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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31일 00시 47분 등록

내 꿈의 첫 페이지
<10가지 풍광>
오늘은 2015년 7월 9일 내 꿈의 첫 페이지를 쓰기 시작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다. 그 때 그곳, 양평의 아름다운 풍경이 내려다 보이는 펜션의 앞 뜰에서 경제 일간지 머니투데이 기자 이승엽씨와 인터뷰가 있다. 이 양반은 5년간 만나왔지만 한번도 약속 시간에 미리 오는 적이 없다. 물론 MBTI와 기타 자료들을 공부한 덕분에 난 이 기자를 만난 그날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얼씨구, 이제서야 음료수 한 통 들고 나타나셨다. 내가 스케줄이 빡빡하다는 걸 그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내 시간의 대가로 음료수 하나는 너무 작지만 내게 지난 추억이 있는 이 곳에서의 여유를 준 건 고마운 일이다.
이승엽 기자를 처음 만난 건 5년 전, 그 동안 써 오던 경제 일간지 칼럼 연재를 책으로 내보자는 제의를 받으면서부터다. 원래부터 다른 사람에게 내 이야기 하는 걸 좋아했던 터라 별 고민 없이 책을 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5년이 흘러 벌써 두 번째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고맙게도 이승엽씨는 많은 걸 도와 주웠고 이렇게 오늘 또 한 권의 책을 선물 할 수 있게 됐다. 내가 머니투데이에 칼럼을 연재하게 된 것은 경제 신춘 문예에서 당선이 된 후부터였다.
꿈 프로그램을 다녀온 후부터 꾸준히 넓은 의미에서의 경제에 대해서 공부를 해왔고 관련된 글들도 틈틈히 썼다. 그렇게 매 년 쓴 글을 이듬해인 2006년부터 경제 신춘 문예 공모에 내기 시작했고 3년째 되는 해에는 기분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뿐 만 아니라 머니투데이에 칼럼을 연재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다.
그렇게 칼럼을 쓰기 시작한 것이 1년, 그 이후에 그 칼럼들의 일부를 모아 나의 첫 번째 책을 출판하였다. 나의 회사 생활과 주식 투자 그리고 그 외 다양한 방면에서의 공부들은 칼럼을 쓰는 좋은 재료들이 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나에게 주식 투자는 많은 동기를 부여해줬고 그 결과로 나름대로 거시적 안목도 생긴 것 같다. 무엇보다 부모님께 도움을 받지 않으려 했던 나에게 재정적인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복잡하고 바쁘게 돌아가고 있고 난 아직도 그 소용돌이의 끝을 목격하지 못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과 강을 보고 있으니 지난 10년간의 거제도 생활이 떠오른다. 삼성 중공업에서의 경험은 나에겐 가장 경쟁력 있는 배움이었다. 우선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영어와 중국어를 꾸준히 한 것은 나에겐 큰 성과이다. 더구나 입사 4년차에는 지역전문가를 지원해 중국으로 1년간 다녀올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큰 수확이다. 단순히 거대한 공장이자 시장의 차원이 아닌 민주주의를 떠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포기한 사회주의 그리고 다양한 민족의 문화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새로운 사회를 경험하고 돌아온 것은 나에겐 큰 행운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나의 직장이 아닌 삼성 중공업도 벌써 살짝 그리워진다. 이 느낌은 뭐랄까. 새로운 경기를 위해 몇 미터 앞의 허들을 노려보면서 출발 선에 선 육상 선수의 심장박동과도 같다.
처음 회사를 나와 음식점을 한다고 했을 때 주위의 많은 동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냐고 귀찮게 물어댔다. 하지만 내 가까운 사람들은 이미 다 예견했을 것이다. 이미 2년 전 작은 감자탕집을 내서 시험 삼아 운영해본 나였기 때문이다. 저 감자탕집은 나에게는 소중한 모의 고사 같은 것이다. 바쁜 직장 생활하면서도 성공적으로 식당을 운영할 수 있었기 때문에 드디어 난 조선소를 떠날 수 있었다. 아마 이변이 없는 한 저 식당은 지금 총책임을 맡고 있는 김한수씨가 넘겨 받게 될 것이다. 20평이 채 안 되는 그곳이 얼마나 잘되는 지를 보고 김한수씨에 대한 향후 직책을 생각하기로 했다. 거제도 토박이인 그를 우연히 만나 고용하게 된 건 행운이었다. 그는 성실하고 우직하지만 응용력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도 책임감 하나는 일품으로 조조를 그림자처럼 호위했던 전위를 연상케 한다.
거제도에서의 생활 중에도 지속적인 만남과 교류를 해왔던 아끼는 후배 성호와 함께 그 동안 봐두었던 점포 부지를 보러 가던 날이 생각난다. 다년간 부동산법과 세법 관련 서적들을 열심히 봐 둔 덕분으로 비교적 괜찮은 경매 물건을 낙찰 받았던 것이다. 이 부지를 고르기 위해 참 많은 시간을 들였다. 이젠 좀 더 효율적으로 부지 선정이 가능할 것 같다. 성호에게도 요령을 많이 알려줘야겠다. 그 날은 비가 왔지만 성호와 함께 일하기 시작한 첫 날이라 참 뿌듯했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성호는 십 여 년 전 했던 약속을 기억하여 나와 함께 일하기 위해 나에게 와 주웠다. 그 동안 필요하다는 것들을 충실히 공부하고 익혀왔던 성호가 참 듬직하다. 성호에게는 당분간 식재료 공급과 유기농 경작지와의 네트워킹을 전담하기로 하였다.
한창 레스토랑 준비 중이던 때에는 그 동안 공들여 관계를 맺어 놓았던 유명 호텔 주방장 출신의 선동렬씨를 모셨다. 그는 좀 괴팍하지만 자기 분야의 요리에서는 누구도 따르지 못할 감각과 맛의 비법을 가지고 있다. 그는 주말에만 나와서 우리 집의 어린 요리사들을 교육할 것이다. 힘들고 보수도 적지만 성과에 따라 프랑스 유학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나에게 전문대 출신의 요리사들은 많은 열정을 보였다. 물론 프랑스 유학 이후의 파격적인 대우가 욕심이 날 것이다. 그들은 서로 경쟁하여 이 지역에서는 최고의 요리사가 될 것이다.
서울의 유명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 체계를 파악하기 위해 매 달 한 번 정도의 서울 방문은 나에게는 오히려 큰 취미 거리가 되었다. 서울에 사는 선배, 친구, 후배들도 자주 만날 수 있었고 그리 가깝지 않은 거리를 버스로 왕복하면서 구체적인 사업 아이디어들을 얻어 내고 관력 서적들을 열심히 참고 했던 것이 벌써 5년 전이다. 이 때의 아이디어 중 하나가 레스토랑과 동일한 상호의 유럽 풍의 상점을 열고 레스토랑과 같은 메뉴에 대한 레서피와 식재료를 판매한다는 것이었다. 맛있는 식당의 음식을 그대로 집에서 직접 해먹어 보는 것은 나 개인의 취향이기도 했다. 영업의 활성화와 시너지 효과를 위해 캐릭터 사업을 추진했을 때는 영화 광고 기획사에서 일하던 동아리 후배 윤선이가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레스토랑 오픈 전에 이미 캐릭터의 광고 효과는 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웰빙의 시대를 고려하여 사상의학이 접목된 레스토랑 컨셉도 구체화해 볼 생각이다.
처음 음식점 주인이 되겠다는 뜻을 부모님께 말씀 드렸을 때가 3년 전이다.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널 때와 같은 더 이상은 뒤돌아 볼 수 없는 결정의 순간은 나에겐 항상 아버지 어머니와의 최종 합의와 비슷한 그 무엇이다. 언제나처럼 부모님께서는 저의 의견을 존중해 주셨고 제 판단을 믿어 주셨다. 그 때 나의 결정적인 한 마디는 제일 신날 것 같은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준비하기 시작한 후로 모든 일이 신났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벌써 살이 3kg나 빠졌으니 말이다. 이렇게 살이 빠지는 건 정말 싫다. 다시 수영을 시작해야겠다. 삼성 중공업에 있는 동안은 나름대로 수영으로 몸을 다졌기에 체력적인 부담이 없는 것이라 생각하면 정말 수영은 평생 운동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좀 더 많은 생각들과 정보들은 항상 내 주위에 가득 차 있다. 일주일에 적어도 1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정리하는 것이 나의 첫 번째 지식 습득이자 정보원이다. 그리고 한 달에 두 번씩 나오는 시사, 경제 잡지들, 매일 집으로 배달되는 3종 이상의 신문들은 항상 챙기지 않으면 왠지 섭섭한 것들이다. 나보다 더 재리에 밝은 이들이 우글우글하는 커뮤니티도 빠지지 않고 챙기는 정보원이다.
지난 10년간의 생활은 어떻게 보면 많은 배움의 시간이고 연습과 실전의 경계였다. 언제나 그렇듯 지금에 와서는 지난 세월 동안 못 다한 목표들이 아쉽고 조금은 불만족스럽게 느껴지지만 몇 가지 확인하게 되는 것은 그 동안의 노력으로 내가 관심을 가진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고 그것을 더욱 정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 앞에 와 있다는 것이다. 이 기회는 우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 10년의 회사 생활이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지금의 기회를 만들고 계획할 수 있는 시간적인, 경제적인 토대가 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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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기원
2006.01.01 09:57:41 *.190.172.242
이미 진행되고 있는 꿈이며
저는 보아 왔는 걸요.
현수님과 함께했던 05년 3번째 만남에는 언제나
행복함과 사랑이 함께했었지요.
보아온 현실같은 꿈 현수님께서 꼭 이루실 거라 믿습니다.
언제나 신의 행운이 함께하시기를_()_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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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6.01.02 20:08:22 *.118.67.206
야~ 현수 꿈이 외식업인줄 몰랐네.
지난 번 체인시스템을 말할 때만 해도 주식관련 아이디어인줄만 알았는데...
무엇을 하던, 어디에 있던
어제보다 나아지려는 자세는 누구나 본받을만 한것 같아.
하지만 너무 작은 느낌이야. 왠지.
현수 재능에 비하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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