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ㅣ
세계 최고의 투자가로 평가받는 워렌 버핏은 2000년부터 자신과의 점심식사 기회를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 올리고, 여기서 나온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 ‘버핏과의 점심’은 346만달러, 우리 돈 약 40억원에 낙찰됐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버핏을 만나고 싶어한다. 그는 훌륭한 투자가를 넘어 ‘시대의 흐름을 읽는 혜안의 소유자’ 또는 ‘현인’으로 불린다.
버핏이 알려주는 투자와 삶의 지혜 한 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그가 돈을 불리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복리의 마술’이다. 그는 “복리는 언덕에서 눈덩이(snowball)를 굴리는 것과 같다. 작은 덩어리로 시작해서 눈덩이를 굴리다 보면 끝에 가서는 정말 큰 눈덩이가 된다”고 했다. 관건은 “잘 뭉쳐지는 습기 머금은 눈과 진짜 긴 언덕을 찾아내는 것”이다. 버핏은 14살 때 신문 배달로 번 돈으로 작은 눈덩이를 만들었고, 그 후 50년 넘게 눈덩이를 성공적으로 굴려왔다.
그는 삶도 눈덩이 굴리기와 같다고 강조한다. “본인 스스로 촉촉한 눈이 되어야 한다. 잘 뭉쳐지게 말이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눈을 계속 붙여야 한다. 갔던 길을 물리고 되돌아갈 수는 없다. 언덕 위까지 계속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자신의 흥미와 재능을 키우고 기질을 살려 자기에게 어울리는 투자법을 만들었다.
또 스스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고민하며 삶의 방향성을 정립하고, 오랫동안 그 길을 성실히 걸었다. 그러자 작은 눈덩이를 오래 굴릴수록 점점 커지듯이 그의 재능과 꿈도 점점 커졌고, 그의 재산 역시 더욱 더 커졌다.
버핏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왜 사람들이 투자와 인생에 대해 그의 조언을 듣고 싶어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를 직접 만나기는 어렵다. 40억원은 ‘언감생심’이다. 방법은 있다. 앨리스 슈뢰더가 쓴 워렌 버핏의 평전 ‘스노볼’을 읽는 것이다. 이 책은 ‘버핏의 무제한적인 독점 인터뷰와 전폭적인 취재 지원으로 완성한 유일한 공식 전기’라는 평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넓고 깊게 그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고 있다.
‘스노볼’을 읽으면 신문 기사와 시시한 책 몇 권이 심어놓은 버핏에 관한 환상은 무너질 것이다. 우상화된 버핏은 사라지고 맨얼굴의 그를 만날 수 있다. 분량은 많다. 본문만 1500쪽이 넘는다.
하지만 이 두꺼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현존하는 최고의 ‘가치 투자가’ 버핏의 투자법을 배울 수 있다. 둘째, 우리처럼 불완전한 한 사람이 평범함을 넘어 비범함으로 도약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버핏과의 점심값’의 0.001%도 안 되는 비용으로 그가 전하는 삶의 지혜를 만날 수 있다. 이 정도면 이 책을 읽는 것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투자가 아닐까.
홍승완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kmc1976@naver.com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이름으로 한겨레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네번째 칼럼이 7월 2일자에 실렸습니다.
아래 링크 참고하시고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9398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