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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3일 22시 46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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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 골목길에 들어서면 온갖 냄새가 피어올랐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쌓아올리고 시간이 발효시킨 톡특한 향들. 원래 그 골목골목에 배여있는 고유의 체취는 물론이고, 비가 흩뿌리면 마치 체육 시간 뒤의 땀냄새처럼 흙냄새과 이끼 냄새가 확 피어오르기도 했고, 때로는 지난 밤 어떤 취객이 실수한 민망한 냄새를 맡아야 할 때도 있었다. 무엇보다 저녁 무렵이 되면 작은 창문 틈으로 된장찌개, 김치찌개, 고등어 구이 등등 그날 저녁 반찬의 냄새가 작은 부페와 같은 향연을 벌이기도 했다. 


골목길을 지난다는 것은 얼굴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자, 누군가의 지난한 일상을 떠올려 보게 되는 일이었다. 문 틈새로 새어나온 대화 소리, 고함 소리, 아기 울음 소리들로 자연스럽게  어떤 가족들의 삶을 그려보게 되었고, 허술한 벽과 문 틈 사이로 삐져나온 가재도구들을 통해 다른 이들의 세월을 엿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순간은 낯선 골목의 모퉁이를 돌아설 때였다. 


구멍가게 앞에 이리저리 떨어진 과자 봉투와 늦은 오후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한바탕 놀이 마당을 지나 새로운 길의 어귀에 들어설 때면 심장이 콩닥거렸다. 조금 어두운 골목길의 초입은 야시장에 있던 귀신의 집 입구 같기도 했고,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골목길을 들어설 때면 쭈뼛쭈뼛 괜시리 민망해져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한 나만의 골목길 탐험은 눈에 익은 익숙한 길을 만났을 때 돌연히 혹은 황망히 끝나곤 했다.


낯선 골목길을 헤매다니는 그 버릇은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하다. 어딘가 새로운 도시를 가면 길의 틈새가 나를 유혹한다. 저 골목길 안에는 어떤 삶과 풍경이 펼쳐지고 있을까. 누가 살고, 또 무엇이 있을까.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젠 우리 삶의 이야기가 그리 크게 다르지도, 그리 특별하지도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체념할 나이도 되었건만 어찌하랴. 좁고 어두운 골목길의 초입만 보면 가슴이 설레이는 것을. 


내게 골목길의 수많은 갈래들은 미처 가보지 못한 또 다른 삶이자 새로운 가능성의 입구들이다. 삶의 길은 골목길처럼 여러갈래이고, 끝날 듯 하면 다시 이어지고 익숙한 듯 하면 낯선 길이 나타난다. 그 얽히고 섥힌 켄타우르스의 미로속에서 사람들은 만나고, 스쳐가고, 치고박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사랑을 나눈다. 어설프고 투박한 분류이지만 어찌보면 이 세상 골목길의 모든 행인들은 세가지 타입으로 나뉘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와 스쳐지나는 사람, 부딪치는 사람, 그리고 마주치는 사람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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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동안 이미지 에세이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백수로 느슨한 생활을 하다 다시 직장을 나가느라 다시 바빠진 것을 제외하곤 잘 지냈습니다. 일을 하다 문득 이 더운 날 양복 바지를 입고 있는 제 모습이 웃기기도 하네요. 오늘도 저는 삶의 골목길을 헤매며 여기저기 서성이는 중입니다. 그러다 불현듯 마음이 끌리는 어느 골목길을 만나게 되면 그땐 정말 끝까지 가보렵니다. 아직은 좀 더 헤매야 할 때인가 봅니다. 


"산다는 것은 우물쭈물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망설이는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음이며 미련이며 우유부단함이다. 그러고는 나중에 그것을 후회하고 그것이 차마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 구본형, 떠남과 만남 중   


IP *.222.9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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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4, 2013 *.138.53.28

"내게 골목길의 수많은 갈래들은 미처 가보지 못한 또 다른 삶이자 새로운 가능성의 입구들이다."

캬~ 골목길을 헤매고 싶게 만드는 문장입니다.

 

새로 직장을 들어가셨군요. 즐건 생활이 되시기를.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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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8, 2013 *.222.95.202

사는게 배움의 연속이라는 걸

새삼 배우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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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4, 2013 *.94.41.89

우와 사진 참 멋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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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8, 2013 *.222.95.202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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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5, 2013 *.169.188.35

"산다는 것은 우물쭈물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망설이는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음이며 미련이며 우유부단함이다. 그러고는 나중에 그것을 후회하고 그것이 차마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나의 어리석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어제 경험한 것들로 부터 무엇인가 다른 것을 깨달아 이렇게 조금이나마 바뀌었다면

어제는 적어도 그만큼 더 어리석었을 테인데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자신이 잘나지 않았으며 그냥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인간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이렇게 늘 아픔입니다.

 

=

 

언젠가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꿈을 꾸지만 그 울타리가 실제하는 것인지 조차 아득하기만 합니다.

울타리를 넘어선 사람들의 소문만 들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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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8, 2013 *.222.95.202

저도 울타리가 잘 안보이니

조금식 경계를 넓혀보기라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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