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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8일 23시 51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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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宇宙)는 말 그대로 집이다. 오직 그 집을 스스로 지을 때 우리는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다." - 김상봉, 서로 주체성의 이념 中


주말에 아내와 함께 건축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수업은 아니고,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집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려보고, 대략적인 설계도를 그려서, 직접 모형을 만들어 보는 과정입니다. 


저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위한 집을 짓고 싶었습니다. 현재 부모님은 예전에 살던 가정집을 수리해서 작은 식당을 하고 농사를 짓고 계십니다. 당연히 장사를 하기에도, 생활을 하기에도 이것 저것 불편한 것 투성입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고향집 뒷산 너머의 작은 과수원에 제대로 된 식당과 편한 집 한 채 지어드리고 싶었습니다.  


머리 속에 있던 생각을 이미지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즐거웠습니다. 일단 산 기슭 경사지에 집을 짓는 것이니, 무리하게 이층을 지어올리지 않고 경사를 자연스럽게 활용하여 이층 같은 일층 두채를 세웠습니다. 어느 정도 연세가 있으시니 건축에 대한 자유로운 발상보다는 일상 생활의 편안함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집의 외형도 현대식 건축이긴 하지만 옛날 초당 - 주막과 안채 같은 - 의 따뜻한 느낌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제한된 시간과 부족한 손재주 때문에 한계가 많았지만 1:50의 축적의 작은 집이 어느 정도 그 꼴을 갖춰갑니다. 창문을 들여다보며 - 비록 상상 속의 공간이긴 하지만 - 직접 걸으며 불편함이 없는지 살펴보기도 합니다. ‘주방은 햇살을 끌어들일 창이 좀 더 필요하겠구나‘, ‘여기 복도는 공간이 좁아 동선이 엉킬 수도 있겠구나’, ‘이 곳은 처마가 없어 손님들이 비에 젖을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부족한 점 투성이인 공간을 여기저기 거닐어봅니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3기 연구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대낮부터 모여 서로 가져온 음식을 나누고, 와인을 마시고,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저는 한 이틀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피곤한 탓이었는지, 신이 나서 실컷 마신 낮술 탓이었는지 혼자 취해 잠들었습니다. 테이블에 엎드려서 잠을 자면서 이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에 직장에 매여있지 않고 헤매다닐 수 있는 것도 행복이다. 또 이렇게 만나면 행복한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도 큰 기쁨이다. 그런데 시간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구나. 이제 나의 집을 지어야 겠다.이렇게 때로 좋은 시간이 머물고, 따뜻한 사람 냄새가 깃들고, 해가 지고, 별이 뜨는 아름다운 공간 하나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마음은 조급한데, 잠 속에서도 눈꺼풀은 무겁고, 웃음은 자꾸 실실 배어 나오고, 동료들의 이야기 소리는 더욱 더 멀어집니다. 이제 이 잠에서 깨어나면 작은 집 한채 지어야겠습니다. 살아가는 한 제 방황도 계속 될테지만, 그래도 이제 머리 속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부딪혀야겠습니다. 난데 없는 결론이지만 일단 집을 지으려면 돈이 필요하겠네요. 그래요. 돈도 조금 벌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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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0, 2013 *.123.110.17

오. 훌륭한데요. 디테일이 살아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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