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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4일 16시 45분 등록
나의 직업 나의 미래 version 3.1

요한과 병곤의 첫 책이 세상에 나왔다. 기쁘고 축하할 일이다. 같이 공부하던 시간을 되새겼고 나의 삶이 더 풍요로워졌음은 그들을 바라보는 모두의 눈에서도 알 수 있다. ‘어제보다 나은 식당’이란 제목의 첫 번째 책을 준비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태만과 이런 저런 일을 핑계로 지난 두 달 동안 거의 손을 대지 못한 결과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좀 더 부지런을 떨어 봄이 오기 전 마무리할 걸 하는 심정이 없지 않다. 하지만 열 달을 다 채워야 세상을 만나는 순리처럼 나의 책도 아직 채워지지 못한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머리가 생기고 팔과 다리가 만들어지는 것 같이 거칠고 성급한 초고들이 세상과 만날 때까지 조금 더 시간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 바쁠 때 몰아치는 성격처럼 나의 첫 책도 또 한 번의 급한 물살을 넘고서야 그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다.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석삼년 시집살이면 어지간한 시어머니 잔소리는 한 귀로 흘려버릴 수 있다고 할 만한 시간이다. 내가 꿈을 가질 수 있다고 믿기 시작한 지 3년이 지나가고 있다. 3년이란 시간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져다주었다. 평범한 내가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게 해 주었고 참고 견딜 수 있는 인내의 시간이란 것을 깨닫게 했기 때문이다. 3년이 지날 올 연말쯤에는 꽤 괜찮은 나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항상 부족하고 어리석은 사람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올 해 꼭, 반드시 하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사색을 위한 휴식이다. 하루 한 시간 정도의 휴식이 3년간의 로드맵을 삼빡하게 마무리해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휴식은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무슨 내용을 써야 하는지 조용히 생각나게 해 준다. 조급함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고 뒤늦은 깨달음을 채찍질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혼자만의 공간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왜 스승께서 북한산을 매일 오르내리시는지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한 해를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1월과 2월은 독서에 방점을 찍었다. 일부러 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못 읽었던 책이 한꺼번에 눈에 밟혀 무지하게 읽어댔다. Good to Great, 사주명리학 이야기, 셈코스토리, CEO와 성직자, 남자의 탄생, 시장의 유혹 광기의 덫, 열정과 기질, 칼리 피오리나:힘든 선택들, 대화: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사람에게서 구하라, 명품 경영학 등 걸신 든 마냥 읽었다. 다시 보는 책도 있었고 2기 연구원 필독서도 있었다. 그냥 관심 가는 책도 봤다. 가벼운 내용보다는 딱딱하고 무거운 책들이 많아 머릿속이 복잡하기도 했지만 책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중 최고의 책은 ‘대화: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과 ‘열정과 기질’이었다. 각 열 흘 남짓한 시간을 투자해 읽었다. 삶의 사명과 사회적 역할 그리고 한 분야의 전문가로 다시 나기 위한 인내의 시간을 최소한 10년 이상을 가져야만 자신의 지식을 세상에 기부할 수 있다는 배움은 더할 나위 없이 삼매경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던 책속으로의 여행이었다.

2월 말 또 하나의 여행을 다녀왔다. 가족들과 함께 애초 계획했던 만큼의 시간은 아니지만 온전히 우리 가족끼리 하루 종일 같이 있었던 오랜만의 휴식이었다. 작년 이맘 때 쯤에 선생님과 함께 갔었던 싱가폴은 1년 만에 새로운 세상이 되어 있었다. 서울만한 크기에 400만의 도시 국가 싱가폴은 오직 놀고먹는 것에 목숨 건 관광대국의 모습 그 자체였다. 눈에 보이는 모든 건물은 쇼핑몰로 가득 찼고 당연히 지하에는 푸드타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로 붐볐고 젊음으로 온 공간이 활력에 넘쳤다.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지만 이제 세상은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의’ 것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비즈니스라도 여성을 외면하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 이미 여성은 임금 노동력의 50%를 넘어선지 오래다. 영어와 중국어가 공용인 나라는 무역, 금융, 관광만으로 선진국으로의 진입단계에 들어섰다고 선언할 정도다. 마지막 날은 몽실이 은미사장님 댁에서 하룻밤 신세를 졌다. 아들인 진하의 총명함을 보면서 무척 부러웠다. 나보다 우리 집사람이 더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았다. 뜻하지 않게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떠올라 싱가폴에서의 여행이 뜻깊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역시 식당비즈니스에 관한 아이템인데 시간을 따로 내 정리를 해 볼 생각이다. 아이들에게는 이미 글로벌화된 세상의 일부를 확인하게 하였고 아내에게는 휴식(?)을 선물한 이번 여행에서 우리 가족은 티격태격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여러 가지 의미를 가져다주었다. 코스화된 여행을 다니기도 했지만 골목길을 더듬고 만졌으며 애들이 좋아할 만한 곳도 찾아 다녔다. 역시 여행은 젊을 때 다녀야 한다. 해마다 한 번씩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움을 만끽하는 즐거움을 배운다.

이제 마실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작년 3월에 시작하였으니 벌써 만 1년이 지난 셈이다. 식당비즈니스는 사계절을 지나봐야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안다고 한다. <가격대비 최고의 만족도>에 승부를 걸었다. 좋은 음식을 친절한 식당에서 맛있게 먹도록 돕는 일, 게다가 가격까지 생각한 것에서 훨씬 저렴하다면 고객들은 우리 식당을 다시 찾지 않을까? 고객을 돕는 경영이 식당에서는 이렇게 적용시켜야 한다고 믿었고 끝까지 고집을 부린 덕택에 감히 자리를 잡았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경영이란 고객을 돕는 경영이다. 믿고 따르면 돈은 그 다음에 오지 말라고 해도 쫒아온다. 1년만 그렇게 버틸 수 있다면 누구라도, 어떤 비즈니스를 한다 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정식아이템이라 겨울은 고전할 각오를 했었는데 오히려 밀려드는 고객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매일 밖으로만 도는 사장을 믿고 따라 준 직원들이 너무 고마웠다. 작은 마음이지만 식당비즈니스를 하고 나서 처음으로 고마움을 표시했고 그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올 해는 몇 개의 식당비즈니스 아이템이 기다리고 있다. 마음은 별로 가고 싶지 않은데 몸은 이미 운명처럼 달려가고 있다.

마흔은 내게 혁명의 시기로 다가왔다. 40년 동안 시시하게 살았던 나를 인생 후반전에 맹렬한 스트라이커가 되게 하였다. 이제 마흔은 겨울이 아니라 봄이 되었다. 지난 3년간 다른 사람이 심어준 나를 뽑아내고 나의 나무를 찾아 심었다. 세상이 아무리 복잡하게 나를 유혹했어도 나는 내가 가진 ‘만남과 만들기’라는 재능과 기질로 목표를 명확하게 할 수 있었고 그곳에 집중하였다. 식당비즈니스와 글쓰기. 이 두 가지에 나의 핵심역량을 맞추고 내가 가진 대부분의 자원을 쏟아 부었다. 덕분에 몇 개의 꿈을 이룰만한 습관과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지난 두 달도 열심히 살았다. 술을 먹고 흥청거리기도 하였고 의미 없는 일에 귀한 시간을 낭비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부지런히 살았다. 매일 새벽 학원엘 다녔고 건강관리를 게을리 하지도 않았다. 나는 시시한 엑스트라는 싫다. 남 밑에서 지시를 받으며 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느 광고 카피처럼 나는 나다.

그 시작은 하루 2시간을 자신에게 투자한데서 출발하였다. 여느 다이어트방법처럼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자신을 변화하고 새롭게 만드는, 파도처럼 거의 눈에는 뛰지 않지만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는 변화를 위한 투자의 결과(벌써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올바른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를 만들어 낸 ‘매일 정해진 시간에 2시간을’ 투자한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마실이 식당비즈니스에서의 성공모델이 되는 것이라면 나 또한 변화경영의 차별적 표준이 되고 싶다. 하루 2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대한 무한한 신뢰야말로 불만투성이인 자신을 떠나 내가 원하는 미래로 나를 이끄는 여행의 길잡이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의 자신을 버려야 한다. 초콜릿의 달콤함에 지금의 안주함을 넘겨주지 마라. 명심하라. 죽지 않고는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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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3.04 15:31:57 *.153.35.106
멋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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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3.04 19:44:06 *.70.72.121
참 잘 다녀오신 여행, 그리고 강력한 에너지와 넘치는 노력.. 모두 부럽습니다. 선배를 본받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할텐데.. 올 봄에도 마실에 열정의 향기가 넘쳐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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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
2007.03.05 12:54:28 *.56.151.105
더욱~ 부드러워지셨군요. 보고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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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3.05 13:04:35 *.54.31.161
노진이형, 싱가폴 잘 다녀오셨어요?
3.1절에 아버님 회갑이라 천안 내려가서 마실에서 친척들과 식사를 했어요. 음식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고 형한테 전해 달라는 부모님의 특별 지시(?)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청국장 냄새가 구수한 햇볕 좋은 곳에서 간만에 가족들끼리 뭉쳤네요!

새로운 식당 비즈니스 아이템.. 음. 무지 궁금한걸요?
형 또 천안가면 찾아갈께요. 그 때 술한잔 찐하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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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2007.03.05 14:20:13 *.254.127.51
자로님 !
생각하시는데로 삶을 잘 운전하고 가시는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사색을 위한 휴식이다.!" 동감이 많이 갑니다.
올해에 더욱더 값진 결실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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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옥균
2007.03.13 22:41:17 *.62.200.242
나는 노진님께서 스스로 '자로'라는 이름을 감히 적을 만한 사람임을 살아 가면서 더욱 확신하게 된다. 이곳에 관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자발적으로 따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는 그렇게 사람과 동화하고, 몸으로 표현해 준다. 나는 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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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07.04.15 23:58:31 *.114.247.151
'마실'이 어디에 있습니까? 천안에 마실이 몇군데 있어서요. 한번 가볼려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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