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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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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28일 22시 52분 등록


박물관앞에서 만났던 아이들

올해 일월초에 새롭게 맡은 교회아이들과 2004년의 꿈을 나눴습니다. A4용지 1장 정도 적어와서 나누기로 했는데.....기대가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1장말고 더 많이 적어와도 되느냐고 제게 묻는 아이가 있었거든요.

아이들에게 제 꿈 하나는 올해 아프칸 영혼들을 위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보다 더 많이 후원하는 것과 그곳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의 아프칸 영혼들에 대한 관심은 9.11이 난 후, 신문을 통해 보게된 아프칸인의 삶을 다룬 작품때문이었습니다.

작가는 아틱 라미히로 카불에서 출생하여 파키스탄에 있다가 탈레반정권을 피해 프랑스에 정착한 아프카니스탄인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감독하여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먼지와 재'란 작품명으로 상영되었습니다. 간략하게 줄거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할아버지가 손자와 함께 탄광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을 찿아갑니다. 폭격으로 죽은 사람들과 강간으로 자살한 며느리의 죽음을 아들에게 전하기 위해서요. 가면서 소련의 폭격으로 귀머거리가 된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묻습니다.

"할아버지 소련군들은 우리 목소리를 훔쳐서 다 어디에 쓰려는거죠"라고.

아이는 폭격소리로 인해 자기가 귀먹은 것을 알지 못하고 다만 소련군인들이 자기의 '소리'를 훔쳐갔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마치 집에 있는 물건들을 빼앋아 간 것처럼요. 그래서 빼앋긴 물건이 없어 사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자기 소리도 그들이 가져가서 사용하지 못한 것(듣지 못하게 된 것)으로 생각한 것이죠.



폭격으로 폐허가 된 왕궁

짧은 이야기였지만, 많은 부담감을 가졌습니다. 부담감이 자기에게 맡겨진 일이라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습니다. 같은 일을 보거나 겪어도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데 자기만 유독 부담감을 가진다면 그건 자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안해도 될 일이고, 해야할 의무가 없는 일이라도 하지 않고 있으면 그냥 무언가 마음이 편하지 않는 감정 같은 게 생기는 것요)

많은 사람들이 이 부담감때문에 삶을 더 고달프게도 또는 풍요롭게도 살아 가는 것 같습니다. 내가 장남이라는 부담감, 맏며느라는 부담감, 아내라는 부담감, 남편이라는 부담감, 선생이란 부담감...등등

소련군에게, 탈레반정권에게....그렇게 오랜 전쟁으로 고통받았던 그들에게 또 따른 폭격으로 상처를 받는다는 생각에 많이 아팠습니다.

그 뒤, 위험 가운데 제 옆의 누군가가 아프칸으로 가고...가는 그에게 좋은 후원자가 되기로 약속했습니다. 최근에 작지만 그곳 카불대학에서 여성들을 위한 상담사역을 하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으며 지난 9월 회사연수 마치고, 세종문화회관 국제보도사진전을 관람하면서 봤던 낙타 한 마리에 한 남자의 세 번째 아내로 팔려간 신부 15살의 마지아(Marzia)이야기도 새삼 떠올랐습니다.

그녀는 청소하다가 실수로 남편이 좋아하는 텔레비젼을 조금 상하게 했다가 남편이 이 사실을 알고 자신을 폭행할 것이 두려워 온 몸에 식용유를 뒤집어 쓰고 자살을 시도했다고 했습니다. 마지아가 있는 헤라트라는 도시를 지도에서 찿아보았습니다. 카불에서 서쪽에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8일 출발하여 두바이를 통해 아프칸을 방문한 후, 어제 새벽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땅에서 짦은 시간이지만 보아야할 것을 보았고 들어야할 것을 들었습니다. 새해초 제가 꾸었던 꿈을 이루고 다시 한 해를 보내고 맞을 수 있어 좋습니다. 이제 며칠있으면 또 새로운 꿈을 꾸어야겠지요.



금보다 귀하다는 눈이 내리는 카불대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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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
2004.12.29 11:39:47 *.98.245.78
부담감이란 표현으로 자신의 애정과 관심을 표현해주신 영희님, 그대의 아름다운 꿈에 박수를 보냅니다. 눈이 오는 교정에 서 계신 모습 가운데 사랑으로 타오르는 뜨거운 열정이 보이는 듯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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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기원
2004.12.29 13:23:02 *.190.84.137
삶에서 사랑을 실천하신 박선생님을 보면 참 행복하신 분이라 생각합니다. 그 나눔의 방식에 매료되었습니다. 그 나눔의 방식의 꿈이 이루어져서 많은 어린이와 저까지 행복하게 해주시니... 하느님께서도 박선생님의 소중한 꿈들을 더 잘 만들어지게 도와 주시리라 믿습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언제나 신의 사랑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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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4.12.29 19:20:15 *.229.146.40
아프간을 다녀 오셨군요. 가서 보고 싶기도 하지만 또한 가기 싫은 곳이기도 합니다. 나도 사진전에서 그 여인을 보았지요. 여인이라고 불리기도 어려운 어린 소녀였지요. 고단하기 이를데 없는 삶들이지요. 분노도 슬픔도 사라진 마른 먼지 자욱한 황량한 곳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기억납니다. 잘 다녀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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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2005.01.01 20:01:24 *.82.205.168
정말 잘 다녀왔다는 생각입니다. 많은 짐을 가지고 혼자서 한 여행이라 다른 여행과 달리 경유하는 공항마다 아주 특별한 사람들과 특별한 만남들도 있었고, 생각지도 않은 눈에 쌓인 힌두쿠시 산맥을 눈앞에서 바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잘 다녀왔다고 생각한 것은 제가 카불에서 현지인들의 가정을 방문하여 본 그들의 삶에 대한 부요함이었습니다. 정말 매력적인 사람들이었고......아름다운 사람들이었습니다. 비록 가난은 하였지만. 탈레반정권때 여자들 교육이 금지되었을 때도 두 딸을 자전거에 태워 골목골목을 누벼 지하에서 여자들에게 교육하는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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