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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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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7일 18시 19분 등록
여행에서 돌아와 10대 풍광을 정리하려 하니,
이 순간이 아니면, 2박 3일의 기억이 어느날 흐릿해 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고 꿈을 재생해 볼 수 있게 제가 겪은 꿈여행 2박 3일을 이곳에 올려봅니다.

저는 이공간도 잘 몰랐습니다.
불쑥 들어온 거 같고 낯설은 거 같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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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失里..
난 2박 3일 동안 시간과 공간의 방에 들어갔다.
그렇게 온전히 나한테 집중하고, 최선을 다한 2박 3일 이었다.

난 항상 마지막 스퍼트를 생각했다. 내 꿈. 내 꿈. 나의 기본 생활 충족 연구소.
어디에서고 나의 의무와 책임과 시간이 단절된 곳에 가서 온전히 나를 보고 싶었다.
이런 바람이 바로 꿈벗 여행이었다.


단편적인 직관의 메모들.
나를 설레이게 하는 그림들.
나의 목소리로 담아둔 나의 꿈 녹음.
나는 그것들을 어떻게 한 꾀로 담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사실은 너무도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한번에 다 이루기도 조심스러웠고, 이 여행에 어떠한 기대도 하지말자 다짐했다.


우리는 거실에 둘러앉아 시실로로 들어가는 약수물을 들이켰다.
30분에 한번씩, 그 과정은 길었고 적응하기 쉽지 앉았다. 나의 몸은 밥은 안주고, 물만 들이키는 나에게 ‘너 뭐하니?’ 하고 자꾸 고개를 내밀었다.
그렇게 4,5시간을 몸과 마음을 길들였다.
우리들의 과거 고백은 몸을 흔들며, 바깥 세상과 단절시켜 들어갔다.


우리는 직업을 적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생각나는 모든 직업을 적었다.
청소부도 있었고, 정치인도 있었고, 작가도 있었다. 그렇게 우리가 생각한 현실 세계의 직업은 밥그릇에 수북히 담겨졌다.
난 눈을 감고, 내 마음이 손을 들 때마다 그대로 움직여 주었다.
이제는 아직은 존재하지 않지만, 미래에 존재할 수 있을 거 같은 직업을 만들어봤다.
죽음 지도사, 과거 기억 해석 전문가, 파트너쉽 전문가…


나는 여기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됐다. 내 마음이 손든 것을 내 의식이 지워나가야 했다.
난 42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10개에서 3개까지 줄이는데, 혼란스러웠다.
12개까지 지웠을까, 난 손을 놓아버렸다.
내가 이렇게 지우기 힘든 것은, 나머지 내용이 다 비슷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지우기 보다는, 가장 마음에 드는 단어 3개를 골랐다.




심리 및 음악 치료사
Food stylist
인생 설계사




가만히 보고 있자니 흐므했지만, 무엇인가 마음이 허전했다.
우리의 3개의 원을 그리고 그 직업 영역을 넣었다.


솔직히 마주앉자.
내가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은. 바로 현실성이었다.
난 건축 전공이고, 부를 많이 갖고 싶은데, 여기 적은 것은 내 현실과 별로 관련이 없는 녀석들이었다.
너 어쩌자고 여기다 손을 들었니?
내 의식은 나의 마음을 야단치고 있었고, 다행히 의식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재능/기질/성격/경험 생각하기.

나는 마음의 뒷덜미를 움켜잡고 얘기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해. 괜찮아. 굶어 죽으면 뭐 나만 죽냐”

나의 재능과 기질 성격, 그리고 경험.
나는 살아있는 것에 옴팡 들어갈 수 있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었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내가 들어가 원하는 대로 만지고 냄새맡고, 놀 수 있었다.
그리고, 꾀나 좋은 모습을 갈구하는 성격이다.
음식도 멋지게 맛나게 먹어야 하고, 건강한 몸이었으면 좋겠고, 오늘보다 어제가 더 좋고 더 풍요롭게 나누고 풍성해 지고 싶은 욕심 많은 성격이다.
그리고, 난 건축을 10년 가까이 해왔다. 난 건축이 좋다. 멋지게 건물이 올라가고 사람들이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공간 또한 어머니의 자궁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기운이었으면 좋겠다.



난 여기서 3개의 카테고리의 중간 지점을 찾을 수 있었다.
복! 덕! 방!
이 얼마나 멋있는 이름인가!
복이 있고 덕이 있는 방이다. 난 사람들에게 그런 것을 나눠주고 싶었거든.
나의 직업적 아이덴터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곰씹으면 맛있는 그 의미가 좋았다.
그대신 글자는 잘 디자인 해봐야겠다.



복! 덕! 방! (기본생활 충족연구소)
1안: 온전한 태양과도 같은 당신을 찾아드립니다.
2안: 꿈과 부 건강 만족의 developer.



그러고보니, 여기서 하루밤이 흘렀구나.
우리는 잤다. 발견한 3개의 카테고리와 자신의 성격.기질.경험이 어떻게 매치시킬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그래서, 아마 하루가 구분이 안된거 같다.
자면서도 꿈에서도 생각했다. 나의 세개의 영역과 나의 특성의 매치에 대해서.
새벽 3시..
나의 잠재의식은 서서히 세개의 카테고리에 손을 들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비몽사몽…
아침이라고 포도알 5개를 먹었다.

내 몸이 나에게 말했다. 장난하냐?
몸이 약간의 현기증과 실크같이 부드러운 우유를 보내라고 머리에 신호를 보냈다.
우유우유우유우유우유. 임마. 우유~
난 스승님을 봤다. 근엄하신 얼굴과 눈빛을 보니 내 마음의 우유신호는 작아졌다.


몸이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비축해 두었던 에너지를 쓰기 시작한다.
몸에서 힘이 나기 시작한다.




아침 9시 30분.
유관웅 선생님과의 MBTI 상담은 충격이었다.
처음에는 은근한 반항심과 화가 올라오기도 했다.

내가 성격이 분화가 잘 안된 사람이고 했다.
다른 비슷한 검사에서는 명확히 구분이 됐었다고 하니, 나 같은 사람은 아마 이 테스트가 아니더라도 또 해보고, 의심하고 소용이 없을거란다.
글쎄.. 아닌거 같은데. 난 이 MBTI도 별 해볼 생각이 없었는데.
그냥 나를 찾아간다니 한번 선심 쓰듯이 해본 거 뿐인데…



이 부분이 제일 쓰기 힘든 부분이다. 쉼호흡을 해보자..
나보고 왜 남의 평가를 의식하는지 물어봤다.
이상을 씌워놓고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허상을 뒤집어 쓰는 것은 아닌지 물어봤다.

난 마음이 아팠다.
적어도 난 매순간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하는 사람이었다.
그 순간 순간의 고통들..
다른 사람이 나를 인정해 주지 못할 때의 고통과 분노와 시기심들…
그것이 지금껏 나를 얼마나 힘들게 해왔는지 마음이 울렸다.

그분은 나에게 충고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런 성향을 갖게 된 이유를 찾아보라고.
그리고, 이제 자신을 좀 놓아주라고. 우러나오는 대로 하고, 나에게로 돌아가라고.

나를 너무 힘들게 하지 말라고 말했다.
매순간 이런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인식을 하고 마음을 치료하려고 노력하라고 하셨다.

어느덧 30분이었던 상담시간은 50분이 지났다.
그랬다. MBTI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 숫자로 그 분은 나의 감추어진 속마음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인사하고 나오며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과 죄송한 마음을 갖고 물러났다.




이제는 마음이 바뻤다.
나를 알게 된 것은 안거고, 난 4시까지 나의 세개의 카테고리를 확정하고, 어떻게 나의 기질,성격,경험과 매치되는지 찾아야 했고, 나의 직업 이름과 슬로건을 만들고, 실제 BIZ-MODEL을 구상해야 했다.


누웠다 앉았다 일어났다 걸었다 졸았다를 반복하며 난 BIZ-MODEL에 집중했다.
잘하면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잘하면 실현 가능한 내 사업을 가능이라는 실로 꾈 수 있을 거 같았다.
집중하자, 매진해 보자, 더 깊숙히 들어가 보자.
이곳은 시실리이다..

사람들이 모였다. 4시였다.
난 내 평소처럼, 단편적인 메모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스토리로 이어지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평소처럼, 그냥 말로 풀어 보기로 했다.


난 머리가 아프도록 생각하고 경험했다.
나의 꿈과 다른 사람의 꿈에 대해서.
나의 꿈이 절대적이지도 않으며, 각기 다른 MBTI 특성을 가진 사람들의 삶과 꿈의 모습은 내가 작년에 래프팅을 하다가 물에 빠진 느낌과 비슷하였다.
소용돌이 치는거 같았고,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푸하!
물에서 고개를 내밀고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난, 내 꿈은 정말로 가능하며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다른 누구의 시선도 의식한 것도 아니며, 나의 허상도 아니다.
나는 진실로 원한다. 이게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이고 이루어 질 수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난 자신감이 밀려들었다.



지친 마음에 10대 풍광이라는 단어가 들어왔다.
시간은 밤 12시 30분. 내일 아침 8시까지 자신들 10년의 10가지 위대한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신다.

10대 풍광. 10대 풍광.
10TH GREAT SCENERY. 이 말을 되새기며 난 다시 잠에 들었다.

다시 수영을 하고 유영을 하며 나의 10가지 그림의 디테일을 잡아보고자 했다.

이것은 정말로 위대한 경험이었다.
나의 생각들이 시퀀스로 이어져 갔다. 좋을 것만 같았던 것이 언제 어디로 배치되어 갔고 조정되어 갔다. 그리고 그 그림들이 그려졌다.
10년후 난 유럽에 나의 와이프와 아이들과 서서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10가지 위대한 그림을 발표하며 부끄러워 하기도 하고, 울기도 하였다.
모두들 원하는 그림들이 말이라는 푸른 요정으로 변해, 그 언젠가 그날을 향해 날아가 웃고 있었다.




구운몽.
9명이 꾼, 2박 3일간의 굽고 데친 꿈 이야기.
큰형과 작은형, 누나와 형들이 생겼다. 그들은 각기 자신이 온 곳으로 가고 있었다.


모두들 건강하고, 굽고 데친 꿈을 맛있게 요리해서 한달 후에 봅시다. 보고싶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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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7.07 19:52:34 *.36.210.11
유관웅 선생님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어요.

내가 그때에 갔을 적에 선생님께서는 "놀아라, 그냥 놀아라, 실컷 놀아라" 라는 상담과 처방을 해 주셨지요. 그동안 너무 힘들었노라고 하면서. 눈물이 쭈르르 흘렀지만 그렇다고 놀 수는 없었지요. 습관대로 놀기 위해 잘 살아낸 다음에 놀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발버둥 쳤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그 미망迷妄을 이제야 조금 깨게 되었어요. 아직도 멀었지만... .

유관웅 선생님의 상담이 매우 직설적이고 사실적이고 강력한 면이 있어서 처음에는 받아드리기 쉽지 않을 지 모르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많은 도움이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저는 이제야 이해가 겨우 되거든요. 참 좋은 조언이었다는 것을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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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2008.07.08 00:41:43 *.215.128.14
석민동생의 글을 읽다보니 나도 흐릿해지기 전에 적어놔야 할 것 같네~ 얼른 적어야지..^^ 담에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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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
2008.07.08 01:11:43 *.177.131.77
형, 나도 내일부터 일상으로의 복귀야~ 형은 참 멋있어.
난 형을 보고서야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알게 되었어. 당장은 어떻게 될 거 같지는 않은데, 알게 된것만 해도 크다. 그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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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7.08 14:14:27 *.169.188.175
석민님..

뽕 맞은 분 같아요. ^_^

아마 그럴꺼에요.
지난 봄 소풍때 그렇게 뽕 맞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사람들의 얼굴이 참 밝다는 것을..

모든 것이 잘 풀려서가 아니라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길에 섰기에 웃을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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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
2008.07.09 08:24:18 *.75.127.219
석민아우 올린글 잘읽었습니다.디지탈 세대와 같이한 지난 며칠간
지난 세월이 많이 느껴지더군요.맨앞자리를 차지하고 오만가지
하고 싶은 일을 부지런히 챙기시더니 결국 3가지로 줄여라 하니
난감해하는 아우가 떠오릅니다.어찌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서 무엇하나 제대로 할 수 있을가 염려가 되는 것도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다.
소크라테스가 감옥소에서 친구들과 마지막 으로 헤어질때 친구들
한테 "당신들은 더 살러 세상에 가고 나는 죽으러 갑니다.누가 더
좋은 곳으로 가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두고 봅시다."하였다고
합디다.우리들도 석민아우의 글의 마지막에 우리들은 각기 자기들이
온곳으로 가고 있더라는 얘기가 이런 말로 읽히기도 합니다.
모두들 각자 하고자 하는 일을 잘들 했으면 하는 바램을 실어
보내봅니다.석민아우 다른 동기분들 큰형님하고 같이 보내느라
혹시 불편하신것 없으쎴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써니아우 역시 우리동기들한테 그리고 저한테 보여주신
각별한 관심에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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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일
2008.07.09 13:23:25 *.38.144.148
"우유를 달라"는 대목에서 공감과 웃음으로 회사에서 쓰러지는줄 알았음. (우유대리점 2층에 살았던바 있는 병일 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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