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나를

5천만의

여러분의

2005년 2월 18일 01시 13분 등록

아래 기고문의 주인공이 누구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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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시선으로 지금을 보고 매일 수련하기, 2005년 2월

나는 한 젊은이를 만났다. 그는 한국 최고의 대학에서 이공계를 졸업하고 한국 최고의 기업 중 하나에서 1년 반 쯤 근무하고 있는 28살의 청년이다. 그가 나를 찾아 온 이유는 자신의 미래가 깜깜해서 일찌감치 다른 길을 찾아보고 싶기 때문이라 했다.

지금 하는 일은 특별한 기술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 반복되는 일이고, 이공계 출신의 미래는 초라하다는 자괴감에 싸여있는 듯 했다. 수학을 잘해서 이공계를 지원하게 되었고, 성적에 맞추어 학과를 선택하여 졸업하였다 한다. 바로 그 학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지금의 회사에서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지만 굳이 이 분야에 매달려야할 이유는 별로 없다 했다. 그래서 진로를 바꿔 경영학을 공부하고 경영 컨설턴트나 재무관리 전문가의 길을 걷고 싶다고 했다. 나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러자 이 청년이 덧붙였다.
“그런데 새로운 대안으로 설정한 그 분야가 내 가슴을 뛰게 하지 않아요. 그걸 생각하면 흥분하지도 설레지도 않아요. 그래서 이 결정이 옳은 것인지 의심하게 됩니다. ”

나는 이 청년에게 지금 있는 곳에서 더 탐색하고 실험하라 했다. 다른 사람들이 떠난다고 하여 같이 떠나지 말라 했다. 테크놀로지의 시대에 테크놀로지를 습득해야하는 사람의 자리를 놓치지 말라했다. 남아있는 세상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것이지 결코 떠난 사람들의 것이 아님을 잊지 말라했다. 더 깊이 내면의 자신과 대화하고 지금의 현장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보라고 설득했다.

새 길을 찾을 때는 지금의 관점에서 미래를 보지 말라 했다. 직업의 안정성이 돋보인다 하여 공무원에 지원하고, 지금 돈을 잘 번다하여 의사가 되려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의 시선이 아니라 준비를 마치고 그 길을 걷게 되는 미래의 시선으로 지금을 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3박 4일 간 같이 있었다. 마지막날 밤에 그는 대략 다음과 같은 3 년 동안의 계획을 밝혔다.

“ 나는 직업을 통해 탁월함을 증명하고 싶다. 나는 주도적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싶다. 나는 앞으로 선박설계전문가가 되려고 한다. 우선 일주일 안에 지금 작성한 초안을 기초로 앞으로 3년 동안의 ‘꿈에 대한 모색과 실험의 계획서’를 다듬을 예정이다. 지금부터 보름 안에 내가 설계한 3년간의 계획을 가까운 동료들과 여자 친구에게 전하고 싶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연구하고 실험하고 공부하려한다. 한 달에 한 번씩 기술 레포트를 작성하여 회사에 제안할 예정이다. 회사가 제공하는 현지전문가에 선발 될 수 있도록 애써 보겠다.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의 조선업계 동향과 기술적 추격에 대하여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겠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수학에 대한 애정을 되찾아 보겠다. 정신적이고 지적인 안정감과 지적 만족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적어도 1년에 두 번은 나와의 깊은 대화를 위해 짧은 여행을 꼭 하겠다. 흥미를 보이기 시작하는 경영학에 대한 공부도 병행하려고 한다. 1 년에 좋은 경영서적 30권 정도는 리스트를 만들어 정독하고 정리하려한다. 서른이 되기 전에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나의 길로 들어 설 수 있도록 나를 실험하고 모색하겠다. ”

그가 자신의 계획을 낭독할 때 나는 그의 몸에서 힘이 솟구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래에 대한 의심을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전환한 사람만이 가지는 힘이 전해졌다. 나는 그에게 자신을 위해서 또 많은 엔지니어들이 가지고 있는 어두운 미래를 밝히는 좋은 선례와 성취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주었다. 내 눈에 그는 더 이상 지루한 일상과 피곤한 반복에 지친 어두운 영혼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며칠 동안 자신의 직업적 삶에 몰두함으로써 과거와 결별하고, 전혀 새로운 자세로 미래의 시간들을 만날 준비가 된 것처럼 보였다. 헤어지면서 나는 그에게 당부했다.

‘매일 해야 한다. 춤꾼은 매일 춤춰야하고, 글쟁이는 매일 써야하고, 검객은 매일 수련해야한다. 이것이 하루를 경영하는 법이다. 하루를 놓치면 처음 시작한 모멘텀을 잃게 된다.’

스님들은 머리를 깎고 산으로 들어가 원대한 구도의 길을 걷는다. 처음 속세를 뒤로 두고 산으로 들어가는 일도 어렵지만, 그 속에서 구도의 길을 하루하루 지속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인 듯하다. 그래서 스님들 사이에서 ‘발심이 초심보다 어렵다’는 말이 종종 회자되곤 한다. 다시 초심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매일의 발심이 바로 좋은 중이 되기 위한 경계(警戒)인 것이다.

하루를 경영한다는 것은 기획하고 계획할 때의 처음 마음을 잊지 않고 하루하루가 그 계획을 이루는 퍼즐의 한 조각이 되게 만드는 것이다. 하루는 꿈을 이루는 퍼즐 조각이다. 그 한 조각 한 조각들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경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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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구섭
2005.02.18 09:09:18 *.241.147.32
어제 술을 많이 먹고 거의 정신을 잃을 뻔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래도 일기를 썼더군요. 물론 거의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 휘갈긴 글씨지만 새롭게 얻은 에너지를 아직 품고 있는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선생님은 어떤, Some이란 단어를 좋아하시네요. 우연성에 숨겨져 있는 계획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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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구섭
2005.02.18 09:10:57 *.241.147.32
안그래도 주변에 알아보는 사람이 있더군요. 나의 속을 세상에 완전히 까발린 것 같은 느낌이 든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런 까발림이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실명을 쓰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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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강
2005.02.18 12:04:56 *.94.1.23
드디어 브랜드를 얻어가기 시작했군요. 나쁘지 않은 현상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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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
2005.02.21 13:13:29 *.38.164.14
까발림을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용기가 부럽습니다. 저도 좀 더 자신이 생기면 그런 용기를 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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