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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일 18시 20분 등록
1월, 길고도 짧았던 하루하루의 연결

야심차고 깔끔한(?) 계획들로 戊子(무자)년 새해를 시작하였습니다. 첫 날부터 마음 단단히 먹고 잘 살아야지 했더랬습니다.
11월 화재사고 이후 침체됐던 마실이 12월 연말 특수를 타고 개업 이래 최고의 성적을 올릴 정도로 바빴던 터라 연초에는 쉬고 싶기도 했지만 벌려 놓은 일들이 많아 몸만 바쁜 하루하루가 되기 십상이었지요.
올 해 여러 가지 계획들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공부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일 자체가 늦게 끝나고 술을 좋아하다 보니 밤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오전 시간을 집에서 공부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직장인들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겠지만 자영업을 하는 저로서는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여겼습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게다가 중3이 되는 아들놈하고 방학에는 배드민턴을 같이 배우기로 약속해 놨기 때문에 제가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라곤 오전밖에 없었던 것이 가장 큰 핑계였습니다.

두 번째 책, 요리아카데미, 마실 프랜차이즈, 식당경영혁신프로세스 개발 등 외식업에 관련된 여타의 계획들은 기존의 경험만으론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더욱 일정 시간 자기개발과 외식분야에 대한 연구와 현장실험이 반드시 필요한 법입니다.
그것의 필요한 물리적 공간과 시간을 집에서 오전시간을 여기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형님이 운영하는 고깃집의 리뉴얼이 첫 주에 어렵사리 마무리되었고 새로운 기대속에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몸을 집에 붙들어 매지 못하도록 이런 저런 일들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 가장 큰일이 아버님의 병간호였습니다. 입원하신지 달포가 지난지라 누군가의 간호가 필요했고 연말까지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뜸하게 찾아뵈었지만 연초에는 가장 시간이 한가했던(?) 제가 당분간 병원에 있어야 하는 집안분위기였습니다.
주말에는 처가에서 단체로 천안으로 오는 바람에 이래저래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 쉬는 김에 며칠 쉬고 하자고 마음먹었는데 갑자기 아버님께서 병세가 악화되어버리는 것이 아닙니까?
······
그리곤 청천벽력같은 訃音(부음)를 접하게 되었고 모든 시간은 정지되어 버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날 고모님의 訃告 소식을 받고 보니 뭐라고 말해야 할지 온 몸의 힘이 빠져버렸습니다.
아버님의 형제분은 4남 1녀로 둘째 숙부님께서 3년 전 별세하셨는지라 오늘 두 분의 형제분이 세상을 달리 하시고 보니 허전한 무엇이 나를 짓누르는 느낌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당신께서 살아생전에 일찍 혼자가 되신 누님 챙기시느라 늘 마음고생이 많으셨는데 어찌 가시는 것까지 못미더워 한 날 같이 가시는지 ... 이것이 우연인지 참으로 신기하고 마음겨울뿐입니다.

삼오까지 마치고 다시 천안으로 돌아오니 훌쩍 한 달의 반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계획했던 일들은 고스란히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구요. 당장 다음 주에는 대학원에서 진행하는 중국연수가 1주일간 있어 한 주 동안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어 오전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것은 어쩔 수 없이 2월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아버님 상에 오신 분들께 인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작년 4/4 부가세 신고, 요리아카데미 준비사항 점검, 선생님 생신모임 참가, 부평 쌈밥집 컨설팅, 홈페이지 보완 등 눈코 뜰 새 없이 보내다 보니 어느 듯 연수가야 할 날이 찾아왔습니다.
뒤통수 싸늘한 마눌님의 눈초리를 뒤로 하고 눈 질끔 감고 가방에 옷가지 챙기고 연수 자료와 한명석님이 추천하신 ‘setting the table’을 금요일 사서 토요일 새벽 인천공항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아, 얼마 전 새로 장만한 카메라(재동이 꺼 보다 조금 못하지만)도 잊지 않고 가져갖지요.
덕분에 여행자님과 함께 할 남도 여행의 묘미를 놓친 것이 너무 아쉽긴 했습니다. 나중에 후기를 보니 참 멋있었더군요.

상해, 심천, 홍콩으로 이어지는 7박8일간의 연수(절대 여행이 아니라고 강조해야 합니다)는 일주일 내내 남쪽 지방에 비가 내리는 바람에 제대로 된 관광은 거의 못하고 연수와 아이쇼핑 그리고 먹는 것으로 대신 해야만 했습니다.
상해의 날로 발전하는 모습은 한국의 미래가 어디에 달려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작은 비즈니스를 하는 저도 느끼는 바가 있는데 과연 한국의 위정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참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공산주의 정치체제에서의 완전경쟁시장의 존재!
상해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이미 중국의 내부는 자본주의의 물결 속으로 잠겨들었고 그 시작은 27년 전 심천에서 등소평의 개혁개방으로 물꼬를 터트려 이젠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아니 시장경제가 핵심적 요소가 되 버린지 이미 오래였습니다.
한 차례의 위기가 있었지만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낙관적 미래를 강조한 南巡講話 이후 이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미국의 대안으로까지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100년을 제외하고 중국이 세계경제의 30% 이상을 차지하지 않았던 때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 중국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상해에서의 모 그룹의 현지 한국법인장과의 강의와 대담, 심천 이마트 총괄대표와의 솔직한 만남, 하얼빈 공대에서의 수업, 홍콩 주식시장의 현황에 대한 공부 등은 중간 중간 관공과 아이쇼핑의 시간들을 아쉽게 만들었던 이번 연수의 중요한 배움이었습니다.
생각하지 않았던 최고급 호텔에서의 숙박과 꽤나 비싼 식당으로의 식사는 서비스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해주는 덤을 얻어 개인적으로는 성과가 큰 연수였습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미래비전으로 삼고 싶어 하는 업종이 금융, 무역, 관광이잖습니까?
그중의 관광산업은 볼거리와 먹거리, 살거리가 핵심이고 제가 하는 업의 미래비전이 바로바로 그려지는 것이 불안과 흥분을 동시에 가져다 주었습니다.
가지고 갔던 책을 거의 다 읽었고 제가 하고 싶은 업의 큰 아이템을 생각하게 해 주었구요.
같이 간 원우들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더욱 돈독해져 마지막 학기가 아쉽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도 들 정도였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1월의 마지막 주는 여행에서의 자극으로 하여금 다시 제 생활의 조정을 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반드시 오전 시간을 확보할 것. 그리고 내 미래의 비전을 현실에 발 딛게 할 수 있게끔 만들 것. 그래서 다른 어떤 것보다도 여기에 전력투구할 것.”

변화의 추동은 외부의 요인으로부터 오지만 그 변화의 실천은 언제나 내부로부터 나타납니다. 많은 사람들의 실천의 부재는 분명치 않는 자기변화의 모호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치는 않지만 무엇인가 변화에 대한 거부반응이 나타나는 것이죠.
제가 어느 시점에선가 그랬더랬습니다.
매일 매일 파고드는 걱정들속에 치여 살다보면 정작 스스로에게 필요한 내적 성찰은 뒷전으로 밀려버립니다.
고승들의 위대한 성과가 참선에서 왔듯이 우리들 변화의 동력은 실천에 앞서 내가 가야 할 곳의 비전을 아는 지도같은 것이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이상과 비전이 밥을 먹여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없으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탈출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드디어 결정의 시간이 왔습니다.
미뤄왔던 마실의 점장을 영입하기로 하고 눈여겨봤던 분을 면담했습니다. 직원들과의 내부 토론을 거쳐 2월 중순부터 출근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부평 쌈밥집도 메뉴컨설팅과 판촉마케팅을 3개월 동안 수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설 전에 이틀 동안 천안으로 와서 교육을 받고 2월 중순에 재 오픈하기로 하였구요.
요리아카데미는 아직 초짜인 관계로 개강을 3주 연기하는 대신 인터넷 마케팅을 ‘오푸드’(유명 외식사이트)에서 대행하기로 하고 외부강사진과 준비내용을 더욱 알차게 하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설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오전시간에는 집에만 있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오전에 일이 있으면 당연히 나와야 하겠지만 대부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연구를 하는 시간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그러고 나니 1월이 벌써 지나버렸습니다.
생각보다 마실의 첫 달 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아마 자리를 많이 비워서 그런가 봅니다.
항상 눈 여겨 보긴 하지만 매상이 떨어지면 모든 책임이 사장한테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별 수 있습니까? 털고 일어나는 수밖에요.
2월은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하루를 잘 잡아야겠습니다.
봄이 오면 더 많은 일들이 절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선생님께서는 '삶을 방식을 바꾸는 실천'으로서의 자기경영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의 구체적 방안으로 '오늘 하루의 승리'를 지목하였습니다.
하루가 쌓여 인생이 되고, 하루의 변화를 통해 나의 이상과 비전을 만들어 가는 것이죠.
마흔이 넘어서도 알지 못했던 이런 내용들이 이제는 조금씩 머리에 들어옵니다. 먹고 살기 위한 의무적 반복에서 맹목적으로 주어지던 하루를 바꾸는 변화의 힘이야말로 행복이요, 자신만의 일가를 이루는 가장 쉽고도 빠른 길이 아닐까요?
이를 '새로운 장르의 일상적 삶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하셨지요.
바로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사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가는 끝없는 여정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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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
2008.02.04 01:11:06 *.50.86.143
하루가 쌓여 인생이 되고, 하루의 변화를 통해 나의 이상과 비전을 만들어 간다... 늘 일상을 통한 가르침을 주시는 형님과 자로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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