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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9일 22시 56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로렌 슬레이터(Lauren Slater 1963.3.21~ )

 

미국의 심리학자, 작가. 하버드대학, 보스턴대학에서 심리학 석.박사 학위를 마침.

1994 1997 '미국 최고의 수필상'을 두 차례 수상. 1993 '뉴 레터 문학상' 논픽션 부문 창작상 수상. 현재 애프터 케어 서비스(After Care Service) 정신과 진료소 소장으로 활동 중.

 

작품<Love Works Like This> <Prozac Diary> <Welcome to My Country: A Therapist's Memoir of Madness> <Lying, A Metaphorical Memoir>등이 있다.

 

참조 : http://ko.wikipedia.org/wiki/%EB%A1%9C%EB%9F%B0_%EC%8A%AC%EB%A0%88%EC%9D%B4%ED%84%B0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에코의 서재

 

 [나에게 이 책은]

 

  동안 당연히 그런 것이다. 사람이니까 당연하다. 사람은 이런 생각의 고리를 가지고 있는가 보다. 평범하게 지나치던 일들이 사실은 과거 학자들의 실험을 통하여 밝혀진 체계화된 이론에 근거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실험을 통하여 사람들이 확률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는 것에 대한 전제와 결과는 유추가 가능하나 그것도 전체를 대변하는 이론은 만들어질 수 없다. 예외인 사람들이 존재한다. 사람이 중심인 학문. 심리학의 분야는 그래서 미래에도 그 영역이 광대할 듯 하다. 아무리 연구하고 실험해도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우주를 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다.

동일한 환경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라는 부분에 대하여 결과를 유추하는 일은 가능하겠으나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답은 없다. ?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른 답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나의 일터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부분이 있다. 사람들은 정기적인 행동보다 부정기적인 것에서 더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 또 다른 하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저 사람은 나하고 다르네...왜 그럴까. 그는 왜 그렇게 행동하고 그렇게 말하는 걸까. 이런 종류의 질문에 대한 힌트를 얻는 계기도 되었다.

 

언제나 시선은 나다. 타인을 보고 왜 그럴까? 를 아는 것도 관계에서는 중요하다. 그보다는 나를 바라보며 내가 왜 그런지를 알아가는 공부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삶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머리말

 

결국 사람의 인생이란 데이터 값이나 기댓값, 변수와는 같을 수 없지 않은가. 그것은 흡수되고, 변형되고, 다시 씌어지는 이야기이다.

 

심리학이 왜 최첨단 생물학 분야 속으로 점점 더 깊숙이 파고들어갈 수밖에 없는지 깨닫게 된다.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형성하는 과정과 메커니즘을 설명하면서도 우리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왜 이런저런 생각에 이끌리게 되는지, 왜 어떤 기억은 보관되고 어떤 기억은 폐기되는지, 이러한 기억들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것이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칸넬과 스키너, 파블롵프와 윗슨이 우리에게 조건화 반응이 무엇이고 그것이 뇌 속에서 어떻게 부호화되는지는 보여줄 수 있어도, 우리가 그런 정보로 무엇을 하는지는 아직 과학의 영역 안에 들어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기억의 생리적 기질은 정의 내릴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기억이라는 날 재료를 최종적으로 저장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는 여전히 우리 자신인 것이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1. 인간은 주무르는 대로 만들어진다 / B.F 스키너의 보상과 처벌에 관한 행동주의 이론

 

22 중국의 도자기처럼 이글대는 푸른 눈동자를 가진 그는 진정 중요한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고, 자신의 손과 마음으로 세상을 뚜렷하게 만지고 싶다고 썼다.

 

23 인간의 정신이 '생리'라는 단어와 연관되어 있으리라고는 인류 역사상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어는 누구도 변하지 않는 동물의 모양이 그토록 쉽게 변화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파블로프의 개는 침을 흘렸고, 세계는 뒤집어졌다.

 

26 스키너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는 다차원적인 실험을 실시한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변동 강화 계획' 이라고 명명한 실험을 계속 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무엇보다 중요한 발견을 했다. 그는 동물들이 지렛대를 누를 때 부정기적으로 음식을 주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음식이 나오지 않았고, 아주 가끔씩 가령 40번을 누르거나 60번을 눌러야 음식이 나왔다. 직관적으로 보면 보상을 아무때나 주거나 드물게 주면 좌절감이 생겨 행동이 소멸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스키너는 음식이라는 보상을 간헐적으로 줄 때 쥐들이 그 결과와 무관하게 지렛대를 계속 누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것은 마치 마약 중동자가 마약을 찾는 것과 같았다. 또한 그는 간헐적 보상이 일정한 간격으로 주어질 때 (가령 4의 배소로 누를 때라든지)와 일정하지 않는 간격으로 주어질 때가 어떻게 다른지를 실험한 결과, 보상이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질 때 행동이 소멸되기가 가장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7 비로소 그는 인간이 저지르는 어리석은 행동의 대부분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보상이 지속적으로 생기지 않는데도 어리석은 행동을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의 가장 친한 여자 친구가 기분이 내킬 때만 전화를 거는 못된 애인의 전화를 애달프게 기다리는 이유는 무어시고, 왜 평소에 멀쩡한 남자가 연기 자욱한 카지노에만 가면 돈이 한 푼도 남지 않을 때까지 도박을 하다가 끔찍한 지경에 이르는지 말이다. 왜 여자들은 지나친 사랑을 하고, 남자들은 위험할 정도까지 주식 투자를 하는가? 그것은 소위 '간헐적 강화'라는 것으로, 스키너는 그 메커니즘과 우연성이 가진 강박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실로 강박이 지니는 힘은 엄청났다.

 

33 스키너 박사 덕분에 사람들이 처벌보다 보상에 더 많이 반응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스키너 박사의 행동 테크닉은 수많은 불안 장애 환자들이 공포증을 극복하거나 없애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퇴행성 자폐증 환자들이 자신의 손으로 깨끗한 셔츠를 입고 음식을 먹는 방법을 배운 덕도 박사 덕이고요. 아이들에게 긍정적 강화를 주는 방법을 알게 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긍정적 강화의 힘을 강조했기 때문에 행동의 형성에 있어 처벌보다 보상이 더 많은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정치적으로도 엄청남 함축성을 지닐 수 있습니다. 장부가 그것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요. 참으로 희한하고 우회적인 방식이지만, B학점을 받아야 할 학생에게 A학점을 주고,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자에게 일을 잘하고 있다고 계속 이야기해주는 것이 효과가 뛰어나다는, 오늘날 통념적으로 알고 있는 지속도 다 박사에 의해 만들어진 겁니다.

 

35 나는 스키너라는 남자를 정확히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를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으로 이해하는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애완동물처럼 훈련시키는 공동체 건설이 꿈이었던 잔인한 이데올로기주의자로서의 스키너와 인간의 행동을 바라보는 우리의 방식을 영원히 바꾸어놓은, 놀라운 발견은 한 과학자로서의 스키너. 간헐적인 강화의 효과와 인간 행동의 틀이 어떻게 형성, 강화. 소멸되는가를 발견한 반박 불가능한 스키너의 명석한 실험 데이터가 있는가 하면, 그에게 엄청남 오명을 가져다 준 그의 철학이 존재했다.

 

37 그는 상자라는 새로운 장치를 고안하면서 인간의 자유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품고 있던 서구 사상에 과감히 맞서는 의문을 제기함과 동시에 인간의 자유가 얼마나 견고한가에 관하여 엄청난 의구심을 품었다. 환원주의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 실제로 인간이란 자동화된 일련의 반응에 불과하다는 우리의 의구심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훨씬 더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방식이다. 오이디푸스가 치밀하게 짜여진 자신의 운명에 분노하고, 길가메시가 신이 짜놓은 계획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쓴 이래로 우리 인간들은 자신의 행동을 얼마나 주체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의문을 품어왔으며, 그것을 심각하게 걱정해왔다. 그리고 스키너의 상자는 새로운 광채를 발하는 20세기 기계들의 그림자 속에 영원히 반복되는 이러한 근심들을 담아낸 네모난 그릇이었다.

 

41 "아버지의 모든 사상에 동의하세요? 인간이 아무 자유 의지도 없는 자동 장치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동의하나요? 아니면 아버지의 실험이 정도를 지나쳤다고 생각하나요?"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께서 한 가지 실수를 하셨다면 사용하신 어휘가 문제였어요. 사람들은 '동제'라는 단어를 들으면 파시스트를 생각하죠. 만일 아버지께서 인간이 환경에 의해 '터득된다'거나 '고무된다'고 말씀하셨다면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거예요.

단어를 선택하는 일은 그 글을 쓰는 사람이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해서 사용하는 것인데 그것이 바뀌었다면...이라는 가정은 있으나 마나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좀더 부드러운 단어를 몰라서 사용하지 않았을 테고 그렇다면 논란의 중심에 서도록 의도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42 그녀는 다시 감자와 당근에게 돌아가 있었다.

 

46 그의 시체가 옮겨지던 날 그가 삼키지 못하고 남아 있던 약들이었다.

 

47 "이것도 보세요" 줄리가 작은 탁자 위를 가리켰다.

"아버지가 혼수 상태에 빠지기 직전에 드시던 초콜릿이에요."

내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중국 동자기 접시 위에 초콜릿 한 조각이 놓여 있었다. 한쪽 귀퉁이에는 그의 잇자국이 나 있었다.

"얼마나 오래되었어요?"

"10년 이상이요. 그래도 형체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잠시 그녀가 서재를 떠났을 때 나는 박사의 잇자국이 남아 있는 네모난 초콜릿을 들어 찬찬히 쳐다보았다. 그의 입술이 닿은 자리를 정확히 보고 나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끈, 내게 오리라고 결코 생각하지 못한 신호에 이끌려, 아니면 순수한 나의 자유 의지에 이끌려 초콜릿을 나의 입에 가져갔다. 먼지를 뒤집어 쓴 오래된 초콜릿. 나는 초콜릿을 살짝 물어 그의 것 옆에 나의 잇자국을 남겼다. 그러나 내 잎에서 아주 이상하고 약간 달콤한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주 이상한 맛은 10년 동안 켜켜이 쌓은 먼지인가. 스키너의 잇자국에 남아있는 그의 체취일까.

 

2. 사람은 왜 불합리한 권위 앞에 복종하는가? / 스탠리 밀그램의 충격 기계와 권위에 대한 복종

51 당신의 손에는 광고지가 들려 있다. 2주 전 신문을 보다가 '시간당 4달러. 기억에 관한 연구에 참여할 사람 구함'이라고 적힌 내용을 보고 오린 것이다. 당신은 그것이 예일 대학에서 실시하는 것이므로 그리고 구식이 되어버린 믹서를 버리고 새 것을 살 수 있는 충분한 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 그리고 그 모든 연구가 과학이라는 이름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참가하기로 결정한다. 인간행동결정동기. 그럴듯한 보호막내지는 이름 하나로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어떤 것, 유명학교, 유명인, 권력자, 재력가 등등. 그리고 돈, 과학이라는 이름. 근대 현대로 오면서 과학이 인간신뢰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니까.

 

56 "실험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

실험자는 마치 당신의 귀에 이상이라도 있는 것처럼 같은 말을 반복한다. 하지만 아니, 아니야, 내 귀는 멀쩡해. 청력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 시력도 2.0, 2.0 인걸. 당신은 자신의 말끔한 건강진단서와 뛰어난 시력과 높은 대학 성적과 최근 직장에서 승진한 것까지 이 남자에게 모두 이야기해주고 싶은 이상한 욕구가 치민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그것도 정상이고 능력도 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 욕구가 치밀지만 결국은 실험자가 시키는 대로 계속한다.

당신은 애써 눈물을 참으며 말한다.

그의 말에 당신이 소리를 지른다.

당신은 지금 울고 있다. 아니 웃고 있다.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는데 배에서는 껄껄 웃음이 난다.

왜 사람들은 스스로 감정이 변하고 몸이 반응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스스로도 견디기 힘들어 하면서 왜 실험에 계속 동참하는 걸까. 예일대학에서 하는 실험이라서 믿음이 있으니까. 돈을 받아서? 실험의 모든 과정이 과학이라고 믿어서?

 

62 사람들의 예측은 모두 같았다. 결코 충격을 가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또한 상대방이 비명을 지를 경우 충격을 가하는 사람이 병적인 사디스트가 아닌 이상 높아 봤자 150볼트에서 멈출 것이라고 응답했다. 밀그램의 시험 결과가 밝혀진지 4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사람들은 자신만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러분도 똑같다. 밀그램의 실험이 가진 힘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자기 자신과 실제의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만큼이나 엄청나다.

 

66 "밀그램 교수는 부조리를 병 속에 담아 저장했지요." 스탠퍼드 대학의 리 로스Lee Ross 심리학 교수의 말이다. "그는 실험실의 부조리한 행동을 병 속에 담아 우리에게 보여주었죠. 그것이 오늘날의 밀그램 교수를 만들었습니다."

 

67 "사람들이 웃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었어요. 밀그램과 제가 웃는 것은 불편함 때문이었고요."

웃음이 가지고 있는 표정. 두려움, 불편함, 재미있음. 좋아함, 기가막힘. 비웃음.

 

69 밀그램은 실험이 시작된 지 석 달째인 9월에 후원자들에게 연구 결과를 알리는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얼마 전 제가 순진했을 때만 하더라도, 독일처럼 국가 차원의 죽음의 수용소를 만들 만큼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들을 미국 내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뉴헤이번만 뒤져도 그 인원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밀그램이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어떠했을까? 밤에 자다가 벌떡 일어나지는 않았을까? 뉴헤이번의 평범한 거리가 온통 어두운 그림자와 굴곡뿐임을 느끼지 않았을까? 밀그램이 찾아낸 사실은 사람들이 서로 상해를 입히거나 살해를 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언제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공격을 받지 않았는데도 그럴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피 실험자들이 화가 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분노와 살인이 무관할 수 있음을 효과적으로 증명했다. 게다가 그들은 정원에서 꽃을 키우고, 자기 자식을 키우는 조용하고 착한 사람들이었다.

 

사회 심리학에서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가보다는 우리가 언제, 어느 장소에 있었는가를 더 중요시했다.

 

70 <인간과 상황:사회 심리학의 전망>의 공저자인 리 로스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나는 한 개인의 도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행동이 고정된 성격적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있는 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우리의 행동이 내면화된 고정적 기호나 믿음보다는 기후나 바람처럼 변하는 외적 영향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었다.

 

71 밀그램은 엘름과 함께 피실험자들을 개별적으로 측정하고, 한 두 편의 논문을 썼다. 그가 이 작업을 진행하게 된 것은 상황만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만일 상황이 모든 사람을 복종하게 했다면, 모두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면 피실험자 전원이 복종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복종을 한 사람은 전체의 65퍼센트밖에 되지 않았고, 이는 곧 35퍼센트의 사람들이 실험자와 그 상황을 거부했음을 의미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사회 심리학자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회 심리학이 결정적으로 무너졌다.

 

75 그는 몇 번씩 자신을 재확인시켜주려는 듯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그 모든 일이 그의 마음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실험실, 후드득거리는 푸른 불꽃, 학생의 비명, ....그 모든 것이 노인의 몸 속에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그는 늙었지만, 시간이 흘러도 실험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77 "제 심장이 걱정되었거든요."

"심장이 왜요?"

내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걱정스러웠어요. 실험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심장 마비가 올 수도 있었거든요. 그리고....한 남자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그의 심장이 먼저였고, '그 남자'는 그 다음 일이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이치였다. 누가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내가 이 도덕적인 남자에게 기대하는 대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나는 유대교의 화려함으로 치장된 고결한 어떤 것을 그에게 기대했다.

'제 깊은 내면에서는 언제나 윤리적 위엄 같은 것이 존재했습니다. 나의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식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결국 조슈아는 자신의 심장을 걱정한 것이었다. 그의 회고에 따르면, 그가 자신을 걱정하느라 실험에 반항한 것이었다. 그는 실험이 끝나고 너무 화가 나서 다음 날 예일 대학에 있는 밀그램의 교수실로 찾아가 분노를 터뜨렸다. 그가 찾아갔을 때 밀그램 교수는 책상에서 논문 점수를 매기며 조용히 앉아 있었다. 조슈아는 말했다.

"교수님께서는 지금 옳지 않은 일을 하고 계십니다! 옳지 않다고요! 지금 순진한 피실험자들을 흥분시키고 계십니다. 그들의 건강상태도 살펴보지 않았쟎아요. 누군가는 심장 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실험이에요!"

하지만 교수는 매우 침착해 보였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전 어떠한 피실험자도 심장 마비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가해를 하는 당사자가 되는 경험은 의식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지만 무의식의 인간은 그것을 행하는 자가 더 많다는 실험 결과는 놀랍다. 설사 끝까지 실험자의 말을 듣지 않고 중간에 그만두더라도 그것은 타인을 위한 배려심이나 사랑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자기애임을 말한다. 그러니 밀그램은 피실험자들이 절대로 심장마비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사람의 무의식에 절대로 자신보다 타인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80 커피와 커스터드 푸딩이 나오자 그가 후닥닥 먹기 시작했다. 그의 입은 설탕과 침묵으로 가득했다.   

 

85 밀그램은 두 가지 모두를 원했던 것 같다. 스스로 이단자이기를 원하면서도 인정을 받고 싶어한 것이다. 그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너그러운 관용으로 세상이 자신을 포용해주기를 바랐다. 특정 개인이 너그럽고 관용을 베풀 수는 있을 테지만 사회가 세상이 그렇기는...글쎄다

 

89 그 실험으로 인해 저는 제 인생을 재점검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제가 저의 순종적인 태도와 직면하여 그것과 싸우게 했습니다. 그래서 남모르게 하던 동성애를 직시하기 시작했어요. 몰래 한다는 것은 순종의 또 다른 얼굴이었죠. 그래서 전 동성애 선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강한 도덕적 중심을 찾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죠. 실험을 통해 저 자신의 도덕성이 얼마나 약한지를 깨닫고 놀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윤리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제 말을 이해하시나요?"

도덕이라는 영역은 다분히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세상이 홀로 사는 것이라면 도덕이라는 것 자체가 필요치 않은 덕목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강한 도덕적 중심을 가지고 살지 않는 듯하다. 약한 도덕적 중심을 가지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남들이 인지하지 못하면 도덕이라는 허울조차도 없는 듯이 살아간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내 안에 일어나는 감정들을 살펴보노라면 도덕성에 대하여 자신있게 답하기 어렵다.

 

91 문학은 우리의 인생 속에 내포된 의미를 주요한 토대로 삼는다. 그리고 밀그램의 실험은 분명 그러한 토대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주제가 무엇인지는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은 복종에 관한 것인가? 아니다. 믿음에 관한 것인가? 아니다. 희비극인가? 아니다. 윤리에 어긋나는 실험의 사례인가? 아니다. 밀그램은 어떤 바다에서, 어떤 종류의 병 속에, 어떤 메시지를 담아 우리에게 보냈는가? 아마 가장 좋은 방법은 피실험자들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리라. 그들은 그것이 좋은 일이었는지, 나쁜 일이었는지 밀그램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93 나는 밀그램의 실험에 관해 처음 들었던 블랜디스 대학 시절의 어느 봄날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때 내가 느낀 인식의 충격은 얼마나 컸던지. 만일 내가 그 실험에 참가했더라면 나 역시 충격을 가했으리라는 것은 나는 금세 깨달았다. 동요하기 쉬운 내 성격 탓이다. 그리고 내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다면 어떤 이상한 환경이 나를 재촉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나의 내면에 들끓어 오르는 작은 점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분명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닌 내적인 것이다. 작고 뜨거운 점. 나는 인종 차별적 비방을 들으면서도 분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얼마나 자주 침묵했던가? 직장에서 잘못된 일을 보고도, 동료가 형편없는 대접을 받는 것을 보면서도 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자주 가만히 있었는가? 작고 뜨거운 점들은 우리 안에서 돌아다닌다. 어떤 상황에서는 그것이 밝게 빛나고, 어떤 상황에서는 빛을 잃는다. 하지만 도덕적 실패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기 때문에 많은 실패를 하고 나면 다시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나는 이 한여름 날 내 손을 쳐다본다. 그리고 손금들이 어떻게 뻗어 있는지 살펴본다. 위로, 아래로, 좋게, 나쁘게 뻗어 있는 손금들. 사람들의 65퍼센트는 복종을 했다. 35퍼센트는 복종을 하지 않았다. 좋은 것은 나쁜 것이고, 나쁜 것은 좋은 것이다. 모든 것은 뒤섞여 있다. 내 손은 아프지만 가능성은 대단히 크다. 이제 저녁이다. 두 살 난 내 딸이 새로운 스페인 단어를 하나 배웠다. "옵스쿠바! 옵스쿠바!" '더 어둡게, 더 어둡게'라는 뜻이다. 나는 내게 달려오는 딸을 내 손으로, 엄청난 가능성을 지닌 내 손으로 끌어 않았다.

 

3. 엽기살인사건과 침묵한 38명의 증인들 / 달리와 라타네의 사회적 신호와 방관자 효과

 

101 칼 메닝거는 "대중의 무관심 자체가 공격성의 표현이다."라고 썼다.

 

105 달리와 라타네가 발견한 것은 어떤 규모의 집단이든 피실험자가 처음 3분간 안에 비상 사태를 보고하지 않으면, 그 후 어느 시점에서도 보고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자신이 탄 비행기가 피랍되었을 때 처음 3분 안에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비상 사태가 일어났을 때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꼼짝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그 사실을 몸과 마음으로 명심하고 있어야 한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잘못되어가고 있을 때 그것을 알아차린 순간 판단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잘 못되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그 일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경우를 본다. 초반의 판단이 맞는 경우가 더 많다는 생각도 들고. 되돌리기에도 시간이 경과하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쉽다.

 

111 인간은 대열을 무너뜨리느니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존재라는 것, 생존보다 사회적 예절을 더 중시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너무나 상반된다. 매너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욕정보다 강하고, 두려움보다 원초적이다. 달리와 라파네가 피실험자 단 한 명을 연기 나는 방 안에 두고 실험을 했을 때는 모두 다 그것을 비상 사태로 파악하고 그 사실을 '당장'보고했다.

 

112 우리는 모두 모방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인 것이다.

 

116 남을 돕는 행위의 다섯 단계

 

1. 사건의 목격 단계. 도움을 줄 사람은 사건을 목격해야 한다.

2. 도움의 인식 단계. 도움을 줄 사람은 그 사건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석해야 한다.

3. 책임 인식 단계. 도움을 줄 사람은 개인적인 책임 의식을 느껴야 한다.

4. 행동 결정 단계. 도움을 줄 사람은 취해야 할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

5. 행동 단계. 도움을 줄 사람은 이제 행동을 취해야 한다.

 

4. 사랑의 본질에 관한 실험 / 해리 할로의 애착 심리학

 

124 그는 자신의 재능을 엄청난 노력으로 고집스럽게 붙잡지 않으면 그것이 덧없이 흘러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늘 생각했다.

 

130 우리가 지금은 너무도 당연시하는 지식, 즉 인간은 단순한 허기 이상의 것을 원하고,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자 한다는 것 그리고 상투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우리가 맨 처음 본 얼굴을 가장 사랑스러운 얼굴로 여긴다는 것을 그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이다.

 

131 오로지 접촉의 어두운 측면, 영장류 동물들의 관계의 진실만 있을 따름이었다. 어미에게 안겨 있는 동안 죽음을 당할 수도 있었다. 슬픈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서 어떤 아름다움을 느낀다. 우리가 위대한 믿음의 창조물이라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어떠한 역경이 있어도 다리를 세울 것이었다. 이곳과 저곳, 그대와 나를 잇는 다리를 말이다.

 

133 이제 우리는 노동자 계급의 여성들이 포유류로서의 원초적 능력 때문에 집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장래에는 신생아를 키운다는 것이 하나의 의무가 아닌 사치가 되어, 상류층에게만 제한되는 일종의 화려한 소비로서 간주되는 일도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가 어떤 과정을 거치며 흘러가더라도 이제 우리가 사라의 본질과 접촉하게 되었음을 알았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134 천으로 만든 어미는 친어미와 다를 바 없고, 스킨쉽이 원숭이의 마음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듬해가 되자 천 어미 밑에서 자란 원숭이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음이 발견된 것이다. 할로가 천 어미 밑에서 자란 원숭이들을 골라 놀이와 짝짓기를 시키려고 했을 때 새끼들은 폭력적이고 반 사회적인 반응을 보였다. 암컷을 수컷을 공격했고, 제대로 된 성 체위가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 중 일부는 몸을 흔들고, 자신을 물어 뜯었으며, 팔 위에 난 상처를 벌려 털 사이로 시뻘건 피가 솟아나게 하는 등 자폐적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감염증도 생기기 시작했다. 천 어미 밑에서 자란 한 원순이는 자신의 손을 통째로 씹어먹었다. 할로는 매우 심각한 일이 벌어졌음을 깨달았다.

 

135 결국 사랑에 작용하는 변수가 세 가지 있다는 것을 의미했지요. 스킨쉽과 움직임 그리고 놀이요. 우리가 이 세 가지를 모두 제공할 수 있다면 영장류에게 필요한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138 마침내 그는 '강간 침대'라고 이름 붙인 장치를 고안하여 암컷들을 묶어놓고는 수컷들로 하여금 그 위에 올라타게 했다. 장치는 성공적이었다. 어미 없이 자란 암컷 원숭이 스무 마리가 임신을 하여 새끼를 출산한 것이다. 1966년에 그는 '유아기 시절, 어미와 또래 친구 없이 자란 붉은털원숭이의 짝짓기 행동'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강간 침대에서 임신을 당한 어미의 일부는 새끼들을 죽였고, 일부는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정상적'으로 행동한 어미는 단지 몇 마리뿐이었다.

 

141 그렇다면 한 종의 사례를 다른 종에서 일반화시킬 수 있는 정도는 어디까지일까? 어느 누구도 원숭이가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고, 모델이란 우리가 설명하고자 하는 영역의 근사치라는 점을 부인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근사치는 빠져나가기에 너무 쉬운 애매모호하고 교묘한 단어이다. 그것을 어떻게 해서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부풀려지기도, 축소되기도 한다.

 

145 내가 원숭이를 안아볼 수 있다니. 내가 인간의 역사를, 대 빙하기와 신석기시대, 아니 그보다 더 오래 전 공룡이 땅 위를 걸어 다니던 시대를 안아볼 수 있다니 얼마나 큰 행운인가. 믿어지지 않는다. 나는 갈색 털이 북슬북슬 난 작은 원숭이를 집어올려 팔로 끌어안았다. 어린 놈이다. 원숭이가 퀴퀴한 냄새가 나는 팔을 내 목 주위로 감쌌다. 원숭이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겁에 질린 듯하다. 나를 두려워하는 것일까? 내게 잡혀 있는 것이 두려운 것일까? 아니면 풀려나는 것이 두려운 것일까? 나는 원숭이에게 "쉬이....."라고 말하며 그 주름진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가장 촉촉한 눈이었다. 나는 갑자기 내 팔에 안겨 있는 것이 할로라는 느낌을 받았다. 할로가 내 팔 안에서 원숭이로 다시 태어나다니. 우습다. 아니, 우습지 않다. 나는 원숭이의 딱딱한 머리를 쓰다듬고 나서 손바닥 위의 생명선들을 바라보았다. 분홍 선들이 수많은 충동과 욕망으로 엉켜 있었다. 원숭이가 내 팔 안에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나는 원숭이에게 "푹 쉬어."라고 말하며 꼭 안아주었다.

 

5. 마음 잠재우는 법 /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156 인지 부조화 이론에서는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지 않는 행동에 관여한 보상으로 사소한 것을 받으면 받을수록 자신의 믿음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그것은 일종의 왜곡된 감각을 갖게 하는 것으로, 가령 우리가 사탕 하나나 담배  한 개비, 쌀 조금 때문에 자신을 팔았다면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 좀더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게 된다. 스스로 그런 행동을 하는 멍청이로 느끼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자신이 꾸며낸 거짓말을 돌이킬 수 없다면 아예 자신의 믿음을 바꾸어 더 이상 부조화를 겪지 않아도 되고, 바보 얼간이가 된 것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인들은 인지 부조화를 직관적으로 이해한 심리의 대가들이었다. 그들은 손바닥에 보잘것없는 것을 쥐고서, 그 별 볼일 없는 힘으로 어른의 마음을 열고 들어가 그것을 제멋대로 주물럭거릴 수 있었다.

 

157 페스팅거는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고 믿었다.

 

161 우리는 평생 자신의 믿음과 일치되는 정보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주변에 자신의 믿음을 지지하는 사람들만 두며, 자신이 이미 저질러놓은 것을 의심케 하는 모순된 정보는 무시해버린다.

인간이란 자신의 환경에 자신의 생각에 맞게 적응하며 생활하도록 구조화된 동물이다. 얼마나 편리하게 자신을 바꾸는가. 겉 모습을 바꿀 수는 없지만 마음 하나 바꾸는 것으로 모든 것을 정상화시키는 능력을 가진 것이 사람인듯하다.

 

163 인지 부조화 이론은 우리가 이야기를 어떻게 구체화시키는지에 관해서만 설명하고 있을 뿐, 그것을 어떻게 수정하는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6. 제정신으로 정신 병원에 들어가기 / 데이비드 로젠한의 정신 진단 타당성에 관한 실험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내면을 가진 존재이고 주관성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암시해주었다. 이러한 그의 발견은 심리학이나 정신 의학뿐만 아니라 철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185 로젠한 박사는 병원에 수용되어 있는 동안 모든 지시에 따르고, 권리를 주장하고, 다른 환자들이 문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고, 법적 조언을 해주고, 탁구 시합을 하고, 많은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그것을 병원에서는 '글 쓰는 행위'라 명명하고는 로젠한의 과대망상적 정신 분열 증상으로 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입원할 때 만큼이나 아무런 근거 없이 퇴원 조치를 받았다.

 

186 그는 이 나라의 얼마나 많은 병원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처럼 오진을 받고, 약물을 투여 받으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수용되는지 궁금했다. 정신병이라는 딱지가 정신병을 낳은 것일까? 병 때문에 진단이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내려진 진단이 두뇌에 각인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두뇌가 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두뇌를 만드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 자신은 우리 몸에 붙어 있는 딱지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리라. 때는 겨울을 향해 가고 있었고, 펑펑 내린 눈이 집과 자동차와 빌딩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수북이 쌓였을 것이라고 나는 상상해본다.

 

189 한 인간의 정신 진단은 그 사람의 내면에서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맥락 속에서 내려지며, 그런 진단이 엄청난 실수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어떤 진단도 크게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91 정신의학은 이제 갓 탄생한 과학이다.

 

7. 약물 중독은 약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 브루스 알렉산더의 마약 중독 실험

 

203 "아무리 많은 사람들잉 중독성이 강한 물질을 복용하고 반복 사용해도 지옥에 가거나 하는 일은 '결코'없습니다."

 

208 사람들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약리적으로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렇지 않고서는 힘든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211 인체가 자체 생산을 멈추고 유입된 합성 물질에 적응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 표현하면 '신경 적응 모델neuroadaptive model'이라 한다. 그렇게 되면 약물로 인해 우리 몸의 항상성 시스템이 붕괴되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된다.

 

214 쥐들은 단물을 좋아했지만 마약에 취할 정도는 아니었다. 적어도 우호적인 환경에 있는 쥐들에게 아편은 달갑지 않는 존재인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약물이 본질적으로 유혹적이라고 알고 있었던 우리의 생각과는 너무나 다른 결과였다.

 

217 알렉산더 박사의 연구는 마약 중독이 실은 자유의지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쥐든 인간이든 쇠파이프를 들어올렸다가 그것을 다시 내려놓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파이프를 다시 내려놓지 않고 파괴적인 행동을 했다면, 그것은 파이프 안에 우리가 저항할 수 없는 어떤 본질적인 본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처럼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것 외에 더 나은 대안을 찾지 못한 환경적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의 세계에서 중독은 생활방식의 한 전략이며 그것은 인간이 만든 모든 전략과 마찬가지로 교육과 관심 이동과 기회에 따라 달라진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223 1996년 이란에서 실시된 한 연구는 핵가족 여성의 출산율이 대가족 여성보다 높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즉 사람들이 많을 수록 임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이다. 감옥에서 실시된 한 연구는 감방의 밀도가 높을수록 자살이나 살인, 질병 발병률이 높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넓은 환경에서 지내는 사람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225 알렉산더 박사는 마약 중독자가 증가하는 것이 구입 가능성이 높아져서가 아니라 자유 시장 사회의 불가피한 결과로 생겨난 혼란스러운 삶의 이동이 늘어났기 때문임을 발견하였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자유 시장 사회는 경제적 필요에 따라 사람들을 이리저리 쫓아내고, 옮겨 다니게 하며, 달라져야 할 상품으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박사가 마지막 분석을 내놓을 즈음에는 거의 전통주의자 입장에 서 있었다. 오랜 세월 급진적 연구에 몰두한 결과 다음과 같은 보수적인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는 유대감, 사랑, 애정과 그것에서 비롯되는 우정, 가족, 일의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어려운 환경이 중독을 이끈다고 믿고 있었다. 반면에 클레버박사는 약물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중독이 생긴다고 믿었다. 하지만 입장이 서로 다른 과학자들이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비슷했다. 사회 조직망들이 아름답고 의미 있어야 하며 동료들의 자리에 가족이 위치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소비 문화가 판치는 가운데 전통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226 "우리가 아이들에게 문화의 근간을 형성하는 유산과 믿음을 전달할 때 정신 병리학이 일어날 가능성이 줄어든다."

 

228 모르핀은 입으로 넘길 때 불쾌하지만 소화시키고 나면 재미가 느껴지는 하나의 디저트 같았다.

 

8. 우리가 기억하는 기억은 진짜 기억인가? /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기억은 우리가 인생에 남기는 지문이다.

 

235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는 것은 아주 얇은 막 하나이다."

 

238 대부분의 인생은 어떤 특정한 터닝 포인트에 의해 정의되지 않는다. 인생의 대부분이 조금씩 점층적으로 쌓여가다가 시간이 흐른 후에야 우리가 볼 수 있는 형태로 남는다. 마지막에 가서야 그 형체가 드러나는 퇴적물이 되는 것이다.

 

247 "하나는 이야기 진실, 또 하나는 실제 벌어진 진실이지요. 우리는 실제 벌어진 진실의 앙상한 뼈대 위에 살과 근육을 덧붙여 우리 자신이 만든 이야기의 관념 속에 빠질 수 있습니다. 실제 진실이 사라지고 이야기 진실이 시작되는 곳에서 혼동이 생기는 것입니다."

 

255 "일이 없으면 제가 어디에 존재하겠어요?"

 

265 나는 세상에서 믿음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좋은 추억만 있으면 된다고 주장한 도스토예프스키를 생각하고 있다. 

 

267 결국 로프터스 교수는 자신이 가진 것이 아니라 가지지 못한 것으로 내게 답변을 해주었다. 궁극적으로 그녀에게 있는 것은 빛나는 통찰력과 한 여성으로서의 평범한 고통뿐이었다. 아마도 그런 고통은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확실한 기억은 없다. 단지 진정한 후회만이 돌처럼 단단하게 우리 곁에 남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의존할 수 있다. 로프터스 교수처럼 하나의 돌 위에 또 다른 돌을 얹을 수 있다. 하늘을 향해, 무엇인가를 향해.

 

9. 기억력 주식회사 /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낸 에릭 칸델의 해삼 실험

 

276 그가 건드린 기억의 조직은 본질상 전혀 정신적이지도, 신화적이지도 않았다. 기억은 그저 살에 불과했다. 그것은 지도 위의 나라를 표시하듯 집어낼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의 과거는 바로 그곳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도 그곳에 살았다. 해마 안에서, 산호 모양의 대뇌피질 안에서, 한 남자의 은빛 빨대 안에서

 

277 실제로 해마는 자신에 관한 세부 사항을 기억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290 우리가 활력적으로 미래로 향하기 위해 개발된 약이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과거 속에 갇히게 만들어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기억력 강화제에는 수백만 가지의 문제점들이 잠재되어 있다. 크렙을 높이면 과거뿐 아니라 현재를 장악하는 우리의 능력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과거가 거꾸로 쏟아져내리지는 않더라도 현재에 벌어지는 모든 일 하나하나가 다 기억되어 머릿속이 난장판이 될 수 도 있다. 어쨌든 우리의 두뇌 속에 망각 능력이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뿐이다. 그것이 진화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이테크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퇴적물을 던져버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만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291 "나는 알츠하이머병 안에서 이와 같은 고요함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인생은 커튼이 천천히 닫힐 때 대단히 아름답다." 아마 헨리도 그 비슷한 것을 어디선가 느꼈을 것이다. 그는 딸기를 먹을 때마다 항상 첫 경험을 했다. 하늘에서 눈이 내릴 때도 매번 처음 보는 눈이었다. 그가 무엇을 만지든 그것은 언제나 처음 최초의 감촉이었다.

 

10. 드릴로 뇌를 뚫다. / 20세기의 가장 과격한 정신 치료

 

305 아이들은 대체로 눈으로 먼저 본 다음 손으로 잡는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은 눈으로 먼저 봐야만 손으로 만지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340 훌륭한 작품이란 결코 '머리' ''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뜨거운 가슴과 부지런한 발이 있어야 가능하다. 세상의 모든 일은 결국 그 두 가지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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