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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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해 !!!
지난 5월 14일 4교시 수업이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과제검사를 하면서 스탬프를 찍어 주었다. 두 학생이 수업 전에 먼저 와서 과제를 했는데, 가져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 두 학생은 평상시에도 과제 수행을 잘 해오는 아이라 믿었다. 한 여학생 과제 검사를 하다가 과제가 반밖에 되어 있지 않았다. 평소에 말이 없고, 수업에 질문을 해도 별로 참여하지 않았다. 질문을 하라고 해도 별로 질문은 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학생과 친해지려는 마음에서 어깨를 껴안고 얼굴에 스탬프를 장난스럽게 세 번 찍었다. 나는 그 당시 그것이 그렇게 잘못된 줄 몰랐다. 왜 ? 여태껏 그렇게 장난스럽게 해서 아이들도 그렇게 받아치고 넘어갔으니까. 아이들 스스로 스탬프 가져가서 팔이나 손등, 얼굴에도 자신들이 찍은 일도 있었으니까. 그 아이가 울었다. 그리고 잠시 잠깐 울다가 그대로 수업을 진행했다. 나는 그 여학생한테 내가 장난했다고 했다. 여학생들은 잘 운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여학교다. 무슨 말만 해도 울고 수업시간에 별 거 아닌 것 가지고 자기들끼리 무슨일 이야기하면서 토라지고 울고 그러다가 다시 말하는 게 다반사다. 그래서 별거 아니라고 넘어갔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일이 붉어질줄이야.
오후 6시경에 같은학년 영어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가 난리가 났단다. 학교폭력이고 체벌이고 가만 안 있겠다고 한단다. 나는 그 학생 어머님께 전화를 걸어서 사정 이야기를하면서 사과를 했다. 그 일이 그 아이한테 그렇게 심각하게 상처를 주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막무가내였다. 어떻게 그 일이 일어날 수 있냐고 했다. 교육청에 전화하겠다고 했다. 문자로 다시 사과했다. 학교에 찾아 오신다기에 내일 오시라고 했다. 오셔서 말씀 나누자고 했다. 그런데 그 어머니는 지금 교육받고 있는 중이니 올수 없다고 했다. 금요일에 그 여학생이 들어있는 수업이 석가탄신일이니, 월요일 날 수업이 들었으니 다음주에 오신다 했다.
5월 15일 스승의 날, 이게 웬 날벼락이람. 아침에 그 여학생을 찾아가서 사과를 했다. 내가 먼저 말을 했다. “나는 네가 말도 없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해서 너와 친해보려는 나의 행동이 과했다면 정말 미안하고 사과한다. ” 같은 여학생이기에 어깨를 껴안고 이마에 스탬프를 찍은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 네가 친구들 앞에서 수치감을 느꼈다면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여학생에게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했다. 내가 어깨를 껴안고 했을 때, 목이 조금 아팠고, 과제를 안해오면 스탬프 찍지 말고 벌점을 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내가 맡은 반은 수준별 수업으로 상중하 중에서 하반을 맡고 있다. 수업의 질은 참여를 어느 정도 하느냐에 달려있다.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참여하는게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나는 매시간 과제 검사와 미니 테스트를 하고 수업은 약 20여분정도 한다. 최소한 그 시간에 소화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수업 후에 질문을 한 번 할 때마다 별표를 주어, 5개의 별이 모아지면 상점2점을 부과한다. 별표를 준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외적 동기를 부여하면서 질문을 하게 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게 한다. 스탬프를 찍혔던 여학생은 수업에 거의 참여를 하지 않는다. 신체는 중 1학년 중간보다 약간 크다. 무표정하고 대답이 없고 질문을 전혀 하지 않는다. 참여를 하지 않아서 친해보려는 나의 시도가 잘못 되었음을 깨달았다.
교감선생님께서 호출을 하셨다. 방금 교육청에서 전화를 받았다고 말씀하셨다. 그 어머님이 교육청에 전화를 하셨단다. 그간 사정이야기를 드렸다. 이런 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다시 그 여학생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다 하여 30분후에 통화하자고 했다. 30분후에 나는 다시 전화를 드려서 아이에게 사과를 했고, 어머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 사과를 받지 않았다. 심지어 그 엄마는 나에게 살인미수, 성폭력, 체벌에 모든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 어이가 없었다. 학교에 와서 똑같이 하겠다고 했다. 교감선생님께서도 그 어머님께 사과를 드렸다고 한다.
5월 15일 3교시 1학년 다른 반 수업을 들어갔다. 과제 검사하고 미니 테스트 보고, 수업을 막 시작하려고 칠판을 보고 있는데, 어느 한 여학생이 “ 00가 내 엄마 욕을 했는데,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었다” 그런데 00는 학생부장님이었다. 00선생님도 아니고 내 앞에서 자신을 가르쳐주는 선생님 이름을 부르면서 말했다. 뭐 말할 틈도 없이, 바로 앞에 있는 여학생이 “신고해” 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 여학생 주위로 대 여섯명이 “신고해”라는 말이 연달아 일어났다. 어이가 없었다.
맨 처음 자신의 엄마 욕을 했다고 주장하는 여학생은 수업태도도 불량이며 과제는 안해오고, 수업시간에 늘상 떠든다. 생활면에서도 다른 학생들과 엮이어서 학생부로 자주 불려가는 학생이었다.
수업하는 것을 잠시 미루고 내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엄마, 아빠가 너희들 낳고 키워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너희들이 잘못했다 야단치고 때리면 너의 엄마 아빠도 신고해야겠네. ” 맨 처음 신고해 라고 말한 여학생에게 내가 질문했다. 네가 어떤 상황에서 그 일이 생겼고, 선생님이 그렇게 한 말을 내가 들었느냐?
정말이지 수업할 맛이 딱 떨어졌다. 내가 그 아이들 앞에 있는다는 자체가 뭐라 설명할 수 없었다. 저런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다니.... 교육이 학교에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것이다. 먼저 그 사람의 됨됨이가 되어야 지식을 배워도 쓰일수가 있는데, 자신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거리낌없이 신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정을 줄 수가 없었다.
어느 선생님이 나에게 해준 말이 생각났다.
2~3년전 어느 학교에서 수업한 한 남자 선생님께서 아이가 떠들어서 잠깐 지휘봉으로 머리를 때린다는 것이 그 남학생이 피하다가 책상 모서리에 약간 부딪쳣다고 했다. 그 부모님이 찾아와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그 선생님으로부터 100만원의 합의금을 가져갔다고 했다. 그 부모님은 그 남학생 누나의 선생님으로부터도 같은 일을 했다고 들었다. 꾼에게 걸린 것이었다.
요즘의 학교 상황이 이렇다. 자신을 가르쳐주는 선생님 신고하라고 전화를 개설한 교육부.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할 학교현장은 학생들 자신이 조그만 부당한 일을 당하면 모든 것을 ‘신고해’로 통하고 있는 곳이다. 인간으로서 훈계하고 가르치면 안되는 곳이 되어버렸다. 오로지 지식만을 배우고 학업성적을 얻어 가는 곳인 계약관계로 변질되었다. 사회 곳곳은 사람들이 일하는 현장이다. 학창 시절부터 “신고해”로 습관이 되어 버린 학생들이 사회각계로 퍼질 것이다. 신뢰가 없는 현장에서 사는 게 갑자기 무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