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오미경
  • 조회 수 2394
  • 댓글 수 10
  • 추천 수 0
2013년 6월 10일 11시 13분 등록

 

 

네가 곧 나이다.

 

지난 주 연휴때 괴산 조곡강으로 올갱이를 잡으러 갔다. 괴산은 낯선 남자가 사는 곳, 지형상 산이 높은 곳이다.

결혼하고 나서 낯선 남자의 고향으로 가는 길은 숨이 콱콱 막혔었다. 여길 보아도 높은 산, 저길 보아도 높은 산, 첩첩 산중이 어떤 느낌인줄 알 것 같았다. 낯선 남자는 나의 고향 전라남도 광주에 가는 길은 허전하다고 했다. 뭔가 감싸주는 것이 없고 여길 보아도 평야. 저길 보아도 드넓은 평야는 자신을 허하게 한다고 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자신이 자라난 곳 외에 다른 곳을 방문한다는 것은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강에 가는 길에 신록의 나무들이 제 생명을 한껏 내뿜고 있었다. 오래전 내가 열등감에 시달렸던 때가 있었다. 어느 책 한구절을 읽으면서 그런 나의 열등감들은 희미해져 갔다.

‘사과나무는 배나무가 될 수 없다. 안개꽃이 백합이 될려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벚꽃나무가 일년내내 청정한 소나무를 부러워하여 소나무가 되려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나’라는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여야 되겠다 라는 마음을 가졌다. 나의 부족하면 부족한 면을 그대로 인정했다. 그대로 인정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길가에 쭉쭉 뻗은 나무를 보았다. 기분이 상큼하고 좋았다. 지난날 남과 비교하면서 열등감에 떠올랐던 시기와 지금의 나를 보면 나무가 성장하듯이 ‘나도 성장하고 있구나’를 느꼈다.

 

강가로 향하는 길에 문득 이번주 읽었던 구절이 떠올랐다. “살아있는 자는 살아있는 생물을 잡아먹는 필연의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 생명이란 다른 생명들을 희생시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생명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에 근거한 것이다 ”

내가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생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야채하나를 먹더라도 그 야채는 자신의 몸이었을 것이다. 콩하나를 먹더라고 그 콩식물의 생명이었을 것이다. 인간이 보기에 열매이지, 콩식물 입장에서는 콩 그 자체의 생명이었을 것이다.

 

강가에 도착했다. 우리가 도착한 이후 마을 서너명 아낙네들도 도착했다. 높은 산 아래로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 강물이 흐르는 소리, 산의 고요함이 한데 어우러진 것을 보고 있노라니, 신선의 세계로 온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없어지는 듯한 느낌, 내가 자연속으로 흡수되는 듯했다. 내가 한 사람으로서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하나의 인간도 결국은 자연의 일부임을 내 피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산과 강과 내가 개별적으로 노니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어우러져 노닐고 있었다.

 

강가에 발을 담그면서 서서히 깊이 빠져 들어갔다. 흐르는 강물살에 현기증이 나고 발도 제대로 못디딜수도 있었다. 천천히 강바닥을 들여다보았다. 자갈들 사이로 조그만 피라미, 조개, 올갱이, 이름 모를 조그만 고기들이 노닐고 있었다. 모두가 살아움직이고 있었다. 하물며 돌맹이 하나도 숨을 쉬고 있는 듯했다. 가만히 있다고 해서 죽어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맡은 역할대로 그 자리에서 자신을 지키고 있었다. 올갱이를 잡으면서 심연으로 들어갔다. 사방은 고요했다. 오로지 산에 있는 초록빛의 수많은 나무들,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소리, 강물속에 있는 돌맹이와 그 강물속에 살아숨쉬는 생명들, 그 생명들을 또 먹겠다고 잡는 인간들. 자연속에 있는 나는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나, 결국 나도 자연의 일부분이었음을.

 

네가 곧 나이다. 자연이 바로 나이며, 나또한 자연의 한 부분이었다.

‘타트 트밤 아시Tat tvam asi’ “네가 바로 그것이다”를 한 순간 느꼈다.

 

 

 

 

 

IP *.50.65.2

프로필 이미지
2013.06.10 12:28:15 *.91.142.58

공기좋고 풍광좋은 곳에서 신선놀음하시더니

이미 신선이 다 되신 듯합니다~ㅎㅎ

 

나도 언젠가 "Tat tvam asi"를 체험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3.06.10 16:28:39 *.50.65.2

진희~~ 우리 함께 강가로 갈 기회가 있을거야.

자연 풍광 그 자체가 나를 정화시켜주더군...

프로필 이미지
2013.06.10 12:34:08 *.226.201.138
그 자연 속에 머물고 싶어집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3.06.10 16:29:06 *.50.65.2

함께 할 기회를 만들어 보지요. ^--^

프로필 이미지
2013.06.10 14:11:09 *.58.97.136

자연 앞에 서면 그 경외함에

내가 (자아가) 쪼그라든다고 조셉 캠벨이 말하두만....

 

자연 속에서 용을 잘라내는 것.

그것이 가장 쉬운 명상인듯...

 

자연 앞에.. 옴메 기죽어~~!

 

하지만 이내,

자연은 그윽하게 내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구낭...

 

 

그대의 낯선 남자는 그대의 보물이다... 좋은곳에 사네...

 

프로필 이미지
2013.06.10 16:30:08 *.50.65.2

그대 말을 듣고  보니

 낯선 남자 덕분에 그런 곳에도 가보고...^--^

 

 

프로필 이미지
2013.06.10 16:20:08 *.67.201.162

으악.. 시냇물에 발담그고 올괭이 잡으면 무슨 기분일까요? 완전 부럽.. 올갱이가 다슬기 맞죠? 꿀꺽.. 그거 진짜 맛있는데;;

프로필 이미지
2013.06.10 16:31:19 *.50.65.2

맞아. 올갱이가 다슬기, 대사리 라고 불리더라고.

충북 괴산, 충주 그 곳에는 올갱이 국이 특산음식이라 하더군.^--^

 

프로필 이미지
2013.06.10 20:25:05 *.50.96.158

나, 돌아가리라, 그곳으로 !  내가 있어야 할 곳이네 .

자연과 하나되고 남과 하나 되고 모든 사물과 하나 되는 시간으로 빨리 들어가보세, 지금 여기서 이럴때가 아니야. 그치 않나, 미경.

프로필 이미지
2013.06.17 19:48:06 *.62.164.20
저는 지리산 종주하면 비슷한 것을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돌과 나무와 구름과 나의 구분이 사라지는 ... 그런 체험하는 맛에 그 고생 또하려고 산을 찾았으니까요. ^_____^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92 [6월 2주차] Follow your Bliss file [8] 라비나비 2013.06.10 2320
» 네가 바로 너, 자연이다 [10] 오미경 2013.06.10 2394
1690 (No.2-2) 그곳에서 한판 뜨다-9기 서은경 file [10] tampopo 2013.06.10 2430
1689 산 life #7_어떤 기억 [2] 서연 2013.06.11 2323
1688 Climbing - 12. 둘러 간다는 것 [2] 書元 2013.06.16 2006
1687 #7. 의술의 힘으로 다시 태어난 그녀 이야기 [2] 쭌영 2013.06.17 2405
1686 [6월 3주차] 변신을 통한 도약 file [2] 라비나비 2013.06.17 2034
1685 (6월 세째주)사랑에 기술이 필요할 까? [3] jeiwai 2013.06.17 2707
1684 #7. 진정한 변신이란 [6] 땟쑤나무 2013.06.17 2152
1683 살아 남는 자 vs. 죽는 자 [2] 유형선 2013.06.17 2675
1682 나비의 화려한 변신 [6] Oh! 미경 2013.06.17 2315
1681 (No. 2-3) 깨달음의 생명수를 마시다 -9기 서은경 file [6] tampopo 2013.06.17 3778
1680 산 life#8_빛나는 하루 서연 2013.06.18 2498
1679 #8. 나의 신화이야기(6월 오프수업) [6] 쭌영 2013.06.24 2216
1678 #8. 나만의 신화 : 세르푸스의 모험 (6월 오프수업과제) [7] 땟쑤나무 2013.06.24 2004
1677 (No.2-4) 나의 신화 제의& 웅녀의 첫 책story-9기 서은경 [11] tampopo 2013.06.24 2295
1676 나의 신화 - 다이달로스의 미궁 file [5] 유형선 2013.06.24 4108
1675 [6월 오프수업] 신화이야기: 팔찌의 비밀 file [13] 라비나비 2013.06.24 2312
1674 나만의 신화-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 file [4] 오미경 2013.06.24 5736
1673 나의 신화이야기 ,오이디푸스의 운명에 대해 [7] jeiwai 2013.06.24 2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