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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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6일 00시 22분 등록

우린 누군가의 마음을 다만 짐작할 뿐,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물며 돌아가신 분의 의중이야 말해 무엇하랴. 그러니 이 글과 이미지는 일종의 픽션이자 어림짐작이다. 어쩌면 또 하나의 오해일지도 모른다. 


***


사부님께서 위독하단 소식을 접하고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뵌 뒤부터, 나는 그 분의 책을 뒤적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떠남과 만남’, 그리고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이었다. 그러나 사실 어디든 상관없었다. 무작정 책장을 넘겼다. 무엇을 찾아 헤매였던 것일까. 글을 읽으며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하염없이 멈춰서 있기도 했고, 때로 감탄하기도 했으며, 다시금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나는 그 분처럼 자신의 글과 삶을 일치시키려 노력하셨던 분을 알지 못한다. 그 분께선 ‘별이 되는 꿈’을 꾸셨고, ‘한 편의 시와 같은 삶’을 살고자 하셨다. 아마도 그렇게 아름다운 꿈을 꾸며 힘껏 살다 가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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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별이 되는 꿈 


“모든 여행자가 영웅은 아니다. 대개는 필부에 지나지 않는다. 필부는 ‘일상에 매여 사는 사람’이다. 일상에 매여 살고 일상 속에서 울고 웃고 한다. (...) 내가 필부라는 것을 내 아내도 알고 있고 내 딸들도 알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상의 어느 위대한 사람보다도 그들에게는 내가 훨씬 중요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인간은 별과 같다. 수없이 많지만 하나하나가 모두 작은 우주다.


인간이 별이라는 생각은 필부와 영웅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게 해준다. 신의 세계는 인간이 잊고 있는 부분이듯이, 영웅의 세계는 필부가 잊고 있는 세계다. 이 두 세계는 차이가 있지만 우리가 별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동질성을 얻게 된다. 우리는 60억 인구 중의 한 개체에 불과하다. 그러나 하나하나는 모두 밤하늘의 별이다.” - ‘떠남과 만남’ 중   


Q. 구본형 소장님의 변화의 끝에는 뭐가 있나요?(웃음) 선생님의 큰 꿈이라면요?


A. 별이 되는 거죠. 한 인간으로 육체를 가지고 단명한 삶을 사는데 그 이전에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봐요. 아마 우리는 우주적 에너지의 변형이었을 거에요. 별 같은 거죠. 잠깐의 여행을 마치고 무수한 별 중의 하나가 될 겁니다. 내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고 잠깐 여기에 별 하나로 왔다면 그만한 나의 역할이 있겠죠. 그걸 찾는 게 숙제고요. 그걸 찾게 되면, 여기에서 내 삶은 꽤 괜찮은 게 될 겁니다. 


- 채널 예스 ‘신화 읽는 시간’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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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와 같은 삶 


“내가 만일 다시 젊음으로 되돌아간다면,
겨우 시키는 일을 하며 늙지는 않을 것이니
아침에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
천둥처럼 내 자신에게 놀라워하리라


신(神)은 깊은 곳에 나를 숨겨 두었으니
헤매며 나를 찾을 수 밖에
그러나 신도 들킬 때가 있어
신이 감추어 둔 나를 찾는 날 나는 승리하리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것이 가장 훌륭한 질문이니
하늘에 묻고 세상에게 묻고 가슴에 물어 길을 찾으면
억지로 일하지 않을 자유를 평생 얻게 되나니


길이 보이거든 사자의 입속으로 머리를 처넣듯
용감하게 그 길로 돌진하여 의심을 깨뜨리고
길이 안보이거든 조용히 주어진 일을 할 뿐
신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놓든 그곳이 바로 내가 있어야 할 곳


위대함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며
무엇을 하든 그것에 사랑을 쏟는 것이니
내 길을 찾기 전에 한참을 기다려야할 지도 모른다
천 번의 헛된 시도를 하게 되더라도 천 한 번의 용기로 맞서리니


그리하여 내 가슴의 땅 가장 단단한 곳에 기둥을 박아
평생 쓰러지지 않는 집을 짓고,
지금 살아있음에 눈물로 매순간 감사하나니
이 떨림들이 고여 삶이 되는 것


아, 그때 나는 꿈을 이루게 되리니
인생은 시(詩)와 같은 것
낮에도 꿈을 꾸는 자는 시처럼 살게 되리니
인생은 꿈으로 지어진 한 편의 시”


- ‘미치지 못해 미칠 것 같은 젊음’의 서문 중


“언젠가 나는 내 명함에 '변화경영의 시인' 이라고 적어두려고 한다. 언제인지는 모른다. 어쩌면 그 이름은 내 묘비명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내 삶이 무수한 공명과 울림을 가진 한 편의 시이기를 바란다. 오후 두세시의 태양이 푸른 하늘을 가로질러 가는 동안, 나는 다시 올 수 없는 지금 내가 해야 할 가장 기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중


그래, 그 분은 꿈꾸셨다. 오늘보다 더 나아지려는 사람들을 도와 모두가 별이 되는 꿈. 그리고 한 편의 시와 같은 삶을 살고자 하셨다. 이제 나는 그 분의 꿈과 삶 사이, 크리에이티브 살롱 9를 놓아보려 한다. 



***


2012년 8월, 일본에서 돌아온 직후, 나는 카페 운영팀에 참가하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는 왜 여기에 참가하게 되었을까?” 이유는 하나이다. 그 분이 그린 ‘공간에 대한 꿈’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3. 즐거운 싸롱


“꽃들의 얼굴을 하나씩 쳐다 볼 수 있는 물 주는 시간에 느닷없이 찾아와 며칠 째 사라지지 않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숲 속에 아주 작은 스터디 카페 Study Cafe를 하나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 나는 이 카페이름은 'Study Cafe, The Road Less Traveled' 이라고 붙이면 어떨까 생각하다 웃고 말았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 시에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에서 따 온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노란 나뭇잎 숲 속으로 두 갈래 길이 나 있었지요....

나는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택했답니다

그 후 내 인생은 모두 달라졌지요

  

나도 그래요.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선택했고, 그 후 그 길이 내 길임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자신의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모여 더 좋은 사람들을 만들어 내는 즐거운 싸롱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2012년 6월 29일 ‘마음을 나누는 편지’ 중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돈과 정성을 모으고 갖은 우여곡절을 거친 뒤, 2012년 12월 크리에이티브 살롱 9를 오픈했다. 그러나 ‘카페의 사활을 책임지시겠다던’ 사부님께선 다시 카페로 돌아오지 못하셨고, 그 분이 그토록 편찮으신지도 몰랐던 하찮은 제자는 이렇게 투정했다.  


“사부님께서는 직접 참여하지도 않으시면서, 대체 왜 이런 비즈니스 공간을 만드신 걸까?” 


사실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니, 지쳤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카페의 운영 구조는 끊임없이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하는 듯 했고, 일은 지척에 널려 있었으나 손에 잡히지 않았다. 매월 적자가 나는 구조 속에서 운영팀들은 의기소침해졌고, ‘1인 지식기업가를 위한 베이스 캠프’가 되길 바랬으나 정작 다 합쳐 월급 400만원으로는 운영팀조차 ‘스스로를 고용하는 자’가 되지 못했다. 


솔직히 그만두고 싶었다. 카페를 오픈한 것만으로도 자신의 일을 다 했다고 스스로에게 합리화시켰고, 그래서 6월까지만 도울 생각이었다. 4월 전에는 그랬다. 그런 마음이었다. 그러다 언젠가 사부님께서 그리신 본인의 10대 풍광에서 다음 글을 만났다. 


#4. 사무사 (思無邪)


“내가 나를 좋아 한 첫 번째 까닭은 조화로운 균형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며, 자연히 세속의 지혜를 얻었다. 세속의 지혜는 돈과 권력과 지식의 힘으로 적당히 그 끈을 당기고 풀어주며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정치적 행동이 현명하다고 말해 주었다. 그것이 경영의 지혜인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그 세속의 지혜를 거부하고 인간의 진지하고 순수한 마음만을 믿고 그 마음의 음성에 따라 행동하려고 했다. 사무사(思無邪), 이것이 바로 시인의 마음이다. 사람에게 길을 묻는 마음이 경영이라면 하늘에게 그 길을 묻는 마음은 바로 시인 것이다. 때때로 이 둘이 일치하여 한 사람으로서 내게 주어진 하늘의 뜻을 ‘바로 지금 여기’에 구현하게 되었을 때, 이 땅 위에서 내게 주어진 소명을 마치게 되는 것이다.” - 세상에서의 마지막 강연 中


물론 나는 돈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라 감히 사사로움이 없는 시인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 분 또한 돈이 우선인 비즈니스의 세계와 시의 마음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셨고, 현실과 꿈 사이에 놓여있는 모순의 결과물이 바로 이 카페임을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살아남아야겠다. 돈이 우선이 치열한 시장 속에서. 그럼에도 시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다. 아마도 시작했으니 책임을 나누겠다는 마음 반, 이 곳에서 정작 하고 싶었던 일은 아무 것도 못해봤다는 분한 마음 반으로 크리에이티브 살롱. 9의 다음을 그려본다. 


지난 11월 30일 오픈 파티를 다녀가신 사부님은 ‘크리에이티브 살롱 9를 열며’란 글에서 아래와 같이 적으셨다.


#5. 인접 가능성


“나는 10년 가까이 사람들을 모아왔다. 모았다기보다는 모여드는 사람들을 한 곳에 머물게 했다. 그들은 서로 알게 되었고, 손을 잡기 시작했고, 안아주기 시작했고, 어색하지만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모여든 사람들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모두 '창조적인 부적응자'였다.  그들은 미래의 중심이 되려는 변방이고  새로운 변화를 위한 가장자리의 가능태다. 그들은 화학반응을 통해 새로운 분자반응을 기대하는 불안정한 자들이고, 자기 안에 미래를 품고 있는 자들이고, 새로운 잠재태로 진화하려고 애를 쓰는 자들이다. 그동안 네트워크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서로 충돌하고 몸을 기대고 정신을 나눌 수 있는 인접 가능성(adjacent possible)이 높지 못했다. 삶이 육체를 떠날 수 없듯이 만남 역시 얼굴을 보고 웃음을 나누고 손을 잡고 포옹하는 몸의 조우를 높여줄 때 창조적 진화가 가능할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살롱 9는 몸의 조우를 높여 정신적인 창조적 반응이 생성될 수 있는 인접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이것이 이 공간의 의미다.”


그 분의 말씀처럼 크리에이티브 살롱 9란 공간의 존재 이유는 창조적 반응이 생성될 수 있는 인접 가능성을 높여주는데 있다. 그러나 돌아보면 이 곳은 또 하나의 상업 공간이었을 뿐 서로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공간으로 진화하지는 못했다. 창조와 혁신이 넘쳐나는 열린 공간이 되고자 했으나 비즈니스와 운영이라는 틀에 가로막혀 자유롭지 못했다. 운영자는 판매자가 되고, 변경연의 가족들은 소비자가 되었다. 그 보이지 않는 경계만큼 넘기 힘든 벽이 있었다.


#6. 내 사랑하는 그대들


“이곳이 소중한 이유는 바로 그대에게 있다. 강좌와 프로그램은 그 만남을 위한 놀이의 한 형태에 불과하다. 그런 것들은 다른 곳에도 많다. 크리에이티브 살롱 9의 혁신의 힘은 사람에게 있다. 여기서 그대들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면 진화의 가망이 없다. 한때 절박하고 절실하여 가슴을 뜯고 머리를 박으며 변경연 찾아 왔던 일을 기억하라. 그 첫사랑을 버리지 마라. 끝까지 가지 못하면 사랑이 아니며, 사랑이라 불릴 수 없다. 그 신선한 충돌과 새로운 결합이 없이 어떤 생의 분자반응도 생기지 못할 것이다.”

 

사부님께선 오픈 파티가 있던 날 방명록에 이렇게 적으셨다. “자유롭고 아름다운 사람들 내 사랑하는 그대들.” 그리고 글을 통해 이렇게 당부하셨다. “이들의 힘으로 이제 시작되었으니 앞으로 그대들 모두는 힘과 재주를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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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공간의 혁신의 힘은 사람에게 달려 있고, 카페의 성공 가능성은 더 많은 변경연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실험하고 다양한 놀이로 넘쳐나게 하는 데 있다. 우리는 왜 이 곳, 변경연에 왔던 것일까? 누구는 사부님의 행복한 삶이 부러워서, 또 누군가는 그 분의 나직한 음성에 끌려서 일수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이 품고 있는 마음의 공통분모는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지금은 조직에 묶여 있거나 초라한 백수이지만 언젠가는 나도 그 분처럼 ‘스스로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자유인’이 되리라. 

그렇게 ‘자유롭고 행복한 1인 기업가’가 되리라.’


아직 더위가 채 가시지 않았던 작년 9월 초, 운영진들이 지향하는 컨셉과 실제 운영 사이에서 흔들려 사부님을 뵌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분의 생각은 흔들림이 없으셨다. 그 분은 이 곳이 ‘1인 지식 기업가를 위한 사관학교’가 되길, ‘스스로 고용하고자 하는 자’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베이스 캠프가 되길 원하셨다. 마음 편지에 쓰셨듯이 ‘자신의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모여 더 좋은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즐거운 살롱’이 되길 원하셨다. 


아마 모두가 하나 둘씩 마음을 모으고 정성을 다하고 있으니 그리 될 것이다. 그리고 나도 부족하지만 힘과 재주를 보탤 것이다. 모두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창조적 놀이터이자, 피와 살이 튀는 비즈니스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1인 지식기업가들을 키우는 플랫폼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선 현재 상황에서 몇가지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오프라인에서 공유하기로 한다. 너무 길어진 이 글에서 끝으로 크리에이티브 살롱 9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아이디어를 더해본다. 현재 카페에서 사용하고 있는 로고와 슬로건은 아래와 같다. 


logo(기존).jpg


전체적으로 단정한 맛은 있지만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공간의 느낌을 담아내기엔 부족한 듯 하다. 많은 이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어느정도 타협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리고 슬로건으로 가져간 ‘1인 지식기업가를 위한 열린 작업실 + 북카페’는 ‘open studio’란 공간의 컨셉에 대한 개인적 욕심 때문이었으나, 현재 카페에서 구현된 공간적인 측면이나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불필요한 듯 보인다. 그래서 여기에서 ‘open studio & book cafe’를 떼어내고, 별과 시(꽃)를 더해보았다.


star + flower.jpg


cs9(new).jpg


그리고 계절이 변화하듯 다양한 색을 추가해보았다. 


cs9(new)_2.jpg


컬러는 더욱 다듬어야 할 것이나, 굳이 규정하지 않고 각자 좋아하는 색깔을 만들어 써도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슬로건이다. 작년 카페 오픈 설명회에서 다음과 같은 러프한 아이덴티티를 제안한 적이 있다. 


open.jpg


‘그대의 꽃도 피리라’라는 워딩을 카페의 슬로건으로 쓰고 싶었으나 어딘가 많이 쓰인 듯 하기도 하고, 조금 복고적인 느낌이 나기도 해서 제외했다. 그러나 그 의미를 함축한 다른 워딩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계속 해왔다. 


나는 이 공간이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이고, 인문학과 비즈니스가 만나고, 창조성과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혁신적인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저 먼 바다를 향한 새로운 항해가 시작되고 가슴 뛰는 모험이 널려 있는 항구와도 같이 생명력으로 출렁이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아이데이션을 하다 다음 장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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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가 베아트리체를 처음 본 순간, 다시 만나게 된 순간, 그렇게 사랑이 시작된 순간. 단테는 그 젊은 열 여덟 살부터 사랑에 빠진 기쁨과 슬픔을 소네트로 담아 ‘새로운 인생(La Vita Nuova)‘이란 책을 썼다. 그 책은 이런 유명한 구절로 시작된다. “여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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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크리에이티브 살롱 9가 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곳이었으면 한다. 또 하나의 새로운 인생이 잉태되는 곳,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이 넘쳐나는 곳이었으면 한다. 시작은 언제나 사랑이다. 한 때 왜 모두 한낱 사랑 타령일까, 투덜댄 적도 있지만 이제 조금 알 것도 같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손익 계산과 이해 타산에서 나오지 않는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바로 사랑에서 시작된다. 


 “산다는 것은 약간 우물쭈물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망설이는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음이며 미련이며 우유부단함이다. 그러고는 나중에 그것을 후회하고 그것이 차마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 떠남과 만남 중


그 분께서도 말씀하셨듯 산다는 것은 우물쭈물하고 망설이는 것이지만, 때로 사랑처럼 우리에게 무언가가 다가오면 사자의 입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 듯 겁없이 달려나가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때 아마도 세상의 지축은 조금 흔들리는 것일게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풍광이 환하게 열리고, 비로소 인생은 시가 되는 것이리라.  


사족인 듯 하나, 덧붙인다. 사부님의 새로운 인생은 바로 '내 사랑하는 그대들'에게서 다시 시작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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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6, 2013 *.97.72.143

아마도 별들도 해체와 형성의 길을 걸은 적 있겠지?

저마다의 별에게 각각의 제 몫의 일생이 있듯이 인간의 땅도 우주의 생사소멸과 다르지 않겠지?

떠남과 만남, 낯선 곳에서의 아침, 익숙한 것과의 결별, 마흔 세살에 다시 시작하여야 했을 지도 몰라.

별은 무엇에게 구했을까? 별들에게 물어봐야겠지??

 

제 각각 형형색색의 꽃 같은 별의 모습이 아름답네.

그 중에 하나가 그대, 또 나, 그리고 우리이겠지.

무질서 속의 조화, 졀제함 속의 자유

그래, 그걸 사랑하자.

 

오래 마음으로 굳게 버티어 서며

그렇게 가자.

놓아 줄 것 놓아주고 가야할 길 가고 멀어질 거 멀어져 가면서

다시 모이고 흩어지고 자유하고 고뇌하면서

 

아, 나는 이 아침

가장 불완전하고 불가사의한

변경 지대의

한 자락이로세. 기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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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6, 2013 *.30.254.29

별과 시와 사랑..

 

아름다운 이미지...

깊은 글...

 

정말 최고의 작품입니다.

 

온마음으로

박수를 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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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6, 2013 *.119.12.40

우성이 형


늘 따뜻한 격려 감사합니다.


제가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니 

힘껏 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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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6, 2013 *.97.72.143

도윤아, 용기를 낸 거니?

네 글이 1/3 정도 올라왔을 때 내가 클릭을 한 거였네?

 

아깐, 분명 2. 시와 같은 삶 부분까지 밖에는 없었는데...

붙이기 중이었나?

아무렴 어때?

 

네 고뇌가 사랑이란 걸 알겠다. 창작의 댓가를 넘어선.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하지. 서로 제 각각 제 입장을 우선하고 중요시하면서

그게 자연스러운 순리일지도 모르지.

 

사부님께로부터 나온 것이기는 하나

너의 외침으로 들으니 또 다른 울림이 전해지네?

받아 먹는 자의 의미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으니

 

그거 아니?

어제 종일 정화가 외친 말이기도 해.

 

그 때 그 곳에 함께하게 되는 이유는

우주가 그렇게 설정을 해놓았기 때문에 거스를 수 없이

그곳 있는(임한) 사람의 몫이 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

 

메롱이다!

ㅋ!ㅋㅋ! ㅋㅋㅋ!!!                                 

좋다! 그대 사랑이 더운 눈물처럼 따스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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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6, 2013 *.119.12.40

어제 낮술을 마시고, 사부님 유품 경매를 참가한 뒤 

들뜬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더니

머리 속이 캄캄해서 1/3만 올리고 잠이 들었습니다. ;;


선이 누나.


위 댓글의 '꽃 같은 별'이란 말이 마음에 드네요.

아마도 저는 그 '꽃 같은 별'을 형상화해보고 싶었나봅니다. 


그리고 책임도 못지는 영훈이형 전화 받지 말고, 

허리 잘 챙기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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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6, 2013 *.169.188.35

나는 누군가의 마음을 다만 짐작할 뿐, 정확히 알지 못한다.

또 나는 나의 마음을 다만 짐작할 뿐, 정확히 알지 못한다.

 

=

 

업데이트 전에 읽고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답글을 적었다가 그만두었지요.

전체를 보고 난 느낌이 다르다는 것은 그럼 먼저 글을 읽고 느꼈던 것이 또 하나의 오해였다는 것을 말해 줄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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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8, 2013 *.119.171.134

우린 늘 오해하면서 사나봅니다. 

때론 그게 맞다고 굳게 믿으면서,

때론 또 쉴새없이 흔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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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6, 2013 *.50.146.190

이곳엔 멋진 사람들이 넘쳐서.. 나를 쪼그라들게 한다. 

에잇!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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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8, 2013 *.119.171.134

미영 누나가 참여해줘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모두 그럴 거예요. 

 

나도 에잇! 좋아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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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7, 2013 *.232.1.223

뭘까.. 이 글을 읽는 느낌은...

멋진 것도 멋진 거지만 오랜만에 공감되는 글에 대한 반가움 같은..

나도 에잇!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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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8, 2013 *.119.171.134

비록 사부님의 인용문이 반 이상이긴 하지만 ;;


그럼에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말은

편집자(?)에게 큰 위안이자 칭찬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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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7, 2013 *.11.178.163

댓글을 부르는 글이군. ㅋㅋㅋ. 


선배 멋있다. 


연구원 과정을 마치고, 내 책과 홀로 씨름하기 시작하면서 읽었던 책들 중 하나가 단테의 <새로운 인생>이었는데. 

나도 그 때 '여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도다' 이 문구가 참 맘에 들었었는데. 새로운 BI 완전 맘에 드네용.ㅋㅋㅋ. 


나도. 에잇! 좋아라! 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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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8, 2013 *.119.171.134

나는 늘 투덜대지만 한 발 빠져 있는 입장이고,

카페를 지키는 선형 누나와 미나 네 고생이 많다.


그래도 늘 밝은 얼굴이니 참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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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8, 2013 *.131.123.182
음, 왜 이렇게 멋진거얍!

네가 전에 술먹었단 핑계로 잠 못못잔거 우리 만난날 테이블에 업드려 잘 때 알아봤다. 너 살롱9를 아주 사랑하는구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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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2, 2013 *.65.99.217

정화누나는 날이 갈수록 예술가가 되어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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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8, 2013 *.104.94.47

 캬~~

정말 멋진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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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2, 2013 *.65.99.217

멋지기로 친다면

홍정길 님의 그림을 따라갈 수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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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 2013 *.138.53.28

살롱 운영팀을 하면서 많은 고민이 있으셨군요.

아주 깊은 우물 속을 헤멘듯한 고민.

그곳에서 건져낸 별과 꽃, 그리고 '새로운 인생'이 참 아름답습니다.

여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도다~!

뭔가 동기부여가 확 되고 열정이 불같이 생기는 문장이네요~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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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2, 2013 *.65.99.217

아, 이거 칭찬이네요. ^^


술 한잔 하자는 말이 오래되었는데

만날때마다 스치기만 하네요.


제가 좀 그렇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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