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승완
  • 조회 수 3544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3년 6월 25일 00시 08분 등록

우리 집 근처에 ‘마노(Mano)’라는 이름을 가진 카페가 있습니다. 이곳은 늘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탁 트인 내부 공간에 독특한 인테리어와 소품은 카페 주인의 안목을 보여줍니다. 커피 맛도 뛰어나서 나처럼 커피 맛 모르는 사람에게 커피의 신세계를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카페 정문 30m 앞에 산이 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얼마 전 이곳에서 일을 하다가 잠시 쉬기 위해 커피를 들고 테라스로 나간 적이 있습니다. 의자에 앉으니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산 속 풀과 나무 향기입니다. 햇빛에 나뭇잎이 반짝입니다. 커피향이 그윽합니다. 바람이 붑니다. 바람과 나무가 만나자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눈을 감고 자연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눈을 뜨니 또 새로운 세상입니다.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맞춰 넘실거리고 잎들은 음악 따라 춤을 춥니다. 눈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마음이 열리고 풍경이 내게 말을 겁니다. 마음 속 먼지는 날아가고 뭔가가 반짝입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순간입니다. 어찌 보면 마음이 텅 빈 듯합니다. 무심(無心)이 이런 건가 싶습니다.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카페 옆을 지나가는 자동차 경적 소리에 풍경과의 대화는 멈췄습니다. 불현 듯 김홍근 선생이 쓴 <마음이 단순해지는 선화>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풍경이란 인간이 어떤 장소와 만나는 정신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오면 풍경은 움찔 깨어나, 말을 건네온다. 그 체험은 특히 그곳에 있는 특정한 사물과 대화를 나누면서, 깊은 교감으로 승화된다.”

 

카페 테라스에서 풍경이 건네는 말을 어떻게 들을 수 있었던 걸까 생각해봅니다. 그때 나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저 조금 쉬고 싶었을 뿐, 그 이상의 욕심도, 어떤 걱정도 없었습니다. 그런 마음과 한 풍경이 시절인연으로 공명했나 봅니다. 이래서 마음에 여백이 있어야 하나 봅니다.

 

자연만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은 아닙니다. 물건도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물건 속에도 마음이 흐릅니다. 일반적으로 물건은 익숙한 것입니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먼저 마음속에서 그것을 만들어봅니다. 그리고 재료를 구해 실제로 물건을 만들면서 그 마음을 표현합니다. 만들어진 물건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것은 낯섭니다. 물건을 이리저리 보고 만져보면서 마음속으로 그 물건에 대해 알아봅니다. 물건을 손에 넣은 사람은 사용하면서 그 물건에 익숙해집니다. 익숙함 속에는 언제나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김홍근 선생은 말합니다.

 

“사람의 손길이 스친 곳에는 그것을 만들고 쓰는 사람의 마음이 비치고, 나무나 산과 하늘 같은 자연에는 신령의 마음이 비친다. 그 둘이 어우러진 곳에선 자연의 마음과 인간의 마음이 서로 통하는 짜릿함을 맛보기도 한다.”

 

sw20130625.jpg

김홍근 저, 마음이 단순해지는 선화, 마음산책, 2006년 6월

 

* 안내 :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18기 모집

<나는 쓰는 대로 이루어진다>와 <늦지 않았다>의 저자 한명석 연구원이 글쓰기 강좌인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18기를 모집합니다. 자신안의 창조 본능을 깨우고 글쓰기 실력을 키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sw20130625-2.jpg

 

* 안내 : 크리에이티브 살롱 9 ‘인문학 아카데미’ 7월 강좌

변화경영연구소의 오프라인 까페 ‘크리에이티브 살롱 9’에서 ‘인문학 아카데미’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7월 강좌는 ‘숲에게 삶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숲철학자 · 숲학교 ‘오래된 미래’ 교장 김용규 선생이 진행합니다. 커리큘럼과 장소 등 자세한 내용은 여기 혹은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sw20130618.jpg

 

IP *.34.180.245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76 당신의 정신면역 상태는? [1] 문요한 2010.08.18 3028
1675 이제 겨우 시작이야 [10] 한명석 2007.12.27 3030
1674 피해자가 되지 말고 해결자가 되라 문요한 2008.01.22 3030
1673 직장을 내 인생 반전의 기회로 삼아라 [3] 오병곤 2007.12.24 3031
1672 더 이상 예전처럼 살 수 없을 때 [1] 문요한 2008.04.22 3031
1671 두려움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 김용규 2009.05.14 3032
1670 겨우 인생의 맛을 알기 시작한 것이다 [4] 박미옥 2013.10.25 3033
1669 지금 시들고 있나요 [2] -창- 2013.10.19 3034
1668 '피어난 봄'을 만난 겨울여행 김용규 2013.12.26 3034
1667 개척자에게 요구되는 것 김용규 2010.08.26 3035
1666 모든 문제에는 기회가 있다 [2] 문요한 2008.03.18 3036
1665 약점을 극복하는 지혜 문요한 2009.12.16 3036
1664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알 수 없는 기쁨 하나 [1] 구본형 2008.05.02 3037
1663 약초는 밭에서 자라지 않는다 문요한 2008.06.03 3038
1662 용기 있는 사람 [4] 김용규 2010.05.27 3038
1661 첫 번째 욕심 [3] 김용규 2011.03.31 3038
1660 이것을 또 어디에 적용할 수 있을까? 문요한 2008.01.08 3039
1659 삶의 전환기에 읽으면 좋은 책 file [6] 승완 2010.03.02 3041
1658 울음으로 시작한 세상, 웃음으로 끝내라 [1] 문요한 2008.04.08 3042
1657 약점의 보완 보다 재능의 활용이 중요하다 file [2] 승완 2010.01.19 3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