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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1일 08시 58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9.9 - 1910.11.7 )  러시아 작가, 사상가

 

러시아 툴라 지방의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백작 집안의 4남으로 태어남. 톨스토이() 14세기에 러시아에 온 독일인 인드리스를 선조로 하고, 그 자손에는 러시아사에 이름이 남아 있는 인물도 많다. 모계도 명문의 가문으로 러시아 건국의 시조 리리크와 관계가 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숙모 등의 후견인 밑에서 자랐는데, 외국인 가정교사에 의한 교육, 귀족의 주교에 필요한 취미 • 교양을 충분히 받아서 부유한 지주귀족으로서 안온한 생활을 보냄.

 

1852년 첫 작품 [유년시절] 을 발표함. 1862년 결혼.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등 대작을 집필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얻음. 1910년 방랑길에 나섰다가 아스타포보역(현 톨스토이역)에서 숨을 거둠.

 

넷째인 레프는 16세 때인 1844년에 카잔 대학에 입학했지만 불과 3년 만에 공부를 포기했다. 곧이어 그는 부모의 유산 가운데 자신의 몫이 된 야스야나 폴랴나로 돌아간다. 영지에서 농노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계몽 실험을 벌이던 톨스토이는 1848(20)에 다시 고향을 떠난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그는 방탕한 생활에 빠져 빚을 많이 졌다(급기야 1855년에는 도박 빚 때문에 야스야냐 폴랴나의 저택을 매각하고 말았다)

젊은 시절의 톨스토이는 이상주의자인 동시에 쾌락주의자였다. 특히 성욕과 도박의 유혹 앞에 무방비 상태였으며, 쾌락에 굴복한 직후에는 처절한 환멸이 몰려와 자괴감을 더해주는 일종의 악순환이 벌어졌다. 이런 모순적인 사고방식은 말년까지 톨스토이를 괴롭힌 요인인 동시에, 역설적으로 그의 작품과 사상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1851(23)에 그는 군인이었던 형 니콜라이의 뒤를 따라 캅카스로 가서 육군 장교로 입대하고 체첸 공격에 가담한다(1859년에 체첸은 결국 러시아에 흡수되었으며, 이것이야말로 최근까지도 전투와 테러로 수많은 희생자를 낸 체첸 독립운동의 원인이 되었다). 이 시기에 그는 자전소설인 [유년시절](1852)을 발표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854년에는 크림 전쟁에서 세바스토폴방어전에 참전했고, 1856년에 전역했다. 이듬해에 톨스토이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와 독일을 여행했으며, 1858(30)에 고향에 돌아와 농민 자녀들을 위한 학교를 열었다.

1861년에 러시아에서는 농노제가 폐지되었는데, 톨스토이는 그보다 수 년 앞서 영지에서 똑같은 시도를 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었다. “이 백작이 쓰기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문학에는 진정한 농부가 없었다고 훗날 레닌이 극찬했을 정도로 톨스토이는 농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품었다. 한편으로는 농민의 소박한 삶과 생각에 대한 진정한 감탄 때문이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천성과 배경 모두에서 당대의 급진적인 지식인이나 상류층과의 교류를 불편해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작품이나 사상을 전혀 이해하지도 못하는 무지한 농민들 사이에서 톨스토이는 도리어 편안함을 느꼈다.

1862년에 34세의 레프 톨스토이는 지인의 딸인 18세의 소피야 안드레예브나 이슬레네프와 결혼한다. 그녀는 훗날 남편을 대신하여 영지를 관리하고 원고를 정리하는 등 내조에 힘을 쏟았지만, 한편으로는 신혼 초기부터 남편의 복잡하고 모순적인 성격을 알고 충격과 혐오에 빠졌다. 비록 8남매를 낳고 반세기 가까이 해로하긴 했지만, 사실 두 사람은 성격부터가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남편이 이상주의자였다면 부인은 현실주의자였으며, 이런 성격 차이는 날이 갈수록 극명해짐으로써 톨스토이의 말년을 힘겹고도 불미스럽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대표작인 [전쟁과 평화](1869) [안나 카레니나](1877)를 완성해 명성을 얻은 톨스토이는 40대 후반에 중년의 위기를 겪으며 삶과 죽음, 그리고 종교의 문제를 깊이 숙고했다. [전쟁과 평화]는 자신의 영지에서 농부들과 어울려 살면서 집필함. 또 하나의 대작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전형적인 상황의 대비를 통해 러시아의 귀족들과 농민들의 생활양식의 차이를 보여주면서, 레빈이라는 인물의 심리묘사를 통해 당대 지식인 상의 전형을 완성한다.

[고백록](1879)은 톨스토이의 생애를 사실주의 문학 중심의 전반기와 종교 사상 중심의 후반기로 나누는 분기점으로 여겨진다. 한동안 문학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고 신학과 성서 연구에 전념한 톨스토이는 기존의 기독교에 실망한 나머지 자비, 비폭력, 금욕을 강조하는 새로운 기독교를 제창했다. 이른바 기독교적 아나키즘으로도 평가되는톨스토이주의의 요지는 그가 발표한 수많은 우화에 잘 요약되어 있다.

1880년대에 톨스토이가 거둔 문학적 성과 중에서는 단편 [이반 일리치의 죽음](1886)과 중편

[크로이처 소나타](1889)가 수작으로 손꼽힌다. 특히 여성과 결혼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후자는 점차 위태로워지던 그의 결혼 생활의 반영으로 해석된다. 톨스토이의 활동에서 문학보다 종교의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부인 및 자녀와의 갈등은 점점 커져만 갔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명성과 함께 톨스토이를 일종의 성인으로 떠받드는 추종자들이 야스야나 폴랴나로 몰려왔다. 물론 진지

하고 성실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집주인의 호의를 악용하는 식객들도 적지 않았다.

 이 즈음의 톨스토이는 청빈과 금욕을 예찬하면서도 정작 안락한 삶을 떨치지 못하는 본인에 대한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 급기야 그의 본심을 이해 못하는 가족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자리를 일부 추종자들이 파고들었다. 그 중 하나인 블라디미르 체르트코프는 아예 톨스토이의 대변자로 자처하며 소피야와 사사건건 대립했다. 1891년에 톨스토이는 청빈의 실천을 위해 저서의 판권을 포기하려 했지만 가족은 이에 크게 반발했다. 결국 그는 1881년 이후에 발표한 작품의 판권만 포기하고, 그 이전 작품의 판권은 아내에게 넘기기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톨스토이는 말년까지도 [예술이란 무엇인가](1898) [부활](1899)을 발표하며 필력을 과시했다. 뒤늦게야 종교 문제로 러시아 정교에서 파문당하고, 격렬한 사회 비판으로 러시아 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1908년의 80회 생일에는 전 세계에서 축하 인사가 답지할 정도로 명성의 절정을 맞이했다. 하지만 톨스토이의 사생활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1910년에 그는 (체르트코프의 조언을 따라)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자기편이었던 딸 알렉산드라에게 모든 저서의 판권을 상속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 이에 경악한 소피야는 이때부터 남편의 행적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발생한 사건이 그 유명한 톨스토이의 가출이었다. 1910 10 27일 밤, 톨스토이는 자기 서류를 뒤적이는 아내의 행동에 분격한 나머지 가출을 결심한다. 그는 한 집에 살고 있던 친구 겸 주치의 두샨 마코비키와 함께 몰래 집을 빠져나와 기차를 탔다. 다음날 그의 가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며칠 후, 톨스토이는 기차 여행 중에 감기에 걸렸고, 이는 곧이어 폐렴으로 번졌다. 작은 간이역 아스타포브의 역장 집을 빌려 몸져누운 톨스토이는 가출한 지 열흘 만인 1910 11 7일 새벽에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시신은 야스나야 폴랴나로 운구되어 묻혔다.

톨스토이주의의 가장 돋보이는 특색이었던 비폭력 사상의 실천은 오히려 다른 나라의 다른 인물에 의해 보다 조직적으로 전개되어 크나큰 결실을 낳았다. “한 인도인에게 흥미로운 편지를 받았다.” 1909년에 톨스토이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남아프리카에서 인권 보호 활동을 벌이던 한 인도인 변호사가 보낸 편지를 처음 받았고, 이후 사망 직전까지 소식을 교환했다. 수 년 뒤에 그 인도인은 고국으로 돌아가 톨스토이의 사상에서 힌트를 얻은 비폭력 투쟁샤티아그라하(진리의 힘)’를 본격적으로 전개해 큰 반향을 일으킨다. 그의 이름은 마하트마 간디였다.

참고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75&contents_id=3247

      http://terms.naver.com/entry.nhn?cid=814&docId=1826244&mobile&categoryId=1926

      안나카레니나1 문학동네. 박형규옮김

 

[나에게 이 책은]

 

몇주전에 영화를 보았다. 원작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과 영화를 먼저보는 것 어떤 것이 더 좋은지는 그때그때 다르지 싶다. 다만 책을 읽다보니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의 캐스팅도 잘 못된것 같고...

톨스토이의 작품성을 어떤 감독이 따라갈까 싶기는 하다.

1부에서 만남은 거의 다 이루어진다. 안나와 그의 남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안나와 브론스키, 레빈과 키티,

스테판 아르카디이치 오블론스키와 그의 아내 다리야 알렉사드로브나, 레빈의 형 니콜라이와 그의 정부.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도 보인다. 톨스토이가 그려낸 한사람 한사람은 모두 우리의 삶에서 보는 군상들이다. 안나의 사랑이 시작되는 부분이 인상적이고 레빈의 사랑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결혼이 가지는 필요선과 필요악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보통의 남자들의 대명사같은 알렉세이. 그는 뇌가 있는 사람인지 없는 사람인지 구별이 잘 안간다. 허나 많은 남자들이 이럴거란 생각을 하게한다. 삶의 철학과 귀족이 가지는 장점을 한 몸에 가지고 있는 듯한 청교도적인 생활을 하는 레빈이란 인물이 톨스토이가 살고 싶은 자신의 삶이었다고 하니 더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만남. 그들은 단숨에 서로를 알아본다. 그 눈빛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표정안에 숨겨진 억눌림까지 첫만남에서 알아보는 남자와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사랑말고 무엇이 있겠는가 싶다. 안나의 사랑이 가지는 의미를 그의 남편 알렉세이를 통해서 제일 극명하게 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모든것이 잘 갖추어진듯하나 그것은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들일 뿐이다. 결혼과 가정 그리고 자식 사회적 지위 명예 이런것들을 구성하는 아주 작은 구성품에 지나지 않는 아내라는 자리. 알레세이에게 안나는 그정도의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무런 문제를 만들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여자에게 있어서 사랑만큼 그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자식이라는 존재임을 안나는 말하고 있기도 하다. 그녀는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고민하다가 죽어갔을까!

 

여러명의 아이들때문에 자신이 사랑이라고 믿었고 습관에 따라 생활하던 그 삶을 절대 버릴수도 없고 남편의 가벼움을 참을 수도 없는 다리야가 선택해서 살아가는 모습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여인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함께 하게되고. 레빈의 형 니콜라이의 그의 정부의 행로에도 관심이 간다. 혁명을 꿈꾸지만 결국 자신 하나도 혁명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모습일까? 아니면 진정한 혁명을 이루는 모습일까?

 

일단 레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전원생활의 기쁨과 일상 그리고 잔잔함이 마음에 많이 와 닿는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11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그들 모두 자신들의 동거생활은 무의미하며, 한 여인숙에서 우연히 같이 묵게 된 사람들일지라도 자신들보다는 서로서로 훨씬 친근한 관계로 맺어졌을 거라고 느끼고 있었다. 아내는 제 방에서 얼굴도 내보이지 않고 남편은 사흘째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가족이 여인숙에 함께 사는 사람들보다 못할 때가 종종 왕왕 많다.

 

13 그때야 비로소 그는 자기가 어떻게, 또 무엇 때문에 아내의 침실이 아닌 자기 서재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지 생각을 더듬어 보았다. 그 순간 그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졌다. 그는 이마를 찌푸렸다. 부부가 함께 잠을 자는 것은 때론 아무런 의미 없는 습관일 때도 많다. 그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서재에서 잠을 잤는지조차도 기억해 내지 못할 만큼 잘못했다는 생각은 아예 있지도 않았다는 것이 이곳에서 보인다.

 

'그래! 그녀는 용서하지 않을 거야, 또 용서할 수도 없겠지. 무엇보다도 끔찍한 일은 모든 허물이 내게 있다는 것이다. 허물은 내게 있다. 그렇다고 내게 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거기에 모든 비극이 있는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

 

15 '모든 화근은 이 어리석은 미소에 있다.' 습관

 

지금 살아남은 다섯 아이와 이미 죽어버린 두 아이의 어미이며 그보다 한 살 밖에 젊지 않은 아내한테만 빠져 있지 않았다고 해서 이제 와 새삼스럽게 뉘우칠 마음은 없었다. 그는 다만 아내의 눈을 좀 더 솜씨 있게 속일 수 없었던 것을 후회하였다.

 

23 만약 그가 자유주의적 주장을(그 주위의 대다수 사람들이 마찬가지로 품고 있던 보수적 주장 이상으로)존중하고 있는 것에 어떤 이유라도 있다면, 그가 자유주의적 경향을 보다 현명한 것으로 인정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그의 생활양식에 한결 잘 맞았기 때문임에 불과하였다.

스테판 아르카디이치의 삶의 태도를 잘 나타내 주고 있음.

 

또한 이승의 생활이 아주 즐거운데 구태여 저승에 대한 두렵고 과장된 말이 무엇 때문에 있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29 그녀는 그를 자기의 남편으로 여기고 사랑하던 타성에서 쉽사리 빠져나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뿐 아니라 지금 자기 집에서도 다섯 아이의 뒷바라지를 간신히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애들을 모두 데리고 다른 데고 갔다가는 한층 더 나쁜 결과가 나타나리라고 여겨졌다.

결혼생활 10여 년에 어쩌자고 이리 많은 아이들을 낳았는가.

 

47 그의 얼굴에는 비웃는 듯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모르겠군, 모르겠어."레빈이 말했다.

"뭘 모르겠다는 거야?" 여전히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담배를 꺼내면서 오블론스키가 말했다. 그는 레빈의 입에서 뭔가 기발한 말이 튀어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자네들이 하고 있는 일을 모르겠어." 레빈은 어깨를 움츠리면서 말했다. "자넨 이런 일을 고분고분하게 잘도 하고 있군그래?"

"뭐가 어때서?"

"뭐가 어떻냐고? 하챦잖아."

"자네는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일 속에 파묻혀 있어."

"종이 위에서 말이지. 그러나 자네는 그 방면에 타고난 재능이 있으니까." 레빈이 덧붙였다.

레빈과 오블론스키가 삶의 철학이 다름을 보여준다.

 

52 집안이 좋고 남 못잖은 재산도 있고 나이는 서른둘인 그가 쉬체르바쓰카야 공작영애에게 구혼하는 것보다 더 손쉬운 일은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거라고 여겨졌을지도 모르고, 또 어느 모로 보나 그는 훌륭한 배필로 인정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레빈은 한창 사랑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키티는 어디 하나 티끌만한 흠도 없이 완전하며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존재로 여겨졌고, 그에 반해 자신은 그녀의 남편으로 나무랄 데가 없다고 주위 사람들이나 그녀 당사자에게 인정받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조차 없을 만큼 지상에서 가장 저열한 존재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사랑을 하게되면 한없이 상대에게 작아지고 자신이 없어지게 되지.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증폭되는 중인 레빈.

 

53 부모의 입장에서 볼때.....그는 사회적으로 아무런 경력과 지위를 갖지 않은 사내였던 것이다. 그는 그저 (남의 눈에 비치는 자기의 모습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암소들을 치고 도요새를 쏘며 건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지주, 말하자면 무능하고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소심하고 전도도 없는,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보자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인간들이 하는 것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사람에 불과했다.

 

63 그는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환희와 두려움으로 그녀가 거기 있음을 알아챘던 것이다. 그녀는 한 부인과 이야기를 하면서 스케이트장 건너편 끝에 서 있었다. 그녀의 복장이나 자세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레빈에게는 이러한 군중 속에서 그녀를 찾아내는 것이 쐐기풀 속에서 장미를 찾아내는 것처럼 손쉬웠다. 모든 것이 그녀로 인해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주위의 온갖 것을 환하게 밝히는 미소와 같았다. '과연 나는 얼음 위를 지나 저기까지, 그녀가 있는 곳까지 갈 수 있을까?"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녀가 있는 곳이 가까이 갈 수 없는 성지처럼 여겨졌다. 순간 그는 이대로 돌아갈까 생각했다. 그만큼 그는 두려웠다. 때문에 그녀의 주위로 온갖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이상 자신도 그리로 얼음을 지치러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기까지 상당히 애를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는 아치 그녀가 태양이라도 되는 듯 그녀를 오랫동안 바라보는 것을 피하면서 얼음판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그녀의 모습은 태양과 마찬가지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66 '그렇다.' 그는 생각했다. '이게 바로 인생이다. 이게 바로 행복이다! 함께라고 그녀는 말했다. 함께 타요. 라고 지금 얘기해버리면 어떨까? 그러나 난 지금 정말 행복하니까. 희망만으로도 행복하니까. 어쩐지 얘기하기가 두렵다.....그런데 만일? ...아니 그러나 얘기해야 한다. 해야 해. 약한 마음은 쫓아버려야 한다!"

 

79 준마는 그 낙인으로 알고, 사랑을 하는 젊은이는 그 눈으로 알 수 있도다.

 

81 지금 레빈에게는 세상의 모든 처녀가 명백히 두 부류로 나뉜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한 부류에는 키티를 제외한 세상의 모든 처녀들이 속해 있고, 그들은 인간으로서의 온갖 약점을 지닌, 말하자면 아주 범상한 처녀들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부류는 약정이라곤 전혀 없는, 모든 인간성을 초월한 오직 그녀 한 사람뿐이 것이다. 많은 인파속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내듯이 세상에는 그 사람말고는 모두가 배경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랑을 할 때는.

 

87 "말하자면 이런 거야. 가령 말이야. 자네가 결혼을 했고 부인을 사랑하고 있어. 그런데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끌렸다면."

"잠깐 가만있어봐. 나는 그런 말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어. 그것은 마치....내가 지금 배가 부르면서도 빵집 앞을 지나가다가 빵을 훔친다는 것과 같은 얘기니까 말야."

스테판 아르카디이치의 눈은 여느 때보다 한층 더 빛났다. "왜 그래? 때로는 빵이 못 견딜 만큼 좋은 냄새를 풍기는 수도 있을 거 아냐.

사랑, 여자. 그리고 빵. 이를 사랑이라고 말 할 수 있다는 것이 코메디이다.

 

89 여기 두 여자가 있다고 하고, 그중 한 사람은 그저 자기의 권리만 주장한단말야. 그 권리라는 게 자네의 사랑인데, 그건 자네가 도저히 그녀에게 줄 수 없는 것이란 말야. 그러나 또 한 여자는 모든 것을 자네에게 바치고도 무엇 하나 바라지 않아. 자아, 자네는 어떻게 해야 하겠나? 어떻게 처신해야 하느냐 말이야. 이게 바로 무서운 비극인 거야."

 

90 스테판 아르카디이치가 말했다. "자네는 정말 순수한 인간이야. 그게 자네의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해. 자네는 자신이 순수한 성격이기 때문에 전 인생이 순수한 현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겠지만, 그건 여간해선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자네는 또 사회봉사 활동이라는 것을 멸시하고 있어. 그건 말하자면 자네가 일과 목적이 언제나 일치되기를 바로고 있기 때문이지만 그것도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자넨 또 한 인간의 활동이 언제나 목적을 가져야 되는 것처럼 사랑과 가정생활이 언제나 동일하기를 원하고 있어. 하지만 그것 역시 그렇지는 않을 거야. 인생의 온갖 변화와 매력과 아름다움은 모두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져 있는 거니까."

 

95 딸의 운명은 부모가 결정지어주어야 한다는 프랑스의 관습은 배척당하고 비난받았다. 딸에게 완전한 자유를 줘야 한다는 영국의 관습도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러시아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중매쟁이를 고용한다는 러시아식 관습은 뭔가 상스러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남들처럼 부인 자신도 그것을 비웃었다. 그러나 그렇다면 어떻게 시집을 가야 하고 시집을 보내야 하는 가는 아무도 몰랐다. 모두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일수 있다는 것과 동일하지 않을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논리를 끌어다 붙일 수 있으면 족하다는 말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99 어린 시절의 추억, 죽은 오라버니와 레빈의 우정에 대한 기억은 그와 그녀의 관계에 독특하고 시적인 아름다움을 주었다. 그녀가 확신하고 있던 그녀에 대한 그의 애정은 그립고 즐거운 것이었다. 그래서 레빈에 대해 생각할 때는 그녀의 마음도 가벼웠다. 그러나 브론스키에 대한 회상에는 그가 더할 나위 없이 사교적이고 점잖은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거북스러운 것이 섞여 있었다. 마치 어떤 허위가 그가 아니라_그는 아주 단순하고 친절한 사람이었으니까_그녀 자신 안에 도사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레빈을 대할 때는 자기 자신이 아주 단순하고 명백하게 느껴졌다. 그 대신 브론스키와 같이하는 미래를 상상하면 그녀 앞에는 곧바로 행복에 찬 빛나는 광경이 전개됐지만, 레빈과 함께하는 미래는 그저 어슴프레한 안개에 싸인 듯 보일뿐이었다. 레빈과 브론스키는 삶의 방식이 다르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도시에서의 삶과 전원에서의 삶만큼 서로 다르다. 아직 브론스키의 삶에 임하는 철학을 엿볼수는 없지만 레빈의 그것은 사랑과 결혼이 동일시되고 책상머리의 일 보다는 노동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다. 아직 삶에 통찰이 있지 않은 어린 여자에게는 미래를 상상하기 어려운 레빈의 처지가 충분히 이해가는 부분이다.

 

100 '아아, 그렇지만, 내 입으로 그 얘길 그분에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인가?'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하나?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요. 하고 내가 그분한테 얘기할 수 있을까? 그건 거짓말을 하는 게 된다. 그럼 뭐라고 말해야 하나? 다른 분을 사랑하고 있어요. 라고 말할까? 아니야, 그런 짓은 할 수 없다. 난 달아나야겠다. 달아나야겠다.'

사랑을 하는 사람만이 사랑의 아픔을 안다. 그러니 그 상황을 직면하기는 더더욱 힘든 일이다. 달아나고 싶을 만큼.

 

105 '아하, 저 사람이 그 브론스키인가보군.' 레빈은 생각했다. 그리고 확인하기 위해 키티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어느 틈에 얼른 브론스키를 쳐다보고 나서 레빈을 돌아봤다. 무의식 중에 빛났던 그녀의 시선 하나로 레빈은 그녀가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입으로 직접 듣기라도 한 것처럼 똑똑히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사내는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이제는 좋든 싫든 레빈은 여기에 머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사랑하고 있는 사내가 어떤 인간인가를 어떻게든 알아야 했다.

세상에는 자기의 운 좋은 경쟁자를 만나면 언제나 상대가 지닌 일체의 장점은 외면하고 그저 단점만을 보려고 하는 사람과, 그와는 반대로 경쟁자에게서 자기보다 뛰어난 구석을 발견하려는 생각으로 마음이 옥죄는 듯한 아픔을 느끼면서도 그저 장점만을 찾아내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레빈은 후자에 속했다.

 

107 브론스키는 레빈과 노르드스톤 백작부인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그럼 당신은 언제나 시골에 계신가요?" 그는 물었다. "겨울엔 지루하시겠군요."

"아니, 일만 있으면 지루하진 않습니다. 게다가 또 자기 자신이 있는 한 지루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레빈은 또렷이 대꾸했다.

 

113 노공작이 자기의 곁에서 떨어지자마자 레빈은 살며시 자리를 비웠다. 이 야회에서 그가 가지고 나온 최후의 기억은 무도회에 대한 브론스키의 질문에 대답하며 생글생글 웃는 키티의 행복한 얼굴이었다.

 

117 이런 일에 대해서 우리에겐 보는 눈이 있지만 부인네들에겐 그게 없단 말야. 난 진실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내를 알아볼 수 있어. 그건 레빈이야. 또 그 건달처럼, 쓸모라곤 노는 데밖에 없는 메추라기도 알아볼 수 있어. 키티의 아버지 노 공작이 하는 말이다.

 

119 결혼이라는 것은 그에겐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는 가정생활을 좋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가 지금껏 살아온 독신자 세계의 공통된 견해에서 가정이라는 것을, 특히 남편이라는 입장을 어쩐지 인연이 멀고 적대적인 것으로, 무엇보다도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상상하고 있었다.

 

124 그쪽에서는 실패가 돈이 모자라다는 것만을 증명할 뿐이지만, 이쪽에서는 품위가 저울질을 당한단 말야. 돈과 품위까지.

 

125 그는 마음속으로 어머니를 존경하고 있지 않았고, 똑똑히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를 사랑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기가 속해 있는 사회의 분위기와 자기의 교양에서 비롯된 극도의 순종과 공경의 태도 외에는 스스로에게 허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마음속에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적으면 적을 수록 겉으로는 더욱더 순종하고 공손해지는 것이었다.

 

126 브론스키는 차장의 뒤를 따라 그 차량 쪽으로 갔다. 그러고는 찻간의 입구에서 마침 나오고 있던 부인에게 길을 비켜주기 위해 멈춰 섰다. 사교계에 출입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각으로, 브론스키는  이 부인의 외양을 보고 첫눈에 그녀가 상류사회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막 찻간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한 번 더 그녀를 보고픈 참기 어려운 욕구를 느꼈다. 그녀가 굉장한 미인이었기 때문이 아니고, 또 그녀의 자테에서 느껴지는 조촐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도 아니었다. 다만 그녀가 그의 옆을 지나쳤을 때 그 귀염성 있는 얼굴에서 뭔가 유달리 정답고 부드러운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가 돌아다보았을 때 그녀 또한 고개를 돌렸다. 짙은 속눈썹 때문에 까맣게까지 보였던 그녀의 반짝이는 회색 눈은 마치 그를 알고 있기라도 하듯이 다정하고 주의 깊게 그의 얼굴에 머물렀으나 이내 또 누군가를 찾는 듯 지나가는 군중 쪽으로 옮겨졌다. 이 짧은 시선으로 브론스키는 재빨리 그녀의 얼굴 가운데서 노닐기도 하고 반짝이는 두 눈과 살포시 짓는 미소로 일그러진 붉은 입술 사이를 팔딱팔딱 뛰어 돌아다니기도 하는 짓눌린 생기를 알아챘다. 마치 과잉된 뭔가가 그녀의 몸속에 넘쳐흐르다가 그녀의 의지에 반해서 때론 그 눈의 반짝임 속에, 때론 그 미소 가운데 나타나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일부러 눈 속의 빛을 꺼뜨리려 했다. 그러나 그 빛은 그녀의 의지를 거슬러 그 엷은 미소 속에서 반짝반짝 빛을 냈다. 브론스키와 안나의 운명적 만남이 있는 순간이다.

 

129 세상에는 얘기를 나누든 가만히 있든 같이만 있으면 마음이 즐거워지는 사랑스러운 부인들이 있는데, 당신이 그런 분 가운데 한 분이에요.

 

150 "아아, 당신 나이 땐 정말 행복하지요." 안나는 계속했다. "나도 마치 스위스의 산줄기에 걸려 있는 것과 같은 그 하늘빛의 안개를 기억하고 있고 또 알고 있어요. 그 안개는 바로 유년 시절이 끝나가는 그 행복한 시기에 온갖 것을 가리우고 있죠. 그러나 그 거대하고 즐거운 세계에서 나오면 앞길은 차츰차츰 좁아져요. 겉으론 밝고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외길로 들어가는 것이 즐겁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우리는 누구나 다 이런 길을 지나오게 마련이죠."

 

151 그러나 그녀는 그 이백 루블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째선지 그 일을 상기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유쾌하지가 않았다. 그녀는 그 일에는 자신과 관계 있는,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브로스키가 자신을 의식해서 기부한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알게 되고 다른 인연으로 발전될 것이란 암시를 스스로 느끼고 있는 안나이다.

 

164 그녀는 안나에게서 그녀 자신도 경험이 있는 성공에서 오는 흥분의 빛을 발견했다. 그녀는 또 안나가 스스로 불러일으킨 환락에 도취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키티는 이 감정과 이 조짐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금 안나에게서 보았던 것이다. 그녀는 그 눈 속에서 떨리며 불타오르는 광채를, 저도 모르게 입술이 벌어지게 하는 행복과 흥분의 미소를 그 동작에 나타나는 한층 또렷한 우아함과 확실함과 경쾌함을 보았던 것이다. 특별한 만남으로 변화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더 잘 알아보는 경우이다.

 

165 그가 안나에게 이야기할 때마다 안나의 눈에는 기쁨의 섬광이 불타올랐고, 행복한 미소가 그 진홍빛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그녀는 마치 그러한 태도로 마음속 환희의 징후를 밖으로 나타내지 않으려 애쓰는 듯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저절로 그녀의 얼굴에 나타났다. '그러면 그이는 어떨까?' 키티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키티는 안나의 얼굴에서 똑똑히 보았던 그것을 그에게서도 발견했던 것이다. 이전의 침착하고 의연한 태도며 태연자약한 표정은 어디로 숨어버린 것일까? 이제 게임 끝이다. 여자는 그것을 알았기 때문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를 느낀것이다.

 

166 '난 나 자신을 모욕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의 눈동자는 번번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므로 나를 구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그의 얼굴에는 키티가 이제껏 한 번도 본적이 없는 표정이 있었던 것이다.

 

173 니콜라이 형의 삶은 추악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의 영혼은, 그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은 그를 경멸하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서 결코 악하지 않다는 것을 레빈은 느끼고 있었다. 그가 억제할 수 없는 성정과 뭔가에 짓눌린 지성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결코 그의 죄는 아니었다.

 

186-7 레빈은 아침에 모스크바를 떠나 저녁에 자기 마을에 도착했다. 도중에 기차 안에서 동승한 사람들과 정치에 관해 애기하기도 하고 신설 철도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지만, 그 동안에도 그는 줄곧 모스크바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머릿속의 모든 것이 뒤얽혀버린 상태에서 자신에 대한 불만이며 무언가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괴로워했다. 그러나 자기 마을의 역에 내려 외투 깃을 세운 애꾸눈의 마부 이그나트를 보고, 역사 건물의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불빛 속에 양탄자가 깔린 자기의 썰매며 방울과 술이 달린 마구를 걸치고 꼬리를 땋은 자기의 말을 보고, 이그나트가 썰매의 채비를 하면서 마을 소식이며 청부업자가 와 있다는 것이며 파바가 송아지를 낳았다는 것 등등을 이야기할 때는 그도 조금씩 마음속 혼란이 가라앉았고 부끄러움과 자기에 대한 불만도 자취를 감춰가는 것을 느꼈다.....그는 이 모든 것들을 손쉽게 할 수 있으리라고 여겼기 때문에, 오는 내내 더 없이 즐거운 공상 속에 빠져 있었다. 새롭고 보다 나은 생활에 대한 희망에 가득 차서 밤 여덟시가 지나 그는 자기집에 도착했다.

 

191 레빈에게 이 집은 전 세계나 다름없었다. 이 집은 그의 부모가 살았고 또한 죽어간 세계였다. 그들은 레빈의 눈에 완전무결한 이상으로 비치는 생활을 했고, 그가 자기의 아내와 자기의 가족과 함께 다시 일으키려고 공상했던 생활을 해온 것이다.

 

197 그러나 그녀는 이러한 말을 입에 담음과 동시에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자기를 의심했을 뿐만 아니라 브론스키를 생각하기만 해도 마음에 동요를 느꼈으므로 더 이상 그와 만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 예정보다 빨리 떠나기로 한 것이었다. 떠난다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204 그녀는 문을 열었다 눈보라가 그녀를 향해 휘몰아쳐와 그녀로 하여금 문을 열지 못하게 했다.

 

205 요 며칠간 몇 번이나 아니 방금 전만 해도 그녀는 브론스키 따위는 도처에서 숱하게 만날 수 있는 여러 젊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를 생각하는 것조차 점잖지 못한 일이라고 혼자서 되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지금 이렇게 그와 만나게 되자, 해후의 첫 순간에 느닷없이 그녀를 붙든 것은 기쁨과 자부심이었다. 그녀는 어째서 이런 곳에 그가 와 있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마치 그가 그녀에게 그저 당신이 있는 곳에 있기 위해서 왔다고 이야기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는 정확히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207 페테르부르크에서 기차가 멈추자마자 그녀는 내렸다. 맨처음 그녀의 눈에 띈 것은 남편의 얼굴이었다. '세상에! 어째서 저이의 귀는 저렇게 생겼을까?' 그녀는 그의 싸늘하고 위엄 있는 풍채와 무엇보다고 지금 그녀를 놀라게 한, 둥근 모자 테두리를 받치고 있는 귀의 연골부를 쳐다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특히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은 남편을 보는 순간 일어났던 자신에 대한 불만의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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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를 보자 브론스키는 그라는 사람의 존재를 확실히 인식하였다. 그리고 마치 목이 말라 괴로워하던 사람이 간신히 우물가에 이르러보니 이미 개와 양, 돼지 같은 것들이 그곳에서 물을 마시고 휘저어 놓은 것을 발견했을 때 맛보는 것과 같은 불쾌한 느낌을 경험했다.

 

219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의 생활은 일 분 단위로 구분되고 계획되어 있었다. 그날마다 자기 앞에 닥친 일을 해내기 위해서 그는 극히 엄격한 규율을 준수하고 있었다. '서둘지 말고, 쉬지 말고'이것이 그의 신조였다.

 

 

 

 

 

227 그가 알기로 페테르부르크의 세계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전혀 상반된 두 부류로 나뉘어 있었다. 저급한 한쪽 부류는 야비하고 어리석고 무엇보다도 우스운 인간들로, 한 남편은 정당하게 결혼한 한 아내하고만 생활해야 한다는 것과 처녀는 순결해야 하고 여자는 수줍어 해야 하고 사내는 사내다워야 하며 절도 있고 건강해야 하고 자녀를 교육시키고 자기가 벌어서 생계를 꾸려야 하고 부채는 갚아야 한다 등등의 온갖 어리석은 것을 믿고 있는, 말하자면 고루하고 우수운 종류의 사람들이었다. 다른 한쪽의 부류는 그의 친구들이 모두 속해 있는 진정한 인간의 무리로, 그들에게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우아하고 아름답고 도량이 넓고 대담하고 쾌활하고 온갖 정열에 얼굴을 붉히는 일 없이 몸을 던져야 하며, 그 이외의 온갖 것들은 모두 웃어넘길 수 있어야 했다. 브론스키는 처음 얼마간 모스크바에서 가지고 온 전혀 다른 세계의 인상 때문에 다소 머릿속이 멍했지만, 곧 낡은 슬리퍼에 발을 밀어 넣듯이 이전의 즐겁고 유쾌한 세계로 발을 들여놓았다.

하루가 바뀌지 않으면 혁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주는 힘은 강력하다. 사람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그리고 성장한 배경에 따라 다른 기질의 인간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 삶에 변화가 있다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깨짐이 이루어져야 바뀌지 않나 싶다. 블로스키가 경험한 모스크바는 어쩌면 그를 평범하고 우수운 종류의 사람들을 느끼게하는 계기가 되었을게다.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경험하는 것은 재미는 있다. 잠시동안은 가능한 일이다. 자신에게 맞는 옷이 아니라면 그 경험의 신비로움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결혼은 예나 지금이나 오랫동안 지켜야하는 약속 같은 것이다. 어울리지 않는 옷. 잠시 입어봤다 벗어버리는 옷 같은 것이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결혼일지 모르겠다.

 

2

 

254 그녀는 그에게 특별히 고삐를 잡힐 여지를 주진 않았지만, 그와 만날 때마다 그녀의 가슴속에는 기차에서 처음 보았던 그날과 같은 생생한 느낌이 불타오르는 것이었다. 그녀 자신도 그를 볼 때마다 즐거움이 자기의 눈 속에 빛나고 입술에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이 기쁨의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처음에 안나는 대담하게 자기를 뒤쫓아 다니는 조심스럽지 못한 그의 행동을 자신이 불쾌하게 여기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모스크바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를 만나리라고 여기고 갔던 야회에서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을 때 그녀는 슬픔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다는 것과, 이 추적이 불쾌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녀 생활의 크나큰 기쁨이 되고 있다는 것을 또렷하게 깨달았다.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경험하지 못하고 생각으로 알기에는 부족함이 따른다. 깨닫는다는 것은 자신에게도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외부의 시선이 아닌 스스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솔직하지 않을 재간은 없다. 가끔 그것의 의미를 읽어내지 못하는 무딤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265 얘기는 품위 있게 시작되었으나 너무 지나치게 품위 있었기 때문에 이내 또 막히고 말았다. 그래서 결국 결코 바뀔 일이 없는 확실한 방법인 험담에 매달리 수 밖에 없었다.

 

274 "난 말예요." 안나는 방금 벗은 장갑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난 이렇게 생각해요....만약 사람의 머리가 각기 다르듯이 생각도 다르다고 한다면, 마음이 각기 다른 만큼 사랑의 종류도 다를 것이라고요." 안나의 사랑에 대한 생각이 어떤 형태인지를 모르던 브론스키에게는 이 말은 안도의 숨을 쉬게해준다. 자신에게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알게해주고 또 자신을 염두엥 둔 그녀의 생각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277 당신에게도 앞으로 안정이니 하는 것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난 절망과 불행...그렇지 않으면 행복, 끝없는 행복, 이 둘의 가능성을 볼 뿐입니다!.....그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일까요?" 그는 그저 입술만 움직여 덧붙였으나 그녀는 알아들었다.

 

283 그는 아내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있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자신에게 역설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한 번도 의혹이라는 것을 경험한 일이 없었다.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남편을 본다. 모든것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전형이다.

 

285 그의 생각은 그의 몸과 마찬가지로 어떤 새로운 것에도 부딪치는 일 없이 뺑뺑 동그라미를 그릴 뿐이었다. 그는 그것을 깨닫고 이마를 문질렀다. 그러고는 그녀의 서재에 앉았다.

 

286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다른 존재에 열중한다는 것은 알렉세이 아렉산드로비치와는 전혀 인견이 먼 정신활동이었다. 그는 이 정신 활동을 유해라고 위험한 망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려운 것은'하고 그는 생각했다. '하필이면 내 일이 완성을 앞두고 있는 때에(그는 지금 통과시키려 하고 있는 법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정신적인 안정과 정력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이때에, 하필 이런 쓸데없는 걱정이 나를 급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불안과 걱정에 지쳐 문제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힘마저 잃어버리는 그런 사람들과는 다르니까.' "나는 잘 생각해서 결론을 내리고 이 문제를 마음속으로부터 떨쳐버려야만 한다."그는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안나는 남편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인간을 만난것이다.

 

'결국은' 알렉세이 알레산드로비치는 혼잣말을 계속했다. '그녀의 감정이나 그 밖의 일은 나와는 상관없는 그녀 양심의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내 의무는 분명히 결정되어 있다. 가정의 장()으로서 나는 그녀를 지도해야 할 의무가 있고, 따라서 얼마쯤은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발견한 위험을 지적하여 경계시키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 권한을 행사하여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렇다. 나는 그녀에게 주의를 주지 않으면 안 된다.'

 

287 '난 다음과 같이 명백히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는 세평과 예의의 중요성, 둘째는 결혼의 의의에 대한 종교적 설명, 셋째는 필요하다면 아들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불행의 지적, 넷째로는 그녀 자신에게 닥칠 불행에 대한 지적. 결혼의 유지로 자신이 줄 수 있는 혜택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이곳에 두 남녀의 사랑따위는 감정따위는 어디에도 없다. 결혼은 계약이다. 그 계약위반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정리일 뿐이다.

 

288 층계를 올라오는 가벼운 발소리로 그는 그녀가 이미 가까이 왔음을 느꼈다. 그러자 그는 자기의 언변에 만족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그것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느낌은 언제나 정확하다.

 

289 지금 그는 마치 자기 집으로 돌아온 사람이 문이 잠겨 있음을 발견했을 때 맛보는 것과 같은 감정을 경험하고 있었다. 마음에 있다는 그 문은 한 번 닫기면 좀처럼 열리질 않는다.

 

295 두어 숨 쉬는 사이에 코고는 소리는 다시 편안하게 규칙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늦었다. 늦었어, 이제 늦었어."그녀는 미소를 띠면서 중얼댔다. 그러고는 오랫동안 눈을 말똥말똥 뜬 채 꼼짝도 않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도 자기 자신의 눈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때부터 알렉세이 알렉산드리치와 아내 사이에는 새로운 생활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렇다 할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296 그는 살인자가 자기 때문에 목숨을 잃은 시체를 보고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에 의해서 목숨을 빼앗긴 이 시체야말로 그들의 사랑이었고, 그들 사랑의 첫 단계였다. 부끄러움이라는 무서운 대가를 치르고 손에 넣은 것을 회상해보니, 거기에는 뭔가 무섭고 구역을 치밀게 하는 것이 있었다. 자기의 벌거벗은 정신에 대한 부끄러움은 그녀를 숨막히게 했고, 곧바로 그에게도 옮아갔다. 그러나 살인자는 살해한 시체에 대해서 공포를 느낄지언정, 그 시체를 은닉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난도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살인에 의해서 손에 넣은 것을 억척스럽게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살인자는 정열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분노를 가지고 그 시체에 달려들어 그것을 질질 끌기도 하고 난도질하기도 하는 것이다. 마치 그와 마찬가지로, 브론스키 역시 그녀의 얼굴과 어깨를 키스로 덮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붙잡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 이 키스, 이것이야말로 수치를 대가로 사들인 것이다. 그리고 영구히 내 것이 될 이 손은, 내 공범자의 손인 것이다. 그녀는 그의 손을 들어올려 거기에 입을 맞췄다. 그는 무릎을 꿇고 그녀의 얼굴을 보려고 했으나 그녀는 얼굴을 감춰버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는 마치 자기를 이겨내려고 몸부림치듯 몸을 일으켜 그를 밀어젖혔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아름다웠으나, 그 아름다움 때문에 한층 더 가여웠다. 살인 사랑 섹스 정열 분노 난도질 전리품

 

301 시간과 노동은 제 할 일을 했다. 괴로운 기억은 차츰차츰 그의 마음 속에서 보잘것없지만 의미 깊은 전원생활의 사건들에 의해 덮여갔다. 한 주 한 주 지날 때마다 그는 키티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차츰 드물어졌다. 그는 안달복달한 마음으로 그녀가 이제 결혼했다거나, 혹은 머지않아 결혼할 것이라는 소식이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한 통지가 앓던 이를 빼어버리는 것처럼 그의 아픔을 말끔히 치료해주기를 바라면서, 그러는 사이에 봄이 왔다. 아름다운, 추위가 되돌아가지 않는 따뜻한 봄, 기대도 속임도 없이, 초목도 짐승도 사람도 다같이 기뻐하는 그 드문 봄이었다.

시간이 약이다. 우리 속담이다. 그리고 기대한다. 자신의 사랑이 오는 봄처럼 따뜻하게 스며들기를.

 

302 그 저술의 요지는 농사에서 노동자의 특성은 기후나 토지와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304 봄 그것은 계획과 예상의 때이다.

 

318 "자네한테 오니 마치 왁자지껄하고 흔들리는 배에서 내려 조용한 기슭에 상륙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군."

 

321 여자라는 것은 아무리 연구해보았자 언제나 전혀 새로운 모습을 갖고 있는 거야. "그렇다면 차라리 연구 같은 걸 하지 않는 편이 더 낫지 않아?" "아니지, 어느 수학자가 말하지 않았나, 기쁨은 진리의 발견이 아니라 그 탐구에 있다고." 스테판과 레빈의 대화

 

322 완전한 정적 사이사이로 흙이 녹거나 풀이 속아남에 따라 지난해의 낙엽들이 바스락거리며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어허! 풀이 자라는 것이 들리기도 하고 보이기도 하는군!" 레빈은 석필(石筆)빛의 축축한 황철나무 잎 한 잎이 바늘처럼 가느다란 어린 풀 옆에서 움직인 것을 보고 혼잣말을 했다. 벼가 자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라오스인이 생각난다

 

341 주제넘지만 나는 나와 마찬가지인 사람들, 말하자면 고도의 교양을 가졌고_재능과 지력은 별개의 문제지만 말야_과거 삼사대의 명예로운 계통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사람들, 내 아버지와 조부가 그랬던 것처럼 누구 앞에서도 결코 자기를 비굴하게 낮추는 행위를 하지 않았고 어느 누구에게도 궁상을 떤 적이 없는 사람들, 그런 이들만을 귀족으로 여기고 있단 말야. 그리고 난 그러한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어. 자네에겐 내가 숲의 나무를 세는 것이 비천하게 느껴지겠지.
허울뿐인 귀족에 일갈을 가한다.

 

343 안나를 부러워하면서도 그녀가 숙부드러운(1. 물체가 노글노글 부드럽다. 2. 심성이 참하고 부드럽다. 3. 품행이 얌전하고 점잖다)부인으로 불리고 있는 것에 이미 오래 전부터 짜증이 났던 젊은 부인들 대다수는 자기들이 예상했던 일이 일어난 것을 기뻐하며, 자기들이 준비해둔 온갖 경멸을 그녀에게 쏟아붓기 위해 뒤집힌 세평이 확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기회가 왔을 때 그녀에게 던질 욕지거리의 진흙덩이를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 대부분과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언제 터질지 모를 이러한 사회적 추문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366 인생에 대해서 순진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이 어린애는 그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알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그들의 도피의 정도를 가리키는 나침반이었다. 이날은 세료쥐아가 입에 없었다.

 

391 마지막으로 이 아르쉰 너비의 물이 담긴 도랑이 남아 있었다. 브론스키에게 그것은 이제 안중에도 없었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세밀함이 없어진 상태. 이들의 마지막을 알 고 있는 저자나 독자나 복선이 깔린 한줄의 글로 다가온다.

 

394 그는 자기의 의혹과 질투에 대해서 다시는 안나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나 사람을 얕보는 듯한 그의 태도는 그와 아내의 현재 관계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것이었다. 그는 아내에 대해 다소 냉담해졌다.

 

'당신은 나하고 터놓고 애기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그녀한테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당신을 위해서 좋지가 않소. 이제는 당신이 나한테 졸라댈 테지만 난 이제 다시는 터놓고 얘기하지 않겠소. 당신은 더욱더 불리해질 뿐이오' 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마치 불을 끄려고 쓸데없는 노력을 되풀이하던 사람이 자기의 그 쓸데없는 노력에 대해서 화를 내며' 에잇, 될 대로 되어라! 탈 대로 타거라!'하고 내던져버리고 마는 것과 같은 식이었다.

 

402 그녀는 아주 단순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입을 놀렸다. 그러나 지나치게 수다스럽고 말이 빨랐다. 그녀 자신도 그것을 느꼈다. 말하는 사람도 느끼고 듣는 사람도 느낀다.

 

405 두 남자, 남편과 애인은 그녀에게는 생활의 두 중심이었다. 그래서 외부적인 감각의 도움 없이도 그녀는 그들이 접근을 감지할 수가 있었다.

 

'명예심과 사행심, 저분의 마음속에 있는 것은 단지 그것뿐이다'하고 그녀는 생각했던 '고귀한 견해라든지 문명에 대한 사랑이라든지 종교라든지 하는 것들은 모두 출세를 위한 무기에 지나지 않는다.'

부인석 쪽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서 (그는 그녀가 있는 쪽을 똑바로 보았으나 모슬린이며 리본이며 깃이며 양산이며 꽃의 바다 속에서는 알아볼 수 가 없었던 것이다)그녀는 그가 자기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일부러 못 본 체하고 있었다. 레빈이 키치를 찾았던 장면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군중속에서 찾는 일은 어쩌면 가장 쉬운 일중에 하나인데 이 남편 부인을 사랑하지 않는 다는 것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찾으려고 노력해도 보이지 않는 눈을 착용하게 되었버린 남자.

 

408 모든 직업은 영광의 이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450 "그래요. 하느님께선 십자가를 주시지만 또 그것을 견뎌나갈 힘도 주시니까요."

 

458 "남 앞에, 나 자신 앞에, 신 앞에 조금이라도 자기를 잘 보이기 위해서 모든 사람들을 속인 거예요. 그렇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이제 그런 행동에 몸을 맡기진 않겠어요! 악인은 될지언정 최소한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쟁이는, 위선자는 되지 않겠어요." 잘 보이고자 하는 욕망. 인간이면서 예외인 자는 별로 없을게다.

 

460 위선이며 자기기만 없이 그녀가 오르고 싶어했던 그 높은 경지를 유지하기란 어렵다는 걸 그녀는 통감했다. 그 뿐 아니라 그녀는 자기가 살고 있는 세계, 슬픔이며 병이며 죽음의 지경에 이른 사람들의 세계에서 압박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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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1 09:15:42 *.216.38.13

아아아. 길수씨. 진정 이 책의 마음에 무찔러드는 글귀를 다 정리하셨단 말씀입니까..!!

존경합니다.

제가 쓰는 칼럼 <일상에 스민 문학>편으로 이 <안나카레니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제인지는 확실하지 않고요. 문학동네 판으로 읽으셨군요. 전 민음사와 문학동네판, 그리고 을유문화사 판이 있는데, 확실히 가독성은 문학동네판이 뛰어나더군요...

근데,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정말 명문장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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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1 10:29:16 *.175.250.219

일단 1권만...2,3권 모두 읽어야지요.

첫문장이죠. 톨스토이가 달래 톨스토이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영화를 너무 못만들었다는...생각이 불현듯 많이 나기도 했구요.

어쩌면 나름나름 사람들의 심리묘사가 그리도 뛰어나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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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1 10:50:11 *.216.38.13

톨스토이.. 정말 디테일의 황제지요? 특히... 안나가 등장하는 무도회 장면.. 디테일 정말 뛰어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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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1 21:19:45 *.131.205.107

소설이라서 궁금해서 읽어보았어요.

 

그리고, 굵은 글자로 인용한 이 부분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누군가는 이 작품을 한마디로 '이혼의 어려움' 뭐 그런거라고 했던 것도 기억나서 혹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 

즉, 이상, 현실, 그리고 자신이라는 3각관계인가도 궁금합니다. 굵게 인용한 아래에 옮겨온 부분은 특히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한 여인에게서 무엇인가를 죽여버린 사람(살인자), 중요한 뭔가가 죽어버린 여자(시체), 그리고, 그 중요한 뭔가.... 그게 궁금해요.

책을 읽어보고 싶은데, 언제 읽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 

 

296 그는 살인자가 자기 때문에 목숨을 잃은 시체를 보고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에 의해서 목숨을 빼앗긴 이 시체야말로 그들의 사랑이었고, 그들 사랑의 첫 단계였다. 부끄러움이라는 무서운 대가를 치르고 손에 넣은 것을 회상해보니, 거기에는 뭔가 무섭고 구역을 치밀게 하는 것이 있었다. 자기의 벌거벗은 정신에 대한 부끄러움은 그녀를 숨막히게 했고, 곧바로 그에게도 옮아갔다. 그러나 살인자는 살해한 시체에 대해서 공포를 느낄지언정, 그 시체를 은닉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난도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살인에 의해서 손에 넣은 것을 억척스럽게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살인자는 정열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분노를 가지고 그 시체에 달려들어 그것을 질질 끌기도 하고 난도질하기도 하는 것이다. 마치 그와 마찬가지로, 브론스키 역시 그녀의 얼굴과 어깨를 키스로 덮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붙잡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 이 키스, 이것이야말로 수치를 대가로 사들인 것이다. 그리고 영구히 내 것이 될 이 손은, 내 공범자의 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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