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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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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7일 00시 18분 등록

제가 자주 가는 정치컬럼 전문사이트에는 정치를 주제로 한 글들이 주류를 이루고는 있지만 웬만한 곳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글들 또한 많습니다. 오늘 소개할 내용이 바로 그런 글이지요.

'신선생'이라는 필명을 가지고 계신 필자의 획기적인 일석십조 국토균형발전+교육 정책 '자립형 전원학교'를 배경으로 한 미래를 회고하는 방식의 풍광입니다. 구.변.연 식구들의 일독을 아주 심하게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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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부터 저는 줄곧 <대도시의 학교를 시골로 옮기는 문제>를 생각해왔으며, 이제는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단계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글은 그저께 서프 대문에 걸렸던 글, <대도시의 학교를 시골로 옮겨라>☜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 구체적인 진행과정(청사진)을 스케치하듯이 예상해 본 것입니다.

즉 읽는 분들을 위해 딱딱한 사업계획서 보다는 픽션으로 꾸며보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앞으로 내신성적에서 제외될 예정인 미술과목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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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토요일

2학년 ♥♥반은 토요일 2교시가 체육이다. 그러나 운동장에는 아이들 그림자도 없다.
담임인 체육교사 김 선생은 엘리베이터를 극복할 체력을 길러주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뒷산으로 갔다. 다른 과목 교사들이 지리산 게릴라 서바이벌 게임하러 입산하느냐고 농담을 던지면 김 선생은 정색을 한다.

-다리근육을 퇴화시키는 최대의 적은 엘리베이터다-

독창적인 수업철학을 지닌 체육교사이다. 재단산하 교직원들에게 자립형 전원학교에 근무할 지원자 신청을 받았을 때 제일착으로 신청한 교사이다.

그러나 김 선생에게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자녀가 있어서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교장실 탁자를 밀치듯이 다가앉으며 강한 집념을 보였다.

- “교장선생님, 15km 떨어진 곳에 00분교가 있습니다. 제 아이들은 거기에 전학시킬 준비를 벌써 마쳤습니다. 집사람이 아이들을 통학시켜주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의외로 쉽사리 풀렸다. 이곳 지리산 스쿨벨트(school-belt)에 건립한 자립형 전원학교 교직원 자녀들을 위해 ◆◆군 교육청에서 초등학교를 설립하였고 김 선생의 두 자녀들은 15km가 아니라 교직원 아파트에서 불과 150m 떨어진 ★★초등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 그저께는 보니까 잠자리를 실에 꿰어 날리면서 학교에 가고 있었다.

공립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었다고 했다. 의외로 초등생 자녀를 둔 젊은 교사들이 자립형 전원학교에 서로 지원했다고 하는데 자립형 전원학교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시골의 다른 대안학교에 개별적으로 취학수속을 밟았을 정도이다.

자립형 전원학교 설립에 가장 큰 걸림돌, 벽지근무를 지원할 교사가 없을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정작 걸림돌은 재단 측이었다. 재단 이사장은 완강했다.

- “교장선생님. 신설학교........, 그것도 산골에다 세우는 것, 그 일이 얼마나 골치 아픈 일인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정년도 얼마 남지 않으셨는데 조용히 계시다가 퇴직 하신 뒤 여행이나 다니시면 좋을 텐데 뭐 하러 고생을 사서 하십니까?”

- “이사장님, 도심지의 학교를 지금 전원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앞으로 학교는 살아남기 힘듭니다. 전원지대의 스쿨벨트(school-belt) 지구를 공시지가로 묶어둔 시기를 놓치면 그땐 옮기고 싶어도 불가능합니다. 지금이 적기입니다.”

공청회 때 일부 반대파 학부모들은 찬성파 학부모들과 물리적 충돌도 불사할 태세였다.

- “아니 당신들 제정신이야?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 우리 애들을 전학시키면 학업에 얼마나 지장이 있는지 알기나 해?”

- “그러니 당신 애는 혼탁한 도시학교에 남아 있으란 말이요. 억지로 전원학교로 전학시키란 얘기가 아니잖소?”

△△고등학교를 지리산 스쿨벨트(school-belt)로 이전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일차로 학부모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통지문을 발송하였더니 당장 교장실 전화통은 고장 난 화재경보기처럼 벨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 “우리 애는 추호도 시골로 보낼 맘 없습니다. 아시겠습니까?”

- “네에. 그러시다면 인근 ▲▲고등학교로 전학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 “한 학교에서 온전히 졸업시키고 싶단 말입니다.”

-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실정임을 양해하십시오. 지금은 국가적 명운이 걸린, 국토공간활용 차원에서 도심지의 학교를 전원으로 이전하는 과도기입니다.”

반면 상당수 학부모들은 빨리 옮기지 않는다고 성화를 부렸다.

- “교장 선생님. 진작 전원학교제도가 생겼더라면 좋았을 텐데....... 언제쯤 옮겨갈 수 있을까요? 기숙사까지 이미 완공했다면서요?”

- “아드님이 2학년이 되는 내년 신학기에 맞춰서 이전할 것입니다. 학기중간이면 교육과정상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지 않겠습니까?”

어느 날은 △△고등학교 부지를 매입한 <주>□□건설 상무가 교장실을 방문하였다.
위치가 지하철역을 끼고 있어서 아파트 착공도 하기 전 분양이 완료되었다면서 그 보답으로 신설 될 전원학교에 피아노 한 대를 기증하겠다고 하였다.

- “고맙습니다. 부지경매에 특별히 열의를 보이시더니 사업이 잘 진척돼 다행입니다.”

- “아닙니다, 교장선생님. 고마워해야 할 쪽은 당연히 우리 회사지요. 광역시 교육청에 향토기업 우선 원칙을 적용케 한 것이 다 교장선생님 덕분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 개인적으로 한 가지 의논드릴 것이 있어서 찾아 왔습니다.”

- “그래요? 말씀하십시오.”

- “고1짜리 딸아이가 있는데 부끄럽습니다만 아이가 종종 문제를 일으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이혼을 했는데 아이로서는 감당하기가 힘들었던가 봐요. 그래서 환경을 좀 바꾸어 주면 어떨까 싶던 차 △△고교가 자립형 전원학교로 전환한다기에 우리 애를 이 학교에 편입학 시켜보고자 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 “따님이 어느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까?”

- “♧♧여고입니다. ♧♧여고는 3년 뒤에나 자립형 전원학교로 전환할 계획이라 그땐 이미 아이가 졸업했을 시기이고 해서.......”

-“그러십시오. 안 그래도 남학생반 3학급, 여학생반 2학급으로 편성했는데도 아들만 골라서 낳은 탓인지 여학생 수가 조금 모자랍니다.”

- “감사합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 우리 아이가 원체 친구들하고 어울려 다니는 타입이라서 도시를 벗어나 전원학교의 기숙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 “사실 전원학교제도를 착안하면서 제일 연구를 많이 한 분야가 바로 아이들의 생활지도 분야입니다. 일단 정규수업이 끝나면 방과 후 활동으로 이웃 전원학교 학생들과 연계된 각종 클럽활동이 이어질 것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청소년 문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지요.
스포츠는 물론 댄스동아리, 연극, 영화, 모형비행기.........아니면 다양한 주제의 스터디그룹을 결성하게 하여 도시학교의 획일적인 야간자율학습의 굴레를 벗어나게 할 계획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 절도 있는 기숙생활에도 따라야겠지요.

아마도 따님에게는 전화위복의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 “말씀 듣고 보니 이젠 안심이 됩니다.”

산에 갔던 아이들이 운동장에 들어서고 있다.
땀깨나 흘린 모습들이다. ♥♥반에서 제일 뚱뚱한 석찬이 눈에 띄지 않는다.

부산서 이곳으로 옮겨 온지 이제 한 학기 정도 지났는데 벌서 체중이 10kg이나 빠졌다며 ‘교장선생님, 1년만 기다리세요. 몸짱 석찬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고 마주칠 때 마다 위세를 부리더니 녀석, 너무 무리해서 양호실에 입실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웃 ♠♠고등학교의 혜미하고 사귀는 눈치던데............
지난 5월, ♠♠고등학교 <설비> 동아리 아이들과 모의국회를 개최한 적이 있는데 그때 야당측 의원으로 출연한 ♠♠고 방혜미양의 날카로운 질문을 석찬의 능글맞은 필리버스터 작전으로 둘은 충돌하였고 그 후 누가 누구를 설득시켰는지 둘이 사이좋게 기숙사 정원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야말로 <설득과 비판>동아리 회원다운 결말이었다.

12시에 석찬의 부모가 교장실에 오기로 돼 있는데 미리 아들한테 연락을 주어야 일주일만의 가족상봉이 이루어질 것이다.
석찬의 부모는 아들이 어떤 여학생에게 집중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 “김 선생, 고석찬이가 안 보이네? 부모님이 오시기로 돼 있는데?”

- “아, 교장선생님. 석찬이 말이지예? 발목을 약간 다친 아이를 석찬이가 업고 먼저 산을 내려갔는데 아마 양호실에 있을 겁니다.”

- “석찬이가 동급생을 업고 내려왔단 말씀입니까?”

놀라운 변화다. 자기 한 몸도 움직이기 싫어하던 녀석이 급우를 업고 산을 내려오다니!
교장실에 들어서니 언제 왔는지 석찬의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 “오늘은 어떻게 혼자 오셨습니까?”

- “아, 예. 아이 엄마는 회사일로 일본 출장 중이라 저 혼자 왔습니다.”

- “네에, 석찬이 어머님이 디자인 계통이라고 하셨습니까?”

- “정확하게는 염색인데, 그렇지요. 디자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아들놈을 전원학교에 보내놓고 나니 제 엄마가 마음 놓고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 “석찬이가 부산 집에 잘 안 가는 이유를 혹 알고 계십니까?”

- “글쎄 말입니다. 처음엔 사흘이 멀다 하고 빨래감을 짊어지고 오던 녀석이 제 보고 싶으면 우리더러 오라고하니........안 그래도 궁금합니다.”

- “나중에 석찬이 만나시면 직접 물어보십시오. 부산의 학원은 좀 어떻습니까?”

- “아이구우, 교장선생님. 말도 마십시오. 학교가 전부 시골로 옮겨가는 시대에 학원이 무슨 경기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교장선생님께 의논 차 들렸습니다.

사실은 전원학교가 있는 이곳, 그린벨트구역 맞지요?
여기에 학원을 지어볼까 하는데 신축허가가 나오겠습니까?”

- “그 문제는 지금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압니다. 교육촌의 개념에 맞는 업종이면 아마도 허가가 날 확률이 많습니다. 그나저나 이곳 스쿨벨트(school-belt)가 아니면 땅값이 상당할 텐데요?”

- “집값이나 전세 모두 부산보다 더 비쌉디다. 상황이 완전히 반대로 변했어요. 부산은 요즈음 출퇴근 시간에도 도로가 텅 빈 느낌입니다. 이거 다 교장선생님이 제안하신 전원학교제의 후유증입니다. 책임지셔야겠습니다. 하하하.....”

교육촌의 땅값이 오르고 대도시의 지가가 떨어짐으로써 결과적으로 전국토의 토지시세 평준화가 이루어졌다.

많은 도시민들이 교육촌이 신설된 전원지대로 이주하였다.
언론에서는 이 새로이 나타난 <컴백홈신드롬>을 특집으로 연일 보도하고 있다.

- “아버지, 또 오셨어요? 말씀드렸잖아요? 이젠 어린애가 아니라구요.......”

담임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교장실로 들어서던 석찬이 녀석이 볼멘소리로 투정을 하였다.

- “일주일 만에 뵙는 아버님께 거 무슨 섭섭한 소리냐?”

- “교장선생님. 안 그래도 학원 운영 문제로 신경 쓰실 일이 많으신 아버님이 제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오시는 것, 오히려 부담스럽습니다.
아버님, 제 걱정은 이제 안하셔도 됩니다. 보세요, 이렇게 몸도 건강하고 빨래 같은 것 이젠 어머님이 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불 홑청까지 제가 빨 줄 알아요.”

아들을 바라보는 석찬 아버지의 눈가에는 대견함이 미소로 번져가고 있었다.
IP *.140.14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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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7.07 02:17:40 *.72.153.12
우와, 멋진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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