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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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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0일 06시 42분 등록

신고해 !!!


지난 5월 14일 4교시 수업이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과제검사를 하면서 스탬프를 찍어 주었다. 두 학생이 수업 전에 먼저 와서 과제를 했는데, 가져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 두 학생은 평상시에도 과제 수행을 잘 해오는 아이라 믿었다. 한 여학생 과제 검사를 하다가 과제가 반밖에 되어 있지 않았다. 평소에 말이 없고, 수업에 질문을 해도 별로 참여하지 않았다. 질문을 하라고 해도 별로 질문은 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학생과 친해지려는 마음에서 어깨를 껴안고 얼굴에 스탬프를 장난스럽게 세 번 찍었다. 나는 그 당시 그것이 그렇게 잘못된 줄 몰랐다. 왜 ? 여태껏 그렇게 장난스럽게 해서 아이들도 그렇게 받아치고 넘어갔으니까. 아이들 스스로 스탬프 가져가서 팔이나 손등, 얼굴에도 자신들이 찍은 일도 있었으니까. 그 아이가 울었다. 그리고 잠시 잠깐 울다가 그대로 수업을 진행했다. 나는 그 여학생한테 내가 장난했다고 했다. 여학생들은 잘 운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여학교다. 무슨 말만 해도 울고 수업시간에 별 거 아닌 것 가지고 자기들끼리 무슨일 이야기하면서 토라지고 울고 그러다가 다시 말하는 게 다반사다. 그래서 별거 아니라고 넘어갔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일이 붉어질줄이야.


오후 6시경에 같은학년 영어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가 난리가 났단다. 학교폭력이고 체벌이고 가만 안 있겠다고 한단다. 나는 그 학생 어머님께 전화를 걸어서 사정 이야기를하면서 사과를 했다. 그 일이 그 아이한테 그렇게 심각하게 상처를 주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막무가내였다. 어떻게 그 일이 일어날 수 있냐고 했다. 교육청에 전화하겠다고 했다. 문자로 다시 사과했다. 학교에 찾아 오신다기에 내일 오시라고 했다. 오셔서 말씀 나누자고 했다. 그런데 그 어머니는 지금 교육받고 있는 중이니 올수 없다고 했다. 금요일에 그 여학생이 들어있는 수업이 석가탄신일이니, 월요일 날 수업이 들었으니 다음주에 오신다 했다.

5월 15일 스승의 날, 이게 웬 날벼락이람. 아침에 그 여학생을 찾아가서 사과를 했다. 내가 먼저 말을 했다. “나는 네가 말도 없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해서 너와 친해보려는 나의 행동이 과했다면 정말 미안하고 사과한다. ” 같은 여학생이기에 어깨를 껴안고 이마에 스탬프를 찍은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 네가 친구들 앞에서 수치감을 느꼈다면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여학생에게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했다. 내가 어깨를 껴안고 했을 때, 목이 조금 아팠고, 과제를 안해오면 스탬프 찍지 말고 벌점을 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내가 맡은 반은 수준별 수업으로 상중하 중에서 하반을 맡고 있다. 수업의 질은 참여를 어느 정도 하느냐에 달려있다.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참여하는게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나는 매시간 과제 검사와 미니 테스트를 하고 수업은 약 20여분정도 한다. 최소한 그 시간에 소화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수업 후에 질문을 한 번 할 때마다 별표를 주어, 5개의 별이 모아지면 상점2점을 부과한다. 별표를 준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외적 동기를 부여하면서 질문을 하게 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게 한다. 스탬프를 찍혔던 여학생은 수업에 거의 참여를 하지 않는다. 신체는 중 1학년 중간보다 약간 크다. 무표정하고 대답이 없고 질문을 전혀 하지 않는다. 참여를 하지 않아서 친해보려는 나의 시도가 잘못 되었음을 깨달았다.


교감선생님께서 호출을 하셨다. 방금 교육청에서 전화를 받았다고 말씀하셨다. 그 어머님이 교육청에 전화를 하셨단다. 그간 사정이야기를 드렸다. 이런 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다시 그 여학생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다 하여 30분후에 통화하자고 했다. 30분후에 나는 다시 전화를 드려서 아이에게 사과를 했고, 어머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 사과를 받지 않았다. 심지어 그 엄마는 나에게 살인미수, 성폭력, 체벌에 모든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 어이가 없었다. 학교에 와서 똑같이 하겠다고 했다. 교감선생님께서도 그 어머님께 사과를 드렸다고 한다. 


 5월 15일 3교시 1학년 다른 반 수업을 들어갔다. 과제 검사하고 미니 테스트 보고, 수업을 막 시작하려고 칠판을 보고 있는데, 어느 한 여학생이 “ 00가 내 엄마 욕을 했는데,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었다” 그런데 00는 학생부장님이었다. 00선생님도 아니고 내 앞에서 자신을 가르쳐주는 선생님 이름을 부르면서 말했다. 뭐 말할 틈도 없이, 바로 앞에 있는 여학생이 “신고해” 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 여학생 주위로 대 여섯명이 “신고해”라는 말이 연달아 일어났다. 어이가 없었다.

맨 처음 자신의 엄마 욕을 했다고 주장하는 여학생은 수업태도도 불량이며 과제는 안해오고, 수업시간에 늘상 떠든다. 생활면에서도 다른 학생들과 엮이어서 학생부로 자주 불려가는 학생이었다.


수업하는 것을 잠시 미루고 내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엄마, 아빠가 너희들 낳고 키워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너희들이 잘못했다 야단치고 때리면 너의 엄마 아빠도 신고해야겠네. ” 맨 처음 신고해 라고 말한 여학생에게 내가 질문했다. 네가 어떤 상황에서 그 일이 생겼고, 선생님이 그렇게 한 말을 내가 들었느냐?

정말이지 수업할 맛이 딱 떨어졌다. 내가 그 아이들 앞에 있는다는 자체가 뭐라 설명할 수 없었다. 저런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다니.... 교육이 학교에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것이다. 먼저 그 사람의 됨됨이가 되어야 지식을 배워도 쓰일수가 있는데, 자신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거리낌없이 신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정을 줄 수가 없었다.


어느 선생님이 나에게 해준 말이 생각났다.

2~3년전 어느 학교에서 수업한 한 남자 선생님께서 아이가 떠들어서 잠깐 지휘봉으로 머리를 때린다는 것이 그 남학생이 피하다가 책상 모서리에 약간 부딪쳣다고 했다. 그 부모님이 찾아와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그 선생님으로부터 100만원의 합의금을 가져갔다고 했다. 그 부모님은 그 남학생 누나의 선생님으로부터도 같은 일을 했다고 들었다. 꾼에게 걸린 것이었다.


요즘의 학교 상황이 이렇다. 자신을 가르쳐주는 선생님 신고하라고 전화를 개설한 교육부.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할 학교현장은 학생들 자신이 조그만 부당한 일을 당하면 모든 것을 ‘신고해’로 통하고 있는 곳이다. 인간으로서 훈계하고 가르치면 안되는 곳이 되어버렸다. 오로지 지식만을 배우고 학업성적을 얻어 가는 곳인 계약관계로 변질되었다. 사회 곳곳은 사람들이 일하는 현장이다. 학창 시절부터 “신고해”로 습관이 되어 버린 학생들이 사회각계로 퍼질 것이다. 신뢰가 없는 현장에서 사는 게 갑자기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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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0 17:38:30 *.1.160.49

신뢰가 없는 현장에서 사는 게 갑자기 무서워진다

 

필요한 '신뢰'를 만들어내는 것이 순전히 개인의 과제로 남겨진 현장.

그 현장을 지키며 내 영혼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장치가 필요한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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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2 11:55:12 *.50.65.2

모든 만물은 자연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존재라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한 주 동안 공부 많~~~~~이 하는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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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0 23:01:22 *.67.201.162

저희 누나는 고등학교 담임인데 한번은 왕따 문제로 피해자 아버지가 교무실에 칼을 들고 왔어요. -_-ㅋ

정말 어의가 없더라구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왕따 문제라기 보다는 복합적인 문제가 있던데, 아버지란 사람은 자기 자식 얘기만 곧이 곧대로 들어겠죠.

그래도 다행인건 누나가 낙천적이라 그런지... 그날 집에 와서 이제 담임 안해도 된다며 좋아하더라구요. 진짜 여러가지로 쇼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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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2 11:58:28 *.50.65.2

이제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 뒤편에 있는 아이들 부모를 보게 되는 

좋은 기회였지.

문제아 아이 뒤에는 항상 문제 부모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좋은 사건이였지.

가장 인간적인 환경이어야 할 교육현장이

서로에 대한 오해로 물들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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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1 00:15:59 *.58.97.136
과제수행하랴 학교에 일 터진거 수습하랴 정말 힘든 주를 보냈겠다 미경.
마음에 상처나고 회의감이 들고....
정말 쉽지 않네. 주말에 술 한잔하자. 힘내자. 자기 글 공감가고 가슴 아리고 또 많은 생각하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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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2 12:00:12 *.50.65.2

옆에 계신 동료분들 하시는 말씀.

"얼마나 속을 끊였는지 얼굴이 헬쓱하다고 ...

그래서 얼굴이 더 갸름해졌다고 하니."

좋은 일도 있네.


과제는 많고 어렵고, 머리는 아프고 그래서 이번 

과제는 제대로 잘 하지 못했지.

주말에 만나 술로 풀어볼까 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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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2 00:10:45 *.50.96.158

미경 동생이 늘 말하는 대로 세상이 계획대로 안되는 구만. 자기의 본래의도가 왜곡되고 그 것이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네. 그땐 참 난감하지요. 사고가 성숙하지 못한 학생들이 학생인권을 내세워  지 멋대로 행동한다는 얘길 많이 들었네.

상심이 크겠지만 다 잊어버리시게. 토요일 소맥한잔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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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2 12:02:58 *.50.65.2

이번 일 겪으면서 누군가 나에게 말해주었지요.

'최선을 다하면 최악의 사태를 맞을수 있다'는 것이

학교 현장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열정있고 아이들에게 잘 할려는 선생님들에게 문제가 일어나지.

가만있고 무관심한 선생님들은 전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열정과 무관심을 적절하고 균형있게 해야 될 듯...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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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2 16:33:41 *.43.131.14

힘든 시간들이셨을 듯 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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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8 19:08:38 *.62.164.120
정말 황당한 일을 겪으셨군요. 이렇게 글 쓰시면서라도 마음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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