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iw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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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으로 땅바닥을 다지고 그 위에 잡석을 깔았다. 지면의 경계석과 그 높이를 맞춰야 하는데 벽돌두께 60mm 감안하더라도 잡석이 많이 필요했다. 부지런히 잡석을 삽으로 퍼 날랐다. 다음은 그 위에 모래를 깔아야 했다. 분주한 삽 놀림이 계속 되었다. 이마에는 어느새 굵은 땀방울이 맺혀 바닥에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배운 대로 하면 40mm의 두께로 모래를 깔아야 하나 적당하다 싶어 쪼그려 앉아 각재로 모래를 편평하게 다졌다. 그 위에 I 자 형의 벽돌을 올려 놓았다. 나무 망치로 툭툭 벽돌 위를 두드려 고임과 높이를 조절했다. 세로와 가로 모양으로 교차하여 포장을 했다. 벽돌간 줄 눈 간격도 잊지 말아야 한다. 두드리고 다지기를 수십 차례 반복하면서 20장의 벽돌을 모래위해 고르게 올려 놓았다.
줄 눈 사이는 모래로 채워 넣었다. 그리고 빗자루로 벽돌 위를 쓸어 내리니 그럴듯하게 벽돌 포장이 완성되었다.
체구가 다부지고 눈초리가 매서운 감독관이 견고하게 포장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벽돌 위에 올라갔다. 그러더니 발을 몇 차례 굴렀다. 그러면서 만족한 표정을 짓더니 벽돌을 해체하라고 지시했다. 오전 제도 실기 시험에 이어 오후 시공 실기 1차 과제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아울러 지난 2개월 반 과정의 조경 실무 과정도 끝나가고 있었다.
2년 전부터 남은 인생은 행동의 삶, 실천의 삶을 살겠노라고 다짐했었다. 천성적으로 몸을 움직여서 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운동도 작업(일명 노가다)도 내가 하면 좀 어설펐다. 누구는 몸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매일 책상에서 일만 하고 책만 읽는 ‘책상 물림’으로 남은 인생을 보낼 것을 생각하니 숨이 막혔다. 더 늦기 전에 무언가 몸을 움직이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마라톤을 2년 전에 시작했고 지금까지 몇 차례 완주의 기쁨을 맛보았다. 그것이 첫 번째 몸 짓이었다. 두 번째 몸 짓은 작년 9월에 끄적거린 글쓰기였다.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덕분에 부수적으로 ‘독수리 타법’의 타이핑 속도도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판을 안 보고는 못치고 여전히 옆의 자판을 건드린다). 그리고 이번 조경 실무가 3번째의 작은 몸 짓이다.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도면에 평면도와 단면도를 작성하고 나무를 심고 벽돌을 포장하고…. ,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동시에 정성을 다해 서툰 움직임이라도 노력하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처음부터 삽질을 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조셉 켐벨은 매 순간 살아있음의 경험을 찾으라고 했다. 이미 앞서 삶을 살아간 영웅들이나 성현들이나 게으름과 태만은 인간의 가장 큰 죄악이라고 했다. 몸을 움직여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그 것이 생업으로 어쩔 수 없이 하건 건강을 위한 것이든 삶의 다양한 체험은 인생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할 것이다.
나는 나무를 사랑한다. 상황과 조건이 되면 나무는 인간에게 꽃과 향기를 선사하고 녹음을 제공하고 아름다운 단풍을 선물한다. 너무 받기만 했다. 이제는 나도 그 녀석들한테 주고 싶다. 가지치기(전정)에 약한 녀석과 강한 녀석이 있는데 이번 여름에는 기회를 만들어 한번 전정 방법을 배워야겠다. 먼저 주위에 있는 소나무는 가위로 하면 안되니 손을 이용하여 순 지르기부터 해야겠다. 사랑하는 마음도 함께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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