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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 광수. 그를 만 난건 어느 TV 프로그램에서의 강연회에서 이었다. 영화감독이라는 신분이 있지만 대중들에게 인식된 그의 이미지는 게이라는 것이다. 그런 그가 동성커플로 결혼식을 발표하고, 대중들에게 자신의 성장과정과 정체성을 거침없이 당당하게 이야기하며, <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를 통해 성 소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전한다. 그런 그를 보고 사람들은 이상한 별에서 온 마냥 조금은 곱지 않은 시각으로 대한다. 세상이 망조가 들었구먼. 좋아졌다. 저런 사람이 TV에 다나오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핵심은 그가 평균적인 일반 사람들하고는 다르기 때문이다. 당연히 남자라면 이성인 여자하고 결혼을 하여야 하건만 그는 아닌 것이다. 당연하지 않기에 사람들은 그를 굴절된 시각으로 본다. 안경을 끼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혼자 안경을 끼고 있으면 틔어 보이는 것처럼, 소수 그룹의 한사람이기에 그는 원치 않은 비교로써 상대적인 피해자의 신분으로 살아간다. 다름. 다르다의 의미. 남과 다르다는 것은 행복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이런, 접착 부분이 떨어져 구두에 빗물이 샌다. 어쩐다. 여름 장마 시즌에 이대로 돌아다닐 수는 없고. 이 기회에 구두를 하나 장만할까. 그런데 까탈스러운 발이 이번에는 순탄하게 넘어갈 수 있을지. 예외는 없었다. 백화점 구두 매장에 가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였으나 쉽지 않다. 나는 발이 짝짝이다. 동일한 치수라도 오른쪽 새끼발가락 쪽이 좁혀지면 굉장히 성가시기에 일단 그쪽 평수를 인위적으로 넓혀줘야 한다. 수선한 신발을 신고 걸어 다녀 보았다. 발이 편하다. 이젠 왼쪽이다. 왼쪽 발등은 상대적으로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봉우리가 솟아있다. 그쪽을 조금 부풀려 올려야 한다. 아니면 구두끈을 헐겁게 매는 방법으로 해결하든지. 그러다보니 일반 시중에서 파는 기성화는 나에겐 맞지 않다. 전문 매장에 가서 발모양을 뜨고 판매 세일즈맨의 인내를 시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덕분에 상담하는 이도 무척 고역이다. 그렇기에 그들에게는 내가 진상 고객의 한사람으로 인식된다. 이런 나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대충 고르라는 이야기를 한다. 신발이 거기가 거기지 구두에 발을 맞추라고 한다. 나도 웬만하면 그러고 싶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다. 이런 나의 스타일을 보고 깐깐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남들이 쉽게 선택하는 것을 보면 조금은 부럽다. 나는 어찌 이리 모든 상황을 허투루 지나가는 게 없는지.
나는 이상하다는 단어를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런 용어를 나 자신 어릴 때부터 들어왔기 때문이다. 다르지 않기 위해 애를 떨었으나 원래 그렇게 생겨 먹질 못했던 모양이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면 그들은 나에게 특이하다는 용어를 붙여준다. 그러다보니 이 특이함에 노이로제가 생길 지경이었다. 자연히 고민도 많이 했다. 나는 왜 평범하지 못한 것일까. 나는 왜 남과 다른 것인가.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상황이 변했다. 아니, 상황이 변한 것이 아니고 똑같은 환경임에도 요구하는 시대적 패턴의 주류가 바뀌었다. 그 결실은 첫 번째 책으로 피어났다. 출판사 편집자에게 물었다. 내 원고를 선택한 이유가 뭐냐고. 남자로써의 특이한 직업군, 콘셉트, 그리고 문체를 꼽았다. 다르다는 것이 우대받고 환영받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흐름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대중매체에서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확인이 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순위권에 드는 노래 잘하는 가수를 선발하는 기준이다. 노래방에서 갈고 닦은 내공인지 한민족 특유의 흥의 문화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몰라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노래 한 곡조 못하는 사람이 없다. 어찌 보면 환장한 것처럼. 그중 한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은 연예계를 쥐락펴락하는 기획사 대표들이다. 그들 앞에 참가자들이 갈고닦은 자신의 끼와 솜씨를 뽐내노라면 살벌하고 냉정한 피드백이 줄지어 이어진다. 사람들의 코드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심사위원들이 보는 공통의 맥락은 이러하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은 많다. 그렇기에 남과는 다른 자신의 색깔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차별화된 목소리가 필요하다. 자신의 목소리? 그러고 보니 대중의 이목을 끄는 이는 무언가 독특하던지 자신만의 이미지가 분명한 사람이다. 자신만의 것 자신의 특성을 형상화하여 그들의 코드에 맞게 포장을 하는 사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다. 책도 그러하다. 누구나 쓸 수 있는 내용이라면 그 책을 누가 구입하겠느냐고 독자들은 이야기 한다. 무언가 다르니까 필요성이 있으니까 지갑에서 돈을 꺼내 지불하는 것이다. 다름. 다르다.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커다란 경쟁력의 무기가 되는 시대이다. 우리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어린 시절 나는 만화를 무척이나 좋아하였다. 밥은 굶더라도 만화는 봐야할 정도로. 말 그대로 만화방이라는 추억의 공간에서 어린 시절 대부분을 보내었다. 글자보다는 그림으로 표현되는 세상에서 나는 나의 암울함을 떨쳐내고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그곳에서 위로를 받고 미래를 꿈꾸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 중 그 만화를 보며 깊은 심연속 무언가 이루어낼 내공을 다진 이가 있었다. 당사자는 말하였다. 나는 그 허구를 현실 속에서 끄집어내어 다른 이들에게 보여줄 거예요. 모두들 철부지 꼬마의 헛소리려니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화는 만화 자체로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일본 마에다 건설에서는 판타지영업부를 신설하여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 업무를 수행해 나가기 시작했다. 허무맹랑한 우스갯소리로 받아넘길 목표물을 진지하게 전문가들의 식견을 받아가며 오랜 시간 작업에 임하였다. 그리고 그 결실이 이루어졌다. <마징가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 한때 어린아이들의 우상이었던 그 마징가Z의 지하기지를 건설 기간, 규모, 인원, 예산 등을 정확히 산출 기획 및 책으로 펴내어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보낸 것이다. 대중들은 열광 하였다. 어릴 적 동심의 세계를 외부적으로 표출해낸 그 기업에 갈채를 보내며 신입사원들이 앞 다투어 줄을 이어 찾아오게 하였다. 이를 통해 마에다 건설은 사람들에게 단순한 건설회사가 아닌 꿈을 실현시키는 대중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게 되었고, 그 결실은 다음 프로젝트로도 이어지게 하였다. 철이와 소년들의 모성적 본능을 자극하였던 메텔의 아련함이 살아있는 <은하철도 999 우주레일을 건설하라>로까지.
카네기 리더십 코스 중에는 ‘융통성 개발’이라는 모듈이 있다. 이 모듈은 자신감 증진, 위험감수와 가치 이해, 변화와 기회를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목적을 가지고 어떤 이에게는 굉장한 부담과 생소함으로써 다가오게 하는 장이 된다. 자유로운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목이지만, 평소 남들의 이목에 신경 쓰며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굉장한 용기로써 다가오게 하는 것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하나의 상황을 설정하고 그 장면들을 직접 함께하는 수강생들 앞에 행동으로써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사막 뜨거운 태양빛아래 생명의 물을 찾는 남자, 서커스 공연에서의 피에로의 역할, 아빠의 칫솔로 개의 이빨을 닦아주는 아이, 재판장에서의 변호사 역할 등. 평소 외부로의 자기표현을 하지 않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온 이에게는 무척이나 두려운 시간이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 노출이 생소하며 겁이 나는 것이기에. 그런 그들이 여기서는 해방의 창구로써 해보지 않았던 자신 안에 감추어져있던 감정을 외부로 표출해 낸다. 그렇기에 평소 조용하고 새침하게 보였던 어떤 이들이 여기에서는 예상치 않았던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자신이 해보지 않았던 할 수 없었던 표현의 장을 접할 때 어떤 이는 해방감과 자신의 살아있음을 확인하며 색다른 감흥에 취하게 되기에. 자신의 안전지대를 깨는 것과 익숙하지 않은 행동을 신체적으로 해봄으로써 틀의 벗어남을 체험한다. 내안에 가지고 있었던 다름의 속성을 경험하는 색다른 장인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Vt 앨리스 이상한 나라에 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이상한 나라가 주체이고 앨리스는 이방인인 객체의 신분이다. 그렇기에 모든 상황이 생소하게 받아들여진다. 반면 앨리스 이상한 나라에 가다에서는 상황이 반대가 된다. 앨리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이상한 나라는 주변인의 신분이다. 주인공이기에 자신의 캐릭터와 요소를 무대 위에서 무엇이든 발휘하여도 이상하지 않다. 원래 이상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은 모두가 앨리스이다. 그 앨리스가 오늘 상상도 못했던 또 다른 세계와 조우한다. 토끼 굴에 떨어져 이상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며, 그곳엔 평소 자신의 사고와 쌓아온 경험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여러 장면들과 부닥친다. 자신과 다른 모습의 동떨어진 생김새를 가진 이, 듣도 보도 못한 꽃들,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언어의 사용, 너무나 생각이 다른 이들. 그런 다름의 세상을 통해 앨리스는 어른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