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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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찬란한 어둠입니다. 막 경매가 이루어진 어시장의
고기들처럼 작은 물통이 비좁아 온몸으로 물을 튀겨내는 필
사적인 몸짓이기도 합니다. 새벽은 내 정신이 울타리와 한 동
이의 물을 거부하고 감미로운 방황과 유유한 유영을 즐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둠이 걷혀 가고 아이들 휴대전화 속의 닭울음 소리가 일
어날 시간을 알리게 될 때, 나는 펼쳐 놓은 작업들을 서서히
마무리하기 시작합니다. 마치 새벽 내내 쳐놓은 그물을 잡아
당기는 어부의 마음으로 말입니다. 나에게 새벽은 최근 7년
동안의 작업장이었고, 탈출이었고, 모색이었고, 즐거움이었
습니다. 아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거의 전부 새벽 덕이 아
닌가 합니다.
새벽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 직장인이었을 것입니다. 새벽
이 없었다면 나는 감히 우리를 양떼처럼 한곳에 모아 놓은 그
울타리를 넘어 어둡고 춥고 무서운 동굴 같은 어둠 속을 향해
발을 내딛지 못했을 것입니다.
일상의 황홀 P90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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