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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6일 09시 15분 등록
나의 직업 나의 미래 version 2.5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차졌습니다. 문경에서의 잔잔한 감동이 아직 채 가시질 못했는데 때 이른 도회지 찬바람은 일속으로 밀어내는군요. 마실에 가을 국화가 아주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꽃집에 부탁해서 정성스레 심은 국화가 레스토랑의 운치를 살려줍니다. 아직 페추니아도 꽃을 피우고 애란도 다소 곧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내겐 과분한 공간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서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편한지요. 지난 9월 초에 올렸던 version 2.4를 보면서 눈 깜박할 새 지나가버린 두 달을 새겨봅니다.

지난 두 달 동안 제게 일어난 가장 큰 일은 뭐니 뭐니 해도 문화궁전으로 이사하는 것이었습니다. 당분간 천안에 더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것이 한 동안 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지요. 조용하고, 남들 눈에 잘 뛰지 않고, 산과 물이 가까이 있는 곳에 둥지를 틀려고 하였습니다. 추석 사흘 전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전 두 가지에 신경을 썼답니다. 먼저 소파를 꽤 괜찮은 것으로 장만하였습니다. 거실은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모여 있는 공간이므로 내 식구들이 편하게 떠들고 뒹굴고 낮잠도 잘 수 있는 것이었으면 했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제가 몹시 바랬던 서재를 꾸몄습니다. 책장으로 한 면 가득 채우고 책상과 독서대를 만들었습니다. 베란다에는 런닝머신도 가져다 놓았습니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 혼자 서재로 와 책을 읽으면 세상 어떤 소리보다 크게 들리는 책 넘어가는 소리가 흥분케 합니다. 꿈 하나가 만들어지는 가을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생활패턴이 바뀌어 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주말을 대학원 수업에 매달리다 보니 평일이 무척 아까워졌습니다. 술 마시는 시간도,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 시간도 하기 싫어졌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월요일부터 퍼마셨을 것을 요즘은 몸을 이기지 못해 자제하게 되었지요. 공부보다도 술을 조금 멀리하게 된 것이 몸에 일어난 큰 변화입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의 짜임새가 무척 단순해졌더라구요. 일과 대학원 공부 그리고 글쓰기, 가끔씩 한 잔하는 재미로 모아진 하루패턴은 시간과 하루를 아쉽게 만든답니다. 이러한 모습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는 것인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 초 동남아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영어를 마스터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고 차일 피일 미루고 있다가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목표는 내년 여름 미국 컨퍼런스에 통역없이 다녀오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영어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구요. 생각보다 잘 되지 않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시작해 보려 합니다. 별도로 영어학원을 다니는데 왕초보반에 등록해서 매일 아침 갑니다. 아마 다음 번 이 글을 쓸 때쯤에는 영어로 올릴지 아남요? 우리 꿈 벗들 중에서도 영어 공부하는 이들이 꽤 있던데...

첫 책의 세 번째 수정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11월 중순까지 다시 정리하고 고쳐서 선생님께 숙제검사 맡아야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좋은 책을 쓰려 하지마라. 그 대신 먼저 좋은 식당을 만들어라. 그것이 지금 그대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좋은 식당을 만든다는 것은 '낮 동안 매일 열심히 일하고 저녁이 되어 또 그 생각을 하고 더 잘하려 애를 쓰면, 설혹 어려운 때를 만나서도 어려움에 처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대의 글은 마실을 가장 특별한 식당으로 만들기 위한 실험 보고서면 좋겠구나. 많은 생각과 상상과 시도와 실험을 바탕이 되면 좋다. 그래서 지금 쓴 것 같은 모습을 취하되, 식당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차별적 이야기가 되면 좋겠구나. ······ 맨 얼굴이 좋아야 화장을 해도 예쁜 것이다. 차별적 원본을 만들라는 뜻이다. 그게 없는데 그것을 전하는 글이 예쁘겠느냐. 무대에 오르는 사람은 토할 때 까지 노래를 불러야 한다.” 두렵고 떨리는 심정이지만 고치고 다시 고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초아선생께서 말씀하신 구토가 나올때까지 해야 한다면 해야겠지요. 그것이 독자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책의 전편에 흐르는 주제가 될 것이니까요.

문경을 다녀왔습니다. 꿈 쇼를 보면서 참으로 많은 꿈들을 가지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가슴 가득 자신의 꿈을 보듬고 살아가는 이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꿈을 향해 백수가 되어도 축하받는 공간,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이들,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 행복한 곳이 꿈 벗들이 모이는 자리임을 느꼈습니다. 준비한 이들의 수고가 하나 가득 느껴졌고 참가한 이들의 행복이 만져지는 듯 하였습니다. 내려가는 몇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돌아오는 길 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였습니다. 분명 우리 꿈 벗들의 자발적 변화와 자기계발 흐름은 coreanity의 한 이정표를 만들어 낼 것이라 믿습니다. 저 역시 그 길을 만드는데 조그마한 돌덩이 하나를 지고 싶습니다. 각자의 짐을 지고 같이 가는 길. 꿈 벗이 가는 길입니다.

진작 그만두었어야 할 지역의 벤처협회 일에 아직도 매여 있습니다. 11월에 개최되는 제3회 충남벤처인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젠 자타가 인정하는 충남 최고, 최대의 민간 기업대회입니다. 지난 1회, 2회 실무총괄을 맡은 연유로 다시 일의 중책을 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이번 행사를 마무리하고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게 해 달라는 단서를 달았지요. 지사가 참석하는 행사가 되어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ISO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을 쉽진 않지만 조금씩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 달 동안 주로 경영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공부를 주로 하였습니다. 진행 도중 선생님으로부터 아주 소중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차별적 원본을 확보하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손님이 줄을 서게 하고 그 서비스와 맛을 특화시켜야 한다고 하셨지요. 먼저 최고의 품질을 가진 원본을 확보하라 하셨습니다. 첫 책에 대한 주문도 이와 비슷하였습니다. back to basics ! 제가 쓸 세 번째 책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포스트 모던 마케팅을 읽고 정리하면서 ISO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져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표준화와 프로세스에 대한 매뉴얼구성을 하게 됩니다. 세상을 살아가게 될 또 하나의 무기를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열심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자기성공학자들의 주장에 공감하지 않습니다. 초콜릿의 유혹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근거 없는 이야기, 유치한 낙관, 치료가 아닌 주술의 돌팔이를 저는 경멸합니다. 오직 미래에 이미 이루어진 현실을 지금의 시간으로 끌어오는 낮에 꾸는 꿈만을 믿을 뿐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행위를 미래를 과거로 인식하는 정신적 작업이라고 합니다. 오늘 하루를 얼마나 열심히 살았느냐가 판단의 기준입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자원입니다. 돈이 많고 적음도 아니요, 힘이 세거나 아니거나도 아닌 얼마나 자신의 꿈을 시간과 연결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저는 언제나처럼 그리고 매일같이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려 합니다.

벌써 나의 직업 나의 미래 version 2 시리즈를 5번째 쓰면서 느끼는 것은 자칫 자기과시형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심하고 주의하면서도 쉽게 바꿔지질 않습니다. 과음을 한 다음 날 후회하는 일도 많았고, 술에 취해 피운 담배 한 가치에 이것도 이기지 못하는 자신의 나약함을 질책할 때도 많았습니다. 일찍 일어나지 못해서 괜히 마누라한테 짜증을 내기도 했습니다. 잘난 공부 한답시고 화창한 주말 나들이 한번 하지 못해 가족들 보기가 미안하기도 합니다. 잦은 모임 때문에 저녁 늦게 귀가하는 바람에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지도 못했습니다. 단식은 커녕 운동도 제대로 못해 몸관리도 못하는 스스로가 원망스럽습니다. 그래도 시간은 이렇게 흘러가는군요. 반성하고 계획을 세우고 어떻게 하면 하루를 열심히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합니다.

그래도 이런 작업을 하면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올 해 초에 꾼 꿈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더불어 과거로 인식한 미래의 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떨 땐 이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게을러져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마저도 들었습니다. 선생님처럼 좋은 글을 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승완이나 병곤이처럼 멋있는 글은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한명석님처럼 맛깔나는 글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살아온 지난 시간들에 대한 기록과 회고들이 또 다른 꿈 벗들에게 힘이 될수도 있다면 좋겠습니다. 기름진 얼굴과 거대한 뱃살 뒤에는 거대한 식탁이 있듯이, 성공 뒤에는 성공을 향한 탐욕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성공과 경쟁에 대한 에너지 말입니다. 시기와 질투와 원망이 그것이지요. 그래야 끊임없이 모방하게 하고 배우게 하고 연습하게 하고 익히게 만드니까요. 하루를 열심히 산다는 것은 에둘러 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냥 가는 겁니다. 생각 없이 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역할 모델을 따라 배우는 것이고, 나의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 투쟁하고, 손에 익고 머리와 가슴 사이에 어떤 괴리도 없이 자연스런 나의 것으로 만들어질 때까지 끊임없이 익히는 것입니다. 지겨운 연습이자 수련의 과정이 그것입니다.

진정으로 꿈 벗들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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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11.03 10:31:58 *.81.93.196
왠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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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6.11.03 11:01:51 *.55.54.201
열심히 바라기만 하면 이루어진다는 초콜렛.
전 그거 너무 많이 먹었나봐요. 그래서 얼굴이 까매졌나?
하루를 잘 살아야지.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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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
2006.11.04 13:53:22 *.229.145.41
버전이 더할 수록 내공의 상승을 느낍니다.
꿈, 공부, 협회 등의 활동보다 가정이 더 소중함을 아셨군요.
자로님의 지치지 않는 그 에너지 원천은 어디서 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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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06.11.14 00:13:36 *.70.72.121
대체 어떤 분이신지 불시검문 할 예정입니다. 올해를 넘기기 전 꼭 마실에 마실을 갈 생각입니다. 맛/ 멋/ 마실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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