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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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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5일 21시 00분 등록
2000년이 시작되면서 남들은 새로운 희망에 부풀어 있을 때 오히려 저는 우울함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제 나이는 40살이 되었고 "아무것도 이룩한게 없이 또 한해가 시작되는구나" 하는 허탈감 이었지요.
그리고 신문을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시 한편이 내 눈을 잡아 끌었습니다. 그 시의 내용은 대강 아래와 같습니다. (죄송하게도 지은이를 모릅니다.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 주시길)

묘비명

중략

어느 무명인의
"어물어물 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라는
묘비명이 더 가슴을 친다.

속절없이 가버린
생(生)의 오후 시간표 앞에서

내 무덤을 생각하다.
무명인의 묘비명을 생각하다
창밖 흐르는 풍경을 본다.

중략

그래, 내 나이 사십이 되어도 아무것도 한게 없고 준비한 것도 없으면 저 시 속에 나오는 주인공 처럼 "어물어물 하다가"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난 무엇을 해야 하지?
이 세상 단 한번 뿐인 내 생애,
위대한 나! 하지만 현실속에 초라한 나!
하고 싶은게 뭔지, 뭔가를 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생각하니 않고....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가고있었습니다.

그로부터 몇일의 고민이 시작되고,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 대학교 기획팀에 속해 있었고 어느 정도 재능과 능력이 있는듯도 하였습니다. 그래, 내가 삼성, 현대나 같이 사기업체의 기획실 직원과 비교하여 뛰어나진 못하지만 그래도 전국 대학교 행정기획 업무에서만 비교 한다면 내가 정말 잘할수 있을거야.. 그래 "대학교기획전문가"가 되는거야.

이렇게 결심을 하고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나름대로 행동을 하였습니다. 예를들면 대학교 기획분야의 업무범위 파악, 외국 대학교 자료 수집, 기획프로젝트 참가... 그 결과 나름대로 몇몇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루었고 대외적인 인지도도 어느정도 구축이 되었고 나의 행동에 스스로 대견해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인사부서에서 저를 기획팀에서 학과의 행정분야로 인사발령을 내 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전 또 다시 고민에 빠져버렸습니다. 난 대학교기획전문가가 되기로 했는데 이렇게 되면 어렵게 되었잖아.. 그럼 앞으로 난 어떻게 하지....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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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5.05.15 00:20:55 *.51.74.204
말씀하신 묘비명의 글이 여기있군요.
'어물어물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제가 알기론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thing like this would happen)."
버나드 쇼가 하트퍼드셔 시골집에서 스스로 남긴 묘비명이라고 하더군요.

임종의 순간에도 이런 해학적인 말을 남길 수 있다는 게 참 부럽습니다.
그리고 우유부단에는 슬픔과 후회가 배어 있다는 거..
종말론이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내가 내일 죽는다면 지금 어떻게 살까?
결국 종말론은 오늘을 어떻게 살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PS)어제 너무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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