랑을 맞이하게 됨으로써 판도라의 상자는 열리기 시작한다. 삶이라는 시련이 시작되면서 여자는 자기가 어머니와 동일하다는 사실, 즉 자기와 어머니가 동일한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의식의 증폭이며 자각이다.

 

26 이 책을 통해 나는 판도라라는 인간의 마음상자를 뛰쳐나간 나쁜 것들, 조직세포 하나하나가 육욕의 냄새를 신화 속에서 하나씩 채집해보려 한다.

나는 벌핀치의 그리스신화에서 판도라 부분을 찾아 읽어보았다.

이 책의 목차에 해당하는 것들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하지만 나오지 않았다. 이건 순전히 저자가 인간 안에서 탐색해낸 것들이다!! 놀라워라.

그는 경영혁신에 대해 연구하다가 자기경영으로 방향을 정해 탐구해가고 있다.

모든 변화에는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이 있다.

신화경영은 내적 변화를 위한 자기 이해의 한 방편으로 나는 이해한다.

 

26 지금 어떠한 삶 속에 있든 지 우리는 살아내야 할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 희망이 등불이 되어 우리를 이끈다. 우리를 괴롭힌 것이 우리를 낫게 하고, 우리를 타락하게 한 것이 우리를 청결하게 하고, 단명한 것이 영원으로 우리를 구원한다. 그래서 중국 선불교의 육조 혜능은 기가 막힌 명언 하나를 남겨두었다.

 

우리의 순수한 정신은 타락한 정신 속에 있다.

 

27 무수한 악덕과 불행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최선의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 자아의 발견이라는 지극히 바람직하나 너무도 두려운 탐험을 시작해보자.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과 샘처럼 고이는 시간 - 크로노스

 

판도라의 마음상자 뚜껑이 열리고

가장 먼저 튀어나와 세상을 점령한 것은 ‘시간’이다.

인간이 시간을 알게 되자, 유한해졌다.

영원히 살수 없는 필멸의 운명이 되고 말았다.

올림포스의 신들은 판도라를 통해 세상에 시간을 풀어놓음으로써

인간에게 검은 죽음을 선물했다.

따라서 삶이 시작하는 순간, 죽음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은 단명한 삶 속에서 늙어가고

이내 사라지는 비극 속에서조차

신들이 질투할 만한 삶의 방식을 찾아내려 애썼다.

끝날 수밖에 없기에 더욱 절절하고

사라지기에 더욱 아름다운 몰입과 황홀을 찾아낸 것이다.

유한하기 때문에 사랑하고 더 아름다운 몰입과 황홀을 찾아내는 거로구나!

 

31 그리스 신화는 ‘자식을 잡아먹는 아버지’라는 끔찍한 상징으로부터 시작한다. 아들은 아버지의 적이며, 아버지는 아들에게 죽어야 할 운명이라는 이야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버지는 과거를, 아들은 현재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31 이것이 바로 ‘아들이 제 아비를 죽이고 권력을 찬탈하게 될 운명’이라는 신탁이 내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31 이 그림은 ‘시간은 만물을 먹어치운다’는 시간의 유혈성을 상징한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크로노스)]

 

34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체험하느냐는 개인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르다. 연인을 만나 푹 빠져 즐기면 시간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34 불변함이란 반자연적이다. 생명을 가진 것들은 변하게 마련이다. 완벽하게 동일한 일관성을 유지하는 사람은 죽은 자들 뿐이다. (올더스 헉슬리)

 

35 ‘지금을 즐기게. 내일이란 말은 가능한 한 믿지 말고’라며 노래 부르는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송가]는 바로 카이로스의 시간 위에 인생을 설계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들이 그대와 나에게 어떤 운명을 준비해두었는 지 알려고 하지 말게

왜냐하면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니

바빌론의 점술가들처럼 그때가 언제인지 계산하려 하지 말고

무엇이 닥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게

유피테르가 그대에게 더 많은 겨울을 나게 하실지

혹은 이것이 인생의 마지막 겨울일지 알 수 없으니

지금 이 순간에도 바다의 파도는 맞은편 바위를 조금씩 닳아 없애니

그대가 현명하다면 지금 포도주를 체로 거르게.

먼 미래의 욕심을 가까운 내일의 희망으로 바꾸게나.

지금 우리가 말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시샘하여 멀리 흘러가나니

지금을 즐기게, 내일이란 말은 가능한 한 믿지 말고.

(호리티우스, [송가] 1권 11장, 카르페 디엠)

 

35 진심으로 그 순간을 즐긴 것만이 황홀한 영상으로 기억된다.

 

36 시간관리라는 오만과 왜곡에서 벗어나 ‘지금경영’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시간의 강가에 매어둔 배에서 태어난 시간 방랑자’인 우리에게 더 어울리는 삶의 태도가 아닐까 한다.

 

36 나는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라는 두 개의 시간 개념을 동시에 고려한 ‘지금경영’의 우너칙 몇 가지를 일상 속에서 활용해보고 있다.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원칙들 덕분에 전에 누릴 수 없었던 풍요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1) 하루를 빡빡하고 잡다한 일정으로 가득 채우지 않는다. 결코 바빠지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그날의 중요한 일 한두 가지로 구성되게 계획한다. 그 대신 농부가 자신이 키우는 작물에 충분한 물을 뿌려두듯이 그 일에 충분한 시간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한다. 벌과 개미처럼 온종일 바빠지지 않도록 한다. 바쁜 사람은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머슴일 뿐이다. 무엇에 시간을 충분히 쓸 것인지를 아는 사람이 시간의 주인이다.

(2) 살아 있음의 떨림을 기뻐한다. 시간을 연속된 선으로 이해하지 않고 점들로 인식한다. 그리고 각 점마다 그것으로 충분한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각 지점에서의 인생을 시처럼 살려고 애쓴다. 시는 몰입이며 황홀이다. 그 감수성으로 지금에 심취한다. 지금의 냄새를 고요히 흠향한다. 밤이 되어 헤어져야 하는 연인처럼 ‘지금’이라는 치맛자락이 하늘대며 사라지는 것을 슬퍼한다. 필멸의 현재에게 영광을 돌린다. 카르페 디엠.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직 않았으며 오직 지금만이 선물이다.

(3) 미래를 설계할 때는 10년의 시간을 거꾸로 역류시키는 것이 좋다. 10년 후 오늘을 가정한다. 그리고 바로 그날, 지난 10년을 회상해본다. 나는 이것을 ‘미래의 회고’라고 부른다. ..지난 10년간 그 순간이 있어서 내 삶이 지극히 아름다웠다라고 말할 수 있는 10개의 삶의 장면들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나는 10개의 가상 시나리로를 마치 이미 일어난 사건처럼 과거형으로 기술했다. 10개의 아름다운 내 삶의 장면들을 나는 ‘10대 풍광’이라고 불렀다.

이것 멋지다. 지금 경영

 

애욕, 그 엉큼한 환락과 헌신하는 사랑 사이 - 아프로디테

 

판도라의 마음상자를 빠져나온 두 번째 악덕은 욕정이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탐닉으로 축축이 젖어드는

‘엉큼한 환락’이며, 도저히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며, 몽유다.

그것은 어쩔 줄 모르는 ‘황홀의 맛’이지만 또한 지옥으로 가는

직통 티켓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은 이 속에서

사랑을 키워내 스스로를 구원했다.

보잘것없는 인간이 이뤄낸 가장 위대한 쾌거가 바로

생리적 용정으로부터 사랑을 캐내온 것이다.

신기한 것은 시간과 욕정이 모두

우라노스의 성기에서 태어났다는 점이다.

 

47 걷잡을 수 없는 욕정의 ‘엉큼한 환락’은 그것으로 끝나버리기도 하지만, 종종 그 속엣 진정한 사랑이 싹터 피어나곤 했다. 애욕이 사랑으로 승화되면서 인간은 스스로 구원하는 길을 알아내게 되었다. 시간에 갇힌 인간은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시간을 멈추게 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었다. 물리학자들은 빛의 속도로 움직일 때 시간이 멈춘다는 것을 알아냈지만, 문인들은 사랑이 절정에 이를 때 그 사랑이 시간을 멈추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49 그러나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들이 마음의 짐으로 느껴지며, 한숨과 시름이 깊어지는 무렵이기도 하다. 이때 남자들은 대개 세 가지 공통된 상징적 로망을 갖게 된다. 정부와 별장과 요트다. 이 세가지 욕망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갖고 싶은 것이지만 갖는 순간 골치 아파진다는 점이다. 이때를 잘 지나가 성숙해진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자기경영 비법을 가지고 있다.

사랑이란 새것이 아니다. 그것은 역경과 슬픔과 고통이라는 물로 수없이 세탁되어도 변하지 않는 천과 같은 것이다. 사랑은 또한 불길이다. 불은 태운다. 가슴을 데우기 위해 사랑을 해야지 그 사랑이 절대 집을 태우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사랑의 대상을 찾지 않는다. 그 대신 이미 함께 하는 상대방에게 새로운 사랑을 찾아낸다. 진정한 사랑은 절대로 지루하지도 평온하지도 않다. 그것은 굴곡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의 사랑도 내면에서 진화해간다. 처음에는 난롯가의 불꽃이더니 이윽고 겉을 태우는 불꽃이 되었다가 마침내 속까지 깊이 타오르는 불덩이가 된다. 그것이야말로 지켜볼 만한 굉장한 것이며 은총이다. 사랑의 방정식은 그래서 매우 특별하다.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이 아니라 무한대다. 둘에서 하나를 빼면 하나가 남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마흔 즈음 남자는 유혹의 시기를 통과해나가고 있구나. 마흔 즈음 여자도 그러한가? 쉰 즈음 여자들이 더 그러하다고 했지.

 

50 삶을 사랑하지 않는 자 불임이니, 시간에 의해 절멸될 것이다.

 

 

변화, 또 다른 나를 창조하는 무한 에너지 - 제우스

 

판도라의 상자에서 튀어나와 세상에 퍼져 인간을 괴롭히는

세 번 째 불행은 바로 변화다. 변화는 우리를 위험에 빠뜨린다.

모든 것을 뒤흔들고 바닥을 뒤집어엎어 뒤죽박죽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변화는 어제의 생각이 어긋나고

어제 권장되었던 행동이 비난받는 부조리를 우리에게 선물함으로써

우리의 평화를 위협한다. 우리는 꼭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익숙했던 과거의 탈 없던 시절을 떠남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잃고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신의 저주인 이 변화를 창조의 힘으로

변용시킴으로써 영웅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52 변신이야기, 기독교에 의해 물들지 않은 고대 서양의 인식체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책

 

54 제우스의 편력은 모험과 전쟁, 그리고 정복을 상징화한 것이다. 그가 그렇게 많은 여인들과 몸을 섞은 것은 그리스가 주변 국가들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여러 토속 종교들과 섞이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오비디우스가 신화를 하나의 개념, 즉 변신 이야기로 파악한 것은 ‘변화와 변신’을 인간 세상의 작동원리로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54 변화가 요구되는데 변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멸종된다. 반면 변신에 성공하면 영웅이 된다. 영웅이란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극복의 기술을 습득한 자들이며, 새로운 삶으로 탄생하는 데 성공한 인물들이다. 이 구도가 바로 신화의 기본적 틀이다.

 

54 영웅이란 주어진 변화에 창조적으로 변신에 성공한 인물들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 나는 언제나 이 대목에서 가슴이 뛴다. 평범한 내 속에 위대한 씨앗처럼 들어 있다는 것, 언젠가 그것이 발아할 것이라는 희망, 나는 이 창조적 변신을 믿기 때문이다.

 

56 자기를 창조해내고 연출하여 유명해진 여인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은 단연코 클레오파트라다. 남자들의 환상을 지배하고 여자들의 질투심을 자극한 거부할 수 없는 여인이 그녀인 것이다...외모는 평범했지만 현악기가 울리는 듯한 고혹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매우 영리하고 학문에 조예가 깊어 의술, 마법, 자연에 관한 책을 그녀가 직접 썼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말하자면 그녀는 교양과 학식으로 주변으 사로잡는 매력을 가진 여인이었던 것이다...죽을 때 까지 그녀는 자신을 여신으로 연출했다.

 

58 인간은 기존의 자아를 버리면 어떤 사람으로도 변신하여 살아볼 수 있다. 세상은 무대이고 우리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자기경영은 연출이다.

 

59 창조 중에 으뜸인 것은 자신을 변화시켜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버리는 것이다. 창조를 자아에 적용한 자들만이 변신에 성공한다. 변화경영의 정수는 ‘새로운 자아의 창조’에 있다. 역사가 아널드 토인비는 보다 높은 정신적 차원에 도달하는 과정을 ‘각성’과 ‘변용’으로 이해했다. 각성이란 물러남이다. 외적인 세계로부터 내적인 세계로, 대우주에서 소우주로 그 중심을 옮김으로써 세상의 절망으로부터 내면에 존재하는 평화의 영역으로 물러선다. 그리하여 새로운 정신적 차원을 획득하게 된다.

 

 

‘아무도 아닌 자’에서 자기 이름을 찾아가는 모험 - 오디세우스

 

판도라의 마음상자를 열고 세상으로 튀어나온 네 번째 불행은

‘자아에 대한 무지’였다. 신은 스스로 자신이 누군지 알 수 있지만

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죽고 만다.

날마다 같은 삶을 살아가지만 ‘내가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저주처럼

끔찍한 것이 있을까? 무엇이 되고, 무엇을 하다 죽으면

가장 자기다운 것인지 찾아헤매지만 결국 알지 못하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죽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정체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삶이란 결국 자신‘의 정체성, 즉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아가는

기나긴 모험인 것이다. 삶의 모험이 없는 자

아무도 아닌 자로 살 수 밖에 없다.

67 나는 오디세우스의 모험 중에서 이 대목을 특히 좋아한다. 이름은 날 부모로부터 받는다. 인생을 시작하는 아이에 대한 부모의 축복만이 있을 뿐, 그 이름 속에는 아직 아무런 삶도 담겨 있지 않다. 텅 빈 그릇 같다. 살아가면서 이 빈 그릇 같은 이름 속에는 가지가지의 사유와 삶의 경험이 담기게 되고, 그 이름은 비로소 그 이름이 상징하는 삶으로 내용물을 채워가기 시작한다.

 

68 만약 10년간의 모험이 없었다면 오디세우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 오디세우스가 될 수 없었으며, 그저 트로이 전쟁에 참가하여 공을 세운 조연으로 남고 말았을 것이다. 10년의 고난이 그를 영웅 오디세우스로 키워낸 것이다. 이제 ‘오디세우스’라는 이름은 ‘아무도 아닌’ 이름에서 ‘도시의 파괴자’ 라는 과도기의 이름을 거쳐, ‘귀향하는 바다의 항해자’가 되었다. 그의 이름은 기괴한 10년의 모험이라는 콘텐츠를 담아낸 상징이 되었다. 누구든 이름을 통해 상징이 된 사람만이 진짜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상징이 되지 못한 이름은 ‘아무도 아닌’ 자인 것이다.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는 삶으로밖에 보여줄 수 없다. 진자 이름을 갖게 되기 까지는 인생의 모험은 계속된다. 인생 없이는 진짜 이름도 없다. 인생이 곧 이름이다.

 

69 신과 인간의 다른 점은 신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진짜 이름을 가슴 깊숙이 품고 그 이름으로 권능을 발휘한다.

 

70 그 진짜 이름을 알아가는 과정이 삶이다. 분석심리학의 아버지 카를 융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인생은 무의식의 자기실현의 역사였다.“ 그는 정말 그 일을 하며 살았다. 조셉 캠벨 같은 신화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인생은 살아 있음의 떨림, 즉 천복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정말 그는 그렇게 살았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자서전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단순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세 가지 열정이 내 삶을 지배했다.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지식에 대한 탐구, 그리고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정말 그는 이 세 가지 열정으로 세상을 살았다.

문제는 나의 인생이다. 내 인생을 한 마디로 말하면 무엇일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의 인생은 삶을 시처럼 사는 것이다.” 나는 언젠가 나를 ‘변화경영의 시인’이라는 진짜 이름으로 부르게 되길 희망한다.

그렇다. 문제는 나의 인생이다. 나는 식물 기르는 걸 매우 좋아한다. 날마다 몇 개의 식물 앞에서 모닝페이지를 하다가 나도 저 식물들처럼 그저 피어나는 삶이길 꿈꾼다. 사랑도 자유도 내게는 관념과 의무가 될 듯 해서다. blooming like follower(철자가 가물가물), wake like trees!

 

자기애, 다른 사람의 눈 속에서 나를 찾아야 하는 이유 - 나르키소스

 

판도라의 마음 상자에서 빠져나온 다섯 번째 불행은 ‘자기애’였다.

제우스는 인간이 자신만을 생각하도록 프로그래밍 해 두었다.

인간은 늘 자신을 무엇보다 먼저 사랑함으로써

이웃을 사랑하는 법을 잊게 되었다. 자신을 너무 사랑한 탓에

이웃의 적이 되었고, 서로 저주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인간은 어느 날 다른 사람의 눈 속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남과 나 사이의 까마득한 계곡을 사랑이라는 줄다리를 타고

서로를 향해 건너는 방법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종종 그 사람을 위하여 자신을 다 바치는

놀라운 일을 해 내곤 한다.

 

74 나르키소스가 자신과의 사랑에 빠졌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는 지독한 이기주의를 상징한다. 마치 우주의 원리를 천동설로 이해하는 것과 같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착각처럼 유아적이지만 넘어서기 어려운 착시현상도 없다.

 

74 분명한 것은 나르키소스처럼 자신과의 열애에 빠져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을 대 진정한 관계란 결코 생겨날 수 없다는 것이다.

 

75 사랑은 상대방에게서 자신을 보는 것이다. 그 동일성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사랑은 시작한다. 몹시 사랑하는 상대의 눈 속에서 나를 볼 수 있을 때, 그 모습이 아름다워 스스로 도취하게 될 때 그 사랑은 서로를 높여준다. 서로의 눈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나르키소스는 호수를, 호수는 나르키소스를 못견디게 그리워할 때 냉혹한 자기애가 상대의 눈 속에서 녹아내려 사랑이 된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사람과 함께 있음으로 나 자신이 더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둘의 사랑은 온전한 것이다. 이 경이로운 자기 체험을 지혜의 원천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우리의 존재는 더 높은 곳으로 고양된다. 그러므로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는 아이러니가 진실일 수 밖에 없다.

 

76 ‘다른 사람의 눈 속에서 나를 찾아보기‘는 중요한 자기경영의 원칙이다.

 

76 다른 사람의 눈을 나를 비추는 호수로 인식하게 될 때 나와 그 사람의 경계가 없어지며, 그의 눈 속에서 참으로 아름다운 나를 보게 된다. 사랑이라는 경험이 우리를 영적 차원으로 승화시킨다. 이 때 우리는 꽃핀다. 긴 겨울이 봄이 되듯 저주가 축복이 된다.

 

 

배고픔, 너의 죽음으로 공양된 나 - 에리직톤

 

판도라의 마음상자 속을 빠져나와 세상을 떠돌며 인간을 괴롭힌

여섯 번째 저주는 배고픔이었다. 이때부터 인간은 다른 생명을 죽여

먹음으로써 살아질 수 밖에 없는 운명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손과 발, 그리고몸뚱이를 먹어치워야 하는

지독한 기아 속에서조차 가장 종교적인 정신을 키워왔다.

인간으로 하여금 가장 신적인 차원의 사유를 만들어내도록

몰아간 것은 결핍이라는 신의 저주였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결핍 속에서 기쁨을 건져냄으로써

또 한 번 올림포스의 신 제우스를 놀라게 했다.

 

84 생명은 생명을 먹고 산다. 삶은 다른 것을 죽여 먹어야 살 수 있다. 그러므로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생명에 대한 폭력일 수 밖에 없다. 이 고뇌를 단박에 끊어버린 인물이 바로 카르티무카인 것이다.

매일 세 끼 식사를 통해 우리는 이 삶의 의식을 치른다. 육체를 가진 우리는 밥을 떠나서는 살 수 없고, 밥 속에는 그렇게 많은 눈물이 들어있다. 다른 것들의 죽음으로 공양된 우리, 우리의 삶을 위해 죽어준 것들의 희생에 책임을 져야하기에 오늘의 삶은 소중하다. 막 살 수 없다. 살아 있다는 것이 곧 삶의 기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삶이 고단하다 해서 삶에 불평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85 결국 알게 된다. 우리 삶의 목적은 세속의 성공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삶의 기쁨 으로 순간순간을 충만하게 채우는 것이며, 우리를 위해 죽어준 것들을 잊지 않고 감사하는 것이다. 식탁 위에 놓인 것들을 바라보며 키르티무카를 통하지 않고는 부처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어 기쁜 날, 식탁에 앉아 잠시 감사한다.

“너는 죽여 먹음으로써 내가 살아나는 오늘, 기쁨으로 오늘을 다시 한 번 살아보리라. 그리고 누군가의 기쁨이 되리라.”

 

 

분노라는 이름의 야수를 길들이는 법 - 아킬레우스

 

분노야말로 이성을 마비시켜 관계를 망치게 하고

일을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가장 유효한 제우스의 일곱 번째 인간 공격무기다.

판도라의 상자 뚜껑도 호기심 때문이라기보다는

일상의 삶에서 오는 분노로 인해 열리는 경우가

더 많았을 것이다. 분노는 무모함에서 발화되고

폭발이 가라앉으면 어제나 후회라는

재를 남기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분노는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결국은 자신에게 되돌아와

더 큰 상처를 남긴다. 분노는 일종의 순간적 광기이므로

제압하지 못한다면 자신이 제압당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분노의 재앙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은

분노를 통제하는 방법을 터특해냄으로써

마음을 평화롭게 다스려 왔다.

 

95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전편을 통해 가장 가슴 아픈 대목 중의 하나가 바로 분노로 가득 찬 아킬레우스가 헥토르의 시신을 모독하는 장면이다.

 

95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죽인 후, 그의 명예를 존중하여 시신을 고이 트로이로 돌려주었더라면 부득이 한 곳에서 적으로 만났을지라도 인간의 영웅들은 서로 빛났을 것이다.

 

95 격노는 인성을 빼앗고 후회할 행동을 하게 한다. 더욱이 어떤 분노의 기억은 세월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세월과 함께 익어갈 뿐이다.

 

97 만일 누군가가 나를 가혹하게 대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행위이며, 그의 버릇이고 그의 성정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나의 성정이 있다. 나는 나의 성정이 훨씬 인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의 성정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99 제6계 화를 내되 잔인해지지 마라 (오마르 워싱턴에게 배운 것)

잔인해지는 경우는 인성 문제다. 못된 경우가 있다. 성질을 내면서

 

100 제10계 양수리 연못에게 배운 것

분노는 제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화해야 한다. 양수리 연목을 생각하라.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니 흐린 물웅덩이도 신비한 연못이 된다.

나도 날마다 나의 웅덩이를 정화해야겠다.

연꽃을 심어 기름으로써

날마다 물 한 바가지씩 넣음으로써

 

혐오, 뒤집으면 엄청난 창조 에너지 - 피그말리온

 

판도라의 마음상자가 열리자 슬그머니 빠져나와

세상을 지배한 여덟 번째의 악덕은 혐오였다. 그것은

모든 것 속에서 결점과 추함을 찾아내는 경사지고 비뚤어진

시선이다. 그것은 끊임없이 잘못을 찾고 결점을 들추어냄으로써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 눈을 감게 만드는 것이다.

순수한 것조차 혐오의 안경에 걸리면 더러워진다.

아름다운 것조차 혐오의 렌즈를 통해 보면

추하게 굴절되어 보인다. 그러나 인간은 종종

여기서 구토하며 물러서지만은 않는다.

결점과 잘못이 제거된 완벽에 대한 꿈을 꾸게 되면서

새로운 세상의 창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106 철학자 니체는 사랑을 경험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사랑을 관찰하여 그것이 무엇인지를 매우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해내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평생을 철학의 감찰자로 철학하는 자들의 사유 방식을 감찰했던 인물이 바로 니체였다. 그에게 사랑이란 사랑하는 대상을 창조하는 행위였다. 진리를 사랑한다면 사랑할 만한 진리를 만들어내야 하고, 정말 친구를 사랑하려면 사랑할 만한 친구를 만들어내라는 것이다. 사랑을 원하는가? 그러면 사랑할 만한 대상을 창조하라. 이것이 그의 충고였다. 위대한 사람은 사랑할 것을 창조하는 사람이다. 사람을 찾아다니지도 사랑을 찾아다니지도 않는다. 사랑은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받고자 헐떡이는 나에게 유용한 조언

 

109 루 살로메는 자신을 조탁하여 그 시대를 유혹하는 우윳빛 처녀가 되었다. ‘사랑은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니체적 사유를 스스로에게 적용한 가장 대표적인 여인 중 하나였다.

루 살로메가 그럴까? 원래 타고난 게 아니고?

 

희망없는 일의 무수한 반복, 그 부조리를 넘어서는 힘 - 시시포스

 

제우스가 판도라의 머릿 속에 심어 인간에게 보낸, 가장 교활한

아홉 번째 선물은 무익하고도 희망이 없는 일을 매일 반복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과연 이보다 더 무서운 형벌은 드물다.

세상에 퍼져 가장 많은 사람을 매일 오염시키는 그것,

낮동안 커다란 바위를 있는 힘을 다해 산꼭데기로 밀어올리지만

바위는 그 무게로 인해 굴러떨어지고, 다음날 다시 산꼭대기로

바위를 밀어올리는 짓을 반복하는 삶. 의미도 없고, 희망도 없는 일을

반복하는 인간의 삶은 본질적으로 무의미하고 부조리하다.

그러나 인간은 그 어떤 구원의 손길도 없는 상황에서

무의미를 대면하는 용기를 잃지 않을 때

스스로를 구원하는 길에 이르게 된다.

이 장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저자의 의미부여 방식이 재미가 없었나?

 

114 ‘무익하고 희망 없는 일의 반복’보다 더 무서운 형벌은 없다고 본 신들의 생각은 일리 있는 것이었다.

 

아름다움, 모든 것이 결국 너에게 굴복하나니 - 헬레네

 

제우스가 인간의 남자에게 준 가장 멋진 저주는

아름다움이라는 유혹이었다.

그것은 열 번째로 세상에 흘러나왔는데

몹시도 향기로웠다. 판도라의 마음상사 속에서 밖으로 나올 때도

오색이 영롱한 하늘거림으로 아름다움은 천천히 피어올랐다.

그리고 여인에게 깃들었다. 여인은 그 자체가 남자의 기쁨이며

고통이다. 누구도 이에 저항할 수 없다. 일견 가장 멋진 것을

인간에게 선물한 듯하지만, 바람둥이 제우스가 스스로에게 비추어

가장 확실한 남자 포획용 덫의 미끼로 검증한 것이 바로

여인의 아름다움이다. 백발백중이다. 이 유혹의 미끼를

비껴갈 수 있는 자는 아마 인간 남자를 만들어낸 프로메테우스

하나 정도일 것이다. 무뇌의 에피메테우스는 영락없다.

아름다움이야말로 치명적이다.

여자들도 잘 안다. 너무나도 잘 안다.

언젠가 나는 그에게 만은 아름다운 여인이고 싶다고 했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할 일은 온 몸에 구정물 냄새를 풍기며 상을 차리는 게 아니라

나를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지.

근데 그게 내면에만 머물고 정작 가장 즉각적인 외면에는 소홀하다.

이게 1차 서류전형이 아닐까?

 

120 무게를 잴 때는 그램을 쓰고 부피를 잴 때는 리터를 쓴다. 거리를 잴 때는 미터를 쓴다. 그럼 아름다움을 잴 때는 어떤 단위를 쓸까? 종종 학자들은 아름다움을 재는 단위는 ‘헬렌’이며, 1밀리헬렌은 ‘배 한척을 띄울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고 농담처럼 말한다.

이 농담 멋지다.

 

123 아름다움은 모든 것을 굴복시킨다.

 

124 여자는 아름다움이 깃든 집이다.

 

127 여성은 왜 악마의 문인가? 남성을 유혹하여 파괴하기 때문이다. 거친 야생의 남성은 부드러운 여성 속에서 죽는다. 예외가 없다. 그렇다면 여성은 왜 또 ‘천국의 문’인가? 파괴하여 남성들의 감각을 깨우고, 파괴 속에서 그들이 새로운 자신으로 잉태되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나를 더 나은 나로 살고 싶도록 영감을 주는 것

 

허영, 사랑하는 것을 숨기고 아껴두지 못하는 자의 비극 - 니오베

 

제우스가 판도라를 통해 이 세상에 퍼트린 재앙 중

열한 번째로 상자를 뛰쳐나온 것은 허영이다.

그 후로 사람들은 무언가 진귀한 것을 갖게 되면

그것을 과시하고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권력을 가진 자는 힘을 자랑하여 확인하고 싶었고,

돈을 가진 자는 돈의 힘을 과시하게 되었다. 좋은 집을 가진 자는

집을 과시하고, 좋은 차를 가진 자는 차를 과시했다.

성공한 자식을 가진 자는 자식을 자랑하고, 예쁜 아내를 가진 자는

아내의 목에 보석을 걸어 그 미모를 과시했다.

허영은 경박한 미인 판도라에게 딱 어울리는 빛나는 장신구다.

동시에 허영은 모든 악덕 중에서 가장 인간적인 것이기 때문에

가장 물들기 쉬우면서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속성이다.

선악을 가리지 않고 최고가 되려다 보면 종종 아끼는 것을 잃고

통곡하게 되니, 지혜로운 사람들은 소중한 것을

깊이깊이 숨기고 겸손을 알게 되었다.

 

니오베,

리디아의 왕 카다울레스 그는 세상에서 자신의 왕비가 가장 아름답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135 학식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지 말고, 배우고 익힌 것을 조용히 자신에게 들려주어 그 가치를 스스로 체험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지식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지식은 말로 자랑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선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식을 자랑하면 정신이 썩고, 학문이 잡다하면 혓바닥은 훈련되지만 행위는 빈약해진다.

 

136 물의 세 가지 자기 경영 원칙

첫째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만나면 반드시 채우고 넘는다. (유수불영과불행)

둘째 낮은 곳으로 향하는 마음 외에는 어느 것에도 복종하지 않는다.

세째 흐르는 물은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잡사에 무심하다. 오직 바다를 향한 열정 밖에는 없다.

아우라지에서 나는 들었다. 나도 물이 좋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노래를 불렀지.

지금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결혼을 했으니 아우라지 1개는 만난 듯 하다.

 

거짓이 만들어내는 역설적 생산성 - 바투스 영감과 헤르메스

 

열두 번째로 판도라의 마음상자를 빠져나온 것은 거짓말이었다.

제우스는 새에게는 부리를 주고, 호랑이에게는 발톱과 이빨을 주고

오징어에게는 먹물을 준 것처럼 인간에게는 자기 방어를 위해

거짓말하는 힘을 주었다. 그래서 사람이 궁하면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

제우스는 아무리 작은 거짓말이라도 지옥의 불길처럼 사나운 기세로

커진다는 것을 지극히 잘 알고 있었다. 바람을 피울 때마다

아내 헤라를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했고 처음 거짓말을

덮을 수 있는 더 큰 거짓말이 늘 필요하다는 것을

수없이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의 계략을 적중했다.

거짓이 세상에 퍼지자 사람들은 서로를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심지어는 자기 자신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중에는

속아도 좋으니 속이는 사람은 되지 말자는

골치 아픈 바보들도 가끔 존재한다. 더욱이 어떤 바보는

거짓을 통해 진실을 드러내는 묘한 짓을 하기도 한다.

바보에게 축복을!

 

144 히폴리토스는 온몸이 거대한 상처투성이가 되어 죽고 말았다.

 

145 구라 촉진 발모제

총칙 : 구라로 이득을 보는 거짓말은 하지 마라. 나는 장사꾼이 아니다.

-구라의 생산성을 최대한 발휘하라

-메모리는 제 것을 써라

-한 번 구라를 칠 때 그 곳에 하나의 진실을 담아야 한다.

 

탐욕에게 먹이를 주는 자들의 최후 - 미노스와 미다스

 

제우스는 판도라의 마음상자 안에 모든 것을 얻고자 하는

탐욕을 넣어두었다. 그것은 열세번째로 세상 밖에 나왔는데

인간이 갖고 싶은 것에 집착하게 만듦으로써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인간의 행복을 빼앗아갔다.

탐욕은 수많은 걱정을 불러오는 나팔이 되었다.

일체를 얻고자 욕심내지만 도리어 모든 것을 잃도록 만들었다.

이 세상은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했지만, 각자의 탐욕을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그러나 종종 어떤 용감한 인간은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쌓아두는 대신

자신의 운명과 장래를 미지의 것으로 남겨두었다.

미노스왕의 신화는 아리아드네의 이야기와 연결지어 나에게 매우 깊은 관심을 이끈다.

 

153 미노스의 탐욕은 밖으로는 모든 것을 정복해갔지만 안에 있는 소중한 모든 것들의 생명을 시들게 했다.

 

153 미노타우로스는 바로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미노스 자신의 다른 얼굴이었다. 그의 내면은 스스로 탐욕을 억제하지 못하는 걸신들린 괴물로 파멸해가고 있었다.

 

154 권력은 음식과 같다. 만들어지기까지는 신선한 재료로 요리되지만 만들어지는 순간 부패하기 시작한다.

 

159 나는 대단히 우유부단한 사람이다. 원래 타고난 기질이 그렇다. 생각이 많고 사유가 복잡하기 때문에 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선택에 약하다. 나를 위해 몇 가지 탐욕관리 한도를 정해두고 실천 강령으로 삼고 있다.

첫째, 살까말까 망설일 때는 사지 마라. 그러나 할까 말까 망설일 때는 하라.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둘째 한 달에 평균 강연 횟수를 열 번을 넘기지 마라. 일년에 책 한 권을 내지 못하면 강연도 하지 마라

셋째, 책으로 돈 벌 생각하지 마라. 시장의 눈치를 보게 되면 상인이지 작가가 아니다.

나도 대단히 우유부단한 사람이다. 그의 자기고백이 나와 딱 맞다.

그의 실천강령에 주목한다.

 

사랑과 집착, 그 미묘한 경계 위에서 - 카밀라

 

판도라의 마음 상자 속에서 열네 번째로 무언가 걸죽하고

찐득거리는 것이 기어나왔다. 뚜껑 밖으로 기어나오느라

한참을 애쓴 모양이다. 이것이 기어나와 세상에 퍼지게 되자

마치 콜타르처럼 서서히 온 가정의 카펫을 적시게 되었다.

그 후 콜타르에 발바닥이 달라붙듯이 인간은 무언가에

집착하게 되었다. 돈과 권력과 명예에 집착하거나

안락과 편안에 집착한다. 서화와 음악과 학식과 심지어

자연에까지 집착하기도 한다. 종종 가지고 있는

열 가지 장점은 잊고 한 가지 단점에 집착함으로써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기도 한다. 우리의 영혼 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몹시도 집착하는 것들이 존재하게 되었던 것이다.

어떤 집착이든 집착하는 순간 고통이 시작된다.

인간은 때로 가장 강력한 집착에 생명을 걸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자식에 대한 집착처럼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끈질기며, 가장 가여우며, 가장 숭고한 것은 없을 것이다.

 

165 하루는 집 근처 동쪽 시냇가에서 놀다가 수달 한 마리를 잡았다. 살을 발라내고 뼈는 동산에다 버렸다. 아침에 보니 그 뼈가 없어졌다. 핏자국을 따라가 보니, 뼈는 제 굴로 돌아와 새끼 다섯 마리를 안고 웅크려 앉아 있었다. 멍하니 바라보고 오랫동안 놀라워하다가 깊이 탄식하고 머뭇거렸다. 문득 속세를 버리고 출가하기로 하고, 이름을 바꾸어 혜통이라 했다. (삼국유사 [혜통이 용을 굴복시키다])

삼국유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했다.

 

167 부모가 된 다음에 나는 비로소 집착에서 벗어나 균형이 잡힌 올바른 부모의 자세는 기도일 수 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다.

기도하는 부모, 최고의 부모

 

과도함을 덜어내는 황금률 - 메덴 아간

 

제우스는 과도함과 지나침을 판도라의 상자 안에 슬그머니 넣어두었다.

그것을 넣으면서 제우스는 웃었다. 도대체 이 묘한 속성이

어떤 경우에 어떤 불행으로 인간사에 나타날지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정점까지 인간을 몰아가는 힘이 정점을 넘어서는 순간

돌연 길은 끊기고 천애의 절벽에서 인간은 끝없이 추락한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열다섯 번째로 과도함이 세상에 나오며 만든

멋진 장면이다. 전부를 취하면 전부를 잃는다.

제우스는 과도함의 끝에서 추락하는 인간을 보며 손을 내밀어

잡아줄까 그대로 둘까 늘 고민했다. 그러나 몇몇 현명한 자들은

스스로 진력을 다하되 사심을 비워 지나침을 경계하는데 성공했다.

정점에 이르러 그들은 내려가는 길을 찾아 천천히

인생 전체를 음미하고 기쁨에 차서 노래하며 노년을 보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제우스는 그들을 미워할 수 없었고

진심으로 축복해줄 수 밖에 없었다.

 

174 네메시스가 인간에게 신의 보복을 내리는 방식은 과도함을 부추겨 결국 그 과도함으로 멸망하게 하는 것이다.

 

179 나는 생각한다. 그의 현명함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있는 기둥에는 ‘메덴 아간’이라는 글귀가 씌어 있다. 솔론의 말로 전해지는데, 그 말은 ‘어떤 것에도 지나치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그의 현명함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잠언이다. 그는 그 원칙을 지켰다.

 

180 메덴 아간은 옳고 그름을 섞어 적당히 타협하여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해관계를 다루는 중요한 기준이다. 이해관계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니 양쪽의 입장과 처지를 모두 염두에 두고 존중하는 것이다. 이해관계의 극단으로 가면 서로 싸우고 죽이는 것이 되겠지만 적절히 개입하면 가운데서 중재할 수 있다. 중재가 어려운 것은 그것이 고도의 심리적인 기술이어서가 아니라 그 중재의 과정에서 사심을 갖지 않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솔론을 신뢰했던 이유는 그가 스스로의 탐욕을 자제할 수 있는 사람임을 믿었기 때문이다. 메덴 아간의 원칙을 자신에게도 적용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의 잣대는 누구에게나 공정했다.

 

파멸로서의 오만과 창조 에너지로서의 오만 - 마르시아스

 

인간의 심리에 정통한 제우스는 판도라의 마음상자 속에 넣어둘

기묘한 악덕들을 만들어내느라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 그는 오만을 판도라의 마음상자 속에 넣었다.

판도라의 마음상자에서 열여섯 번째로 세상에 나온 오만은

인간으로 하여금 모든 것을 내려다보게 하여 머리 위의 것을

보지 못하게 했다. 그는 인간들이 갖게될 일련의 마음 흐름에

주목해다. 탐욕이 집착을 만들고, 집착은 과도함을 낳고

과도함은 오만을 통해 질주한다. 그리고 파멸. 판도라의 마음상자

뚜껑이 열리면서 ‘탐욕-집착-과도함-오만-파멸’의 연쇄반응이

작동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인간들이 이 덫에 아주 쉽게 걸려들었다.

그러나 어떤 특이한 사람들은 그 참혹한 결과를 미미 예측하면서도

더할 수 없는 기쁨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신의 경지를 얻기 위해

온갖 고통을 감내하는 기이한 오만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극단적인 인간들을 놓고 제우스는 어떻게 해야 할이지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때로는 그들을 파멸시키기도 했고,

때로는 그들이 칭송받도록 허락하기도 했다.

 

192 나는 생각한다. 오만을 다스리는 자기경영의 비법은 토인비의 우상화된 오만을 경계하고 신의 영역에 닿으려는 단테의 시선을 포착하는 것이다.

오만을 경영하는 원칙

첫째, 인간은 누구나 한 분야에서만은 신의 경지에 이르는 길이 주어진 존재일 지 모른다. 이왕 살게 된 삶이니 한 가지 일은 잘해야 한다. 주목해야 할 곳은 어둡고 둔한 부분이 아니라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둘째, 특정분야에서 차별화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배우는 과정일때는 다른 사람들과 나를 수시로 비교해서는 안된다.아직 배우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대신 자신의 과거와 비교하면 오만을 경계할 수 있다. 배울 때는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

넷째 한 가지 분야 혹은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에 대한 욕망이나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193 나는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가 생각났다. 마흔 세 살이었다. 글이 무엇인지 어떻게 써야 하는 지 몰랐다. 그 후 매일 아침 날마다 글을 쓰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 나도 글을 잘 쓰게 되리라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여전히 쓰고 있고 죽을 때까지 쓸 것이며 쓰다가 조용히 순직하고 싶다.

나도 매일 아침 날마다 글을 쓰면서 살고 싶다.

 

천박한 속물들에게 조소하라 - 미노스와 체세나 추기경

 

제우스는 판도라의 마음상자 속에 비뚤어진 웃음을 담아두었다.

그것은 묘하게 굴절되어 있는 웃음, 웃음으로써

웃음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마음에 씻기지 않는 상처를

줄 수 있는 비웃음이었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열일곱 번째로

세상에 아온 비웃음은 금세 인간에게 스며들었다.

우리는 비웃음이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 지 안다.

그것이 얼마나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고, 그것이 어떻게

새로운 시도를 꺽는지도 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조소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결국 다른 사람과 같아지기 위해

무진 애를 쓰게 된다. 그러나 때때로 세상의 천박한 속물들을

조롱함으로써 통쾌한 웃음으로 복수를 시도한 사람들도 많다.

비웃음은 비웃음으로 되갚아지거나, 그저 웃음 한 번으로

가볍게 소멸된다.

이 장 뒷부분에 나오는 그의 이야기 중에 조소에 대한 게 인상깊다.

조소는 젊은 시절의 한 무드이지 않나 하는.

그러나 뛰어들고, 선택하는 자가 아름답다.

 

골육상쟁의 신화가 되풀이되는 이유 - 로물루스와 레무스

 

제우스는 자신의 역사 속에서 가장 뼈아팠던 추억을 들추어냈다.

그리고 골육상쟁의 피를 열더덟 전째 선물로 판도라의 마음상자 속에

담아두었다. 아버지 크로노스는 할아버지 우라노스의 성기를

큰 낫으로 베어버렸고, 자신은 아버지 크로노스를 폐위시켜

영원한 어둠의 감옥에 가두었다. 그가 직접 겪은 골육상쟁의

경험이었다. 권력을 얻기 위해 형제들은 힘을 합쳐야 하지만

일단 권력을 얻으면 형제들은 분열되어 싸운다.

그리고 나머지 형제들을 제거하여 혼자 권력을 독차지하려고 한다.

아비가 죽어 부를 물려받으면 그 부를 형제와 나누어 갖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가장 가까운 것이 적이 되기 쉽고 적이 되었을 때는

피붙이가 가장 잔인하다. 얻을게 없으면 서로 존경할 일이 없고

가진 것이 많으면 가장 추악한 탐욕전이 벌어진다.

제우스는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종종 인간들은

불화 속에서 화해의 방법을 찾아내고

탐욕 속에서도 형제애를 찾아내었다.

 

213 그의 위대성은 오늘날 크세노폰에 의해 ‘키루스의 교육’으로 알려진 바로 그 교육 덕분이었다. 그는 효율성을 배우기 전에 먼저 정의가 무엇인지를 배웠다...자기를 경영한다는 것은 먼저 가치를 배우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 그 행위가 자신의 가치체계에 부합하는 지를 묻는 것이다.

다행히 가치관의 척추가 서는 20대 때 이런 걸 배우는 시기가 선행했다.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새로 건축하기 좋았다.

 

내가 나의 잔혹한 독재자였으니 - 팔라리스

이 말이 참 좋다.

 

제우스는 잔혹함을 판도라의 마음상자 속에 집어넣으며

그 선명한 핏빛에 잠시 주저하였다. 거친 남자에게는 더없이 어울리지만

아름다운 여인의 마음 속에 담기기에는 지나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의외로 아주 완벽한 포인트가 되었고

수많은 저주들 가운데서도 가장 선명한 핏빛으로 빛났다.

판도라의 마음상자가 열리고

열아홉 번째로 잔혹이 세상에 퍼지게 되자

인간의 역사는 핏빛으로 변하게 되었다.

죽고 죽이고, 찌르고 찔렸다. 어디에도 구원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 속에서 격렬한 고통 때문에

탄식과 비명을 질러대지만 그 입술을 빠져나올 때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바꾸어내는 기묘한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시인들이었다. 그들이 스스로 세상을 구할 수는 없었으나

그들의 아름다운 탄식은 제우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217 인간의 폭력성과 잔혹성은 어디서 유래하는 것일까?

 

219 상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가장 어려운 곳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모멸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신화를 가져야 하는 이유.

마감친 후 이 부분을 천천히 타이핑해둘 것

 

대화와 소통이 실패하는 곳을 채우는 힘, 폭력 - 아카토클레스

 

제우스는 아레스에게 그의 거침과 우격다짐,

무식함과 저돌성, 그리고 자신만을 위하는 잔인함을 섞어

폭력을 만들게 했다. 그리고 그것을 판도라의 마음상자에

담아두었다. 상자 뚜껑이 열리고 스무 번째로

폭력이 튀어나왔다. 폭력은 거친 함성과 우레 같은

구둣발 소리를 내며 세상을 질주하게 되었다.

말로 할 수 있는 곳에서 주먹이 나가고, 약한 대상에게는

더욱 가혹하게 구는 폭력이 세상을 채우자 인간은

도처에서 피 흘리고 쓰러져 신음하게 되었으나,

승리자는 게걸스러운 웃음과 탐욕으로 밤 새워

약탈을 계속하였다. 제우스는 얼굴을 돌렸다.

무자비한 철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그도 보았다.

그러나 종종 인간들은 대화를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제우스는 놀랐다. 기특하기도 하고 제법이기도 했다.

프로메테우스의 자식들인 인간이 밉기도 했으나

연민 또한 떨쳐버리기 힘든 것임을 알았다.

아카토클레스가 누군가? 이름이 귀에 설다.

 

226 <군주론>은 거꾸로 읽어야 한다. 다스리기 위해서 읽기보다는 나를 다스리려는 자들의 속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읽을 때 훨씬 재미있다.

 

227 자기를 잘 경영하는 사람은 대중의 속성에 얽매이지 않는다.

 

227 대화는 먼저 자신과의 소통이며, 타인과의 연결이다. 나아가 세상 속의 공존이다.

 

228 대화의 법칙

1 공명

2 최소한의 개입, 그리고 최대한의 퍼포먼스

마감친 후 자세히 써둘 것

 

아모르 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 오이디푸스

 

제우스가 판도라의 마음상자에 챙겨넣어 세상에 나온

스물한 번째 악의는 운명이었다. 신은 미래를 알지만 인간은

미래를 알 수 없도록 해둔 것이다. 그래서 미래는 인간에게 늘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미래는 불안이며, 기대이며,

착각이며, 환상이며, 죽을 때까지 풀 수 없는 두려움이다.

그 사람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 신은 그것이 어떻게 전개될 지

알고 있다. 제우스는 이미 정해진 운명을 알지 못한 채,

하루살이처럼 덧없이 애쓰고 쓸데없이 좌절하고

스스로 고통스러워하거나 근거 없이 낙관하며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것은

할 일 없는 올림포스의 신들에게는 재미있는 소일거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인간은 자신의 지독한 운명을 삶으로 받아들이고

용서하며, 운명과 화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제우스도 그를 안아 그 시신을 평화 속에 거두어주었다.

 

238 프로이트에게 가장 중요한 상징이 바로 이 오이디푸스 신화이다. 오이디푸스가 알지 못하는 일, 즉 라이오스 왕의 살해자를 찾아가는 과정은 결국 ‘내가 모르는 나’를 추적하는 과정이었다. 나의 존재는 근원이면서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을 찾아나서는 것을 상징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238 진실 앞에서 이오카스테는 죽음을 선택했다. 진실을 직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내 진실을 외면해오던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두 눈을 빼어버린다. ‘내가 모르는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된 것이다.

 

238 그는 스스로 두 눈을 찌르고 추방당함으로써 그 불행을 정점으로까지 끌어올렸다. 불행의 절대적 의미를 완성했던 것이다.

 

불복종, ‘자기만의 길’을 걸어 ‘모두의 길을 터 놓는 힘’ - 안티고네

 

복종하지 않고 저항하는 인간은 밉다. 말을 안 들으니 때려주고 싶다.

실컷 때려줘도 아무도 말릴 사람이 없을 때, 저항하는 인간은

외롭고 무력하다. 그러나 신은 그 외롭고 무력한 저항이 두렵다.

제우스는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를 사슬로 묶어두었으나

형편없이 무기력해진 그가 언제나 눈 속의 티끌 같고

목에 걸린 가시 같고, 숨길에 걸린 이물질 같았다.

그가 두렵지 않았다면 인간의 여인 판도라도 만들지 않았을 것이고

머리를 쥐어짜 이 많은 악덕과 불행을 그녀의 마음상자에 담아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판도라의 마음상자에서 스물두 번째로 나온 불복종,

그것은 절대 권력자들을 분노하게 하지만 현명한 독재자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인간 중에도 프로메테우스를 닮은 자가 있었으니,

그녀는 오히려 신의 이름으로 폭력과 불의에 저항하여

제우스를 기쁘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럼으로써 신과 인간의 화해도

가능해졌다. 여자가 풀어놓은 불행은 다시 여인에 의하여

불행에 대한 저항으로 변모했다.

 

244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 법을 내리신 이는 신이 아니며, 확고한 하늘의 법을 왕의 법이 넘을 수는 없는 것이지요. 내가 신들 앞에서도 인간의 법을 어긴 죄인일 수는 없어요.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사람이 죽었는데 장례도 치뤄주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슴 아픈 일이지요. 나는 죽을 몸, 두렵지 않아요. (안티고네)

 

246 안티고네가 크레온에게 한 이 말이 그렇게 유명한 이유는 인간의 법과 신의 법, 지금의 통치를 위한 현행법과 인간의 행복을 위한 영원한 법이 괴리되는 상황에서 법의 한계와 오용에 대한 인류의 고민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247 자기혁명은 종종 사회가 인정하는 경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안티고네처럼 ‘자기만의 법칙’을 따름으로써 세상의 일반적 법칙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것은 허용범위의 일탈이다. 일탈은 대가를 요구한다. 고독이라는 벌이다. 다른 사람들이 다 가는 큰 길을 가는 대신 자신의 오솔길을 헤쳐갈 때의 두려움과 외로움이 바로 자기를 혁신하려는 사람들이 마주치게 되는 고통인 것이다. 그래서 자기혁명가는 자기 안에 자신만의 신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 신의 이름을 뭐라 부르든 신의 법칙과 자신의 법칙을 동일시 하는 것, 이것이 고독을 이기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루쉰의 글도 매력 있다.

저자가 삶으로 걸었던 길도 이제 여러 사람이 가는 길이 되리라.

 

248 영웅은 자신의 성공을 사회와 더불어 나눔으로써 자신이 걸었던 가시밭길을 다fms 사람도 걸을 수 있는 길로 만들어놓는다. 다른 사람이 걸음으로써 길이 아니었던 것이 길이 된다. 길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나도 모르는 나’, 그 미로 속에서 놓쳐서는 안되는 실타래 - 아리아드네

 

나도 모르는 나를 찾아가는 모험은 미로를 헤매는 것과 같다.

제우스는 인간을 개미처럼 미로에 집어넣고는, 이리저리 헤매는

것을 보고 즐거워했다. 길은 신기루 같다. 있는 듯하다가

돌연 끊어지고, 불안한 마음에 갔던 길을 되돌아 나오다보면

엉뚱한 곳에 이르고, 앞으로 고집스레 진군하면

아까 떠나온 곳으로 되돌아간다. 미로에 갇힌 인간은

갈 곳을 모른다. 제우스는 스물세 번째 선물로 실 한 타래를

판도라의 마음상자에 넣어두었다. 판도라의 마음상자 안에서

가장 초라한 것이다. 상자 뚜껑이 열리자 모든 것이 빠져나오고

희망만 그 안에 남아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남아 있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이 실타래다.

너무 시시해 보여 상자 안에 남아 있는지조차 몰랐던 것이다.

제우스는 판도라의 마음상자 맨 밑바닥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가장 초라한 이것을 넣어두어, 오직 아는 자만이 알게 했다.

간혹 희망과 함께 그 실타래를 잊지 않고 배낭에 집어넣어

모험을 떠나는 인간도 있었다.

 

255 일상에서 뼈를 깍는 노력없이 즐거운 변화를 가져다 주는 것으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술이고 하나는 사랑이다.

 

256 현명하구나, 아리아드네여

너는 작은 귀를 가졌으니, 너는 나의 귀를 가지고 있으니

그 안에 지혜로운 말 하나를 담아 두어라.

자기가 사랑한 것을 자기가 먼저 미워해서는 안되는 법

나는 너의 미로이니라 (니체 <디오니소스 송가>)

이게 사랑하는 이들의 몫이다.

기꺼이 그 미로를 탐험한다.

257 미로 탐험 전문가인 아리아드네야말로 사랑이 미로이고 삶이 미궁이며, 자기 스스로가 미궁임을 잘 알고 있는 현명한 여인이었다. 여기서 니체는 외친다. “아모르 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니체가 좋아질라 한다. 이런 멋진 말들을 했단 말이지

 

‘사유 불능’, 생각없음에서 퍼져나가는 ‘일상의 악’ - 다이달로스

 

제우스는 인간이 생각한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판도라에게서 제거해버렸다.

그러나 바보 멍청이들로부터 숭배를 받는 것은 재미없는 일이었다.

마치 기계의 복종같이 자발성이 없는 일이었기에 감동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인간에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주었고

선택할 수 있는 힘도 주었다. 죄를 범할 힘도 주었다.

물론 선을 행할 수 있는 사리판단도 주었다. 생각이 인간 스스로를

그러자 인간들은 생각하고 싶은 일만 생각하고

생각하기 싫은 일에서는 모든 생각을 소거해내는 자가선택을

하게 되었다. 제우스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제우스는 잠시 생각했다.

이것을 무엇이라 부르면 좋을까? 그는 이 스물네번째 선물을

‘사유의 불능’이라는 이름으로 판도라의 마음상자에 넣어두었다.

복잡하게 만들고 생각과 생각이 미칠 듯이 서로 충돌하게끔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인간들은 기어이 말썽을 일으켰으니,

옳고 그름을 따지고 그것이 정의로운가를 묻는 것에

생각을 쓰기 시작했다.

 

265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별, 닿는 순간 사라지는 이 미칠 듯한 부재 - 오르페우스

 

죽어야 할 필멸의 인간들을 슬프게 하는 것은 헤어짐이다.

그들은 죽기 전에 이미 수많은 이별을 겪게 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헤어진 연인들은 헤어지고 난 다음에야

그 이유들이 하찮은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어리석음에 후회한다. 자식들은 젖으로 키워준

흰 가슴의 엄마를 눈물로 떠나보내기도 한다.

제우스는 예쁜 봉투 속에 눈물에 젖은 이별을 담아

판도라의 마음상자 속에 넣어두었다. 판도라 상자에서

스물다섯 번째로 이별이 나와 세상에 퍼지자 인간들의 세상은

눈물 마를 날이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들은 눈물들을 모아 예술을 만들어내었고,

제우스는 그 눈물들 속에서 알 수 없는 따스함을 느꼈다.

자신도 한번 울어보려 했으나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제야 비로소 신에게는 눈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75 ‘오늘 죽을 것처럼 산다’ 나는 이것을 한 가지 정신적 공명의 원칙으로 세워두었다. 정신적 공명은 우리가 필멸의 개념을 가슴에 안고 있을 때 가장 잘 찾아온다.

 

275 나는 내 마지막 날을 유쾌하게 상상한다. 나는 그 날이 축제이기를 바란다. 가장 유쾌하고 가장 시적이고 가장 많은 음악이 흐르고 내일을 위한 아무 걱정도 없는 축제를 떠올린다. 내일 죽음을 가정할 때 오늘의 삶이 더 없이 진해진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나의 마지막날도 상상해두자.

 

우주의 에너지를 불러들일 나만의 ‘탯줄’을 찾아서 - 안타이오스

 

신에게는 배꼽이 없다. 부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의존하지 않으며, 늙지 않으며, 죽지 않는다.

이미 완성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탯줄을 가지고 있으니, 의존하는 존재이며, 늙는 존재이며

죽는 존재이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늘 자라야 한다.

제우스는 스물여섯 번째 불행으로 판도라의 마음상자 속에

탯줄을 넣어두어 인간들이 스스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종종 어떤 인간들은

죽어야 할 부모로 이어지는 탯줄을 바꾸어 우주의 에너지를

끌어오는 젖줄로 활용했다. 그들은 무한한 흡입력으로

그 기운을 빨아들였다.

 

278 신체의 어디든 땅에 접촉할 수 있는 한 그는 천하무적이었다. 어머니인 대지의 여신이 그의 에너지 원천으로서, 땅에 닿을 때마다 그는 늘 새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헤라클레스는 그가 땅에 닿을 수 없도록 높이 들어올려 허공에서 목을 졸라 죽여야 했다. 누구든 자신의 힘의 원천을 떠나면 약해진다. 안타이오스에게 힘은 땅으로부터 온다. 땅이 그의 근원이며, 태어난 곳이며, 탯줄이 발원한 곳이다.

 

279 이 아이가 심장을 다 토해내어야 이 일을 그만두겠구나.

이하에게는 시는 에너지 원천이다. 그는 시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280 아이는 매를 맞으면서도 눈물을 찍어 저도 모르게 새를 그렸다. 이것을 본 아버지가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그림공부를 허락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징에게는 그림이 땅이다. 그는 그림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그러므로 그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280 학산수에게 노래는 삶의 원천이다. 그는 노래르 떠나서는 살 수 없다.

 

284 자기를 잘 경영한다는 것은 근원적으로는 자신의 힘의 원천에 끊임없이 맞닿는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내 내면의 혈류를 타고 끊임없이 피로 흐르는 내힘의 원천은 어디서 오는가?’ ...나에게는 변화라는 주제가 내 에너지의 젖줄이고, 내 발이 딛고 서는 땅이다. 나는 여기를 떠나지 않으리라. 이곳에서만은 나만의 깨달음 하나를 얻고 가리라.

 

 

고난, 교활함을 통찰로 발효시키는 삶의 여정 - 오디세우스

 

제우스는 생각했다. 인간이란 신인지 짐승인지 영웅인지

비겁자인지 알 수 없는 것, 어쩌면 이 모든 것인 회색처럼

교활한 것들. 은빛 여우의 부드러운 털 같은 교활함이

스물일곱 번째로 판도라의 마음상자에 담기는 순간, 그것은

상자 안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선물처럼 보였다. 제우스는 자신이

전령으로 부리고 있는 막내 헤르메스의 교활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영리함 같기도 하고, 지혜로움 같기도 하고

부드러운 털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이며, 면도날 같이

위험한 위트이며, 상대의 뒷목을 예기치 않은 순간에 노리는

글고 끝이 갈라진 붉은 혀와 같았다. 그러나 누군가의 마음속에서는

오크통 속의 와인처럼 이 교활함이 깊은 성찰과 통찰력으로

익어가기도 했다. 삶이라는 발효의 과정을 거치면서

독하고 음험한 독소는 향기를 품은 깊은 맛으로 숙성해갔다.

삶은 오직 살아봐야 무엇인지 맛볼 수 있는 것.

 

290 자넨 왜 아버지의 뛰쳐나왔나?

불행을 찾기 위해서지요.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즈>)

 

복수, 필요해서 너를 사랑한 자를 믿지 마라 - 메데이아

 

복수를 나를 괴롭히고 무참하게 한 적에 대한 가장 통쾌한 보복이다.

작은 보복은 가려운 부위를 손톱을 세워 긁는 듯한

쾌감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그 시원함은 피부를 긁은 상처로

남게 되듯 보복은 보복하는 자에게 상처를 남긴다.

큰 보복은 보복하는 자의 목숨을 담보로 할 때도 있다.

복수라는 칼은 가장 짧고 날카로우며 치명적이다.

원수를 겨냥하지만 결국 자신의 심장을 찌르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길 필요가 없다. 제우스는 이 짧고 예리한 칼을 스물여덟 번 선물로

판도라의 마음상자 안에 넣어두었다. 그 칼자루가 유난히 붉다.

그러나 종종 복수를 포기하고 물러난 자들도 있다.

왜냐하면 자신의 심장에 칼을 꽂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298 마녀가 많이 등장하지 않는 그리스 신화 속에서 메데이아는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곁다리로 끼어드는 조연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주인공이 된 특별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299 신화 속에서 메데이아만큼 모든 것을 남자에게 퍼준 여인을 없을 것이다.

 

307 <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 독일 작가 크리스타 볼프

 

외눈과 백 개의 눈 사이, 불균형을 다스리는 통섭의 눈 - 아르고스와 폴리페모스

 

제우스가 마지막으로 판도라의 마음상자에 담은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나 기가 막힌 안배였다. 그는 판도라라는

신들의 종합선물상자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각자 그 자체로 좋은 미덕이라도

여러 개를 한 곳에 담아놓으면 이것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끝내 갈등을 일으키고 충돌하여 싸우게 되리라는 것을

불균형이 세상에 흘러나오게 되자 인간은 제대로 걷지 못하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무수한 가치들이 부딪히면서

서로를 주장하자 자아는 갈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게 되었다.

그러나 어떤 특별한 인간은 불균형 속에서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중용의 길을 찾아냈다. 동시에 그들은 가지가지의 갈등과

불협화음들을 통섭하여 더 높은 차원의 조화를 이루어냈으며

조화는 음악처럼 아름다웠다.

 

312 자기경영은 두 개의 시선이다. 두 개의 대극적 가치를 다 볼 수 있는 균형의 눈을 가지는 것이다.

나의 기도문. “이 입장 저 입장 폭넓게 이해하고 생각하겠습니다.”

스승님이 주신 생활화두

 

314 시선경영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자신에 대하여 절대 눈을 감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눈이 100개여서 사방팔방 보지 못하는 것이 없다 하더라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315 시선경영의 두 번째 원칙은 사물의 다양한 면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전을 갖는 훈련을 일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르고스의 힘은 다양한 시선에서 나왔다. 100개쯤 되는 다양한 시선을 가지려면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고 해서는 안된다...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문이다. 질문을 가진 사람들은 훨씬 더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

그렇구나. 이것이 사부님이 내게 달아주신 댓길이었다. 질문하면서 공부하라고 하셨다. 명심하겠습니다.

 

에필로그 :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야기로 끝나는 인간

 

320 10년 전쯤에 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주 짧은 이야기였는데 듣고 난 다음 목에 가시 같은 것이 걸린 듯했다. 그 이야기는 종종 나를 찾아왔다. 결국 나는 그 이야기 하나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된 것 같다.

 

324 세 번째 이야기는 모험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은 함께 힘을 합쳐 운명에 도전한다. 결과는 운명이 결정하지만 삶의 과정은 우리 스스로에 의해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세 번째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 일은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삶에 대한 지혜를 얻은 자들이 긴박감 속에서 선의를 가지고 협력할 때에만 생기는 기적이다. 이 기적이 바로 위대한 이야기가 된다.

 

325 운명에 맞서 모험을 떠나고 살아있는 동안 매순간을 살아 있음의 감탄으로 채우려고 애쓸 때 운명이 어떤 판결을 내리든 우리는 삶을 후회하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참으로 삶다운 삶을 매순간 즐겼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이런 모험에 대한 그리움이 있구나!

 

325 인간은 자기 안에서 신을 발견할 수 있는 동물이다. 자신의 인생으로 어떤 이야기를 쓸 것인지 고뇌하는 동물이다.

 

328 우리 안에 신이 있다. 신은 우리 안에 자신을 숨겨두었다. 인간은 신이 선물한 모든 것들을 자신 안에 담고 태어난 모순덩어리지만, 영웅적인 내면 여정을 통해 갈등과 충돌을 대통합하여 위대한 이야기를 만드는 동물이다. 그 이야기는 삶이라는 잉크로 쓰여진다. 삶만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는 위대한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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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7 23:06:54 *.58.97.136

선배님들 정말 열씸휘 책 읽으시고 리뷰하시고....

신화읽는시간...저희도 4째주에 읽고 리뷰를 해야 할 책이네요...  

저희 9기들 더 분발해야 할 듯...

변경연 식구들 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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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8 06:13:49 *.221.243.67

새롭게 출발하셨지요? 축하드립니다.^^ 응원드립니다.

저는 8기 에서 제일 못하는 사람입니다.

9기 덕분에 힘 받아서 함께 공부할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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