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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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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8일 07시 48분 등록

 

s_배수구.JPG

 

아들과의 일상을 기록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둘 사이의 대화를 메모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가끔 아주 인상깊은 대화만 적다가 이제는 일상의 소소한 대화도 써놓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작한 일이 민호와 나 사이에 중요한 의식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자주 '마주이야기' 공책을 읽어달라고 하고, 자기가 한 말을 '마주이야기' 공책에 적어달라고도 합니다.

읽어주면 혼자 배꼽을 잡고 웃기도 하고, 그 말에 또 말을 더하기도 합니다.

안좋았던 감정을 이야기로 만나면 다시 그때를 설명하면서 풀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아빠, 마주이야기'라는 글들을 요새 올리고 있습니다. 나의 새로운 글 바구니입니다.

그런데 '마주이야기'에 대한 설명을 한 번은 하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어가 생소한 분들도 있을거구, 스스로 명확한 의미를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마주이야기'는  한자말로 '대화, 언어상호작용'이라고 풀 수 있는 우리말입니다.

가장 먼저 '마주이야기'라는 말을 쓴 곳은 이오덕 선생님의 영향을 받은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라고 합니다.

나는 박문희 유치원원장님의 <마주이야기_아이는 들어주는 만큼 자란다>라는 보리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을 통해 자세히 알았구요.

 

박문희 원장님은 이 마주이야기를 중요한 교육방법으로 유치원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아이들 스스로 마주이야기를 쓰게 하고, 친구들 앞에서 발표도 하고, 가족들을 모시고 마주이야기 축제도 합니다.

한 마디로 마주이야기 교육은 "아이들 입에서 터져 나오는 말을 들어주고 알아주고 감동해 주는 교육"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아이들 말은,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한 것으로 가득합니다. 그래서 아이들 말은 아이들의 모든 것입니다. 이렇게 마주이야기 교육은 아이들의 모든 것인 아이들 말을 어떻게 하면 더 들어줄 수 있을지를 알아내면서 아이들 말로 모든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말만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몸짓과 표정도 들어주고 마음도 들어주려고 하니 서로 깊게 통합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문제가 해결되기도 합니다. 책에서 나온 아이들 입에서 터져나오는 소리를 하나만 예로 들어볼까요?

 

  "왜 내가 청개구리야? 엄마가 내 말 안 들으니까 엄마가 청개구리지."

이런거예요. 아이의 마음이 이해가 되시죠?

 

  "말한 그대로 글을 쓰고, 그 글을 말하듯이 읽으니 우리 말과 글이 삶과 겉돌지 않고 그대로 살아납니다."

마주이야기를 통해 공부를 위한 공부, 삶과 관계없는 공부가 아니라 하나로 살아납니다.

일과 공부, 놀이를 나눠서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를들면 아이들은 블록놀이 할 때 온 몸과 마음을 집중해서 블록 하나하나를 맞춰가며 '블록놀이해, 만들기해'라고 하지요.

어른들은 '소근육을 길러준다. 집중력을 길러준다. 공간감각을 길러준다'합니다. 누가 삶과 겉돌고 있는지 확실하지요?

 

마주이야기 교육은 나에게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주 삶과 겉도는 어른이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 내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서 터져나오는 말을 잘 들어주어야 겠구나.'

이런 결심을 하게 했습니다. 마주이야기 공책을 만들고 민호에게서 나오는 말을 적었습니다.

게다가 마주이야기를 쓰는 엄마들과 선생님은 있는데 아빠는 거의 없는 것 같아서 의욕이 더 생겼습니다.

내가 한번 해보자. 어떤 이야기들이 모일지, 민호와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살펴보자는 마음입니다.

 

의미를 정리하려고 하니 좀 거창해 지는 것 같기도 한데요.

한 마디로 마주이야기는 서로 한 이야기를 글로 적고 나누는 것 입니다.

재미도 있고 사이가 깊어집니다.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우리도 마주이야기 축제를 열어보는 건 어떨까요?

 

 



s_배수구2.JPG

<사진/양경수, 오후 네시 배수구>

(가로막힌 벽을 통하게하는 배수구 같은 도구가 마주이야기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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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8, 2013 *.183.179.189

마주이야기... 정말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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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9, 2013 *.161.240.244

여기서 뵈니 또 반갑습니다.

공감해주는 아빠분들이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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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8, 2013 *.104.94.47

정말 상대에 대한 배려와 올바른 경청을 할 수 있겠는데요

생각도 깊어질 것 같아 저도 실천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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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9, 2013 *.161.240.244

순간적으로 주고받는 대화에 자신이 별로 없는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일단 재미가 있습니다. 아이도 좋아하구요.

글쓰기 훈련법도 되구요.

(음. 이러다가 마주이야기 전도사가 될것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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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9, 2013 *.10.141.41

으음...책을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읽은 것을 실천하는가의 문제 였군요..

읽어본 책인데 내 삶이 변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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