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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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은 그 어떤 감각도 소홀히 하지 않는 모든 감각의 경험이다. 미각까지도 소홀히 하지 않는 전신감각의 경험이다.”
- 다비드 르 브루통의 <걷기 예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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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간 기자생활을 한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퇴직, 아내와의 사별, 자녀들의 독립 등을 한꺼번에 겪으면서 심한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급기야는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했고 답답한 마음에 파리로부터 콤포스텔라까지 1,300km를 걷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신기하게도 우울감이 옅어지고 때로 행복감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4년여에 걸쳐 1만2000km의 실크로드로 도보여행을 떠났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도보여행 동안 과거의 우울함과 어두움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것은 물론, 그 결과물인 <나는 걷는다>라는 책을 통해 세계적인 여행작가가 되었습니다. ‘걷기’가 그를 구원해준 셈입니다.
정신과 의사를 하다 보니 사람들이 “정신과 의사는 스트레스 받으면 어떻게 합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걷기’를 이야기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걷기란 A지점에서 B지점까지 이동하기 위한 걷기가 아닙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걷기도 아닙니다. 오가는 사람을 살피기도 하고 주변의 풍광을 느끼며 천천히 걷는 ‘오감 걷기’입니다. 실내라고 한다면 발과 지면이 닿는 느낌에 주목하면서 어슬렁거립니다. 일종의 ‘걷기 명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꼬여버린 생각과 뭉친 감정은 다시 풀어지고 흘러갑니다. 왠지 문제가 나로부터 한 걸음 떨어진 느낌이 듭니다.
얼마 전부터는 기업체 교육에 가서도 심리훈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오감 걷기’를 하고 있습니다. 10여분의 짧은 경험이지만 교육생들의 반응은 좋습니다. 지금까지 목적지를 향해 걸었거나 할 일을 생각을 하며 걸었지 걷는 느낌과 오감에 집중하며 걸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기’에 집중한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몸으로 체험했다고나 할까요. 그러므로 걸을 수 있는 힘만 있다면 걷기란 쉽고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아주 좋은 힐링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올리비에가 한국에 와서 '걷기 열풍'을 보고 놀란 게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걷기에 좋은 길이 너무 많은 것과 또 하나는 혼자 걷는 사람이 너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신적 운동과 자기대면으로서의 걷기가 되려면 혼자 걷는 게 좋은데 말이죠.
여러분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하시나요? 생각이나 걱정이 너무 많으시나요? 그렇다면 잠시 생각을 내려놓고 오감에 집중하면서 걸어보시면 어떨까요?
- 2013. 6. 19. 당신의 마음을 깨우는 '문요한 에너지 플러스' 6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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