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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5천만의

여러분의

  • 민주현
  • 조회 수 15075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3년 2월 4일 21시 19분 등록

2002/07/23 (01:08) '이전 자료에 있는 글입니다 .

5천만개의 역사, 또 5천 만개의 꿈

그저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의 시작입니다.

첫째:내 생애 중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입니다.

저는 51세의 가정 주부랍니다.
그동안 추억의 창고 속에 너무 많은 장면들이
저정되었지만 그 중에서 꼭 하나만 꼽으시라면...

40대 중반이었을 때의 일입니다.
성당 봉사 활동 중의 하나로 충청도 어느 산골
나환자마을에 계신 신부님께서 그곳으로
방문와 주시기를 원하셨었지요.

제가 맡은 일은 그 분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고
그 후에 나환우들을 즐겁게 해주는 친교의 시간을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의 준비와 기도를 충분히하고 생전 처음 나환우 마을에 도착했지요.

후원회원 약100여분과 그 곳 나환우들 약 50여명이 거룩하고 기쁜 마음으로 미사를 드렸지요.
앞쪽으로는 그들이 자리를 했었고 그 뒷쪽으로
우리들이 앉게 되어 있어서 사실 미사 시간에는
그분들의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없었습니다.

잠시 후, 그 자리에서 바로 '화합의 마당'이 열렸는데, 앞으로 불리워져 나간 저는 순간 눈 앞이
캄캄해왔습니다.

막상 정면에서 가까이 그 분들의 얼굴을 뵙자
당황이 된 것이지요.
'아! 태연해야 한다. 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허락하소서! 행여 저의 표정 하나에서라도 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그런데, 바로 그 때입니다. 저도 모르게
어디서 그런 용기와 지혜가 생겼을까요!

" 자! 여러분 , 반갑습니다. 저를 따라서 이런 동작을 하며 노래를 부릅시다. 저기 저 할아버지
이 앞으로 잠깐 나와 주시겠습니까? "

어안이 벙벙한 모두 앞에서 저는 그 나환우를
얼싸안고 자연스레 춤을 추며 노래를 하는 것이었지요.

저는 그 순간 분명히 들었습니다!!!!

정상인 100명과 나환우 50명 사이에 놓여있던
보이지 않는 장벽이 무너지는 소리를....!

제 손과 뭉툭해진 나환우의 손이 마주 닿았을 때
그 할아버지 얼굴에서 흐르는 눈물이 참 '맑다'고
느낀 순간, 앞을 보니 그 곳에 계신 나환우 모두의
얼굴이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제 눈에서도 감사와 기쁨의 눈물이 흘렀고
일그러진 그 분들의 얼굴을 타고 소리없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드디어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린 그 분들은 평생
처음 갖어보는 '레크레이션'시간을 통하여
말그대로 재창조되고 있었습니다.

흥겨운 잔치가 끝나고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
오르자, 나환우 한분 한분들이 제 손을 잡아
주면서 평생 웃을 웃음을 한꺼번에 저축한 날이라며 얼마나 행복해 하시던지....!

"우리가 줄 것은 없고... 옥수수 농사 지은것으로
삶은 것이니 서울 가면서 잡수세요..."하면서
아직도 식지 않은 따끈따끈 김이 나는 옥수수 보따리를 손에 들려 주시던 마음이 따뜻한 그 분들!

저는 그 때 그 곳에서의 벅찬 감격과 보람을
평생 잊을 수가 없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간직하고 싶습니다.

둘째: 앞으로 나에게 찾아 올 아름다운 장면.

누구에게나 꼭 한번 맞이해야하는 '내 삶의
마지막' 순간인 죽음을 저는 평화롭게 맞이하고
싶습니다. 고통스럽지 않고 아주 고요하게
떠날 수 있다면... 하고 희망을 갖지요.

자녀들에게 , 사랑하는 그 모든 남아있는 사람들과 진정으로'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요...?

저희 부모님 두 분, 시아버님께서 천국에 가신 그
마지막 모습이 얼마나 편안해 보이던지요....!

그 때 느낀 것은 부모가 자식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며 동시에 마지막 선물은 바로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 이 세상 소풍 끝나는
그 날'을 말입니다.




IP *.229.146.18

프로필 이미지
폴라리스
2005.05.07 22:37:23 *.49.4.83
아름다운 분! 소원이 그 때에도 이루어진 것같이 앞으로도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 복많이 받으실 것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허동욱
2006.04.02 07:34:06 *.179.205.235
민주현 선생님!
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아름답고 가슴 떨리는 감동의 대서사입니다.
참으로 장대한 인간드리마입니다.

글, 잘 익었습니다.
선생님의 봉사의 메아리가 지축을 뒤흔들고,
우리나라에 가득하길 희망합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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