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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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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0일 12시 08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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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예쁘게 그리지 못합니다. 가끔 예쁜 것을 그리려고 하면, 예쁘다 예쁘다를 계속 중얼거리면서 그립니다. 그러면 고운 것을 만지듯이 조심스럽게 선을 천천히 긋게 되고, 예쁜 색에 손이 가서 그것을 칠합니다.  저는 성격이 급한 편이라 작정하고 조심하지 않으면 정갈하게 예쁘게 그리지를 못합니다.  

 

 이시영의 만화 <지구에서 영업중>에는 경찰청에서 알바하는 미대생이 나오는데요, 인물화를 그리면 예쁘게 그려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어느 날 그 학생은 교수님께 너는 남에게 잘 보이려고 그린다, 화가로서 진지함이란 게 없어라는 꾸중을 듣고는 그럼 안예쁘게 그리려면, 삶의 굴곡을 그림에 그려넣으려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다가 경찰청에서  범죄자 몽타주 그리는 일을 하게 되지요. 그런데, 목격자가 진술하는 그 말을 듣고 이 학생은 그런 특징들을 그려 넣습니다. 다 그리고 목격자를 보여주니, 이런 인상 아니라고 말하다가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자신이 말한 특징대로 그려넣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 사람을 이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라고 하면서. 목격자가 맞다고 하니, 그 몽타주를 붙여둡니다. 그런데, 몽타주를 소녀들이 자꾸 떼가는 일이 벌어져서, 경찰청에서는 떼어가지 말라고 그림에 얼굴 쪽에 멋진 인상이 깨지게 하는.... 그림을 훼손하는 커다란 X 같은 것을 낙서해 둡니다. 연예인 포스터 떼가는 것 방지하기 위해 붙인 사람이 낙서해두는 그런 표식같은 것을 그려 넣는 것이죠. 이 알바생은 이런 사실을 알고 나서 알바를 그만둡니다. 자신은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일부러 예쁘게 그리는 게 아니라, 그렇게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그린다고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미대생은 자신이 예쁜 것을 예쁘게 볼 줄 아는 눈, 사물에서 예쁜 부분을 찾아내서 그걸 남들보다 더 잘 보는 시각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아주 기쁘게, 신나게 사람들을 예쁘게 그립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만화적인 구성으로 만들어낸 허구인지 실제 사례에서 가져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를 삽입해 넣은 작가 이시영의 이런 관점에 동의합니다.   

 

보는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그림 패턴이, 그림 실력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손을 얼마나 자유롭게, 정교하게 쓰느냐 하는 운동능력부분이 향상되어도 그림이 좋아지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보는 법이 바뀌거나 다양해 지지 않으면 그림은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크기, 분위기, 선의 특징, 색을 쓰는 법 등은 각자가 자신에게 익숙한 것들이 이미 있습니다.  다른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그림을 마칠 때까지 집중해서 다른 그림을 그릴 프로세스를 작동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에 저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리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한 사람들이라고 해야 맞겠지요.

모임에서 우리는 얼굴 그리기를 하고, 색을 칠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각자의 시각이 드러납니다.  저는 쉽게 밋밋하게 그리고, 밋밋하게 색을 칠했습니다. 한 친구는 작으면서도 정교하게 그리고 입체적으로 색을 칠했습니다. 다른 한 친구는 일반적으로 묘사하는  패턴으로 드로잉하고,색은 귀여운 캐릭터 상품처럼 장식적인 아름다움을 더해서 칠했습니다.  한 친구는 자유로은 선을 써서 분위기를 주로 그리고 색칠 또한 시원스런 선을 사용했습니다.

 

토요일에 한 친구의 그림에서 받은 충격을 따라서 그려봅니다.  그렇지만 저는 여전히 제가 보는 방식으로 구성하고 색을 선택합니다. ㅊ계속 집중하지 않으면 그 방식을 따라해보기 전에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가 넣으려고 했던 것을 제대로 넣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칠하는 방식을 조금 바꾸어 보았을 뿐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본다는 것, 저는 그것을 몹시도 갖고 싶어하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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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의 드로잉과 4명의 색칠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보고, 그리는지 직접 확인해 보는 것도 즐거운 놀이일겁니다. 한번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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