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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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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8일 09시 18분 등록

금요일 아침에 도착 예정이었던 비행기를 몰 기장이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예정보다 7시간이나 늦게 현지를 출발했습니다. 지금 막 도착하여 여러분께 가는 편지를 이렇게 늦게야 보내게 되었습니다. 여행의 돌발성이군요. 오늘은 여행 중 싱싱한 메모의 일부를 정리하지 않고 보내 드립니다.

 

***

 

여행은 먼 바다로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배를 타고 포말이 갈라지는 것을 보며 잠시 내가 어디로 떠난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이다. 문득 배가 지르는 함성에 놀란 날치떼들이 시위를 떠난 은빛화살들처럼 푸른 수면 위를 쏜살 같이 휩쓰는 장면을 목격할 때, 이 우연한 볼거리에 내 내면은 즐거움으로 함성을 지르고, 이 세상에서 사라져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스며드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이다. 바다를 헤엄치던 것들이 푸른 하늘을 그리는 순간 옆구리에서 한 쌍의 날개가 솟아 프로펠러처럼 재빨리 돌아 하늘을 나는 기적으로 이어지듯 여행은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이끌어 들인다.

 

그러나 떠나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오히려 망망대해를 나르던 작은 물새 한 마리가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나무 판자 위에 잠시 피곤한 날개를 접고 쉬는 것처럼, 일로 가득한 세상에서 돌연 빠져 나와 그렇게 하염없는 모습으로 고단함을 잠재우는 것이 또한 여행이기도 하다.

 

세상을 한 조각씩 맛보고, 말조차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눈빛을 나누고, 우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도 세상이 살아진다는 놀라움을 목격하고는 가슴에 싸한 위로를 받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망고스틴의 맛에 미쳐 양손에 비닐 봉지 가득 사들고 들어와 호텔 바닥에 펼쳐놓고 손톱이 아프도록 까먹는 편집광적인 집착이 바로 과즙이 뚝뚝 떨어지는 여행의 탐닉이기도 하다.

 

산소통을 메고 바다로 들어가는 날, 바다에 등을 누이고 작렬하는 태양을 수경 너머로 보던 때, 세상의 마지막을 보는 듯한 두려움이 잠시 나를 심해의 수압처럼 눌러 기도가 막히는 듯한 공포가 엄습해 왔다. 모두 취소하고 발이 닫는 땅위로 올라 코로 숨을 쉬는 편안함으로 되돌아 가고 싶을 때, 몸을 돌려 머리를 바다 속으로 밀어 넣자 두 눈이 바다 밑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공포는 녹아내리고 이내 감탄과 경이로움으로 마음이 쿵쿵거린다. 허파를 떠나 아가미호흡으로 바뀌듯 자연스럽게 나는 한 마리의 아름다운 고기가 되었다. 진한 두려움이 우리를 지배하지 않는 곳에는 그 너머의 기대도 즐거움도 감탄도 없으리.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길목에는 두려움이 뱀처럼 꽈리를 틀고 도사리고 있다. 두려움을 두려워하면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수 없으니 새로운 세상은 언제나 두려움 너머에 있다. 경이로움이라는 숨막힐 듯 부드러운 속살은 두려움이라는 단단한 피막을 뚫고 위험을 넘어 온 나그네들의 것이다. 몸이 치룬 여행은 종종 정신적 혁명으로 이어진다.

 

(2008.8.1.)

 

몽골 여행 안내

매년 8월, 변화경영연구소에서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 아름다운 여행을 떠났습니다. 올해의 여행지는 자연과 자유의 땅 몽골이며, 여행 기간은 8월 3일부터 10일까지입니다. 여행사 ‘아티스트 웨이’를 운영하는 4기 이한숙 연구원이 여행일정을 기획하였고 직접 인솔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를 클릭하세요.

 

http://www.bhgoo.com/2011/518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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