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비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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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정신이란 무엇인가?
“지난 4월 13일, 토요일, 변화경영연구소장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그리고 이 시대 직장인들의 멘토이신 구본형씨가 향년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4월 13일은 사부님께서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신 날이다. 그 후 한동안 인터넷을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들의 헤드라인이었다.
삼십의 후반을 넘어 사십의 문턱에 들어서며 정말이지 나는 혹독한 마흔앓이를 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 지나온 모든 시간이 의미 없이 느껴지며, 나이만 먹었지 이루어놓은 것도 또 꿈도 희망도 없이 마치, 수렁에 빠진 듯 막막한 상황, 그 동안 내가 옳다고 믿고 살아왔던 가치관들이 모두 흔들리며 캄캄한 밤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은 듯한 그런 상황에서 나는 사부님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만나게 된 구본형 선생님은 타인의 아픔과 고민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지시는 분이셨다.
그 후 6기 선배들과의 부산여행에서 뵙게 된 사부님은 제자의 결혼식에서 마라카스를 흔들며 축가를 부르고, 제자들과 바닷가에 앉아 맥주 캔을 기울이며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격이 없는 친구같은 그런 스승의 모습이셨다. 연구원 전체모임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말을 많이 아끼시며, 당신이 앞에 나서서 주도하시기 보다는 제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시는 모습. 라디오 방송 고전읽기에서는 역사, 신화를 넘어 인문학 전반적인 영역에 있어 해박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추고 계신 분, 43살에 스스로 변화의 길로 들어설 것을 선택하여 16년간 꾸준히 매일매일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되 멈추거나 포기하지 않고 늘 새로운 고민으로 새로운 창조를 위해 노력하신 분이셨다.
그는 누구나 남이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스스로 인생의 주체로서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당신의 삶을 통해 증거하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인물로 도약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변화의 과정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제시해주셨다.
구본형 정신의 핵심 키워드는 ‘고유한 나’의 발견과 ‘변화’라고 생각된다. 즉, ‘고유한 나’의 발견을 통한 변화일 것이다. 구본형 정신은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명제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영웅이 되는 길은 자신을 변형시켜 새로운 인물로 거듭남으로써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려주셨다. 하지만 그 변화의 주체는 결국 ‘나’ 자신이며, 그 열쇠는 내가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의 내면 깊숙이 들어가서 스스로를 탐구하여 자신의 내면에 감추어져 있는 소중한 보물을 발견해야 한다.
그 보물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자신의 강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강점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신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는 통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통로를 찾아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기나긴 고독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또한 그 고독의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매일매일 꾸준히 지속하는 것과 주변의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경쟁하는 ‘오늘의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본형 정신의 핵심 키워드가 ‘나의 발견’과 ‘변화’라면, 구본형 정신의 근간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믿음’ 즉, 인간애가 아닌가 생각된다. 즉,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모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들을 돕습니다”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구본형 정신의 근간이다. 다만, 그 도움의 주체가 능동적으로 스스로를 도우려는,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즉, “말을 물가까지는 데려가도 물을 먹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물을 먹을 의지를 가진 사람, 절실함을 가진 사람을 도우려고 생각을 갖고 계셨던 것 같다.
또한, “고기를 잡아주기 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구본형 정신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정신은 그의 맞춤형 교육방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고 보여진다. 그는 기존의 학제식 교육방식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례적으로 개인대학을 개설하여 연구원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인문학의 다양한 분야의 컨텐츠를 읽고, 소화하고, 곱씹고, 또 연구원 상호간에 교류와 소통을 통해 배워나감으로써 스스로 깨우치고 적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도록 한다.
그는 집단 지성의 힘을 믿고, “스승이면서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다. 친구이면서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라는 이탁오의 사상에 공감하며 그 스스로도 제자들에게 엄한 스승이면서 또 격이 없는 친구의 모습을 보여 주신 것 같다. 그가 엄한 스승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의 삶 자체가 그의 말이나 글과 일치하는 즉, 모범이 되는 삶이기 때문에 존경심이 경외가 우러나올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지식의 폭이 깊고 너비가 넓은 사람은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아는 것을 실천하는 힘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고, 또 언행일치가 되는 사람인 동시에 인간적인 따뜻함을 가진 사람은 더더욱 드문 것 같다.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진실에 진실한 이야기인 고전을 이야기”해주고, 사람 개개인의 강점과 장점의 가치를 알아주고 개인이 내면에 갖고 있는 “마치 눈부신 빛과 같은” 무궁무진한 재료와 힘을 알아주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는 사람. 절대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에서 빛과 힘을 찾아내며 ‘시(詩)처럼 살다 가신 분’ 나는 그를 변화경영시인이라 부르고 싶다.
그는 비록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소중한 유산인 ‘사람에 대한 사랑’은 ‘고유한 나’의 발견을 통한 ‘변화’라는 키워드와 함께 오래도록 우리에게 남아서 진정한 ‘나’를 찾아 오이디푸스의 모험을 떠나게 하고, 시시포스의 바윗돌을 멈추고, 아리아드네의 실이 되어 절대 길을 잃거나 포기하지 않게 하고, 안티고네와 같은 길을 감으로써 우리가 얻은 소중한 유산을 결코 잃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그 유산을 남기도록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