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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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식을 만들어 식탁에 올려야 하는 상황이 있을 때 누구 혹은 무엇을 스승으로 삼아 그 음식을 만드시는지요?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을 검색해서 레시피를 보고 만든다고 답하시는 분이라면 오늘 드리는 이 편지를 조금 유심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강의를 할 때 많은 식물이 왜 그 꼴로 살아가는지를 설명하고 느끼도록 돕습니다. 그것을 통해 내 삶이 왜 이 꼴로 형성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 내 삶의 꼴을 더욱 멋지고 당당하게 만들어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많은 생명의 사는 꼴이 그 생명의 외부 세계, 심지어 우주와도 무척 깊이 있게 관계를 맺은 결과이고 자신의 결핍과 과잉을 넘어서기 위한 분투요 자기실현을 위한 노력의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꼭 한 두 개의 과제를 제시해 줍니다. 즉 특정 식물의 꽃 모양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그 꽃이 다른 대부분의 꽃들과 달리 왜 아래로 피는지를 묻는 것과 같은 예입니다. 마치 화두를 붙들어 스스로 깨치고 넘어서듯 스스로 질문하고 사유하고 되어보고 느껴보기를 권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 방법을 좋아합니다. 삶의 많은 영역에서 그렇습니다. 누군가 제시해 놓은 선례나 해답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서는 것이 중요한 공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레시피에 전적으로 의존한 음식은 한계가 분명한 맛밖에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래로 음식에는 손맛이라는 변수가 묘미였습니다. 기본적 재료를 똑같이 사용하더라도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손맛에 따라 그 사람만의 차별적인 맛이 형성되었습니다. 손맛은 반복 훈련을 통해서도 확보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 이미 만든 표준을 참조하여 그 상태를 재현하기 위해 반복적인 훈련(트레이닝)을 하다보면 문득 자신만의 손맛이 형성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훈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만의 손맛을 형성하는 경지를 오히려 늦출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견해입니다. 장작패기를 예로 들어 봅니다. 도끼질을 잘 하는 사람이 쪼개는 장작패기의 모습은 가히 호쾌합니다. 때로 그 모습이 예술처럼 느껴지는 때도 있습니다. 그가 이룬 경지는 도끼질이라는 행동의 전체를 단순히 구분 동작으로 반복 훈련해서 이룬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스스로 행하고 실패하고 다시 사유하고 또 행하고, 마침내 몸으로 느껴내는 단계를 상승적으로 축적할 때 가능한 것입니다.
장작을 패는 일이 그렇고 음식을 만드는 일도 그렇습니다. 특정한 방법론이나 레시피의 수준을 넘어서는 경험, 즉 깊은 체험이 있어야만 자기만의 특별하고 차별화된 수준에 이를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가 이루어가는 삶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나는 믿습니다. 학습과 훈련에 입각하더라도 그것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의 몸으로 직접 새로 쓰는 과정에서 삶은 더 큰 가치, 더 특별한 향기, 더 깊은 맛을 만나게 됩니다. 나는 비록 볼품없더라도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을 그렇게 살아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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