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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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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8일 08시 33분 등록

브라질 정부는 ‘독서를 통한 구속(救贖)’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수감자가 책 한 권을 읽으면 수감 기간을 나흘 감해주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 제도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모르지만 왜 하필 책인지는 공감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 나는 착해집니다. 건강해집니다. 좋은 책을 읽을수록 더 착해지고 건강해집니다. 옹졸했던 마음이 열리고 뭉쳤던 마음의 근육이 풀립니다. 송나라의 문인 장횡거가 “책은 이 마음을 지켜준다. 잠시라도 그것을 놓으면 그만큼 덕성이 풀어진다”고 말한 이유를 나는 이해합니다.

 

퇴계 이황은 “번거로움에서 벗어나는 데는 고요함만한 것이 없고, 졸렬함을 벗어나는 데는 부지런함만한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내게는 책이 그렇습니다. 책을 읽을 때 내 마음은 고요해지고 졸렬함도 사라집니다. 내가 부지런히 책을 읽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독서가 정신적 호흡이라면 서재는 정신이 숨 쉬는 공간입니다. 물론 서재에서도 내 몸은 숨을 쉬지만 이곳에서 비로소 내 정신은 약동합니다. 나는 서재에서 읽고 생각하고 글을 씁니다. 읽기는 들숨이고 쓰기는 날숨이며 사색은 그 둘 사이의 고요입니다.

 

정수복 선생이 <책인시공>에서 말한 것처럼 “작가들의 서재는 그들의 고양된 정신과 일상적 삶이 함께 깃들어 있는 내밀하고 사적인 공간”이고, “세상을 떠난 사람의 서재가 그의 살아생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면, 그곳은 그의 내면을 짐작해보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입니다. 서재와 그 안을 채운 책들과 물건들을 보면 서재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작가들의 서재는 그들의 고양된 정신과 일상적 삶이 함께 깃들어 있는 내밀하고 사적인 공간이다. 나는 작가들이 살던 집을 방문할 때면 글을 읽고 쓰던 서재만이 아니라 집 전체의 구조와 방의 배치, 집 주변의 환경을 살피고, 서재 안의 책상과 아끼던 소품과 문방구들을 자세하게 관찰한다. 그러다보면 작가들의 삶과 내면의 소소한 흐름들이 내 마음속에 느껴지는 것만 같다.”

 

이 사실을 작년 가을 스위스 몬타뇰라에 있는 헤르만 헤세 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체감했습니다. 몬타뇰라는 헤세가 1919년 이사 온 후 반평생을 보낸 곳이고, 기념관은 헤세가 살던 집 ‘카사 카무치(Casa Camuzzi)’의 일부를 개조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념관이 실제로 헤세가 거주한 방이나 서재가 아니라는 점은 아쉽지만 그가 자신의 서재에서 쓴 자필 원고와 편지, 그곳에서 사용한 필기구와 타자기, 안경과 모자 등의 유품은 책으로는 알 수 없는 헤세의 마음과 일상을 전해주었습니다. <테신,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서 헤세는 카사 카무치에서 “나는 자유 · 공기 · 태양 · 고독과 창작을 호흡한다”고 말했는데 나는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가 쓴 글들과 사용한 물건들 하나하나는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보들레르의 시 ‘상승’에 나오는 “말 없는 사물들의 밀어를 이해하는 이는 행복하다”는 구절처럼, 나는 그 물건들이 내게 말을 걸고 있다고 느꼈고, 그 느낌 속에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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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복 저, 책인시공, 문학동네,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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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살롱 9’와 ‘가족세대통합연구소 서로이음’이 ‘가족 아카데미’를 진행합니다. 가족학 전문가 4인(김성은, 송인주, 장미나, 주지현 박사)이 수십 년간 공부하고 체험한 내용을 담고 있는 강좌입니다. 커리큘럼과 강사, 장소 등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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