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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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처세 관련된 책을 읽지 않는다. 몇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책을 쓴 작가를 신뢰히자 못하기 때문이다. 난 ‘말’을 믿지 않는다. 진정성은 오직 ‘행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작가가 위대한 삶을 살지 않았다면
난 그의 충고를 귀담아 듣고 싶지 않다. 오직 ‘행’했던 사람의 길을 따라가고 싶을 뿐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세상에
나같은 독자만 있다면, 누가 글을 쓰고 책을 펴낸단 말인가?
그랬던 내가 책을 쓰겠다고 공부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권씩 책을
읽고 리뷰를 하고 칼럼을 쓴다. 2년의 공부가 끝나면 반드시 책을 펴내야 하는 것이 목표이다. 하지만 요새 자꾸 드는 생각이 내가 책을 내도 될까? 라는 의문이다. 난 아직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작가 ‘김준영’은 너무 평범해서 그 누구에게도 감동을 줄 수 없다. 혹시 내가 좋은 문장과 표현을 골라낸다고 해도 그건 내 삶에 뿌리내리지 않았기에 분명 가벼울테다. 2년안에 내 삶이 변하지 않고서는 모두 글장난일 뿐일지도 모른다. 책을
내는 것 이전에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초초함이 든다.
초초함이 압박으로 다가올 때쯤 난 새 책에 대해 구상했다. 7개월
전 변경영 자기소개에서 썼던 내용과 큰 줄기는 변함없다. ‘발’로
쓰는 책. 내가 직접 해보고 조사한 것들만 쓰겠다는 목표. 모티브는
‘마우스드라이버 크로니클’이라는 책에서 얻었다. 작가는 직접 벤처 회사를 차렸고 사업을 했고 약간의 성공 약간의 실패를 겪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담고 있다. 난 지금 책을 쓰는 것과 함께 실제
뭔가를 하려고 노력중이다. 해봐야 진심이 담긴다. 진심이
담겨야 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진심없이 써내려가는 글들, 아니 작가의 사념만 담긴 책을 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나에게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뭔가를 하려고 해도 온전히 시간을 낼 수 없다. 들쭉날쭉한 퇴근시간, 주말 역시 대부분 출근이다. 처음 기획했던 특이한 개발자 인터뷰
모음집, 두번째 기획했던 개발과정기 모두 자신이 없었다. 자신있게
말만 하고, 하지 않게 되는 것이 무서워서 속으로 삼키고 포기해 버렸다. 그런데 의문이다. 혹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스스로에게 쉽게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마천은 궁형을 당하면서도 <사기>를 완성했다. 치욕과 고통, 모두
하나의 완수해야 할 목표를 위해 감내하였다. 나처럼 시간 없다고 어리광이나 부리고 있지 않았다. 그는 많은 자료를 조사했고 직접 방문해 보았으며 기존 틀을 깨는 구성으로 역사서를 편찬했다. 그는 더 고생스러웠고 수고스러웠지만 독자들은 재밌고 쉽게 그리고 입체적으로 역사를 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
사마천을 보면서 작은 깨달음이 왔다. 나에게 부족했던 것은 소명의식, 확고한 의지였다. 바쁘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이유로 난 너무도 쉽게
작은 포기들을 하면서 살아왔다. 책을 쓰고 싶다는 의지가 확실한가? 순간의
죽음 대신, 평생의 치욕 궁형을 당하더라도 완수해야 할 책이 있는 것인가?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보자. 공부하는 2년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