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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2013년 5월 17일 00시 27분 등록

계단을 오르는 데 난간이 보입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었지요. 늘 그곳에 있었지만, 이사 오고 한달이 훌쩍 지나서야 저는 그걸 보았습니다. 저희 집은 4층입니다. 오르는 사람들이 다리로 오르다가 나중에는 팔 힘을 조금 보태기도 해야하는 4층. 그렇게 스테인레스 난간을 붙잡으면 더 잘 보이죠. 그러니까 저는 이런 걸 수도 없이 보았을 수도 있네요. 단지 보이지 않았을 뿐. 그날은 층계참을 막 도는 데, 동그란 부분이 보이고, 거기에 제가 나타났습니다. 안 만져 볼 수 없었지요.

그걸 스다듬으면서, 아, 여기에 다 들어있네 했습니다.

 

신이 인간을 만드실 때 였데요. 인간의 몸은 주변의 것을 그대로 투영하여 거기에 세상이 담기게 만들었답니다.  그런데 그것에 생기를 불어 넣기 전에 잠시 자리를 뜨셨는데, 아마도 담배를 한대 피우셨을지도 몰라요. 하여간 그 사이에 아직 덜 만들어진  인간에게 악마가 접근했답니다. 인간은 악마의 눈에도 참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자세히 보니 거기에  온갖 것이 다 들어 있어 신기했데요. 한참을 들여다 보다가 다른 부분과는 달리 이상하게 까만 것이 보이더래요. 그래서 악마는 인간을 손으로 문지르다 그게 안 지워져서는 혓바닥으로 침을 묻혀가며 문질렀데요. 확 얼굴을 들이미니 그 까만게 커졌겠죠. 그래서 놀래서는 또 침을 묻혀서는 손으로 닦으니까  그 까만게 번지고 옆으로 움직이고  했데요.  

악마는 그렇게 인간을 쳐다보다가 신이 볼일을 다보시고 다가오는 것을 알고는 달아났답니다.

신은 와서 보시고는 악마가 핥았던 데가 있는 것을 단박에 알아보셨데요. 다시 만들까 하다가 그냥 만들어 놓은 인간을 안과 밖을 뒤집었데요. 그리고는 생기를 불어넣었답니다. 그래서 인간의 몸중에서 안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에는 바깥 세상을 그대로 담아내는 곳이 있다고 하네요. 그게 뭔지는 다 아시죠.

 

인간이 속이 시꺼멓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가 악마가 핥아서라고 하기도 하구요,

인간의 마음 안에 커다란 우주를 몽땅 다 구겨 넣지 않고도 담을 수 있는 것은 신이 원래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하기도 하더라구요.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은 말하길, 인간의 안쪽에는 악마가 핥은 곳 뿐만 아니라, 신이 조물딱거리면서 인간을 만들 때의 흔적인 신의 지문이 찍혀 있다고 합니다.      

 

오늘, 저녁 늦게서 부터 밤까지 목요 강좌에서 불교와 철학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람의 마음 안에 우주를 구겨 넣지 않고도 다 담을 수 있다는 이야기와 또 그것이 펼쳐 질수도 있다는 이야기를요.

 

앞에 이야기는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 나오는 저기 먼 나라의 신화 중에 일부를 각색하고, 풀 잎에 맺힌 이슬 방울 방울마다 온 우주가 담겨있다는 이야기를 섞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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