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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5천만의

여러분의

  • id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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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20일 00시 53분 등록
1. 직업관
일은 삶에 질서와 리듬을 세워주는 쉼의 한 형태이다.
그것은 신뢰와 관계를 소모하는 오늘날의 비즈니스에서도
여전히 삶을 짓고, 누리는 과정이다.
일이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며 또한, 다른 이들의 쉼을 짓는 과정이다

2. 직업선정기준
- 일과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
- 가치에 도전하여 몰입하는 일이다.
- 내 호흡대로 세상과 소통의 방식을 찾아낼 수 있다.

3. 관심직업
아트상품디자인, 건축가, 사진작가, 다큐멘터리 작가, 가수,
대안학교교사, 조형예술가, 여행가, 정원사, 환경미화원, 영화감독,
요리사, 감귤농장농부, 연극배우, 클레식기타연주가

4. 내가 지닌 내면적 자산

강점 세가지
-. 사람과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애정
-. 성과에 관계없이 배우는 과정을 즐긴다.
-. 동경하는 것에 학습속도와 집중도가 높은 편이다.

약점 하나
-. 어두운 자아상

내면적 자산
-. 자연이나 예술을 접했을 때 상상과 공감으로 소화한다.
-.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삶을 견디게 하는 통로이다.
일상의 어려운 순간에 준비된 도움을 받았다.
그것은 경외와 신뢰로 연결 지어 졌다.
-. 내 마음의 움직임을 압축해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 조울증 삽화를 겪어내면서 단절과 고독 속에서 인내를 연습하다.
-. 사고력과 체계적인 일의 흐름을 구축하는 것이 부족한 나에게
지난 12년간의 직장생활을 훈련의 장소로 인식하게 되었다.

5. 나의 직업
-. 시인 (관심직업을 시라는 창으로 연결짓다.)
-. imagineer (도면 그리는 사람-1995.12 ~ -2008.10)

6. 나의 직업의 비젼
시, 영혼의 닻을 내리다 
서른 일곱 정든 회사와 작별하다.

7. 마흔 둘, 지난 십년을 돌아다 보다.

스키폴 공항 화장실이다. 배웅 나온 S와 헤어졌다.
16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는 화장실은 운하, 가옥이나 튜립 농장,
렘브란트 및 유명한 화가그림, 네덜란드의 전형적인 풍경으로
장식되어 있다. 해변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는 화장실에 들르면
해변 가의 갈매기 소리와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금빛 그림액자를 두른 거울 앞에서 주름골이 자리잡은 사십대 초반의
여인이 웃고 있다. 시계를 찾는다. 그녀가 탑승한다.
그녀는 이제 막 이륙한 비행장 아래 활주로 양 옆에서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것을 재미있게 바라본다. 소들의 모습이 점점 보이지 않자
풀어진 두 눈이 감긴다. 나비잠이 든다.
레몬 나비 하나, 너울거린다. 여인이 무심코 바라본다.
무지개빛 레몬네이드를 마신 여인의 눈동자가 춤을 춘다.
바람이 분다. 등뒤에서 시를 찾습니다라는 작은 깃발이 펄럭인다.
파아란 하늘에서 난데없이 나타난 무지개가 흐른다.
꽃잎보다 보드랍다.

8.이번 늦여름도 나대신 신랑에게 여행을 권했다.
헤아릴 수 없는 사진속 풍광이 좋았다.


북구의 여름이 지나간 자리에는 짙고 짧은 가을이 기다리고 있다.
나도 언젠가는 그곳에 가겠지. 예전에 꿈꾼대로.
이번엔 새로운 여행경로를 따라 조금 긴 여행을 했다. 내륙의 kuopio,
Joennsuu를 거쳐 Helsinki에서 실야 라인을 타고 덴마크에 도착,
북독일에서 네덜란드로 내려갔다.
숲속을 걷다 안개가 흐르는 호수가 보이는 곳에서
멈추어 서서 지난 7년과 삼년을 돌아 보았다.
이십대부터 삼십대 초반까지 일하는 시간속에 묻혀버린
자신을 참아내야 했던 시간들...
그 갑갑함이 2004년 초겨울 양평으로 이끌었다.
서로가 지녔던 막연함과 모호함에 구체적으로 대답하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때 그 두터운 안개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두려움과 떨림을 안고 작가 곧 시인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난 십년 동안은 내면의 시인에게 말을 거는 시간이었다.
이십대에 나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마음은
현실과는 부합되지 않는 아픔이었다.
그러나 서른 두살의 초겨울, 그 생기없고 갈증에 허덕이는 ‘나’라는 존재가
궁극적인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기억의 힘은 그 겨울에 묶었던 집의 하얀 창틀사이로 새벽빛을 보다가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 아버지가 14살 생일에 선물한 바이런의
새하얀 시집표지는 유럽식 하얀 창틀 안에 금박으로 ‘첫사랑’이라
인쇄되어 있었다.

그동안 시는 가방 한구석 초콜렛이었다.
복잡하고 날로 치열하게 변해가는 세상속에서
단순한 몇 글자로 마음을 움직였다.
그때는 미처 몰랐지만 내면은 시를 찾았던 것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핀란드 여행은 꿈을 향해 가는 의식과 같은 것이었지만
어쩌먼 내버랜드를 꿈꾸는 피터팬과도 같은 의식일 것이다... 

올 2월 15일이면 근속 19기다.
아무도 내가 그 회사에 정든지 몰랐다.  지금의 나는 정타임을 배우고 있다.
회사에서 도면을 그리는 일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꾸준히 배웠다.
그것은 설계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눈을 뜨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도면작업을 즐기게 해주었다.
전기도면을 일종의 나무라고 본다. 보이지 않는 뿌리로부터 딱딱한
수피를 입은 목질을 지나 여린가지 끝 잎새 하나 하나까지 정교히
뻗어나가는 수액의 경로를 나무 스스로가 창조해 나가듯이
우리는 전기라는 힘을 다룰 줄 아는 나무들이었다.
일에서 쉼을 누리려면 일과 즐겁게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회사와 동료들에게 감사했다.
이미 서류 정리는 끝내버렸고,
나 홀로 정든 그곳을 떠나보낼 준비가 안되서 슴슴한 하루 하루를
이겨내느라 치기어린 글들을 여기저기에 싣는다...
오랜 동안 큰 그늘아래 쉬어 일하던 내면에는 다섯살 꼬마가 살고 있었고
나를 풀어두니 그 꼬마가 나와 산만하게 일을 벌인다.

지난 십년을 굳이 맞추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기는 좀더 빨리 찾아 왔다.
2011년 1월21일을 시점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회사와의 계약.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기쁘게 한 것은 새벽에 찾아온 시를 짓지 못한 아픔의 힘으로
지금 또 이렇게 시를 지어내며 불씨 살려 몽창 빠진 기운에 열을 더하려는 것이다.
불은 이십대의 좌절과 상처속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새벽에 퍼올려진 나의 시들은 아침노을에 걸려 있었고
작년에 제작년에 세든 작은 집 마당에 들어와 아침까지 하얗게 빛나던
명랑한 초승달이었다.
그것은 나의 노래며 기도이고 그림이요 살아있음에 대한 환희였다.

공항버스를 타고 혜화동을 지나지는 못했지만,
공항으로 고객을 모시러 갈 기회가 몇 번 있었다.
난 박수근의 기념전에 관련 된 화보가 많은 책을 프랑스 고객에게 자랑스럽게 선물로 주었다. 
이십대에 자신을 고장난 신호등 같다고 생각한 나는 더 이상 없다.
2004년 양평의 그 겨울 나무들이 어떻게 서 있었는지
하염없이 바라보던 서른 두살의 나,
성숙의 시대에 순수를 꿈꾸던 - 사라진 일기 같은
서른 일곱의 작은 여인이 있을 뿐이다. MOI MOI(안녕)

8. BEST 10
-. 다양한 책을 읽고 사람들과 대화 하다.
-. 나 대신 또 다른 나인 신랑이 휴가 때마다 유럽 중심으로 여행을 떠나다.
-. 핀란드어를 배우다.
-. 2007년 작업공간을 마련하다.
-. 새벽마다 배달되는 신선함을 시로 습작하다.
-. 새벽마다 습작한 시가 시작노트와 함께 책으로 나오다.
-. 저녁마다 그린 그림일기가 새벽 시와 함께 출간되다.
-. 김재열 선생님을 만나다.
-. 내 시의 血海를 찾다. (빛, 전통, 활, 전기)
-. 7년동안 나의 일이 누군가의 쉼을 짓고 함께 누렸다.

9. 2005년의 역사 : 1주, 30일, 60일, 90일, 6개월, 1년
1주. 두번째 이력서를 완성하다.
30일. 20페이지의 life story를 쓰다.
60일. 변화경영 연구소에서 내 연구분야를 찾다.
90일. 모색된 분야의 정보를 모으다.
6개월. 한 주제를 놓고 쓰는 것을 훈련하다.
1년. 계속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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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글짱
2004.12.20 06:40:27 *.229.146.43
세상의 통로가 되기 위해 시인과 세상 사이의 간격에 늘 세인이 발 디딜 곳을 충분히 남겨 두세요. 시인이 시인의 세계에 갇히지 않도록. 시 스스로 고독해 지지 않도록, 자신과 세상에 대한 애정으로, 시와 세상 사이의 절벽에 늘 건널 다리 하나 걸쳐 놓도록. 매일 쓸 것. *** 60일 안에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모집을 공고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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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별을찾은님
2004.12.20 08:44:56 *.190.172.45
내마음의 꽃이 다른이의 꽃이 되게 알 수있는 것은 참 훌륭한 자질이고 너무나 부러운 것이었습니다."일이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며 또한, 다른 이들의 쉼을 짓는 과정이다." 어쩌이리 좋은 표현을 하실 수 있는지? 아마도 마음착한천사가 idgie님 안에서 자라고 있었나봅니다. 이젠 작은천사를 우리도 만날 수있겠지요. idgie님의 시를 통해서 그 시집이 나오면 첫번째 시집을 만날수있는 영광이 나에게 있어면 좋겠습니다. 핵심단어 질서,리듬,쉼,혈해,시,그림일기, 상상,공감,애정... 참 축하합니다. 변화경영연구소연구원이 되심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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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설계
2004.12.20 09:26:54 *.223.73.147
두물머리, 자발적 빈곤, 칠레산 포도, 방황, 연약한 강인함...... 아~~~ 뭔지 모르지만 그날 밤 한 여인의 터져버린 울음과 같이 당신은 분명히 그 길로 가야만 하는 사명이 있습니다. 당신만이 아닌 우리들의 세상을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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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4.12.20 12:11:02 *.150.115.64
개인적으로, 이순신과 헤르만 헤세 같은 시인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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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
2005.09.08 13:26:56 *.193.52.226
"지난 십년 동안은 내면의 시인에게 말을 거는 시간이었다. 이십대에 나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마음은 현실과는 부합되지 않는 아픔이었다. 그러나 서른 두살의 초겨울, 그 생기없고 갈증에 허덕이는 ‘나’라는 존재가 궁극적인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에서 쉼을 누리려면 일과 즐겁게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회사와 동료들에게 감사했다"

언니글을 몇번이고 다시 읽게되네요..읽을때마다 구절구절 제 마음을 흔들어요... 미래의 최고의 시인을 미리 알게된것 같아,,,마음이 뛸 뿐입니다. 계획대로 모든일,,,,아니 주어진 소명대로 모든일에서 작은승리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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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ie
2007.04.07 06:46:10 *.142.163.4
2007년 4월 3일 이 날을 기억하려고 써 본다. 바람을 엮어서 에너지로, 물의 흐름을 잡아 에너지로, 그리고 그 바람과 물의 움직임을 만드는 태양을 담아 다시 에너지로 만드는 사람들... 빛의 본성을 알아차린 그 사람들속에 나도 설 것이다. 입사 15년만에 실무에만 집중하고 배울 기회가 왔다! 너무도 감사하고 기쁘다. "빛" 그것은 내 시의 혈해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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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ie
2007.06.21 11:56:55 *.72.66.253
2007년 6월 21일 내이름하에 첫 프로젝트견적제출한 날 - 요즘 일이 재미있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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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ie
2007.07.15 08:47:32 *.142.170.82
이 글을 내릴까 고민하다 몇 시간이 지나갔는지.. 이글을 반복해서 읽었는지.... 아침은 어느새 먼길 건너와 나를 휘감는다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들... 정리되지 못한 모든 것들이 또 나를 휘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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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ie
2010.03.20 08:32:29 *.46.234.81
2010.3.20.  윤섭 윤하의 엄마로 깊은 물살 헤치며 다다른 오늘의 나, 이글을 올리고서 5년도 훌적 넘기고 있다. 
수첩에 끄적이다만 시를 빚는 시간보다는 같은 싯 구절, 수개월 혹은 몇 년동안 반복해서 외우는 시간이 더 많았다.
 열아홉시절부터 나를 보아온 언니, 결혼때 신부화장을 해준 언니.. 결혼 후 윤섭을 잉태중에 내 꿈이 시인이라 했을 때, 넌 충분히 시적이니 시같은 것을 쓰지 말기를 바랬다. 결혼식장에서 읽기 전에 내 글을 읽고는 미사여구가 많은, 무언가 정제되지 않아 감동이 반감되는, 긴 내용에 반복되는 글이라는 솔직한 답을 해주어 속시원했다.
2008.10.1일 부터 해외영업쪽에서 수주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고객에게 수금독촉이메일을 보내거나 BOND 관리 기타 잡무들도 채워져 있다.  이 부서의 물살은 거세고 빨라 간신히 물어 떠 있다고 안부를 묻는 이들에게 답하며 지난지도 햇수로는 삼년이 지나고 있다.  처음에 내가 맡았던 지역은 오만이었고 나중에는 예멘..윤하를 출산하고 나서는 능력이 없어 담당지역이 없이 영업담당자들의 수주업무 지원으로 일하고 있다.  상사보다는 영업담당자들의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칠지 조심스럽게 일하고 있다. 짜증섞인 그러나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아주 사소한 불만들을 이따금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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