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나를

5천만의

여러분의

  • 민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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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20일 23시 31분 등록
잠시 지난 시간을 회고한다.

창 밖 강물에 비치는 저녁 노을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이제 하루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여명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위해 마음과 몸을 쉬게 할 시간이다. 이 곳에 살기 시작한지 벌써 5년째이다. 건물의 구조와 모습, 특히 채광은 사람의 몸과 마음 모두에 영향을 준다. 햇살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내와 명상을 지속하시는 어머니,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두 딸, 그리고 조용한 혼자만의 공간을 원하는 나의 성향을 모두 고려하여 몇 년간 발 품을 팔아 찾은 이 집. 아무리 생각해도 이 집에 살게 된 것은 행운이다.

몇 일전 나의 열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1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인과 한국 기업의 문화에 맞는 경영혁신 방법을 연구한 결과를 집대성한 작품이었다. 조만간 이 책은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다. 그 동안 출간한 책들은 기업 대상의 품질과 경영, 경영혁신, 이러한 이론과 철학을 가정과 개인의 일상 생활에 응용하는 방안들을 담아 왔다. 지금까지 출간한 열 권의 책 중 한 권은 베스트셀러가 되어 요즘은 톡톡히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일인 기업가로 홀로 선다는 것은 참 두렵고도 가슴 뛰는 선택이었다. 30대 중반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스스로 퇴사할 때보다 더 큰 두려움에 휩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40대 중반에 다시 그 동안 쌓아 놓은 안정적 기반과 미래의 보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여건을 뿌리친다는 것. 또한 그 동안 고락을 함께 했던 동료, 선후배들의 기대와 그들이 생각하는 나의 책임을 뿌리치는 것으로 비추어 질 수 있음은 나의 선택을 어렵게 하는 중요한 요인들이었다. 한 편 내 기질과 성격에 맞는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단기에 또한 지속적으로 가족에게 필요한 경제적 풍요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고, 나의 기질에 맞는 일을 통해 시장과 고객의 요구 가치를 경쟁자보다 우수한 수준으로 제공해야만 한다. 이러한 면에서 일인 기업가를 선택한 후, 한 동안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다. 특히 불특정 다수에게 읽힐 수 있고 이해하기 쉬운 글을 써서 나와 나의 연구에 대해 알리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의 가족과 옛 동료들, 그 밖에 나를 아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고, 이제 더욱 확고한 자신감으로 내 인생의 남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은 기업의 멋진 미래를 위한 혁신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내가 만든 신조어로서 소위 ‘혁신 디자이너’라고 한다. 나의 개인 연구소 이름은 그래서 ‘혁신 디자인 연구소(Innovation Design Institute)’라고 이름 붙였다. 개인의 체형과 직업, 피부색, 성격을 비롯해 상황과 장소에 따라 잘 어울리는 옷과 신발, 장신구 등이 달라져야 하듯이 기업의 문화, 제도, 대내외 환경에 따라 혁신전략도 디자인 되어야 한다는 나의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또한 박이문님이 주장하신 “인간중심주의적 세계관에서 생태중심주의적 세계관으로의 전환”을 혁신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연구하고 있다. 나의 연구 결과는 그 동안 기업과 공공기관, 학교, 의료기관 등에 전파되어 왔다. 이들 조직에 맞는 혁신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립하고, 실행하여 업계의 훌륭한 사례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음에 참으로 마음 뿌듯하다. 무엇보다 감사하는 것은 이 들 조직에서 서구와 일본의 혁신 방법을 본의 아니게 그대로 답습하면서 발생하게 되는 임직원들의 갈등과 고통을 상당히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 동안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면서 만나게 된 분들의 On/Off-line 커뮤니티가 나의 홈 페이지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때때로 이 커뮤니티에는 여러 나라의 경영혁신 전문가들도 참여한다. 남아프리카의 희망봉에서부터 알래스카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각지의 혁신 매니아들이 이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그들 국가의 문화와 상황에 맞는 혁신 방법에 대해 활발히 의견을 교환한다.

Lindsay 장학금은 올 해로 4년째를 맞이했다. 조건 없이 나에게 미국 유학 학비를 지불해주셨던 나의 스승 Mark Lindsay 박사님의 은혜를 갚기 위해 시작한 이 장학금은 내 모교에서 경영품질 분야의 전공자로서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는 잠재력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아내는 요즘 십자수와 퀼트 재료를 사러 온 사람들이 잠시 조용한 음악 속에 책을 볼 수 있는 작은 북 카페를 운영한다. 큰 딸은 초등학교 때 정했던 대로 산업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미술대학을 다니고 있다. 어쩌면 녀석의 또 다른 재능인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혼합하여 Technical Writer가 될지도 모른다. 둘째 딸은 화가가 되겠다던 꿈에서 선회하여 타고난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뮤지컬 배우나 연극 배우가 될 것 같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마자 연극반 활동을 시작해 요즘은 대사를 외우느라 집안이 시끄럽다. 아내는 여전히 녀석이 뛰어난 여성 로비스트가 되기를 기대하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어머니는 70 중반의 연세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건강을 유지하신다. 우리 내외보다 오히려 두 딸과 죽이 맞으셔서 가끔 두 딸과 함께 여행을 다녀 오시곤 하신다.

매년 한국의 방방곡곡, 그리고 세계의 아름다운 도시와 자연을 여행하고 있다. 여행을 통해 배우고 느끼는 것은 일과 일상에서의 그 것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 가족의 유대감을 더욱 강하게 해주고, 세계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의무와 에티켓을 배우는 기회가 된다. 또한 우리 나라의 아름다움에 대한 자부심을 확고하게 해준다. 드디어 Lindsay 박사님의 가족과 우리 온 가족은 얼마 전 하와이의 푸른 바다에 다이빙했다. 호주에서의 스쿠바 다이빙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오랜만에 찾은 미국에서의 요세미티 국립공원 여행에서는 참으로 장대한 미국 대륙의 힘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로마와 플로렌스는 도시 전체가 예술이다. 역동적 남성미와 함께 인간 세계의 갈등과 슬픔, 그리고 섬세한 여성미가 어우러져 있다.

넉넉하고 밝은 미소와 함께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나의 맑은 눈에 만족한다. 아직 충분히 매력 있는 모습으로 세상 사람들과 교감하며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그 동안 지속적으로 영혼과 육신의 건강을 단련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매일 명상하면서 자주 등산과 트래킹, 그리고 가끔 친구들과 골프도 즐긴다. 구본형 선생님의 꿈 프로그램에서 배운 단식 방법을 한 달에 한 번씩 실천하고 있는데, 너무 많이 먹는 것을 자제할 수 있고 텅 비우는 연습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고교 동창들의 모임 우거지(友巨志)는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온 가족들이 1년에 한 번은 모여서 담소를 나누면서, 지나간 이야기들과 미래에 대해 다정하게 이야기 나눈다. 성격 상 좀 까다롭게 친구를 사귀어 왔지만, 이제 좀 더 폭 넓게 나이, 직업, 지위 고하에 상관 없이 좋은 뜻을 갖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교류하고 있다. 역시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IP *.77.1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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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수(꿈틀투몽)
2007.05.21 00:12:40 *.143.17.61
오우~
철희행님!(10살차이는 행님으로 불러도 된다고 해서요...)
이권이에 이어 이등으로 들어 오셨슴돠~

혁신 디자인 연구소(Innovation Design Institute)
넘... 좋습니다. 행님의 지성미와 내면의 감성이 어우러지네요...

저두 초심의 글을 version 1.0 으로 생각하고 올려야 겠습니다.

건승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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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2007.05.21 07:27:32 *.9.248.120
멋지십니다. 박이문 선생님은 저도 좋아하는 분이지요. 철이행님의 행복한 변화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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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권
2007.05.21 18:08:26 *.244.221.2
민선배님...화이팅입니다..
혁신 디자인 연구소...빨리 완성하시기 바랍니다...저도 한 번 가게여..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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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철희
2007.05.21 19:35:21 *.13.102.101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글을 올리기 전에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이 망설였습니다. 너무 거창한 것 같기도 하고, 실명을 밝히는 것이 좀 우려되기도 하고요. 그러나 일단 마음 가는대로 쓰고, 올렸습니다. 너무 부끄럽지 않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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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기
2007.05.22 04:17:50 *.176.253.153
선배님 멋집니다.
문화와 제도 대내외의 환경에 따라서 달라지는 혁신이 이루어지는 혁신 디자인 연구소 !!

보여주세요...

12기 꿈틀to夢 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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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7.05.22 06:22:35 *.128.229.27
더 많이 구체화 시키세요. 마음이 선호하고 지원하는 모든 것들을 작은 소도구 처럼 가는 길에 배치시키세요.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하세요. 계속 거듭 쓰세요. 미래는 그곳에 관심을 기우리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 집니다. 계획하고 실천하고 다시 보완하는 선순환 싸이클이 작동하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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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5.22 10:04:59 *.75.15.205
짧은 글 가운데 많은 생각들이 묻어납니다. 조심스러운 것은 완벽성 때문일 런지요. 그래도 힘이 느껴짐은 장난이 아니기에... 우리는 먼저 쓰고 사고부터(저의 경우) 치고 본답니다.^^ 불혹의 나이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용기가 더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뭐 우리도 '질러'보자고요. 사랑하는 지름신이시여! 민철희님께도 시도 때도 없이 강림하셔서 발동이 걸리게 하소서. 한 번 오면 빠지고야 마는 변. 경이란걸 아시지요? 무척 기대가 된답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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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철
2007.05.22 13:04:49 *.243.5.20
김호 형님까지는 어떻게 형님이라고 불러보겠는데, 아, 참, 민철희 형님이라고 부르기 쪼금 거시기 하네요...ㅎㅎ
에이, 그냥 회장님 분부대로 민철희 님이라고 부를라요..ㅋㅋ

저에게는 쓰신 글에서 형님(앗, 다시 형님으로..ㅋㅋ)의 많은 생각이 묻어나는 것 같아 좋습니다. 그리고, 돌아와 사진을 보니, 왜 그렇게 웃는 모습이 멋지세요? 닮고 싶은 웃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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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 민정
2007.05.22 13:31:17 *.58.85.55
정말 웃는 모습이 너무 멋지신 분이에요..저도 사진정리하다가 깜짝 놀랬어요~ 얼굴에 그 동안의 삶이 느껴집니다. 아마 10년후에는 더 멋진 웃음을 간직하고 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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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rador
2007.05.30 17:15:43 *.94.42.67
저는 철희님이 꾸는 혁신가의 꿈을 적극 지원합니다. 관련 분야에 오랫동안 있었기에 철희님이 꾸는 꿈이 얼마나 우리 기업, 사회, 국가에 중요하고 절실한 지 잘 알기때문입니다. 철희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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