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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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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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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7일 09시 35분 등록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을 사랑하는 법을 발견하라. 그러면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 니체

 

***

 

아침부터 엄마가 생각나는 날입니다. 6월 17일은 돌아가신 엄마의 생일이거든요. 21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을 때 나는 중학생이었습니다. 삼십대 중반인데도 여태 ‘어머니’라는 말 대신 ‘엄마’라고 하는 까닭은 살아계실 적에 그리 불렀기 때문이겠지요. 10대부터 엄마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은 서럽고 속상한 일이었습니다.

 

마냥 힘들고 불행했던 것은 아닙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슬픔을 조금씩 가져갔고, 나 역시 성장하면서 변화된 삶에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불행이나 슬픔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화해의 대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번도 내 운명에 맞서 싸운 적이 없거든요. 그저 내 인생에 벌어진 일과 함께 살아왔을 뿐입니다. 돌이키거나 피할 순 없었으니까요.

 

누구나 자신만의 숙명을 타고납니다. 숙명은 고정된 것이고, 불가피한 것입니다. 코엘료의 말처럼, 되돌아갈 수 없다면 앞으로 나아가는 최선의 방법만을 생각해야 합니다. 나무는 자신이 태어난 땅을 선택할 수도 없고, 옮겨 다니지도 못합니다. 그들의 숙명입니다. 나무는 숙명을 받아들이고 빛을 향한 전진을 멈추지 않습니다. 결국 자신의 하늘을 만납니다.

 

인생도 나무처럼 숙명적인 것들로 시작합니다. 내가 영어가 아닌 한국말을 모국어로 갖게 된 것, 신사임당이 아닌 한영화의 아들로 태어난 것, 부잣집도 중산층도 아닌 가난한 집에서 산 것은 모두 나의 숙명입니다. 누구나 인생의 시작과는 별개로 인생살이를 기쁨으로 채워갈 수 있습니다. 숙명의 터 위에서 자유의 집을 짓는 것이 인생이니까요.

 

숙명은 두 가지 종류입니다. 탄생의 순간에 안게 되는 큰 숙명이 있는가 하면, 살면서 만나는 작은 숙명도 있습니다. 인생은 종종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우리를 밀어 넣습니다. 내 인생에도 노트북 데이터의 상실, 여행 가방의 분실 등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찾아오곤 했지요. 이미 벌어져 피할 수 없는 일들이나 나의 선택이 불러온 결과들이 작은 숙명입니다.

 

누구나 큰 숙명을 안고 태어나 작은 숙명들을 만나며 살아갑니다. 마음편지는 제게 작은 숙명입니다. 결국 제가 선택한 것이기는 하나, 상황이 어찌하다 보니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내게 중요한 일은 어찌된 상황인지를 밝히는 것보다 내게 벌어진 일들에게서 의미를 찾고 기쁨으로 다듬어가는 것입니다. 뜻밖의 불청객이 반가운 손님인지도 모르니까요.

 

인생이 크고 작은 숙명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나는 크고 작은 기대로 살겠습니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나 즐거운 일들도 뜻밖의 시간에 찾아올 때가 많습니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나, 로또처럼 말이지요. 나는 오늘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하루를 음미하며 살고, 마음편지가 내게 새로운 기쁨을 줄 것이라는 두근거림으로 글을 쓰렵니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을 사랑하는 법을 발견하라. 그러면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니체의 말입니다. 크고 작은 숙명과 화해하고, 그 화해의 경험을 활용하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이리 말할 수 있겠지요. 숙명을 사랑할 줄 알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나무는 태어난 땅을 사랑했기에 자기 하늘을 열어 과실과 꽃을 피워낸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크고 작은 숙명, 다시 말해 피할 수 없는 일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미를 찾아내면 됩니다. 지난 주 편지는 ‘마음편지 쓰기’라는 작은 숙명을 내게 의미 있는 일로 만들려는 노력이었습니다. 노력의 본질이 의미 찾기였습니다. 의미는 동기를 부여하고 일상을 살아갈 힘을 주니까요. 그 노력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내가 가진 것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힘껏 활용하며 살고 싶습니다. 매주 한 편의 글쓰기는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관한 자기연구입니다. 나는 정성을 다하여 글을 쓰겠습니다. 정성이라는 키워드는 제게 중요합니다. 이기적인 목적도 정성을 통해 이타적인 결실로 맺을 수 있으니까요. 나에게 정성이란, 독자와 공명할 주제를 선택하려고 '감수성'을 발휘하는 일이고, 그들이 자연스럽게 읽을 표현과 문장으로 다듬어가는 '치열함'입니다. 이렇게 내게 의미를 부여함으로 마음편지를 시작합니다.” - 6월 10일 마음편지 中

 

의미를 찾기 위해 한 일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삶의 가치와 비전을 살피는 것이었습니다. 가치와 목적의식은 의미와 직결되니까요. 나만의 의미를 찾고서야 비로소 ‘마음편지가 매주의 부담감이 아니라 일상의 기쁨이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일을 만나셨다면, 여러분 인생의 가치와 비전을 들여다보며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의 욕구나 계획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일이더라도 

그 일을 대하는 태도에 소중한 가치를 조각할 수는 있으니까요.

성실, 끈기, 책임감, 탁월함, 아름다움, 리더십, 열정 등을. 사용자 삽입 이미지 

IP *.9.16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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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8 17:29:23 *.216.38.13

마음편지에 늘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근데 왜 깨져보이죠? 저만 그러나요?

프로필 이미지
2013.06.24 19:14:15 *.30.254.29

응..나도 깨져 보여요,...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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