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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0일 00시 50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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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내의 등을 따라 바르셀로나의 낡은 골목길을 걷다 높은 담벼락과 오래된 주택가 사이를 이리저리 헤매이다 보면 난데없이 피카소 미술관의 입구가 나온다. 


아마도 전시된 그림들은 그냥 휘이 둘러보았던 것 같다. 미술관 내부는 촬영 금지였을까, 사진도 남아 있지 않다. 그곳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은 없다. 다만 피카소가 파리로 떠나기 전 젊은 시절 그렸던 그림들 - 자신의 스타일을 찾지는 못했으나 천재성을 예감케하는 - 과 노후에 아틀리에에 틀어박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연구하며 그렸던 연작들이 기억에 남는다.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였던 그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입체주의의 시작을 알린 ‘아비뇽의 여인들’과 스페인 내전 당시 게르니카 지역의 참사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담아낸 ‘게르니카’란 작품으로 유명하다. 셀 수 없이 많은 그의 작품들 중 굳이 대표작을 꼽아본다면 아마 이 두 점이리라. 


그런데 모두가 찬사를 보낸 천재 피카소에게 감히 ‘실패’라는 평가를 내린 이가 있으니, 바로 비평가이자 작가인 존 버거이다. 그는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란 책에서 피카소를 미완의 천재로 평가한다. 위대한 화가이자 피카소의 라이벌이었던 마티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신에게는 오직 한가지 생각 밖에 없다. 당신은 이 생각을 지닌 채 태어나고, 평생 이 고정된 생각을 발전시키며, 여기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평생 이 ‘한가지 생각’을 붙들고 늘어져 그것을 작품과 삶으로 완성해내는 것이 예술가에 대한 한가지 정의가 될 수 있다면, 피카소에 대한 존 버가의 평가는 옳을지도 모른다. 피카소의 그림은 그의 형형한 눈빛처럼 반짝였으나, 때때로 그것은 삶의 깊이를 담아내지 못하는 재기 넘치는 놀이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내게 20세기의 천재를 평가할 능력은 감히 없으나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 ‘게르니카’를 만났을 때, 모네와 마티스, 고흐와 로스코의 그림을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이 온 몸을 치며 육박해들어오는 감동은 없었다. 그리고 이것 또한 말할 수 있다. 그와 같은 천재도 평생 자신의 주제를 찾아 헤매였다. 그리고 쉬지않고 그림을 그렸다. 하물며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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