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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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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0일 15시 43분 등록

오늘은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처음에는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라 멋지게 그려보고 싶었는데요,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네요.

저는 거울을 보고 자꾸 웃게 됩니다. 처음의 모습에서 자꾸 바뀌어요. 계속 저와 눈을 맞추고 있는 사람에게, 물론 거울 속에 있는 것도 저 자신이지만, 누군가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나구요, 혹은 어색해서 웃기도 하구요, 보고 있다보면 웃는 모습이 예쁘기도 하더라구요. 하여간 이래저래 그리다가 헛생각을 하지요.


20130530-1.JPG


전에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드로잉 수업을 받을 때, 자화상 그리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먼저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고 그려보라고 하셨구요, 그 다음 번에는 거울을 나누어 주시면서 보고 그려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보고 그리는 쪽이 보지 않고 그린쪽보다는 저와 더 닮았고, 그리고 더 잘그렸더라구요. 그런데, 같이 수업을 받는 학생들 중에 보지 않고 그린 그 모습이 딱 그사람인 사람이 몇 있었지요. 그런데, 그녀가 보고 그린 자신의 모습은 너무나 많은 정보가 담겨있어서 그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지요. 저는 그게 무척 놀라웠습니다.


그 수업에서 2가지 방법을 모두 해보라고 하신 선생님께서는 보고그릴 때 특징을 잘 잡아내는 것과 보지 않고 그릴 때 특징을 더 잘 잡아내는 것을 말씀하시려고 그 활동을 하셨다고 하셨습니다. 보고 그릴 때는 그릴 것이 너무 많아서 두드러진 특징을 못 살리기도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처럼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그린다고 하셨고, 보지 않고 그릴 때 실제 자신의 특징을 잘 못잡아 낸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처방이 '잘 그리는 쪽으로 하라' 였습니다. 볼 때 너무 많은 정보에 현혹되어 특징을 못 잡아낸다면 보고나서 안보고 그리는 게 낫고, 안보고 그리면 형태나 특징이 틀어진다면 보고 그리는 게 낫다였습니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보고 그릴 때와 안보고 그릴 때를 일치시키는 것도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저는 자신의 2가지 모습, 2가지 자화상이 모두 그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자화상을 그리는 것 말고 다른 것도 했습니다. 어린이의 성장발달을 다루는 EBS의 다큐 '아이성장보고서' '자아존중감'이란 것을 보았거든요. 거기서는 아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합니다. 이건 어린이 심리상담에서 많이 쓰는 기법입니다. 언어적으로 적당히 표현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물을 때 사용하거나, 혹은 무의식에 있는 어떤 모습을 보고자 할 때도 이용하는 상담법이기도 하지요. 심리학자는 아이가 자신의 모습이라고 그린 모습을 보고 아이를 읽어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 그리고 외부에서 타인이 보고 있는 그 사람의 모습. 주관적인 모습과 객관적인 모습 그 둘 모두가 저는 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가정은 이러합니다. 아이들의 경우는 살아온 삶이 짧아서 시점(時)의 폭이 좁으니까 대부분이 일치할거구요, 어른들의 경우는 자신의 과거의 특정 시점의 모습이거나, 혹은 현재, 혹은 바라는 미래상일 수 있어 다양한 시간대역이 존재할거란 거죠.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그 모습을 닮아가니까요. 자신이 그린 그날의 모습이 현재 자신의 모습일지, 과거의 어느 날의 모습이었는지, 혹은 자신이 바라는 무엇인가를 이룬 미래 어느 날의 모습일지 모르는거잖아요. 대부분은 자신을 보고 그리지 않으니까요. 보고 그린다 해도 저처럼 머리 속에 별 생각이 다 있는 사람은 그 생각이 그림에 반영될테니까요.


제가 이런 생각을 한 것은 한 의문에서 시작합니다. 

역사적으로 일어난 사건을 사람들은 이야기로 전하는 데, 그게 진짜인가하는 의문입니다. 고을에 욕심많고 포악한 양반이 있었는데, 그 양반 등살에 살기가 매우 힘이 들었다. 어느 날 참다 못한 한 사람이 그 양반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양반을 몰라내고 마을에는 평화가 왔다. 하는 식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대부분 이렇게 전합니다. 그런데, 실제는 양반에게 달려든 그 사람은 더욱 어려움에 처합니다. 그런게 한두번도 아니고, 아주 여러번, 몇 백년 동안 그런 사건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야기는 왜 대부분이 나쁜 양반을 몰아내는 것으로 전해질까요? 어느 것이 진실일까요? 개별적인 사실은 나쁜 양반을 몰라내려고 덤빈 그사람이 싸움에 져서 죽는다이지만, 그걸 전하는 이들은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들은 평화롭게 잘 산다고 믿는 그게 진실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그리고, 또 이상한 소설을 보았습니다. 아코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입니다. 전쟁 중에 어린 쌍동이가 겪은 이야기가 앞부분에 나오고, 그리고, 나중에는 그 쌍동이가  헤어지고, 어른이 되어서 겪는 이야기가 소설의 내용입니다. 뒷부분을 읽다보면, 쌍동이가 겪은 것이 사실인지, 그들이 진짜 쌍동이였었는지, 그리고,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했는지를 의심하게 하는 사건들이 일어납니다. 어디까지가 거짓말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매우 헛갈리게 됩니다. 소설은 답을 직접 말해주지 않습니다. 두고 두고 생각해서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어찌했을까, 혹은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작가는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왜 어떤 사람의 삶 전체를 거짓이라고 의심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작가는 만들어 냈을까요?


그러다가 이런 생각도 합니다. 그게 다 진실은 아닐까하구요. 자신이 자신을 보는 시각에서, 타인이 자신을 보는 시각으로, 그리고, 자신과 타인이 모두 자신을 보는 시각으로,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 볼 수 있는 위치에서 그 모습을 보는 시각으로 세계를 넓혀가며 혹은 시간을 점점 늘려가며 본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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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30, 2013 *.208.244.55

댓글 달려고 로긴했어요^^

자화상 멋져요! 정화씨 그림가운데 제가 본 것 중 최고?ㅋㅋ

 

한번도 직접 만난적은 없지만, 프로필 사진을 자주 보니

마치 실제로 여러번 만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이 자화상은 사진에서 느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네요.

무척 재밌어요.. 그림이 마구마구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그리고 저도 타인이 생각하는 나, 내가 아는 나, 내가 되고 싶은 나

사이에서 늘 쩔쩔 매는 지라

글도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도 한번 자화상을 그려보고 싶게 합니다.. 안 보고, 또 보면서 그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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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30, 2013 *.39.145.41

네, 한번 자화상 그려보세요.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물어보세요. 어느 것이 자신과 더 닮았느냐구요.

여럿이 같이해보면 ..... 그럼 좀더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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