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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1일 14시 49분 등록

나의 직업 나의 미래 version 2.4

칠월은 무척 더웠습니다. 그리고 많은 비가 내렸지요. 후덥지근한 날씨와 함께 2006년의 나머지 반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지루한 장마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저는 컨디션이 다운된 정도가 심했습니다. 책도 많이 보지 못했고, 글도 생각한 만큼 진도가 나가지 못했습니다. 하려고 했지만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더라구요. 간신히 책 원고만 쓰고는 퍼져(?) 버렸습니다.

제가 일 년의 생활을 두 달 단위로 끊어 정리해 보는 네 번째 시간입니다. 작년 말에 올 해의 꿈을 만들었고 꿈을 향해 살아가는 모습을 중간 중간 정리해 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비결이 멀리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자 하였습니다. 매일 조금씩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는 것. 가장 잘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이라는 자원을 흠뻑 주는 과정을 통하여 꿈을 만들어 가는 현장을 스스로에게 보여 주고자 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글의 내용이 자화자찬으로 흘러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제가 쓰는 많은 글들이 그런 류가 대부분인 것을 아실 겁니다. 저도 알지만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일단 써보고 나중에 요령이 생기면 적당히 바꿔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냥 이런 류의 사람도 있구나 하고 편하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작년 연말 무렵 나름대로 꾸었던 10가지의 꿈을 최근 다시 뒤적여 보았습니다. 바랬던 꿈도 있었고 관심을 주지 않아 말라 비틀어진 꿈도 보였습니다. 대략 반 정도는 아직도 꾸준히 물도 주고 햇볕도 쬐여 주면서 시간을 듬뿍 주고 있지만 나머지는 찬밥신세가 되어 있습니다. 아직도 꿈을 만들고 가꾸어 나가는 것이 미숙해 보입니다.

여름에 나름대로 신경을 기울여 해보겠다고 한 것이 첫 책의 원고를 마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부지런히 썼지요. 8월 초까지 다 썼다고 생각하고 한시름 놓았는데 막상 다시 뒤적여 보니 애초 생각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내용이 되어 버렸지 뭡니까?
목차도 맞지 않고 내용도 중복되고 선생님의 글을 수없이 인용하고 베끼고 혼자 얼굴이 뜨거워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다시 쓰자고 마음먹었는데도 글이 만들어지질 않는 겁니다. 와~ 미치겠데요. 자판 앞에서 모니터만 째려보기를 수없이 하다 말다 결국 8월 한 달을 홀딱 비워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스로 포기한 것이죠.
쉬다 보면 언젠가 다시 쓰여 지겠지 하는 마음입니다. 부끄럽지만 시간이 한동안 걸릴 것 같습니다. 9월부터는 조금씩 정리를 해 봐야지 하는 마음입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죠?

살이 더 이상 불지는 않지만 줄어들지 않아서 다이어트를 잘 하자고 마음먹었고, 원고를 마감할 때까지 술을 절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였습니다.
한 3주는 잘 버텼지만 솔직히 술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술이 술을 부르고 몸이 술을 찾아 마약처럼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가을 하늘 휘영청 달이 떠오를 때쯤 술잔 기울이리라 했는데 선생님 얼굴을 어찌 볼까 걱정이 앞서네요. 자신이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하루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죄. 그러면서도 남들한테는 큰소리치며 살아가는 허풍은 마흔이 초라하게 보이는 소시민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습니다.

마음이 여유롭지 못한 사람은 일상도 여유롭지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항상 그 꼴입니다. 영어를 공부하자고 해 놓고도 책만 사놓고 펴보지도 못하고 아직 그대로 있는 것이나 직원들 월급 조금 더 올려 주는 데는 손을 벌벌 떨면서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술자리 술값은 호기롭게 내는 것도 자신만 아는 비겁함이요, 남과 나를 같이 배려하는 여유가 없어서 그럴 겁니다. 마음 약한 것을 핑계로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약속해 놓고 당사자 애를 태우게 하는 것도 자신에 대한 게으름이자 여유로운 생활에 대한 배신이 아닐까요?
언제나 그런 스스로가 참 많이 미웠습니다. 할 수 있는 것보다 하지 못하는 것에 더 애착(?)을 가지고 매달리는 것도 좋지 못한 버릇이겠지요. 제가 그랬습니다. 왜 이렇게 살까요?
잘 살아 보자고 하면서도 매 시간 잊어버리는 것이 얼마나 자신과 타인에게 힘이 들게 하는지 참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는 좀 더 집중하고 좀 더 여유롭고 좀 더 나를 태울 수 있는 곳으로 밀어 넣어야 하겠습니다.

여행가는 재미를 느꼈다고 몇 번 말한 적이 있습니다. 여름은 휴가철이 겹치는 만큼 혼자 가는 여행은 포기하고 가족들이랑 휴가를 계획하였습니다. 여행가는 가장 즐거운 재미는 혼자서 아무 생각없이 상념에 빠져 있을 수 있는 시간의 여백을 만드는 것임을 가끔 느꼈습니다. 푸켓에 가서 그랬고, 다산초당을 가서도, 파주 봄 소풍 때도 그랬구요. 금강 옛길을 가면서도 혼자 금강을 바라보는 마음이 아무 것도 칠하지 않는 스케치북처럼 느껴질 때 문득 혼자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램을 가져보았던 것처럼 여행이 주는 덤은 여럿이 혼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저희 가족은 동강으로 휴가를 떠났습니다. 래프팅을 하고, 고기를 구워먹고, 비를 바라보며 노래자랑도 하고, 태백 장성광업소 지하 900m 채굴현장도 보았습니다. 아주 특별한 체험이었죠. 동해 임원항에서는 바다낚시가 애들에게 얼마나 재미있는 과정인지를 지켜보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의 쏟아지는 장대비는 아직 7월이 끝나지 않았음을 느끼기에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짧은 휴가였지만 가족들이 보금자리를 떠나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실을 시작하게 된 원인을 제공했던 후배가 독립을 하였습니다. 불현듯 식당일이 맞지 않다고 하더니 조그마한 수산물 유통업을 하겠답니다. 같이 지냈던 지난 17년 동안 딱 한번을 제외하고는 그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듯이 이번에도 두 말 않고 하고 싶은 데로 해 보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그만큼 감당해야 할 심적, 물질적 부담이 커진 것 또한 저의 몫이었습니다. 마실의 역할 중 하나가 이 친구의 독립이라고 할 정도로 의지하는 바가 컸는데 마음 한 구석이 서운한 것은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떡합니까? 하고 싶으면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병이 나는 것은 누구보다 제가 잘 아는데 ······ .
마실과 센터(제가 하고 있는 또 하나의 업장)에 납품을 하게 해 주었고 이번에는 혼자 하게끔 하였습니다. 언제까지 의지할 수만은 없는 법이니까. 아마 한 동안은 도와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흔 먹은 부모가 일흔된 자식이 불안해 보이듯이 언제나 동생같은 마음을 떼려야 뗄 수가 없습니다. 친구야, 힘내자.

선생님 덕분에 텔레비전도 출연하게 되었지요. 아시는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SBS 신40대 코너에 아주 쬐끔 나왔습니다. 촬영은 하루 종일 했는데 ··· 아쉽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좋은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됩니다. 지방이라 저도 정규방송은 보지 못했고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밖에 없었고, 알아보는 사람도 거의 없더라구요. 남들은 20년만에 친구가 연락도 한다는데 저는 그러기는 커녕 주변 지인들도 모르고 있네요. 아! 이 씁쓸함이란······ .

학교 다닐 때 같이 운동하던 후배가 자기 자취방을 문화궁전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후배는 연극반, 같이 사는 또 한 후배는 탈패에 다니고 있었고 두 후배는 멋이 있었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였습니다. 참 많이 부러워하였지요. 문화동아리에 있었던 관계로 술도 많이 마시고 잘 놀았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그래서 저는 언젠가 제가 앞으로 살 집 이름을 문화궁전이라고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뭐 궁전수준까지야 아니겠지만 제가 꾸미고 싶은 모양대로 서재를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요. 어당팔 형님네 서재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며칠 전 사전입주 점검을 다녀왔습니다. 교통이 썩 좋지 못해 아이들 학교 가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다른 것은 맘에 듭니다. 지금부터 한 달 동안은 행복한 상상에 빠져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만드는 나만의 공간인데요. 나중에 꿈 벗들을 초대해서 집들이도 함 해야겠네요. 문화궁전에서. ㅋㅋㅋ.

연구원 공간에 연재하고 있는 ‘식당경영과 ISO'란 제목처럼 8월부터 마실에 ISO 경영시스템을 도입하는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올 연말까지 계속되는 이번 일은 단순히 인증을 따는 것이 아닌 식당비즈니스에 경영시스템을 접목해 보는 일입니다. 어찌 보면 좀 아닌 것 같다는 느낌도 들긴 하지만 생각하는 바가 몇 가지 있어서 시작하였습니다. 마실 자체가 잘 되도록 하는 것, 식당경영시스템 구축분야의 한 모델이 될 수 있는가를 시험해 보는 일, 이를 기록하여 또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그것이거든요. 이 작업이 나름대로 진행되면 내년에는 조그마한 추가 비즈니스(프랜차이즈)를 해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지식산업화 되는 것인데 조금씩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며칠 전 울트라마라톤을 뛰었습니다. 어렵게 완주한 만큼 힘도 들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2년 동안 빡신 공부도, 건강한 몸만들기와 자기혁명의 출발을 힘차게 내딛을 수 있어 솔직히 여기 저기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언젠가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계셨습니다.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흠뻑 주라고요. 이젠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일에 넘치도록 시간을 뿌려 주려 합니다. 그것이 질투와 욕망에 둘러싸인 자신을 깨 부셔 나가는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앞으로는 당분간은 장거리 마라톤은 하지 않을 겁니다. 대신 매일 조금씩 운동하면서 책을 보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볼 생각입니다. 선생님처럼 그러나 저만의 방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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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효
2006.09.01 17:47:44 *.239.63.2
긴 글속에서 너의 참 모습이 휘황찬란한 달처럼 내게 와 닿는구나. 늘 우유부단했던 내 자화상과의 단순비교도 되고 그러면서 친구를 통해 나 자신을 채찍질 할 수있는 또 하나의 출발선이길 바라며-- 수고하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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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6.09.01 21:17:23 *.190.172.55
자로님 멋져요.
2006년은 자로님의 해인가봐요.
남은 기간도 변함없는 성과가있기를 바랍니다.
여러가지 성과가 그져 부럽기만합니다.
저도 분발해야겠습니다.
꿈을 찾고 아는 것을 연결해서 행하는 것
자로님처럼만 하면 될 것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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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일
2006.09.02 06:20:21 *.103.178.164
여러 꿈을 잘 조합하여 꾸려 나가는 실력이 탁월하십니다.
자로님의 전성기는 지금부터 입니다.
울트라마라톤의 경지를 넘어 이제 꿈마라톤을 기대해봅니다.
문화궁전 입성식 때는 잊지 마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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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9.02 21:07:09 *.145.125.146
문화궁전이 멋있네요.
저도 한번....^^
자로님 글에선 소탈한 자로님의 냄새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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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
2006.09.04 15:26:51 *.56.151.106
반가웠습니다. 선배~ 부산곰장어와 낮술에 잠시 벽에 기대어 흐뭇이 미소짓는 모습.. 잊지 못할겁니다..^^ 또한 선배의 눈엔 형님에 대한 마음이 가득하더이다.. 티가 무지하게 났답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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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그녀
2006.09.05 22:59:59 *.239.80.137
낯설음이라곤 하나도 느끼지 못했답니다*^^* 신기하지요....10월에 반가운 모습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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