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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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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6일 17시 06분 등록

 

층층나무 꽃이 만개했다가 사위는 지금 숲은 마치 영화 이웃집토토로의 배경이 되는 담녹색 숲을 연상시킵니다. 멀리서 보면 숲 가장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나무와 나무 사이의 빈 공간이 깊고 깊은 바다 속처럼 검푸른 빛입니다. 그 속으로 걸어들어가면 틀림없이 이곳과는 다른 놀랍고 신비로운 세계를 만날 것 같은. 밤이 되자 그 커다란 숲 구멍은 칠흑처럼 어두운 영역으로 바뀝니다. 61일에 처음 딱 한 마리 나타났던 반딧불이가 이제는 제법 여러 마리로 늘어나 그 어둠 속을 유영합니다.

 

사흘간 도시를 떠돌다가 잔뜩 피로를 묻히고 여우숲으로 돌아온 나는 어제 아주 긴 시간 동안 숲의 낮과 밤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졸음이 쏟아지면 이따금 꾸벅꾸벅 졸았고 가까이 다가와 지저귀는 노랑할미새 소리에 깨어나 또 숲에 젖어들었다가 또 졸기도 하면서. 그러던 중 바다가 컹컹컹컹 큰 소리로 짖어대며 어둔 숲 구멍 속으로 달려가는 소리를 듣고 놀랐습니다. 졸고 있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바다를 뒤따라 달려가는 산의 동선을 살폈습니다. 저 숲에 무엇이 있을까? 녀석들이 무엇을 보고 저렇게 흥분하여 달려간 것일까? 아무리 주의 깊게 살펴도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숲 마루를 달리는 두 녀석의 발자국 소리만 들려오다가 멀어질 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흔히 개는 색맹이라고 하는데 저 녀석들은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구나 새삼 느껴지는 밤이었습니다.

 

아 맞아! 신이 인간에게 주지 않은 빛의 영역이 있었지. 신이 만든 빛 중에서 인간은 겨우 가시광선의 영역만을 볼 수 있는 것이었지. 자연 상태에서 우리는 적외선과 자외선의 영역을 볼 수가 없어. 새가 보는 빛, 곤충이 볼 수 있는 빛을 우리는 볼 수가 없어. 빛만이 아니지, 소리도 그렇지. 저 녀석들이 듣는 소리의 영역 중에 내가 들을 수 없는 영역이 있지. 돌고래가 나누는 소리, 박쥐가 소통하는 소리의 대역을 나는 들을 수가 없는 존재야. 나는 겨우 그렇게 무수한 생명 속에 극히 작은 일부인 인간일 뿐이야.

 

그래 정말 우리 인간은 다시 겸손해져야 해.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 선언한 누군가의 말이 얼마나 가당치 않은가 생각해 보아야 해. 자연을 자원이요 통제 가능한 대상으로 삼아온 우리 문명의 사유와 방식이 얼마나 신의 뜻을 자의적으로 헤아린 것인지 성찰해 보아야 해. 나는 빛과 소리를 생명 저마다가 나누어 보고 들을 수 있게 한 신의 뜻이 무엇일까 생각하는 밤을 보내다가 백오산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습니다. 홀로 있는 시간이 이래서 참 좋지... 생각하다가 깊은 잠에 빠진 하루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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