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iw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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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애인이 지시하는 역할만 잘 수행하라. 그녀가 비난하면 무조건 같이 비난하라. 그녀가 칭찬하면 무조건 같이 칭찬하라. 그녀가 긍정하면 무조건 같이 긍정하라. 그녀가 부정하면 무조건 같이 부정하라. 그녀가 웃으면 무조건 같이 따라 웃으라. 그녀가 울면 무조건 같이 우는 것도 잊지 마라. 표정이나 시선도 무조건 그녀를 따라 하라. “ - <사랑의 기술>, 오비디우스 지음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하는 얘기가 아니다. 로마의 황금시기, 아우구스투스 시대의 시인, 오비디우스 (Publius Ovidius Naso, BC 43~ AD 17) 의 <사랑의 기술 Ars Amatoria >(AD 2)에서 저자가 한 말이다. 남자가 사랑을 힘겹게 쟁취한 후, 사랑하는 사람을 꽉 붙들어 매는 기술 중의 하나라며 하는 얘기다. 갑자기 케케묵은 ‘사랑타령’을 하게 된 것은 오비디우스의 또 다른 책, <변신이야기 Metamorphoses > (AD 8) 때문이다. 사랑의 시인답게 저자는 이 책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를 신과 신,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에 대한 애틋하고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로 풀어나가는 데 그의 ‘사랑의 기술’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바보 같은’ 사랑에 대해 좀 더 얘기해보자. 오비디우스는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는 기술로 남자들에게 좀 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요구한다.
“ 애인이 뙤약볕이 내리쬘 때 외출하면 직접 양산을 펼쳐 머리 위에 받쳐주라. 사람들로 붐비면 그녀에게 길을 뚫어주라. 그녀가 침상에 오르면 발판을 대주라. 신발도 신겨주고 벗겨주라. 날씨가 추우면 아무리 덜덜 떨려도 그녀의 언 손을 네 따뜻한 가슴에 갖다 대 덥혀주라. 네 고상한 손으로 거울로 들어주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마라. 네게는 창피한 일일지 모르지만 그녀에게는 기분 좋은 일이다. “ - <사랑의 기술>
닭살 돋는 행동도 있고 남자로서 자존심 상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가 쉽지 않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참고로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은 3권으로 되어 있는데 마지막 3권은 여자를 위한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에 관한 것이니 남자들은 너무 억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놀라운 것은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남녀간의 연애와 사랑의 정석은 큰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젊은 연인이나 신혼 부부 중 대부분의 남자들이 ‘평화’를 위해 애인 또는 아내의 말에 거의 무조건 따른다. 결혼 전 프로 포즈 위한 이벤트는 물론이고, 생일, 기념일 선물 등, 거의 남자가 알아서 준비한다. 결혼식장, 신혼여행지, 신혼 집 등은 여자의 ‘지시’에 순응한다. 솔직히 20여 년 전, 내가 한 여자를 사랑을 할 때에는 부드럽게 대하지를 못했고 그녀를 제대로 섬기지를 못했다. 2000년 전에도 사랑을 쟁취하고 사랑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는데도 나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나의 오만과 태만으로 힘들게 얻은 사랑을 지키지 못했다.
지인 중에 두 번의 결혼에 실패한 40대 중반의 여성이 있다. 아직도 남자의 심리를 잘 모른다고 했다. 남자는 왜 그리 겉과 속이 다른 족속인지, 왜 그리 잘난 척하고 말만 번지레 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남자가 허풍, 허영, 위선의 속성이 있음을 모르는 듯했다.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과 <사랑의 치유>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고교 2년생인 작은 아들한테 요즘 여자 친구가 생겼다. 첫사랑이 온 것이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조용히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이성에는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키스는 해봤니? 하고 물으니 씩 웃는다. 묻고 보니 너무 유치한 질문이다. 데이트 장소로는 카페에 간단다. 큰 아들은 그런 경험 없이 고교 생활을 보내 후회스럽다고 하면서 동생을 부러워하기 까지 했다. 미성년자인 아들한테 ‘사랑의 기술’ 운운 하는 것도 그렇고, 나 또한 여자의 심리와 뇌 구조를 잘 몰라 정확한 해법을 줄 순 없다. 하지만 나는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기면 자신감을 갖고 용기 있게 다가 가라고 한다. 사랑을 통해 설렘, 그리움, 기쁨, 아픔, 때로는 실연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2000년 전 이나 지금이나 또 앞으로도 사랑의 기술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상대방을 향한 관심과 열정이 아닌가 싶다. 항상 뜨거워 있으면 사랑은 식지 않는다. 갑자기 보고 싶으면 천리 길도 마다 않고 조건 없이 달려가는 그 열정!, 거기에 무슨 다른 기술이 필요할까. 중년, 장년의 나이에 들어서도 그런 순수한 열정이 살아 있을까? 갑자기 머리 속이 복잡해지고 심신이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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