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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30일 08시 47분 등록
나의 생애 중 지금 생각해도 아름다운 장면 하나.

2000년 여름.
아주 열심히 일했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았고,
잠자기 전에도,아침에 눈을 떴을 때도, 버스 안에서도
내 머리는 일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일의 순서를 바로잡거나
혹시 빠뜨린 것이 있는지를 체크했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일을 해서가 아니라
내가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같아서
그 일을 그만두기 위해 마무리를 짓느라
그렇게 열심히 일을 했었다.
후임이 와서 일을 하게 되면
헷깔리는 게 많을 것 같아서,,
내가 그동안 혼자 애쓴게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릴 것 같아서,
매듭을 짓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했었다.

내 모든 에너지가 그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쉴틈없이 일했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발산된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열심히 또 집중적으로 무언가를 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었는지 의아하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도 알 수 없다.

그때의 나를 생각해보면
참 활달하고 쾌활했던 것같다.
주변사람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낯선사람에게도 환한 얼굴로 거리낌없이 대하고.

그 무렵에 그 사람을 보게 되었다.
처음 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에게 좀처럼 열지 못했던 내 맘을
편안하게 내보일 수 잇을 것 같았다.
스물여섯 그해 여름에
그렇게 일에 열심이었던 나는
그 속에서 발산된 에너지를 발판으로
그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싶어졌다.

그해 여름, 그날 아침은 그사람을 두번째로 본 날이였다.
처음 본지 몇달이 지나서였던 것같다.
(사실은 서로 인사도 안한 사이였지만)
그 날 아침 나는 분홍색 반팔 니트에 스커트를 입었던 것같다.
평소에는 잘 입지도 않던 스커트를.
아침 햇살도 환했고,
나는 출입문 바로 옆에 있는 책꽂이 앞에서 파일들을 정리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문득 옆에서 웬 낯선 젊은 청년이
모자를 벗으면서 내게 인사를 꾸벅하는 것이었다.
무심결에 나는 '갓 제대한 후배인 모양이구나' 생각하면서
반가운척 눈을 크게 뜨고 "어~~~!"하면서 인사를 받았다.
근데 그렇게 짧은 인사 후 나는 잠시 멀뚱해졌다.
도무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내 맘을 알아차렸는지
그 사람이 먼저 뒤 쪽에 앉아있던 내 동료를
손으로 가르쳤다.
(그 사람은 내 동료와 잠시 일을 같이하게 된 외부인이었다.)
경쾌하게 꾸벅, 인사하던 환한 그 얼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 개인 메일로 왔는데 올려도 될지 아직 양해받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름은
간단히 표기합니다.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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