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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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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3일 09시 38분 등록

여우숲을 찾아온 세 여인이 백오산방에 들렀다가 각처로 돌아갔습니다. 덕분에 일 년이 넘게 쌓인 집안 먼지를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가장 기쁜 것은 그곳에 앉아 다시 예전처럼 책을 보고 싶을 만큼 다락방 서재가 깔끔해졌다는 것입니다. 모처럼 종일 다락에 나를 가두고 책에 빠져보았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새소리, 바람소리, 멀리 산과 바다 으르렁대는 소리...

 

숲학교 사무실 옆 신발장에 딱새 부부가 새집을 짓고 여섯 개의 알을 낳았습니다. 작년 이즘에도 딱 그 자리에 비슷한 갯수의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워 숲으로 떠나보낸 딱새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 부부가 다시 찾아 온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자식 중에 누가 돌아온 것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딱새가 둥지를 튼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반갑고 애틋해서 가능한 사무실로 드나드는 일을 자제하고 있었습니다.

 

종일 읽던 책을 멈추고 해거름 사무실로 올라가보았습니다. 이런! 신발장 밑에 그 작은 새의 알이 하나 떨어져 깨져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지난 연휴 주말에 찾아온 많은 손님들이 화장실을 오갔는데 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알을 품는 시간이 길지 못했고, 덕분에 일부 새 알에 이상이 생긴 탓 같습니다. 새는 스스로 부실한 알을 둥지 밖으로 굴려 깨트렸나봅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오가는데 일일이 그들에게 걸음을 멈춰달라고, 그곳을 지나가는 일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으니 어미 새의 초조한 마음이 마치 내 마음인 양 느껴져서 주말 내내 안타까운 심정이었습니다. 결국 저렇게 낳은 알의 일부를 골라 스스로 밀어내야 했으니 어미 새 아픔이 어땠을까요?

 

하지만 새는 그 실패와 아픔 때문에 절망하지 않고 있습니다. 남은 가능성에 최선을 다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평일, 다시 인적이 뜸해지자 부지런히 신발장의 둥지에 머물며 알을 품고 있습니다. 새의 그 모습을 보다가 우리 인생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에게도 소중하게 품던 꿈 깨지는 날 있습니다. 애쓰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소망 스스로 깨트려야 하는 날 있습니다. 그러나 저 새가 그러하듯 한 두 번의 실패로 절망을 허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아직도 깨어날 꿈이 남아 있거나 새로 샘솟는 것, 그것이 살아있는 모든 존재 안에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올해 꿈 품은 알 모두를 잃는다 해도, 다시 아카시 꽃 피는 계절은 돌아올 것입니다. 새들은 다시 사랑하고 알을 낳고 그것을 품을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생명에게 던져진 희망의 순환법칙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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