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해 좌경숙
- 조회 수 1974
- 댓글 수 14
- 추천 수 0
제목으로 낚아본다.
오랫동안 연구원칼럼을 쓰지 않았더니 다시 시작하기가 쉽지않다.
지난 주말 연구원 총회때 9기들에게 부채를 선물했다.
부채뒤에 있는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지난해에는 연구원 여행을 시칠리아로 갔다.
마침 비행기 옆자리에 싸부가 앉았기에 두런두런 얘기를 하다가
부채를 하나 꺼내서 선물로 드렸다.
이 부채에는 우리가 갈 곳들의 동선이 씌여있었다.
나폴리- 팔레르모- 체팔루 -타오르미나 -아그리젠토- 에트나 -시라쿠사- 몬레알레- 로마 ....
싸부는 여행내내 이 부채를 들고 다녔다.
더워서 땀이 줄줄 흐르는 날,
나무그늘 밑에서 부채를 부치면서 "최고의 선물이예요."라고 속삭였다.
싸부는 여행하는 동안 항상 손에 부채를 들고 있었다.
해를 가리기도 하고 아그리젠토의 옛성을 가리키기도 하고
헤라클래스를 얘기할때는 부채를 펼쳐보이기도 하면서.
나중에는 쌍둥이에게 퀴즈를 낼때 사용하기도 했다.
이 부채의 글씨는 누가 쓴 것일까?
1. 로이스
2. ***
3. 좌샘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관찰을 하던 쌍둥이는 3번 답을 골랐다.
나중에 터키인의 계단으로 갈때 쌍둥이가 물었다.
왜 글씨를 쓰세요? 언제부터 쓰신 거예요? 무엇을 쓰세요? 그래서 무얼 하시려고 하는데요?
나는 퀴즈를 낸 싸부 덕에 쌍둥이에게 매우 심도있는 인터뷰를 당했다.
평소에 잘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한번에 정리하고 아이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우리가 도란도란 얘기하며 걷는 순간에 뒤따라오던 사람들이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더라고 말했다.
어쩄든
나는 요즈음도 매주 토요일, 인사동으로 나가서 글씨를 쓴다.
우리 서도반에는 1989년, 아이비엠 서도반 시절부터 글씨를 쓰던 사람이 있다.
신영복선생님은 출소후 처음, 아이비엠에 초대를 받아 글씨를 쓰고싶어하는 사람들을 가르치셨다.
그때 우리 싸부도 몇번 들렀었다 한다.
왔다가는 가고 또 오고 글씨는 쓰지않고 자주 다녀갔다 한다,
언젠가 싸부가 회상을 했다.
그때 글씨를 썼으면 좋았을 껄......
그때 함께 있었던 동료가 이번에 부채를 써 주었다.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 구본형.
그사람은 우리가운데 글씨를 제일 오래썼고 제일 잘 쓴다.
싸부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싸부의 문장을 정성껏 써주었다.
나는 그 부채를 싸부없이 싸부를 따라가고 있는
9기 연구원들에게 선물했다.
숙제를 하기에 바빠서 부채를 부칠 시간도 없었지만
그들에게도 이 부채가 여러가지 방법으로 잘 쓰여지기를 바란다.
쭌영,
지난 번 수업때 발표 들으며
요즈음 청년 으로는 드물게 참 생각이 깊구나........감동했었어요.
싸부가 우리에게 "그대 내 행운들이여..." 라고 했던 말 전해 줄게요. 한번 들어봐요.
"모든 성공한 사람의 필수요소는 행운이다.
운은 알수없는 끈으로 나와 우주를 잇는다.
그것은 오늘 그대가 우주에게 잘한 일 하나에 대해
우주가 그대에게 화답하는 것이다.
어제 문득 알게 되었다.
그대들이 잘되면 내 운은 반드시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연구원으로 공부하고 서로 만난 인연을 아껴
지금 좋은 마음으로 한 일들이
그대들의 앞길에 훌륭한 행운이 되기를......
그대들이 내 행운이다.
내가 내 행운들에게 바라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