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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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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4일 07시 08분 등록

봄봄봄.jpg

<2013.4 남산>

 

지난 겨울.  

민호와 동네 산책을 할 때였습니다. 우리끼리의 표현을 쓰자면 모험을 떠난거랍니다.

산책을 갈때면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민호야 모험을 떠나자"

  "그래, 우린 티티 토토 탐험대니까"

 

그렇게 시작된 산책 도중에 작은 숲을 만났습니다.

바닥엔 낙엽이 쌓여 있고 검은 나무의 가지들이 훤히 보였습니다.

 

  "아빠, 나무는 어떻게 나무가 되는거야?"

  "나무는 그냥 나무지. 그게 무슨 소리야"
난 민호의 말을 잘 못알아 들을 때가 많습니다.

민호가 쓰는 단어들의 의미를 내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귀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왜 자기의 말을 못알아 듣냐며 짜증스런 말투로 민호가 대답합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잎이나고 꽃이 피냐고"

그제야 민호에게는 잎이 있는 나무가 진짜 나무를 뜻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 그 얘기구나. 겨울엔 죽은 듯이 가만히 있다가, 땅이 녹으면 물을 끌어올려서 잎을 만드는 거야.

그리고 그 잎이 햇빛을 받아서 꽃도피고 열매도 맺으면서 나무가 자라는 거야"

  "그래? 그럼 지금은 죽은거야?"

  "아니, 살아 있지"

  "어떻게 알아?"

  "봄이 되어 잎이 피면 너도 알게 될꺼야"

 

민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보지 않으면 믿을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이지요.

 

그리고 당연히 봄이 왔습니다.

산천이 연두빛으로 물들 때 민호에게 이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었습니다.

  "나도 원래 알고 있었어. 죽은 것 같이 보였지만 살아있었잖아"

정말 알고 있었을까요?

요새 거짓말을 살살 해서 알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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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4, 2013 *.97.72.143

민호의 질문은 정당하고 대충 답해버리며 얼버무리는 어른 들의 못된 습관이 때로 더 문제이기도 하지요.

아이의 질문에 확실히 답해 주려면 다시 찾아봐야 하고 일목요연하며 타당하게 설명해 주어야 하는데 그게 귀찮을 때가 많지요.

그래서 대강 "크면 다 알게 돼"하고 자신도 건너 뛰어버리며 아이까지도 대충 넘어가 건너 뛰어버리게 만들어 버리고,

한 번의 질문에도 혜안이 열린 답변에도 그저 대충 떼어버린 통에 아이는 물론 자신도 여전한 혼돈 속에 살아가게 하는 때가 제법 많은 것 같기도 해요.

(나만 그런가? 내 이야기인가? 그래요. 바로 내 이야기네요.^^ ㅋㅋㅋ)

아이를 기르며 느끼게 되고 공감하게 되는 글이군요. 때때로 '아, 하는 일깨움'이 되도록 하는 스승이 바로 아이들이기도 하지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하는 시인의 말과도 같이.

 

누구보다 내 아이 민호에게 좋은 선물이 되겠네요. 한 사람을 무찌르는 진실한 글이 여러 사람들에게도 울림이 있지요.

사진으로 펼쳐지는 5월의 싱그러운 실록 속을 파고들다가 댓글 남기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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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5, 2013 *.37.122.77

오~ 써니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댖글로 뵈니 새롭고 반갑네요~

민호와 마주보며 이야기한 것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두고두고 생각해보며 저에게도 아이에게도(?^^) 깊이있는 성찰을 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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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8, 2013 *.10.141.41

참 멋진 아버지에 멋진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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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 2013 *.138.53.28

너무 멋진 모습만 보여드리는 건 아닌지 싶어 부끄럽네요.

유치하고 민망한 모습도 많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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